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산막골 성지와 작은재 성지, 독뫼 공소터, 불무골 교우촌을 방문하였습니다.
봄은 이미 떠났노라 선포하듯 초여름 열기처럼 매우 뜨거운 한낮이었지만, 지천을 수놓은 이름모를 들꽃과 과일꽃, 쏘삭쏘삭 돋아나온 아기나뭇잎들은 아직까지 만연한 봄빛을 흩날리는 중이었어요. 봄꽃이 된듯 아기잎이 된듯 저도 연신 '아이 이뻐~!' 미소로 화답한 하루였습니다.
산막골 성지
봄놀이 상춘객들로 길이 많이 밀려 미사 예정시간보다 1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 산막골 성지에 도착했습니다. 산막골 성지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성전에서 잔잔한 미소로 순례객들을 맞고 계신 장인국 세례자요한 신부님과 봉사자들, 반려견 새리가 애정으로 성지 조성 사업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1839년 기해박해 이후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서천 지역 산막골에 교우촌을 이루었고 내포 지역에서만 22개의 교우촌이 생겨났습니다. 안동권씨의 집성촌이 있었기에 관졸들이 쉽게 들어갈수 없었기도 했지만 그렇게 큰 교우촌이 형성될 수 있었던 힘은 사제의 거주 사목과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 루도비코의 열심한 포교 활동, 충북 연풍에서 이주해 와 병인박해 전까지 10년의 포교 활동을 산막골에서 하셨던 황석두 루카 성인, 진산사건의 권상연 야고보가 도망을 와 포교 활동을 펼친 것까지 우리 신앙선조들의 크나큰 신앙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1858년부터 페롱 신부가 사목 활동을 하였던 산막골 성지는 최양업 신부가 여러 차례 방문하여 페롱 신부와 각별한 교우를 하며 제주 지역 첫영세자인 김기량 펠리스의 방문을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사제가 기거하는 사목지였던 산막골은 국내외 사제 수도자들이 수차례 방문을 하며 지역 신자들과 교우를 함으로써 더더욱 신앙촌이 커질 수 있었고 이는 수많은 순교자를 낳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서천 지역 순교자 중 기록이 남아있는 순교자는 57명이며 산막골에서만 10명의 순교자가 나왔고 이외에 이름없이 순교하신 수많은 신앙선조들이 계십니다.
산막골 성지에서 미사를 드리고 맛있는 점심식사를 한 후, 장인국 신부님의 안내로 작은재 성지까지 도보순례를 했습니다. 현재 산막골에서 작은재까지 가는 옛길 3.5km를 복원 중인데 가는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천방산 자락을 오르고 능선을 타고 오솔길을 걷다보니 신앙의길 2코스가 떠오르기도 했고 힘들지만 보람찬 도보순례였습니다.
작은재 성지와 독뫼 공소터
천방산 기슭에는 이름없이 묻힌 신앙선조들의 줄무덤터가 있습니다. 독뫼 공소터와 작은재 공소터를 이어주는 고갯마루에 위치해 있는데, 무연고자들의 무덤을 정리하는 국가 사업으로 무덤 발굴이 있었으며 현재는 터만 보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무덤 발굴 당시 수많은 십가가와 신앙 증거자료들이 다수 출토되었으나 이 유물들을 어느 곳에 다시 모셨는지 증언을 해주지 않아 실지 유해와 자료들은 찾을수가 없다고 합니다.
불무골 교우촌
불무골은 최양업 신부가 1857년에 스승 르그레즈와 신부와 리브와 신부에게 각각 올린 두통의 서한을 작성한 곳입니다. 당시 조선의 박해 상황, 사목 보고와 애환, 사목 활동의 내용이 소상히 적혀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교우촌이라고 추정되는 주소지의 전봇대 하나에 불무골 교우촌이라는 팻말만 덩그러니 걸어놓은 상태로 인근의 토지 수용 등 성지로 개발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아침식사로 콩호박쑥떡과 황금향귤을 제공해주신 두 부단장님(정봉근 요셉, 김명숙 레지나) 덕분에 든든히 순례 잘 다녔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매듭묵주를 봉헌해주신 일산성당(김은희 플로라 자매님 주도) 매듭팀에게 감사 인사 드립니다. 아직 성물방도 없는 작은 성지라 성지 조성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 신부님이 유용하게 쓰실 것 같다고 고마워 하셨습니다. 무지베리 감사드립니다.
5월에는희망의순례자 21번째 성지인 참회와 속죄의 성당 성지순례와 함께 평길단 단합대회도 있는 달입니다. 알차고 재미있게 준비해보려 하니 많은 성원과 참석으로 자리를 더욱 빛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나 기타 사유로 못나오고 계신 단원들께서 참석해주신다면 더욱 기쁨이 클거 같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5월 순례에서 기쁘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