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3. 성격적인 분류
8-4-3-1. 상징시(象徵詩)
상징시는 상징주의적 경향의 시로서 그 특징은 상징적 표현과 음악적 리듬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하나의 시어와 전 편의 시상 또는 주제가 선명하지 않고 애매모호해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날 내 영혼의
낮잠터 되는
사막의 위 숲 그늘로서
파란 털의
고양이가 내 고적한 마음을 바라다보면서
“이애, 너의
온갖 오뇌(懊惱) 운명을
나의 긇는 샘 같은
애(愛)에 살짝 삶아 주마.
만일에 네 마음이
우리들의 세계의
태양이 되기만 하면
기독(基督)이 되기만 하면.”
--황석우의 「벽모(碧毛의 묘(猫」전문
여기에서 ‘파란 털의 고양이’나 ‘기독(基督, 그리스도)’은 하나의 상징을 이루어서 작품으로 창작되고 있습니다.
8-4-3-2. 낭만시(浪漫詩)
낭만시는 비애, 절망, 눈물, 사랑, 추억, 공상 등 우리 인간의 감정을 낭만적으로 고조(高調)한 시입니다.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이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 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짖도가.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 오, 너의 것이냐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중에서
여기에서는 시인의 감정이 거의 막을 수 없을 만큼 거세게 분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8-4-3-3.주지시(主知詩)
주지시는 우리의 감정을 거세(去勢)한 이미지와 지성을 중시한 시입니다. 이 ‘주지’란 말은 과잉된 감성을 예리한 지성으로 억제한다는 의미로 쓰인 것입니다. 감성적 시에 비하면 약간 냉철하고 난해한 경향이 있습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김광균의 「추일서정(秋日抒情)」중에서
여기에서 우리는 청각적인 것을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고 그 섬세하고 날카로운 맑은 이미지가 전부 시각적인 예리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8-4-3-4. 감각시(感覺詩 )
감각시는 모더니즘 계통의 시로서 회화적 감각 즉 시각적 효과를 주로 하기 때문에 한 편의 시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관 같은 인상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중에서
이렇게 ‘털’은 감촉, ‘눈’은 정염, 입술‘은 감성 그리고 ’수염‘은 생기를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8-4-3-5. 경향시(傾向詩)
경향시는 해방 직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korea Proletarian Artist Federation)이 조직적인 프로 문학과 정치적인 계급운동을 목적으로 썼던 시의 경향입니다. 이 ‘경향’은 ‘사회주의적 경향’이란 뜻이었습니다. 순수시대 이후에 자연 소멸해 버렸다가 유신정권 때 민족문학이란 이름으로 정치성이 깃든 시의 경향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저항시, 민중시, 민족시라는 말로 시들이 발표되다가 정치적인 통치권과 합류하여 통일시로 변했다가 요즘은 잠잠해 졌습니다.
"조국은 하나다"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꿈속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남모르게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조국은 하나다"권력의 눈 앞에서양키 점령군의 총구 앞에서자본가 개들의 이빨 앞에서"조국은 하나다"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김남주의 「조국은 하나다」중에서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미(反美)구호 같은 시입니다. ‘권력의 눈 앞’이나 ‘양키 점령군의 총구’, 그리고 ‘자본가 개들의 이빨’ 등의 언어가 던지는 현실적인 저항이 담겨 있지만, 그렇게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 정신적 주제는 없었습니다.
8-4-3-6. 순수시(純粹詩)
순수시는 이른바 카프(KAPF)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적 목적의식에 반대하고 개인의 서정을 옹호한 시입니다. 우리가 창작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시의 분류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일상적인 전달에서 혼합된 불순물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시적인 시를 창작하려는 궁극(窮極)의 목적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의 「향수」중에서
여기서는 개인의 순수한 서정을 옹호하면서 회화성을 최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8-4-3-7. 담시(譚詩)
우리 시의 내용 형식에서 담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김지하가 4. 19. 직후 독재 정권에 맞서서 쓴 시「오적」등을 비롯한 자기가 쓴 시들을 가리켜 사용한 시의 형식입니다. 대체로 자신의 행장기(行狀記)나 자서전적인 이야기 또는 사회적인 풍자를 실제 상황처럼 묘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