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오어사로 1... (여행을 떠나며)
우리나라 불교의 대중화에 노력하였고 수많은 저술을 남겨 불교 사상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해동보살(海東菩薩)인 원효(元曉)... 신승(神僧)으로 신라십성(新羅十聖)의 하나인 혜공(惠空)... 신라의 고승(高僧)인 두 스님은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 서로 농(弄)을 잘 하곤 하였다. 만년에는 영일군 항사사(恒沙寺)에 같이 머물렀는데 이 절 앞에 있는 개울에서 천렵(川獵)을 하면서 법력(法力)을 키웠다. 하루는 자신들이 배설한 변(便)으로 물고기를 되살리는 시합을 벌였는데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살았단다.
산 물고기는 물을 타고 올라갔는데 이는 진리를 찾아 나아가는 수행자를 상징(象徵)하는 것이란다. 이 산 물고기를 서로 자기(吾)가 만든 물고기(魚)라고 우기면서 사찰 이름인 恒沙寺를 오어사(吾魚寺)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다. 신라 진평왕 때 恒沙寺로 창건한 吾魚寺... 창건 연대나 창건자는 알 수 없다. 다만 恒沙란 ‘갠지스 강의 모래알’이란 뜻으로 모래알처럼 무한한 수를 가리키는 것이란다. 이는 수행(修行)의 어려움을 뜻할 것이다. 관음전 앞에 있는 연리지(連理枝) 나무인 배롱나무가 이를 알 수 있을까?
단풍이 우거진 가을에 오면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이루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절의 풍광은 천년이 지난 지금도 예나 다름없겠지만 교통만은 편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맑은 물이 쟁쟁(琤琤)거리던 계류(溪流)는 둑을 막아 드넓은 인공호수로 만들었다. 더욱 장마철이면 절 마당 아랫자락까지 물이 넘실대는 호반(湖畔)의 사찰로 변하였다. 오어사는 물이 많아진 덕분에 원효와 혜공 스님이 노닐던 광석대는 물속에 잠겼고 그 대신 질펀한 호수가 생겼으니 득실(得失)이 반반(半半)일 것이다. 이래서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하는지...
오어사를 감싸고 있는 운제산(雲梯山)... 해발 482m로 그리 높지는 않다. 이운제산 동서남북에 자장(慈藏), 혜공(惠空), 원효(元曉), 의상(義湘) 등 네 조사(祖師)가 암자를 짓고 수행(修行)을 하였다. 암자 사이는 기암절벽이 있어서 내왕(來往)이 어려워 구름을 사다리 삼아 절벽을 넘나들어 雲梯山이라고 하였단다. 다른 설(說)에는 남해왕(南解王)의 비(妃) 운제부인(雲帝夫人)의 성모단(聖母壇)이 있어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가뭄이 심할 때 산 정상에 있는 대왕암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면 영험(靈驗)하다는 전설도 있다. 이 운제산 오어사를 1월 30일 한화관광을 따라 여행을 떠났다.
포항 오어사로 2... (포항을 지나며)
대전 IC를 떠난 여행길... 황간IC를 지난다. 이곳의 덕승관(742-4122)... 요리 연구가인 ‘백종원씨의 3대 천왕’에서 전주의 노밸반점(063-284-4318), 평택의 동해장(031-651-2353)과 함께 소개한 자장면 식당이다. 이 식당의 자장면은 채소와 고기를 섬세하게 갈았다. 단 맛은 없지만 양념이 잘 스며들어 구수한 느낌이다. ‘3대 천왕'은 전국에 숨어 있는 각 분야 TOP 3 맛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고수(高手)들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불꽃 요리‘ 경쟁이다. 월드컵'을 방불케 벌이는 색다른 '쿡방' 프로그램이다.
가는 길에 노래방이 이루어졌는데 차 안에서 흐르는 노래... 송창식이 부른 ‘고래사냥’이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 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로 시작한 이 노래... 오늘 포항으로 떠나는 여행에 맞는 노래다. ’고래‘는 꿈을 상징하고, ’사냥‘은 그릇된 현실에 대한 도전이랄까? 우리가 어릴 때는 하교하면 엄마부터 찾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냉장고로 먼저 달려가는 야박한 물질만능 주의 세상이 되었다.
팽팽해져가는 물질 만능주의와 함께 이기주의와 한탕주의가 판치는 암울한 시대는 술이 잡념을 푸는 최고의 약이다. 이 노래가 나온 군사정부 시절... 독재정권을 반대하는 데모가(歌)로 불리었으니 금지곡이 되었다. 그래서 해적판(海賊版)이 불티나게 팔렸다. 오늘 노래방... 어느 할머니가 100점이 나왔는데 TV 화면(畵面)에 배추 잎(만원)을 붙여 놓는다. 대부분의 운전기사들은 이를 팁으로 생각하고 슬쩍하지만 기사는 노래 부른 할머니께 멸치를 사서 보답하니 보기가 좋았다. 이는 인정에 살고 의리에 살고 꿈이 있는 사회일 것이다.
운전기사 하니 산악대장과 더불어 직접 여행객을 접하는 사람이다. 군대로 말하면 적과 맞대고 있는 소대장과 같은 역할이다. 회사가 아무리 선전과 후한 음식을 제공하여도 이들의 일거일동에 회사의 명운(命運)이 달려있다. 회사는 이들에게 후한 대우와 함께 등산객을 만나면서 불편사항을 경청(傾聽)하여야한다. 마치 정치가 탁상행정으로 흐르면 민심을 모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늘 우리 차를 운전하여 주시는 김O수 기사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우리를 매료시킨다. 또한 하루도 쉬지 않고 산행 안내를 하여 주시는 산악대장인 산적님... 좋은 분도 많지만 아마도 회사의 보배일 것이다. 대구를 지나 포항으로...
포항 오어사로 3... (오어사에서)
남포항IC로 나가 국도 31번으로... 오어사로 가야 하는데 내각리 근방에서 오솔길로 진입한다. 가다보니 정토사라는 조그마한 암자(庵子)... 이곳 스님은 길이 없어 돌아가야 한단다. 기사는 내비게이션을 운제산으로 찍었다고는 하는데 초행길이란다. 침착한 모습으로 어렵게 빠져나온 기사님... 회원들은 절묘한 운전에 박수를 보낸다. 구변(口辯)이 좋아 승객들을 쥐락펴락하는 기사님... 모두 이 기사의 차를 승차하고 싶어 한다. 또한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며 차의 안전을 도모하는 산악대장도 한 몫을 하였으니 손발이 척척 맞아 돌아간다. 이런 것을 타협을 모르고 국민을 외면하는 국회의원들이 보아야 하는데...
선거에 당선되어 누구보다도 청렴(淸廉)해야 할 의원이나 지방 자치 단체장... 범법 행위로 구속되는 경우가 많다. 구속은 물론 피해액 배상, 보궐선거에 들어가는 비용, 더 나아가 싱가포르처럼 연좌제(連坐制)까지 적용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최고 직업인 의원님들의 급여 명세와 특권... 인터넷에 도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특권을 줄여야 한다. 보좌관까지 포함 세비가 연간 6억원 이외에 각종 수당,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KTX, 항공권, 유명골프장 무료 이용, 비공개 회의록. 국가비밀자료 요구, 출입국. 보안 검사 불필요 등이란다.
이제 오어사에 도착한다. 저수지 아래의 주차장 근처는 식당이 많은데 지나친다. 점심을 준비하지 않은 우리 일행은 꼼짝 없이 굶어야 하지만 미리 준비한 빵으로 대신 점심을 해결하였다. 법구(法具, 범종, 법고, 운판, 목어)가 걸려 있는 범종각(梵鐘閣), 동종(銅鐘)과 목비(木碑), 원효대사가 쓰던 것으로 전해지는 갓과 책이 전시되어 있는 유물전시관, 진리에 응하여 남을 깨우친다는 응진전(應眞殿),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대웅전(大雄殿), 관세음보살을 주불(主佛)로 모신 관음전(觀音殿), 수명장수신(壽命長壽神)인 칠성(七星)을 봉안하는 칠성각(七星閣) 등을 관람하고 입구인 누각(樓閣)으로 나왔다.
절의 북쪽에 층을 이룬 바위 위에 자장암(慈藏庵)으로 올랐다. 깎아지른 바위 벼랑 아래에 오어사와 저수지가 한 눈에 내려 보인다. 혜공암(惠公庵), 의상암(義湘庵). 저 멀리 원효암(元曉庵)까지 자리를 잡았다니 달과 별이 빛나는 명당(明堂)이다. 이곳에서 수행하였던 옛 고승(高僧)들... 가는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 계곡에 있는 광석대(廣石臺)에서 노닐면서 성불(成佛)하였을 것이다. 잔잔한 맑은 계류(溪流)와 첩첩이 쌓여 있는 기암절벽이 아름답다.
포항 오어사로 4... (죽도시장에서)
그 절벽 아래서 금빛, 옥빛 물고기들이 헤엄쳤을 것이다. 설법전을 지나 자장암으로... 바람에 의지하여 노래를 부른다면 묵연히 천고(千古)의 감회가 깊어진다. 천주교의 성모 마리아 상(像)이나 기독교의 예수님처럼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부처님 형상... 일부 무지한 사람들은 이를 우상(偶像)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미지의 세계에서 어느 것이라도 의지하려는 마음... 바로 종교의 발원(發源)이다. 또한 사찰(寺刹)만큼은 깊은 산중에 세운 이유는 청결한 주위환경이 수도(修道)하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오어사에서 나와 다음 여정인 죽도(竹島)시장으로... 부지면적 4만 여 평에 점포 수 1,200개인 재래시장이다. 그 유래는? 1950년대에 갈대밭이 무성한 포항 내항의 늪지대에 노점상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 이들이 모여 1969년에는 번영회를 설립하고, 1971에 정식 허가를 받았다. 200여 개의 횟집뿐만 아니라 농산물,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번창하였다. 조영남의 노랫말처럼 없는 것 빼 놓고는 다 있다는 죽도시장... 새벽 3시에 개장하는데 펄떡이는 활어 회를 바라만 봐도 에너지가 넘친다.
자주색 고무 대야에서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살아 숨 쉬는 날것’들의 모습... 저 생선들은 자신들의 앞날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간이 볼 때는 ‘맛있는 것들’로만 보이는데... 상인들의 무쇠 같은 팔 다리... 생선으로 포식(飽食)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할 것이다. 자급자족(自給自足)이나 물물교환(物物交換)으로 살았던 원시사회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5일장이 형성되고 또 상설시장이 생기면서 우리 생활은 윤택해졌다. 하지만 대형 백화점이 아파트 주변에 입점(入店)하면서 재래시장이 죽어가니 영세민의 아픔이랄까?
두 시간의 자유 시간... 우리 일행은 숭리회 식당(249-95)에서 물회를 먹었다. 죽도동은 옛 영일현(迎日縣)이다. 바다 위로 해가 솟는 모습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이므로 ‘해맞이의 장소’라는 뜻이다. 일설에는 영오랑(迎烏郞)과 세오녀(細烏女)란 부부의 설화에서 유래하였단다. 이들 부부는 해와 달의 정기를 받은 사람으로서 해안에 살았다. 그들은 해조류를 채취하다가 해류에 떠내려가 일본의 작은 섬에 안착하였다. 이후부터 이곳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지만, 일월지(日月池)에서 제사를 지내면서부터 빛을 회복했다는 설화(說話)다. 여행길은 죽도시장을 끝으로 대전으로 오면서 마친다. 고맙습니다.


오어사 대웅전과 자장암

첫댓글 항상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