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 다솜 바위 서울 솔 한 배우리의 우리말 사랑

연구실에서 김슬옹 교수와. 2018년 7월
- 가람 |
|
'가람'은 원래 '갈'에서 나온 말로 보고 있다. '갈'은 '물'을 뜻하는 옛말. 따라서, '갈'자가 들어간 낱말 중에는 '물'과 관련한 것이 꽤 많다. '갈대'나 '갈풀' 같은 것이 그론 예다. '가람'이란 말은 '갈'에 접미가격인 '암'이 붙어 이루어진 말로 보인다. '말간 가람 한 고배 마슬을 아나 흐르나니' (맑은 강물이 한 굽이 마을을 안아 흐르니) '가람'을 보통 '강'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나, '호수'도 '가람'이다.

|
|
- 다솜 |
|
옛날엔 '사랑하다'를 '다소다'라고 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다소니'라고 했고, 사랑하는 말을 '다손말'이라고 했다. '사랑하다'의 뜻인 '닷다'에서, '닷'을 말뿌리로 하는 여러 낱말이 나온 것이다. 닷온=다손(사랑하온 사랑하는) 닷온+이=닷온이=다소니(사랑하는 사람) 닷온+말=닷온말=다손말(사랑하는 말) '다솜'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낱말이어서 이것은 여자 친구들 이름에 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을 남자 이름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러 '다솔'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렇게 될 때, 그 뜻을 어떻게 된다고 보아야 할까? '사랑할'의 뜻으로 볼 수도 있다. 다솜(닷옴)=사랑함 다손(닷온)=사랑하는 다솔(닷올)=사랑할

|
|
- 바위 |
|
산수간(山水間) 바회 아래 뛰집을 짓노라 하니--- 고산 윤선도(尹善道)의 산중신곡의 만흥(漫興) 6수 중 첫째에 나오는 시조 첫머리이다. 자연에 묻혀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지은이의 소박한 생활이 잘 나타나 있다. 산촌의 한 바위 아래에다 뛰집(띠풀로 이은 집=芽屋)을 짓고 살겠다고 했다. 지은이는 바위가 그 어떤 자연물보다 좋았던가?싶다. 바위의 옛말은 '바회'이다. 그래서 옛 문헌에도 대개 그렇게 나오고 있다.

·'구무바회'(孔巖)(구멍바위) <용비어천가>(三,13) ·'모미 바회 아래셔 사놋다'(몸이 바위 아래서 산다)(身岩居) <두시언해>(초간본 七, 31) '바회암(巖)' <훈몽자회>(上,3) 이 '바회'는 19세기쯤에 와서는 지금의 표준말과 같은 '바위'로 변하고 있음을 본다.
·'석위(石韋) 바위옷'<유씨물명고>(三,草) '바위'의 옛말인 '바회'는 그 어근이 '박'이다. '박'은 원래 둥근 꼴을 뜻했던 말로, 지금의 말의 '바가지'(박+아지=박아지)도 거기서 나온 말이다. '두레박', '표주박', '함지박' 등의 복합어에도 '박'이란 어근이 그대로 살아 있다. '바구니'도 '박'에서 나온 말이다. 즉, '바구니'는 '박'에 접미사 '-우니'가 붙어 이루어진 말이다. 그릇 이름에 '자배기(자박지)', '옹배기'를 보면 '-배기'가 붙어 있는데, 여기서의 '-배기'도 '박(박이)'에서 나온 것이다.
'바위'의 사투리가 '바구'(전남 경남의 일부), '방구'(강원 충북의 일부), '방쿠'(경북 청도군), '방퀴'(황해 대부분), '방우'(경상도 동 남부)인 것을 보아도 '바위'란 말의 원래 어근이 '박'이나 '방'임을 알 수가 있다. 전라남도 완도 지방에선 큰 돌을 '박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표준말의 '바윗돌'에 해당한다. '박'은 '바위'요, '독'은 '돌'이기 때문이다. '수레바퀴'의 '바퀴'는 '바위'의 친척말이다. 옛 문헌을 들춰 보자.
·'바회 륜(輪)' <훈몽자회>(中,26) ·'술윗 박회 간 못쇠'(車轄鐵) <동의보감>(탕액 三, 55) ·'술윗 박회 밧도리' <노걸대언해>(下, 32)
이와 같이 '바퀴'의 옛말은 '바회' 또는 '박회'임을 알 수가 있다. '바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바퀴'도 그 어원은 '바위'와 같은 '박'이다. 둥근 꼴을 뜻하는 말인 '박'은 '둥근 덩어리'의 뜻으로도 씌어 '박위'(지금의 말의 '바위')란 말을 낳았고, '둥근 모양의 것'의 뜻으로도 씌어 역시 '박위'(지금의 말의 '바퀴')를 낳은 것이다. 바가지의 '박'이 둥글듯이 '수레박(수레바퀴)'의 '박'도 역시 둥글다는 것을 생각하면 '박'의 원래 의미를 알 만하다.
|
|
- 서울 |
|
'서울'이라는 지명을 두고 항간에서 그 유래를 엉뚱하게 전하는 사람이 있어 혼선을 야기시키고 있다. 첫째, 서울이라는 지명이 '눈(雪)의 울타리'라는 뜻의 '설(雪)울'에서 왔다는 설이다. 조선 초에 서울에 성을 쌓는데, 하루는 눈이 많이 와서 그 눈의 녹은 자국을 따라 성을 쌓아 '설울'이 됐다는 것이다. 둘째, 서울은 성(城)으로 둘러싸여 '성(城)의 울타리'라는 뜻에서 '성(城)울'이었는데, 그것이 변해 '서울'이 됐다는 설이다.
그러나, 이것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말일 뿐,아무런 역사적 근거나 문헌-어원적 근거가 없다. '눈의 울타리'의 '설(雪)+울' 또는 '성(城)의 울타리'의 '성(城)+울'이 변해 '서울'이 되었다는 주장은 우선 '설(雪)울-성(城)+울'이라고 하는, 한자말과 우리말의 복합 관계가 매우 부자연스럽고, 그것을 인정한다 해도 '설울-성울'이 '서울'로 되었다는 주장은 우리말의 보편적 변화 과정으로 볼 때 타당하지 못하다. 서울'은 신라 때부터 써 온 말임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은 '서벌' 또는 '서라벌'이 그 바탕일 것으로 보이는데, 고 양주동 님이 한글로 풀이한 신라 시대의 향가 <처용가(處容歌)>의 '서벌'도 지금의 '서울'에 해당하는 말로 보고 있다.
새벌 발기 다래(東京明期月良) 밤드리 놀니다가(夜入伊遊行如何) 드러사 자래 보곤(入良沙寢矣見昆) 가라리 네히러라(脚烏伊四是良羅) 두블흔 내해엇고(二 隱吾下於叱古) 두블흔 뉘해언고(二 隱誰 下焉古) 본디 내해다마는(本矣吾下是如馬於隱) 아사놀 엇디하릿고(奪叱良乙何如爲理古)
이 노래에 담긴 뜻은 이러하다.
서울 밝은 달밤에 밤 늦도록 노닐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아내의 것이지만 둘은 또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아내이지만 빼앗은 것을 어찌할 것인가 이 노래의 가장 앞에 '새발 (새벌)'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새벌'은 당시 신라의 서울인 경주에 해당하고, 이것은 당시의 말로 '수도(首都)'에 해당하며, 신라 경주의 한자식 이름인 '서벌(徐伐)' 또는 '서라벌(徐羅伐.徐耶伐)'이 바로 이 '새벌'의 음차식(音借式) 표기로 여겨지고 있다. 학자들은 국호인 '신라(新羅)'나 '시림(始林)'도 '서벌'이 음차된 이름으로 보고 있으며, 백제의 수도인 '소부리(所夫里=부여)'나 고려의 수도인 '송악(松岳)'과 태봉의 수도인 '철원(鐵原)' 등도 모두 '서벌(서블)'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의 뜻인 이 '서벌-새벌'은 그 뒤로 조금씩 음이 변하면서 지금의 '서울'이라는 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훈민정음이 나오고 난 후의 조선 시대의 문헌들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문헌들에서는 지금의 '서울'이라는 말이 이처럼 '셔블','셔울' 등으로 나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를 보아서 신라 초 이래로 '머릿고을(首都)'의 개념으로 계속 써 왔던 '서울'이라는 말은 다음과 같은 소리 변화 과정을 거쳐 정착된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새벌>셔벌>셔블>셔불>셔울>서울 
|
|
- 솔 - 솔바람 |
|
'소나무'라는 이름의 원바탕은 '솔나무'이다. '솔나무(소나무)'의 '솔'은 가늘거나 뾰족하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잎이 가는 풀인 '부추'를 '솔' 또는 '졸'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솔'이 가늘다는 뜻으로 된 말에는 '솔새'(잎이 가느다란 풀), '솔이끼'(가느다란 이끼), '솔기'(옷의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줄) 등이 있다. '옷솔', '칫솔' 등의 '솔'이나 '솔잎', '솔나무(소나무)' 등의 '솔'도 '가늘거나 뾰족하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보고 있다. 잎이 가는 풀인 부추를 '솔' 또는 '졸'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 지금의 말 '송곳'은 '손'과 '곶'이 합쳐져 이루어진 말로 보고 있다. '손'은 '손발(手足)'의 '손'이 아니라, '솔다(細)'의 관형형이다. '곶'은 '뾰족함'을 뜻하는 말이니 '송곳(손곶)'은 '가늘고 뾰족한 것'의 뜻을 가진 말이다. '송곳'의 옛말이 '솔곶' 또는 '솔옷'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솔'과 '손'은 가늘거나 좁다는 뜻만이 아니라 단순히 '작다'는 뜻으로도 씌었다. 살갗에 좁쌀같이 작게 돋은 돌기를 '솔'이라 하고, 얼굴에 약간 얽은 마마 자국을 '손티'라고 한다. '손티'는 '작은 흠집'의 뜻이 담겼다. '소름'이란 말도 '솔'에서 나온 말임이 확실하다. 춥거나 두렵거나 마음에 징그러울 적에 살가죽이 오그라들며 겉에 좁쌀같이 도톨도톨하게 나돋는 현상이 '소름'이다. 이 말은 '솔다'(오므라들다)가 명사화한 '솔음'이 원말일 것이다. 땅이름 중에 '솔섬(松島)'이 많은데, 이 중에는 소나무와 관계 없이 작다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 많다. '솔내', '살내'도 '작은 내'의 뜻인 것이 많고, '솔뫼', '솔골'도 '작은 뫼', '작은 골짜기'의 뜻인 것이 많다.
'솔바람'을 '소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으로 알고 있는 이가 많으나, 사실은 약하게 부는 바람을 가리킨다. 우리말에는 '솔다'가 있는데, 이것은 '폭이 좁다'는 말이다. `바지통이 솔다(너비가 좁다). `저고리 품이 솔다(좁다). '솔'이 '가늘다'는 뜻으로 된 말에는 '솔새'(잎이 가느다란 풀), '솔이끼'(가느다란 이끼), '솔기'(옷의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줄) 등이 있다. '옷솔', '칫솔' 등의 '솔'도 가는 것들을 모아 만든 것이어서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 '솔'과 '손'은 '가늘거'나 '좁다'는 뜻만이 아니라 단순히 '작다'는 뜻으로도 씌었다. 살갗에 좁쌀같이 작게 돋은 돌기를 '솔'이라 하고, 얼굴에 약간 얽은 마마 자국을 '손티'라고 한다. '손티'는 '작은 흠집'의 뜻이다.
'소름'이란 말도 '솔'에서 나온 말이다. 춥거나 두렵거나 마음에 징그러울 적에 살가죽이 오그라들며 겉에 좁쌀같이 도톨도톨하게 나돋는 현상이 '소름'이다. 이 말은 '솔다'(오므라들다)의 이름꼴인 '솔음'이 원말이다. 땅이름 중에는 '솔섬'이 많다. 한자식 이름으로 '송도(松島)'라고 하는 이런 섬들 중에는 '소나무'와 관계 없이 '작다'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 많다. 즉, '솔섬'은 '작은 섬'의 뜻이다. '솔내', '살내' 중에도 '작은 내'의 뜻인 것이 많고, '솔뫼', '솔골'도 '작은 뫼', '작은 골짜기'의 뜻인 것이 많다.
'솔나무'는 발음상 '소나무'로 옮겨가기 쉽다. 우리말 발음에서 ㄴ 앞의 ㄹ은 곧잘 달아난다. 다음을 보자.
`버들+나무=버들나무>버드나무 `불+나비=불나비>부나비 `풀+나무=풀나무>푸나무 `아들+님=아들님>아드님 `하늘+님=하늘님>하느님 `물=논=물논>무논 
|
|
- 한 |
|
옛말로 '한쇼', '한새'는 각각 '황소', '황새'를 가리킨다. '한'은 모두 크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그대로 그 음에 머무르면 그 '크다'는 뜻이 그대로 전달되지만, 뒤에 '항'이나 '황'으로 바뀌어 불리고 그것이 표준말로 굳어지면 딴 뜻으로 알기가 아주 쉽다. '황소'를 누런 소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도 바로 그러한 경우. 그러나, '황소'는 큰 숫소를 가리키는 것이고 '누렇다'는 뜻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우리말 중엔 '한'이 앞에 들어간 것이 많다. 한길, 한숨, 한참, 한밑천, 한잠, 한가운데, 한글, 한여름, 한밤, ……… 숨을 크게 쉬면 '한숨'이고, 밑천이 많으면 '한밑천'이다. 길이나 밭이 넓으면 '한길', '한밭'이요, 시간이 오래면 '한동안', '한참'이다. 이것으로 보아 '한'은 '큰' 또는 '많은'의 뜻임을 알 수가 있다. '한'은 또 '위' 또는 '높음'의 뜻을 갖기도 해서 한아비(祖), 한어미(祖母) 등의 옛말을 볼 수가 있다. '한'은 '바른'(正), '가운데', '깊음'의 뜻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한낮'(正午), '한겨울', '한고비' 등의 낱말을 이루게도 했다. '한사리', '한더위' 등에서의 '한'은 '가장 심한'의 뜻을 지니고 있다. '한사리'는 매달 음력 보름날과 그믐날에 조수(潮水)가 가장 높이 들어오는 때를 가리키는데, 한자로는 대기(大起)라고도 한다. '한가위'의 '한'도 '가장'(最)의 뜻을 지니고 있다. 음력 팔월 보름의 '한가위'는 윈래 '한가비'로, '가장 한가운데'의 뜻을 담고 있던 말이었다. 가을(음력 7∼9월) 중 가운데(8월)요 또 그 가운데의 달 중에서도 가운데의 날(15일)이기 때문에 이 말이 나온 것이다. '한가비'의 '가비'는 '갑'이 변한 말인데, '갑'은 '가운데'라는 뜻의 옛말이다. '한'은 '하'에 'ㄴ'이 합쳐진 말이다. 여기서 ㄴ은 관형형 어미이고 '하'는 그 어간이 된다. 결국 '한'은 '하'에서 나온 말인데, '하'가 '해'(태양)의 옛말임을 생각하면, 지금의 '한'을 취한 그 많은 말들이 모두 '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역시 해는 무척 밝고,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는 것이어서, 그 위력만큼이나 많은 말들을 이루게 했다.
- 배우리의 - 우리말 사랑 http://cafe.daum.net/name0900/baO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