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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퀀스sequence 1-라디오
바깥의 칼바람이 두려워 미지근한 아랫목에서 솜이불 뒤집어 쓴 채 벽에 붙어 있는 장방형 박스에 귀를 쫑긋 세운다. 그 밑에는 ‘민주공화당 국회의원 김장섭’이 보낸 한 장짜리 달력이 도배되어 있고, 옆에는 ‘HOPE'란 문자와 원앙 한 쌍이 물 위를 헤엄치고 있는 수가 놓인 흰 광목으로 가린 간이식 옷장이 스크린처럼 펼쳐져 있다. 60년대 말 국민학교 4∼5학년 무렵의 겨울방학 정경이다.
난 ‘라디오 키즈’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라디오가 아니다. 그 시대에 비싼 라디오 들여놓고 사는 집이 몇이나 되었겠는가? 면사무소에서 소정의 비용을 받고 유선으로 연결해 준 박스 모양의 스피커였다. 저렴한 비용으로 꽤 괜찮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장치. 오로지 한 주파수에 고정, 오전 11시 55분부터 밤 몇 시까지 제 맘대로 켜지고 제 기분에 따라 꺼지는 불이익쯤은 기꺼이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시작은 오프닝 뮤직, “바바바밤∼ 바바바밤∼” <눈물 젖은 두만강> 경음악을 배경으로 “김삿갓 북한방랑기!”라는 멘트가 이어진다. 풍류시인 김삿갓의 가상적 북한 여행기. 꽁트 형식으로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상과 북한 공산집단의 잔혹상을 고발하다가, 풍자시로 끝을 맺는다. 이어 12시 뉴스가 진행되지만 흥미를 잃는다. 으스름한 저녁나절에야 다시 스피커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연속극 <삼현육각>이 전개될 시간이다.
“…삼현육각 울리면서… 귀밑머리 마주보며 너와 나는 다짐했지.”로 시작되는 주제가. 여기가 한계다. 머리 나쁜 나로선 더 이상의 가사를 기억해낼 수는 없다. 역사시대극. 세도가 김판서(정판서였나?)가 장원급제한 주인공 청년을 사위로 삼고자 하고, 이미 한 처녀와 정혼한 바 있는 그는 거절하고, 그를 이유로 김판서가 두 사람을 핍박한다는 그렇고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해금 · 젓대 · 피리 둘 · 북 · 장고의 6잽이로 장원급제자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연주 편성이 삼현육각이라는 것은 아주 나중에 알았다.
“공개방송 재치문답 시간이 돌아왔습니다!”라는 멘트로 시작되던 <재치문답>도 큰 인기를 누렸다. 한국남, 안의섭, 조경철 등 입담 좋은 패널들의 이름은 지금도 생각난다. 특히 한 주제를 두고 “∼라 푼다.” 하여 각자 재치를 뽐내던 코너가 기억에 또렷하다. 사회자가 “라디오란?”하고 화두를 던지면, 패널들이 “수도꼭지라 푼다. 틀면 나오니까.”라고 재치 있게 풀어내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유사한 프로그램인 공개방송 <백만인의 퀴즈>도 꼭 챙겨 듣곤 했다. 보이지 않는 라디오는 무궁무진하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텔레비전은 많은 라디오 스타(상상력)를 사라지게 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s." 더 버글스Buggles의 노래 타이틀이다.
#시퀀스sequence 2-책
70년대 초. 죽장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이러저러한 이유로 홀로 입암에서 학교를 다녔다. 유일한 문화생활은 책 읽기. 라디오도 없었다. 방인근의 통속소설, 김래성의 추리소설 등은 일찌감치 마스터했다. 큰형님이 남겨두고 가신 동화출판사 간 짙은 청색표지의 한국문학전집 20권짜리를 통독하기 시작했다.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막연한 동경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단편소설이었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 <파도>, 일제 강점기 때 함경도 갯마을을 배경으로 한 한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내용이었는데, 희한하게도 그 마을의 정경이 어릴 적에 딱 한번 가본 구룡포를 연상시켰다. 해변, 적산가옥,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읍내라는 배경 때문이었을 게다.
김동리의 <까치소리>는 성장기인 나에게 여성에 대한 아련한 호기심을 갖게 했던 것 같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주제가 닮은 <역마>, 오영수의 <사하촌> <갯마을>, 이범선의 <학마을 사람들> <오발탄>, 전광용의 <꺼삐딴 리>, 유주현의 <조선총독부> 등등은 나의 성장기 감수성 확립에 원천이 되었다.
세계문학은 죽장중학교 도서관에서 접했다. 주로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들부터 섭렵하기 시작했다. <분노의 포도> <데미안> <대위의 딸> <죄와 벌>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등등. 열심히 읽었으나 대개 중역(영어→일어→한국어)되거나 번역에 오류가 많아 작품의 내용은 물론 주제조차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장도 연결되지 않는 유체이탈식 번역도 많았지만 무조건 읽어댔다. 결국 줄거리나 익히는 정도였다. 도서관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서무과에 근무했던 ‘태두아재’의 덕이 컸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개방해주었는데, 당시 죽장중학교 도서관은 책 창고로서 늘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외로웠던 3년 간, 책은 나의 문화생활의 대상이자 벗이었다. “Live always in the best company when you read."
#시퀀스sequence 3-영화
시퀀스1과 2가 시기가 겹친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입암에 살았던 분들은 기억할 수 있을 시대적 미장센. 담배, 고추 수납하고 모처럼 주머니에 현금이 두둑해질 무렵, 까치소쪽을 통해 입암으로 다가오는 외지인 무리가 있었다. 이름만으로도 그리운 ‘가설극장’ 팀들이었다. 빈터에 긴 기둥을 박아 흰 광목으로 두르면 감쪽같이 극장으로 변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죽장면민 여러분!”으로 시작하여 “오늘 밤 여덟시, 오늘 밤 여덟시에 조합(농협) 창고 앞 가설극장에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문정숙, 엄앵란, 장동휘, 허장강, 박노식, 이대엽,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다 출연하는 영화입니다. 빨리 오시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저녁을 드시고 오시기 바랍니다!”를 반복하던 선전꾼. 영화 포스터로 화려하게 장식한 소달구지에 앉아 미재나 현내쪽으로 이동하면서 그렇게 분위기를 띄우던 장면이 생생하다.
10원이었던가 20원이었던가? 입장료가 없을 때는 밖에서 오디오로만 줄거리를 파악하다가 상영 마지막 20분전 쯤 퇴장관객들을 위해 포장을 걷을 때 슬며시 들어가도 눈총을 주지 않았다. 선전대로 ‘총천연색’ 영화도 상영되었지만 흑백영화도 많았다. ‘시네마스코프’란 용어의 뜻도 모르고 “오늘 하는 영화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맞제?”라 아는 척 하기도 했다. 상영중에 필름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관객들의 탄식과 함께 젊은이들은 두 손가락을 입에 꽂고 ‘휘익’ 휘파람소리를 내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낡은 필름은 멀쩡한 날씨에도 자주 스크린에 비 내리는 장면을 연출하게도 했다.
<폭군 연산> 같은 사극은 어른들에게, <빨간마후라>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전쟁영화는 우리 또래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저희들 맘대로 남자 배우계의 양대산맥이었던 신영균과 최무룡을 라이벌 구도로 형성, 팬덤이 나누어지기도 했다. 김희갑, 서영춘, 구봉서 등이 출연하는 코메디 영화는 어른 아이 구분할 것 없이 다들 좋아했다. 어쨌거나 가설극장을 통하여 처음으로 접했던 영화라는 매체, 나에게는 새롭고 충격적인 문화였다.
방학이 되면 남들과는 다르게 고향 입암을 떠나 있곤 했다. 아버지가 대구 덕산동 반월당 부근에서 자그마한 세탁소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 한 달 동안 방학 중 누렸던 가장 큰 문화혜택은 영화였다. 세탁소 창문에 영화 광고지를 붙이는 대가로 주어지는 초대권. 평상시에는 손님들에게 팔았지만, 방학 중에는 오롯이 내 몫이었으니, 남문시장 부근에 서로 마주하고 있던 대한극장과 대도극장이 곧 나의 ‘시네마천국’이었다. 리칭 주연의 대만영화 <스잔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석양의 무법자> 등 스파게티(마카로니) 웨스턴 ‘무법자’ 시리즈. 숀 코넬리가 본드 역을 맡았던 <007 골드핑거> 같은 외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시점이 그때였다.
신천동으로 이사 온 입암 친구 집에 놀러갈 때는 칠성동 신도극장이나 두 편씩 상영하던 동신극장이 파라다이스가 되었다. 어쩌다 돈이 생기면 재개봉관인 동성로 송죽, 자유극장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서울에 진출해서도 여전히 영화에 광기를 보였다. 거주지 수유리와 가까운 미아리 대지극장, 삼양동 아폴로극장, 수유리 세일극장, 서울 개봉관의 입장료의 반 가격으로 따끈따끈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의정부 중앙극장이 나의 주무대였다.
지금 생각해도 과도하게 영화에 탐닉했으며,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면 어떨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꿈은 쉽게 접었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았다. 영상감각 제로, 열정 제로, 플롯 구성 능력 제로, 전문성 제로.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은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즐기는 것으로 일찌감치 결론 내린 바 있다. 서정주 시인은 본인 인생의 8할을 바람이라 했다. 감히 이에 비유하자면 내 감수성의 8할은 라디오와 책, 그리고 영화였을 것이다. 나머지 2할의 대부분은 음악일지도 모른다.
#길 그리고 시네마 천국
삶에 관한 가장 흔한 비유 중 하나가 ‘길’이다. 너무 흔하여 사유死踰(죽은 비유)로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쓰이는 이유는 딱 하나. 그 이상의 표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비유는 여전히 대단한 호소력을 가진다. 영화 또한 길이다. 무릇 영화를 포함한 모든 예술의 본질은 ‘머묾’이 아니라 ‘유랑’을 추구하고 표현하니까. 1954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길 La Strada>이란 흑백영화가 있다. 이리저리 떠돌이로 살아가는 터프가이 잠파노(앤서니 퀸 분)와 부모에게 돈을 주고 사들인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 분)가 펼치는 로드무비이다.
약간 모자라지만 영혼이 맑은 처녀 젤소미나는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곡예사인 잠파노에게 팔려서 여행길로 나선다. 잠파노는 그녀를 아내로 삼지만, 돈만 있으면 다른 여자를 찾는 단순하고 난폭한 사내다. 젤소미나는 서커스에서 '나무도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청년(베이스하트 분)을 만나 그로부터 아름다운 바이올린 음악과 사랑을 배우게 된다. 이에 분노한 잔파노는 나무도장을 살해하고, 젤소미나는 실성하고 만다. 잔파노는 실성한 그녀 몰래 떠나 버린다. 세월이 흐른 후, 어느 마을에 들린 잔파노는 젤소미나가 사랑하던 나무도장의 곡에 붙인 가사로 노래를 부르는 한 여인과 조우한다. 그녀는 잠파노에게 한 미친 여인이 이 곡을 흥얼거리면서 죽었다고 한다. 비로소 잠파노는 눈물을 흘리며 오열한다.
젤소미나를 가혹하게 대하면서도 바보 곡예사에게 매력을 느끼는 젤소미나를 질투하는 잠파노의 기묘한 심리 등, 그들은 유랑 중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과 욕망을 낱낱이 드러낸다. 감정과 현실의 괴리를 우화적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낸 이 영화. 오래된 작품이지만 정체성을 잃고 방향 없이 길을 걸어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얼핏 생각하자면, 개개인이 각각 가족이나 직장 등 단체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은 죽는 날까지 쉼 없이 유랑하며 유랑을 꿈꾸는 존재다. 몸이 쇠하면 시간을 거꾸로 이동하는 버릇도 있다. 이를 추억, 또는 회상이라 한다. 인간의 본성은 결코 한곳에 정주하려 하지 않는 법, 유랑을 통해 사고하고 행동한다. 로드무비road movie가 다른 장르에 비해 사유적 감동을 더 주는 까닭이다.
로드무비란 공간을 이동하면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장르이다. 단순여행, 밥벌이를 위한 유랑, 도피를 위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이동도 포함된다. 플롯의 최종 기착지는 ‘성장’이다. 인간이란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체득해 나가는 것이다. 로드 무비에서 ‘길’과 ‘유랑’이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자신의 ‘쌩얼’을 발견하는 과정의 메타포이다.
<길>에 이어 많은 영화들이 '길road'의 서사를 차용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스탠바이 미 Stand by Me>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g on Heavens Door> 등등이 로드무비의 걸작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한국의 로드무비는 <삼포 가는 길>이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만다라> <서편제>도 훌륭한 로드무비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은 로드무비의 장르에 속하지 않는다. 플롯자체가 공간이동에 의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이 영화를 로드무비에 포함시킨다. 유랑이 어디 꼭 공간이동만의 뜻을 품는가? 거꾸로 이동하는 시간여행도 유랑길이다. 억지라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체득해 나가는 플롯이니 억지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도 <길>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다.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시실리의 한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한 영화감독의 회고를 통해 펼쳐진다. 1980년대의 로마, 영화감독 살바토레 드비토(자크 페렝 분)는 알프레도(필립 누아레 분)의 부음을 듣는다. 고향을 떠난 지 30년 동안 돌아가지 않았던 살바토레는 고향을 떠올리며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2차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0년대였다.
시실리에 살고 있는 여섯 살 살바토레(아명 토토). 아버지는 러시아 전선에서 전사, 가족이라곤 어머니와 여동생 토토 달랑 셋이다. 토토는 아델피오 신부를 도우는 복사를 하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성당에서 영화를 보면서 지냈는데, 극장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를 신부가 사전에 검열하기 때문이었다. 검열이 끝나면 토토는 마을의 소극장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에게 필름을 넘겼다. 어느 샌가 극장을 제 맘대로 들락거리는 토토를 마뜩찮아 했던 알프레도도 초등학교 검정고시 시험 때 토토가 슬쩍 답을 알려준 다음부터 태도가 달라진다.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 시작되고 토토에게 영사기 조작법까지 가르쳐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필름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고, 알프레도는 화상으로 시력을 잃는다. 극장은 전소된다. 이후 벼락부자 시치오가 극장 문을 다시 열고, 장님이 된 알프레도를 대신하여 토토가 영사기사로 취직한다. 극장주 시치오는 신부의 검열을 거부하고 키스신, 베드신을 양껏 보여준다. 동네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신부는 분노한다. 청년 토토(마르코 레오나르디 분)는 같은 학교 여학생 엘레나 멘돌라(아그네스 나노 분)에게 반하여 구애 끝에 그녀와 교제한다. 그러나 은행 중역인 엘레나의 아버지는 가난한 영사기사 토토를 못마땅해 하여, 자기 사업 파트너와 엘레나를 억지로 약혼시키려 한다. 이에 엘레나와 토토는 극장에서 만나 대책을 세우고자 하지만 길이 어긋나고, 병무청의 실수로 토토가 군대에 끌려간다.
제대 후 토토가 돌아왔지만 극장에는 새 영사기사가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엘레나의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알프레도는 망연자실한 토토에게 로마 같은 넓은 세상으로 떠나라고 말한다. 절대로 시실리로 돌아오지 말고, 편지도 하지 말라는 그의 당부를 뒤로 하면서 토토는 로마로 향한다. 긴 회상에서 깨어난 살바토레.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시실리로 날아온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어 귀향한 그는 자신의 성공이 알프레도 덕분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알프레도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고, 고향에 돌아와서 그가 하는 것이라고는 방에 틀어박혀 엘레나와의 추억을 반추하는 것뿐이. 모처럼 외출한 어느 날, 술집에서 엘레나를 꼭 닮은 여대생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아이가 엘레나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늙어버린 엘레나로부터 그 옛날 서로 길이 어긋나게 된 까닭을 처음으로 안다. 엘레나가 알프레도에게 변경된 약속장소를 쪽지를 남겼지만, 엘레나와의 관계가 토토의 앞날을 방해할까 두려웠던 알프레도가 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 30년 동안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더 이상 어찌할 도리는 없다.
로마로 떠나기 전, 살바토레는 방울방울 추억이 어려 있는 낡은 극장 시네마천국 건물이 폭파되어 무너지는 서글픈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마을 주민들은 아쉬워했지만, 극장 역사의 한 켠에 비켜 서 있었던 젊은이들은 허물어진 극장의 잔해 사이로 오토바이를 타고 누비면서 낄낄거린다. 이를 지켜보던 살바토레는 알프레도의 유품인 필름 뭉치를 들고 로마로 돌아온다.
넓직한 시사실을 독차지하고 앉은 살바토레. 그의 눈앞에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이 스크린에 전개된다. 30여 년 전, 신부가 검열하여 가위로 잘라낸 수많은 키스 신들. 알프레도가 모두 이어 붙여놓은 영상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숱한 키스신을 바라보면서 살바토레는 자신에게 큰 사랑을 베풀었던 알프레도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이 영화의 OST 중 하나인 'Love theme'
첫댓글 모처럼 시간이나서 읽어보니 옛날 죽장중학교 회상이나내
어릴때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잘알고있나, 나는 생각나는게 별로 없는대
잘 읽어 보고 많은 감명 받았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서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