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정은 현대 그룹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가 공정위원회로부터 약 1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고약한 것은 이번에 제재를 받은 현대증권이 지난 4월 KB 금융에 매각되기 전까지 이런 불법을 계속해 왔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2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좀 더 폭 넓게 제재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이런 행태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할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의 경우 20%)는 양 측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의 규제 심사 대상이 된다. 이를 어기면 오너는 징역형(3년 이하)이나 벌금형(2억원 이하)에 처해지고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제와 공정위의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대기업 오너 일가들은 규제대상 상장 계열사의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낮춘다. 일례가 현대차 그룹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지난해 광고계열사인 이노션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보유중인 주식 140만주와 160만1천주를 매각했다. 그 결과 정 부회장의 지분은 기존 10%에서 2%로, 정성이 고문의 지분은 40%에서 27.99%로 낮아졌다. 이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30% 보다 낮은 29.99%로 조정된다.
정부가 압박을 가하고 국민 여론이 비등해질 때마다 대기업이 들고 나오는 게 ‘상생’이다. 하지만 상생한다며 그들이 내 놓는 돈의 90% 이상이 자신들의 호주머니로 다시 들어간다면 일감 나누기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번 경우에서 보듯이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 정도는 우습게 알고 있다. 적발될 경우 과징금만 내면 된다는 식이다.
아직도 다수 대기업들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정부나 국민이 이를 깨닫게 해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대기업의 횡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다른 곳으로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 차제에 대기업의 횡포를 뿌리 뽑아야 한다. 기사입력: 2016/05/16 [18:29]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17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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