엄마와 오랜만의 나들이를 한다.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5월, 두 번씩이나 입원하시는 바람에 봄꽃 흐드러지는 찬란한 5월은 휙 사라져 버렸다.
6월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으로 흘러 보내고, 7월을 며칠 앞둔 이제서야 그나마 가까운 곳으로 외출을 시도한다.
잠시 고속도로를 타고 하남공단 길을 거쳐 카페 비채로 향한다.
청록빛 수국이 풍성하게 피어 있는 곳.
땅이 아마도 산성을 띠고 있나 보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한테 딱 맞춤한 장소이다.
야트막한 산 위에 소나무와 어우러져 수국이 푸른 물결을 이루고 있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한 손은 내게 맡긴 채 느릿느릿 수국길을 걷는다.
" 와따 꽃이 크고 이쁘다야, 누가 심어 놨을그나 ~"
신기한 듯 쳐다보며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신다.
10여일 전 들렀을 때보다 꽃들이 더 화사하게 피어 있다.
한 쪽에서 빨간빛을 띤 백합도 커다란 꽃잎을 벌리고 진한 향기 풍기고 있다.
바깥에 앉아 꽃구경을 하면 좋으련만 날이 뜨겁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자리잡고 도란도란 일상의 이야기를 나눈다.
기력을 찾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참 반갑다.
커다란 창 밖으로 졸졸 물이 흐르는 작은 개울을 만들어 놓았다.
칡넝쿨이 물가로 내려 앉아 줄기를 뻗어 내리고 있다.
수국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쥔장의 얼굴에도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주차장으로향기는 길 다시 한 번 수국이랑 눈맞춤 하며 돌아 나온다.
온통 푸른 수국으로 가득한 작은 동산이다.
모처럼 활짝 핀 꽃들과의 만남이 퍽 만족스러우신가 보다.
계단길도 작은 경사로도 기쁘게 걷는 엄마의 모습이 내겐 더 반갑다.
점심은 가까운 곳에 있는 맛집 남쪽마을 돌짜장으로~
중식당이라기보다 오로지 돌짜장만으로 승부를 보는 독특한 집이다.
사랑하는 아이를 보기 위해 월요일은 휴무란다.
갓난아기와 세살 쯤 되어 보이는 귀여운 두 아이가 안내판에서 함박웃음 짓고 있다.
처음 먹어 보는 돌짜장.
맛집이라기에 찾았는데 정말 맛있다.
계란튀김과 만두는 겉빠속촉으로 별미다.
국화빵도 덤으로 나오고~
뜨겁게 달궈진 돌판에 야채랑 해물이 짜장 면발과 함께 듬뿍 담겨 있다.
다행이 엄마도 만족스럽게 드신다.
후식으로 나오는 수정과까지 완벽한 점심식사였다.
반나절 엄마와의 가벼운 나들이는 감사함의 시간이었다.
훨씬 더 편안해진 걸음걸이와 마음으로 다음 나들이를 채워갈 수 있길 기도해 본다.
첫댓글 글로만 대해도 카페 분위기와 영숙이의 효심이 느껴진다.
엄마가 많이 좋아지셔서 넘 다행이야.
제주 못간 걸 몹시 아쉬워 하시네.
추석 즈음을 기대하고 있다는~^^
잘 하셨어요.
점점 노쇠해 가는 부모님을 대하는 자식의 안쓰러운 마음이 눈에 선하게 다가 옵니다.
지금이 가장 젊을 때라는 노랫말이 지금이 엄마가 가장 건강할 때로 바뀌어 집니다.
영숙씨군요.
건강에 관한 염려가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모든 게 경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엄마의 건강도 우리들의 건강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들고 있답니다.
건강하시길...
지금 동시에 접속해 있어요 ㅎㅎㅎ
따끈한 커피 한 잔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