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봉 스님 열반송
효봉 스님이 입적하기 며칠 전 곁에서 시봉들이 청을 드렸다.
“스님, 마지막으로 한 말씀 안 하시렵니까?”
“나는 그런 군더더기 소리 안 할란다. 지금껏 한 말들도 다 그런 소린데...”
그리고는 어린애처럼 티없이 웃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글을 읇었다.
오설일체법(吾說一切法)
도시조병무(都是早騈拇)
약문금일사(若問今日事)
월인어천강(月印於千江)
내가 말한 모든 법은
그거 다 군더더기
오늘 일을 묻는가
달이 일천강에 비치니라.
이것이 효봉 스님 열반송(涅槃頌)이다.
1966년 10월 15일 새벽 3시
예불을 모실 시각에 스님은 말씀하셨다.
“얘, 나 좀 일으켜다오”
부축해 드리니, 평소에 공부하여 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다시 말씀하셨다.
“나 오른 갈란다.‘
얼마 못 사실 것을 곁에서도 예견한 터라 태연하게 물었다.
“언제쯤 가시렵니까?”
“오전에 가지.”
이 말을 마치자 눈을 감고 오른손에 호두알을 굴렸다.
“무(無)라....무(無)라....” 스님은 가끔 이런 소리를 하셨다.
이렇게 잠잠히 앉아 있는 것을 지켜보고 물었다.
“스님, 화두는 들립니까. 지금도 성성(惺惺)하십니까?”
“응, 응, 응.......”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오전 10시. 맑게 갠 가을 날. 손에 굴린던 호두알이 문득 멈추었다. 표정이 굳어졌다.
마침내 조용히 입적(入寂)하시다.
일흔아홉 해 한 수도인의 생애가 조용히 막을 내린 것이다.
출처 : 법정 스님 <영혼의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