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화재경보 오작동이 자주 일어난다.
노후화된 시스템 문제일수도 있고, 학생들의 실수일수도 있고 하여튼 일 년에 서너 차례 이상 경험하는 일이다.
수업이 다 끝난 오후. 4층 교과실에서 업무처리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날카로운 화재경보음이 학교 전체를 울린다.
뒤이어 매뉴얼 된 기계음으로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긴급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경보 방송이 교내에 울려 퍼진다.
놀란 마음으로 뛰쳐나가 복도에서 놀고 있는 학생들과 방과후 교실을 찾아가는 학생들을 향해 ‘당황하지 말고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대피 하세요’라고 말하며 4층부터 시작해서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기 시작했다. 한 층 한 층 내려갈 때마다 곳곳에 서서 학생들을 대피시키는 선생님들과 방과후 선생님들이 보인다.
또 놀라서 뛰쳐나가다가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평소 훈련한대로 계단을 이용할 때도 차분하게 이동시키려는 선생님들도 보인다.
반면에 자주 있는 오작동이려니 생각하고 아무 일 없는 듯 무덤덤하게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학생들도 보이고, 당황해는 하지만 자주 있어왔던 오작동은 아닐까 하면서 상황파악부터 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보인다. 심지어 교실 밖을 나오지 않고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고 몸을 내민 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여튼 운동장으로 대피시키자마자 교내방송으로 “잘못된 경보였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학생들이 장난하다가 소화전을 눌렀고 그게 경보를 울린 것이었다.
한숨 돌리긴 했지만 뒤이어 이건 뭐지~ 하는 황당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노후화된 학교안전설비 탓에 오작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 학생들이 실수로 눌렀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지만
오작동이건 뭐건 경보음이 울리면 무조건 가장 먼저 안전하게 학생들을 대피시켜야 하는데, 또 학생들도 스스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피해야 하는데
학생들도 어른들도 오작동에 익숙해진 듯 상황파악을 먼저 하는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내 눈에 화재가 보이는 게 아닌 이상 내 일 아니라는 듯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매년 몇 차례씩 이어지는 재난 대피훈련은 왜 하고 있는 건지 당황스럽다.
누구를 탓하고자 함이 아니라 세월호 이후 강조되는 학교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내일 학교에 가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공론화 할 생각이다.
학교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