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주 세계소리 축제>에 다녀오다
1. 8.13(수)부터 15(금)까지 전주에서 열린 <세계소리축제>에 참여했다. 이번에 주로 관람한 것은 젊은 소리꾼들이 판소리 다섯마당을 공연한 <청춘예찬 젊은 판소리>와 중견 소리꾼들이 참여한 <판소리 다섯마당> 중 <적벽가-윤진철>공연이었다. 내려올 때 중부지방은 엄청난 극한 호우로 시달렸지만, 전주는 조용했고 뜨거운 태양만이 가득했다. 공연에 참여한 소리꾼들은 정열적으로 노래했고 자신의 기량을 최고의 상태로 표현하기 위해 분투했다. 젊은 소리꾼들의 공연은 판소리의 핵심적 내용을 중심으로 1시간 정도 공연하였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적벽가> 완창 무대를 선보인 윤진철의 말처럼 판소리 완창이 최상의 소리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소리꾼이나 관람객 모두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려운 무대이기 때문이다.
2. 약 2년 전부터 판소리를 집중적으로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몰입하기 어렵다. 시간과 경험의 증가가 판소리에 대한 이해도를 증가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판소리의 사설은 제대로 들리지 않고 추임새는 어색하며 판소리가 갖고 있는 내공에 대한 매력에 빠지지 못한 채 어설프게 주변을 어슬렁거릴 뿐이다. 이번 공연도 짧은 시간임에도 몽롱하고 졸린 상태로 감상했다. 당연히 소리는 겉돌고 흩어질 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흥겨운 추임새에도 참여하기 어렵고 그렇게 3일간의 감상활동을 마무리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판소리에 대한 정보도 제법 많이 확보하였고 판소리에 관한 이론적 공부도 교양수준 이상으로 공부했지만 판소리에 대한 매력도가 늘지 않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얼마 전 강릉단오제 무속공연에서 느꼈던 신명을 판소리에서는 공감할 수 없었다.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었다.
3.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은 대부분 출연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판소리와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추임새도 흥겨웠고 호응도 컸다. 신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진행되었고 신이 넘치는 무대였다. 그럼에도 <전주소리축제>가 축제라는 성격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 축제는 ‘소리’ 관계자들 뿐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의 참여를 이끄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관람객 대부분이 친지들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통의 일반 관객들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적어보였다. ‘소리’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날씨도 뜨겁고 축제가 벌어지는 <한국소리 문화의 전당>도 제대로 휴식할 공간이 부족하거나 자연스럽게 소리에 빠져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였다. 다른 곳의 문화축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떠들썩함과 신명이 소리축제에는 실종되어 보였다.
4. ‘소리축제’에 대한 전주시의 지원도 부족해보였다. 문화의 전당 주변을 제외하고는 전주역이나 거리에 ‘소리축제’를 알리는 안내 깃발도 볼 수 없었다. 축제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는 운행되지 않았고 운행되는 버스도 전주역에서는 단 두 개로 그것도 30-40분마다 한 대씩 운행되고 있었다. 축제가 벌어지는 또 다른 장소인 <전주한옥마을>과 <문화의 전당> 사이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했다. 소리의 질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축제로서 <전주소리축제>는 축제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적 인프라를 포기했다. <전주소리축제>는 단순히 한 단체에서 공연하는 행사가 아니다. 전주의 매력을 ‘소리’라는 주제를 통해 표현하는 행사이다. 24회 행사라는데 오랜 시간의 노하우가 아닌 진부함만 남아있는 듯했다. <밀양 아리랑 축제>, <강릉 단오제 축제>, <안동탈춤축제> 등과 같은 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였다. 그것이 전주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주는 최소한의 문화적 성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참고로 전주역 주변에는 제대로 된 숙소가 없다. 문화의 전당 주변도 마찬가지이다. 전주의 문화시설 및 숙소는 ‘전주한옥마을’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역 주변에 숙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차여행객들에게는 불편했다. 나 또한 전주 숙박을 포기하고 <익산역> 주변에 숙소를 얻고 소리축제에 참여했다. 전북 최고의 도시 이용은 조금은 불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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