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프리콘이 자신의 이름을 사람에게 알려 줄 경우 ,
그 사람에게 레프리콘을 조종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은 전설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
제 12 장
이름을 공표하는 날
" 일어날 시간이오. "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햇살 좋은 꿈 속 해변에 있던 나는 우중충한 날씨인 아일랜드의 현실로 끌려 나왔다.
아 !!! 몇 분만 더요. "
나는 머리 위로 , 이불을 끌어 당기면서 애원했다.
" 안되오. 오늘은 이름을 공표하는 중요한 날이란 말이오. "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 한쪽 눈을 뜬 나는 깜짝 놀랐다.
온 방이 색색의 풍선과 파티용 테이프로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 앞에 서 있는 레프리콘은 선물 포장지 같은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그는 황금 반짝이 바지에 , 새빨간 벨벳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모자에는 거대한 초록색 클로버가 장식되어 있었고 ,
그의 목에는 황금색 , 빨간색 , 녹색이 어우러져 있는 큰 나비 넥타이가 달려 있었다.
" 당신이 인간에 관한 나의 연구를 진척시켜 주었으니 ,
레프리콘이 알려 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당신에게 알려 줄 것이오. "
내 친구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
이어질 말을 강조하기 위해 잠시 이야기를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 나는 당신에게 나의 이름을 알려 줄 것이오.
그러니 일어나시오. "
그는 평소와 같은 거만한 태도로 다시 돌아가 말했다.
그는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그의 말에 깜짝 놀란 나는 덮고 있던 이불을 젖힌 다음 ,
재빨리 옷을 갈아 입기 시작했다.
레프리콘이 자신의 이름을 사람에게 알려 줄 경우 ,
그 사람에게 레프리콘을 조종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은 전설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나는 ' 음 , 이제 그 얘기가 진실인지 아닌지 알아 볼 수 있겠군. '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 친구 레프리콘은 내가 그를 조종하게 그냥 둘 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옷을 막 갈아 입고 , 거실로 들어서자 ,
내 친구가 아름다운 책 한 권을 들고 돌아왔다.
번쩍이는 금색 글자가 쓰인 하얀 책이었다.
그는 평소와 같은 건방진 태도 없이 , 경건한 자세로 책을 옮겼다.
오늘 만큼은 정말로 진지한 것 같았다.
그는 내 옆의 소파 자리에 앉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이것은 내 이름들에 관한 책이오.
여기에는 내가 누구이고 , 무엇을 했으며 ,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모든 기억들이 담겨 있소. "
나는 그가 계속 말을 이어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는 임의로 책의 한 부분을 펼치면서 말했다.
" 이때는 내가 인간 연구를 위해 전통적 계급을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린 때 라오. "
그는 그 시기에 대해 말을 이어 가려고 했지만 , 나는 그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 당신의 전통적 계급은 뭐였나요 ? "
레프리콘은 못마땅해 하며 , 오른쪽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지만 ,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 당신은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오.
질문은 어찌나 많은지. "
" 그래서 알려 줄 건가요 ? " 나는 기분 좋게 되물었다.
" 당연히 나는 레프리콘 계급에 속하오. "
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 하지만 한 계급에도 또 다른 하위 계급들이 있지 않나요 ?
예를 들어 , 신발 장인이나 재단사 같은 거요. "
" 아 , 무슨 말인지 알겠소. " 그가 말했다.
" 그렇소.
레프리콘은 그러한 종류의 일을 하지.
개중에는 보석을 다루는 레프리콘도 있소.
하지만 금속을 다루는 일은 대부분 드워프 족이 담당하고 있소.
만약 내가 그런 일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면 ,
아마 특별 의상을 제작하는 일을 했을 것이오.
하지만 무언가가 나를 그 것과는 다른 길로 이끌었소. "
그는 말을 마친 뒤 , 나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 비밀스러운 분위기로 말했다.
" 나는 한 사람을 만났다오. "
" 이해가 안되는 걸요.
당신은 매일 사람을 보지 않나요 ? "
내가 말했다.
그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 우리 세계는 굳이 인간 세계로 모험을 떠나지 않아도 될 만큼 흥미진진한 곳이지.
당신은 이 곳에서 내 아내와 자식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소 ?
그것은 그들이 우리 세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지.
그 뿐만이 아니오.
세상에는 당신과 나의 세계라는 이 두 세계 보다 훨씬 많은 세계가 존재하고 ,
우리는 그런 세계들을 가 볼 수 있소. "
그는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듯 손을 들고 , 미소 짓는 얼굴로 말했다.
" 아니 , 아니 , 아니 .
당신이 궁금해하는 나머지 이야기는 다른 날에 다루도록 하겠소.
내가 만났던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 갑시다.
그는 우리 세계를 방문하며 , 우리의 삶을 조사하고 있었소.
당시 나는 젊었지만 , 어른은 아니었지.
나는 다른 학자들과 어울리며 , 조금씩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소.
어째서인지 , 레프리콘이 학자가 된다는 것은 우리 세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소.
일반적으로 학자가 되는 것은 다른 계급이었소.
그들은 ...... "
" 당신이 하려는 말은 , 그 사람이 ...... "
나는 그의 말이 옆길로 새는 것 같아 끼어들었다.
레프리콘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아직도 한참 남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