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 원싱이들끼리 광교호수공원으로 밤산책을 나섰다. 제1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푸른숲도서관 방향으로 돌았다.
우리는 앨리웨이 베이커리 카페에 들려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우선 오상진·김소영아나운서가 운영한다는 책발전소에 먼저 들어가 보기로 했다. 둘러보다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82년생 김지영'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이슈가 되고 있는 책이다. 궁금해 구입했다.
책은 하루만에 쓰윽 읽혔다. 읽으며 나는 계속 제목을 다시 보았다. 82년생?, 진짜 82년생? 왠지 나보다도 훨씬 전세대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읽으며 나는 좀 답답했다. 자신이 바꾸어보려는 생각은 안하고 다 남의 탓만하는 수동적인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건 82년생 여자들의 전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김지영이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왜 통계자료를 통해 전체가 그런 것처럼 이야기 하지? 이래서 자꾸 페미니즘이니, 젠더니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건가?
나의 어린시절은 딸만 둘인집의 막내로 어려서부터 아빠는 나를 데리고 자주 외출 하셨었다. 목욕도 아빠랑 다니고, 제사도 지내고 제사가 끝나면 제삿밥 한그릇은 늘 내몫이었다. 머리는 길러본적 없이 동네골목대장으로 몸으로하는 게임들은 고루고루 잘했으며, 아빠는 계주선수인 나를 가까이서 보신다고 초등학교육성회에도 들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애가 왜그러니?"라는 소리는 들어본적이 없는것 같다. 아들이 없어 아들노릇을 대신 한다는 생각을 했던건 아니지만 이 때부터 결혼해서 엄마,아빠는 내가 모셔야한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그러면 엄마의 어린시절 이야기라도 들었어야하는데 나는 늘 나가서 친구들이나 동네아이들과 노느라 엄마일을 돕거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었다. 엄마도 내게 엄마일을 도와달라고 한적이 없으셨다. 내가 소설 속 김지영을 완전히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은 이런 어린시절 때문이며 이렇게 키우신 엄마,아빠에게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더 중요한건 내게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뭐든 좋은게 좋은거라는 생각으로 어떤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다. 문제의식이 조금 생긴건 회사에 다니면서부터였던거 같다. 요즘 사회분위기면 성추행으로 보일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상사들, 그런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는 66년생 백말띠언니들, 뒤에서 상사를 욕하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언니들을 드세다면 흉보는 큰언니들........그런 언니들을 보며 내가 격은건 아니니까라며 방관하는 쪽이 나였던거 같다. 아니 적당히 타엽하는것이 사회생활을 잘하는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과 영화를 본 샘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 자신을 반성해봤다. 문제의식이 없는것이 문제라는 생각도 하면서...
그리고 작가가 바랬던게 이런 것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있거나 모르고 있었던 의식을 깨우는 일. 이 책을 통해 그것을 깨우치고 지금도 어디에서 상처받고 움츠리고 있는 또다른 김지영을 잊지말고 깨어나라는 메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