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이번 항해 참가자들이 모였다.
그런데 어제부터 차가 말썽이다.
배출가스 재순환장치가 이상이 있어 수리를 했는데도 자꾸 엔진 경고등이 들어온다.
병원에서 출발하여 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차가 안나간다.
차량의 RPM이 3000을 넘기지 못한다.
그러니 차가 가속이 안되고 오르막길을 만나면 속도는 80km가 한계다.
출발 부터 참 폭폭하다.
그나마 다행은 길이 하나도 안 막힌다는 것이다.
8시경에 동해해양안전서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아침 출항신고가 8시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있어 출항시간을 11시로 변경한다고 통보하였다.
오전 8시 20분 경에 용바위 식당에 도착하여 아침으로 국밥 한그릇씩을 해치운다.
어서 서둘러 속초 해양수산청에가서 한정해기사면허를 발급 받아야 한다.
9시 10분에 도착하여 서둘러 해양수산청 청사로 들어가 준비된 서류를 제출하고 기다리는데 담담자가 잠시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해기사면허의 유효기간은 5년 ,
내가 가지고 있는 요트조정면허는 유료기간이 7년이다.
관련규정은 해기사면허 발급시 유효기간은 기준되는 면허의 유효기간과 같다로 되어 있다고 한다.
통상 해기사면허 유효기간인 5년 보다 적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나의 경우는 5년이 넘으니 상부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면허를 발급 받는데 대략 25분 정도가 소요되고 말았다.
다행히 담당자가 잘 처리를 해주어 그나마 빨린 끝이 난듯 하다.
수산항으로 가기전에 속초 중앙시장에 들려 닭강정과 옥수수, 과일 등 간식거리를 더 준비한다.
오전 10시 20분 드디어 수산항 요트장에 도착하였다.
토미보이호 박선장님이 마중나와주셨고, 차에있던 짐들도 같이 옮겨 주셔서 고마웠다.
게다가 식수로 사용하라고 1.8 리터 생수도 6통이나 지원해주신다.
디스커버리호 신선장님의 배웅도 받으며 출항 준비를 한다.
박선장님과 신선장님은 오늘 토미보이호를 타고 속초로 쎄일링을 나가신다고 한다.
우리가 배에 짐을 싣고, 청수를 보급하고, 연료를 채우는 사이 토미보이호는 바다로 나갔다.
출항 준비를 마치니 시간은 어느덧 11시,
수산항을 뒤로하고 CLJAY호는 울릉도로 향한다.
우측으로 딩기요트들이 보인다.
바다에 나와있는 박선장이 우리가 나온것을 보고 전화를 해온다.
안전항해를 하라고 다시 안부를 전한다.
좌측으로는 수산항의 등대가 멀어져 간다.
바람이 약간 있지만 평온한 바다가 펼쳐진다.
그런데 바다는 바로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아직 바람이 약하여 기주만으로 수산항 앞바다 지뢰밭(정치망지대)를 빠져나간다.
처음 장거리 항해에 나서는 두분의 여성들이 전방 견시를 담당한다.
좌 우에 펼쳐진 정치망 지대가 보인다.
붉은 기둥과 그뒤에 보이는 흰부표가 다 정치망 부표들이다.
한 1마일 정도 나와서 메인세일을 펼쳤다.
세일에 바람이 가득 안긴다.
요트의 선수는 동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바람은 남동풍이기에 바람이 매우 좋다.
한 3마일 정도 나와서 정치망 지대가 끝이나고 침로를 110도 (남동)으로 변침하니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온다.
요트는 정면바람을 받고는 전진할수가 었다.
그래서 세일을 내리고 기주(엔진힘만으로 하는 항해)로 울릉도를 향해서 항해를 한다.
세일링을 위해서 접어둔 비미니(햇빛 가리개용 접이식 천막)가 바람에 잔뜩 부불어 오른 모습이 보인다.
요트를 타면서 햇빛의 차단은 매우 중요하다.
구름이 잔뜩 끼어(95%) 해가 보이지 않지만 자외선이 매우 강하다.
그리고 바다에서는 자외선이 수면에 반사되어 모자만 가지고는 자외선을 막을수 없다.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서 1차로 썬크림으로 방어를 하고 , 다시 모자, 썬글라스, 버프로 망어막을 쳐야지 새까맣게 타지 않는다.
뒤로 보이는 바다의 너울이 출발 할 때와는 조금 다르다.
CLJAY호는 남동쪽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바람이 남동쪽에서 불어오고 바다의 해류도 정면에서 밀고오니 엔진을 50%(1900RPM)정도 가동하여도 속도가 3노트정도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어느덧 시간은 3시가 다 되어 간다.
지금까지 항해해온 거리가 15마일 정도 된다.
속도가 너무 늦다.
바람 때문에 짚세일과 메인세일을 감아들이고 기주로만 항해를 한다.
작년 10월에 통영에서 강릉 수산항으로 올때 마련한 트롤링 낚시를 내려본다.
요즘 남쪽에서는 삼치들이 걸려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서 우리도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아직 강원도 동해안 지역은 수온이 낮아서 낚시가 될지는 모르겠다.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짚세일과 메인세일을 모두 올리고 침로를 정동으로 변침하여 크로스홀드로 바람을 받으며 진행한다.
요트의 속도는 바로 5.5노트를 회복한다.
이대로 진행하면서 태킹(바람을 거슬러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항해기술)하면서 올라가면 될것만 같았다.
오후 4시경 갑자기 바람이 강해진다.
돌풍이 부는 것이다.
순간 메인세일과 짚세일이 바람을 가두어 버려 요트가 좌측으로 50도 정도 넘어가 버린다.
요트가 힐링하니 바로 발 아래로 바다물이 출렁거린다.
치즈가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과장님 어떻게 해요, 배가 넘어갈것 같아요."
배 잘 잡고 있어, 침착하고 요트는 절대 안 넘어가.
내가 소리 치지만
치즈의 얼굴이 새하해졌다.
휠을 잡고 있는 제이가 어떻게 할건지 지시를 달라고 한다.
휠을 죄현으로 최대로 돌려. 나의 지시다.
제이가 휠을 좌측으로 감아돌려 선수를 풍하로 바꾸니 요트가 안정을 되찾는다.
같이 승선한 여자크루들의 얼굴을 보니 긴장감이 뚝뚝 떨어진다.
말 그대로 심장이 쫄깃쫄깃했던 상황.
선실에 있던 나의 사촌은 잠을 자다가 배가 힐링하는 바람에 침대에서 떨어 졌다고 한다.
요트를 안정 시키고 선수를 풍상으로 변경하였다.
앞으로의 항해 계획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준비한 기상도와, 조류방향 예측도, 풍속예측도를 살펴봐도 밤 늦은 시간까지는 바람의 방향과 해류의 방향이 바뀔 조짐이 아니다.
침로를 110도로 하고 세일을 내리고 다시 기주로 울릉도를 향해서 항해를 한다.
배에 승선한 모든 사람들에게 추위에 대비한 복장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한다.
파도는 1~1.5m정도다.
갑작스러운 힐링으로 많이 놀랬는지 제이와 치즈가 선실로 쉬기위해 들어간다.
요트에서의 근무는 2인이 2시간씩 운항을 하고 남은 2명은 휴식을 취한다.
오후 7시 정도가 되었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은 바다라서 다행이다.
바람이 좋와 메인세일과 짚세일을 펴고 요트는 울릉도를 향해서 잘 달린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며 전방을 살피는 견시에 짚세일이 걸린다.
또한 바림이 강하여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짚세일을 감아들이고 야간 행해를 대비한다.
몇시간 전의 돌풍에 의한 깊은 힐링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어두운 환경에서 혹시라도 낙수자라도 발생한다면 큰 사고다.
항해는 무리하지 않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짚세일을 감아들였는데도 바람이 좋아 속도는 6.5노트를 넘나든다.
맞바람과 들이치는 파도 스프레이에 몸에 한기가 스며든다.
8시를 넘어간다.
주위가 어두워지며 사물의 윤곽만 겨우 확인이 가능한 정도이다.
아직 강원도를 다 빠져나가지 못했다.
좌측 저 멀리 오징어 배들이 불을 밝히고 조업을 하고 있다.
바람이 140도 방향에서 불어온다.
바람의 도움을 받을수 있다.
메인세일을 다시 펼쳤다.
메인세일이 바람을 받으며 요트는 앞으로 쑥 나아간다.
속도가 6.5노트 이상이다.
요트의 속도가 7노트 언저리에서 맴돈다.
가끔 7노트를 넘더니 최대속도 7.7노트까지 내달린다.
속도가 빨라 질수록 선수를 때리고 칵핏으로 넘어오는 파도스프레이가 강해진다.
바람끝이 차갑게 파고든다.
파카를 입었지만 파고드는 추위에 몸이 웅크려진다.
밤 9시가 가까워지자 주위는 암흑으로 변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살짝보이는 오징어잡이 배들만이 우리들의 항해를 지켜 보고 있다.
별도로 식사 시간을 내어 식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침에 준비한 옥수수와 닭강정, 초콜릿 등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울릉도로 향한다.
운항은 2인 1조로 교대로 진행이 된다.
사촌과는 집안 이야기들을 깊이있게 나누고,
직원과는 직장 일과 인생 이야기를 하며 울릉도를 향한 항해를 계속한다.
구름에 가려 별도, 달도 보이지 않고
콤파스와 플로터에 의지하여 바람과 파도를 끓고 CLJAY호는 출항 첫날을 새하얗게 태우며 나아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바다와
요트가 가르는 물 소리, 귓전을 때리는 바람소리가 무서운 조화를 이룬다.
밤 11시가 되었다.
나도 너무 피곤하다,
제이에게 지휘권을 넘기고 선실로 피곤한 몸을 이끈다.
선실 침대에 눕자마자 이내 꿈속으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