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시|
주소
김완수
자주 주소를 두고 올 때가 있다
삶의 번지수를 우산처럼 잊고 나와
생각 없이 비를 흠뻑 맞을 때가 있다
주소를 허물 벗듯 살다 보면
초록草綠도 그늘도 없는 나무가 된다
소속 없이 걷는 일은
이념 없이 사는 것과 같다
무연고의 계절을 나던 날들
어느 열대 바닷가에 있어도
냉담冷淡의 해풍에 녹슬어 갔다
내 삶의 궤적은 뜬풀이 떠다닌 길
때론 집을 두고 온 것 같아
골목으로 급히 들어서 보지만
고장 난 초인종을 누르듯 헛헛했다
주머니에서 허겁지겁 집을 찾은 적 있었다
주소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내게 열정熱情의 우체부가 다녀간 것 같은 날
가슴 한편의 우편함을 뒤적이다가
열없이 빈손으로 돌아서는 일처럼
내 기척만 확인하는 일은 슬펐다
사냥감을 놓친 짐승처럼
어두운 집에 터벅터벅 돌아온 날 많아도
허허 웃으며 불을 켠 날이 있다
어쩌면 산다는 건 나를 도드라지게 하는 일
가끔은 내가 주소라는 게 행복할 때가 있다
김완수 | 201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4년 제10회 5·18문학상 신인상(시), 2015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2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꿈꾸는 드러머』, 단편 동화집 『웃음 자판기』, 시조집 『테레제를 위하여』.
김완수 | 201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4년 5·18문학상 신인상 시 당선, 2015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2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꿈꾸는 드러머』, 단편 동화집 『웃음 자판기』, 시조집『테레제를 위하여』.
약력
광주광역시에서 나서 전북 전주시에서 자랐으며, 201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2014년 제10회 5.18문학상 신인상에 시가, 2015년 광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고, 202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됐다. 작품집으론 시집 『꿈꾸는 드러머』(2019), 단편 동화집 『웃음 자판기』(2020), 시조집 『테레제를 위하여』(2022)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