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4년 10월 18일 이른 아침
행선지: 소백산(어의곡리 - 비로봉 - 천동리)
참가자: 종원/호경/병서/상희/승기/동건/진한/형섭/신한/한근/명인/민우/종구/해관/경록/택수
秋人 16명이 모였다. 오늘은 든든하다고 회장단이 너스레를 떤다. 직업적으로 나열하면 2인의 목사, 2인의 교수, 2인의 고관, 그리고 한 때 내노라했던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중에서 특히 배진한군이 새벽차로 대전에서 올라와 동참한 것은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김승기군이 아직 온전치 않은 회생으로 합류한다. 건투를 빈다. 버스는 아침을 깨우며 종합운동장을 뒤로 하고 소백산으로 출발한다. 버스는 마침 우리가 작년에 이용했던 KD 그룹사의 것이어서, 안락하게 다녀올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회사 경영방침에 대해 좋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직원 대우가 고스란히 고객만족으로 전달되는 경영방식이기 때문이다. 토요일 중추의 가을은 익어가고 나무는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가기 가는 날이다. 붐비는 영동고속도로를 천천히 달리다가, 문막휴게소를 지나니 그 많던 차들은 어디로 사라지고 드물다. 거리의 가로수들과 멀리 들판이 잠들어 있는 감정과 영혼을 깨운다. 작은 변화로 오늘은 16인의 인생이 즐거울 것 같다.
10시반경 소백산 입구 어의곡에 도착하고, 간단히 준비한 후 산에 오른다. 소백산은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높고 낮음의 분별없이 그냥 우리를 맞이한다. 수수한 조선백자 같다고나 할까. 분비지 않은 코스를 택했기에 고즈넉하다. 3시간 천천히 오르고, 어느덧 정상 비로봉이다. 작을 小가 낮은 자세로 우리를 맞이한다. 정상 주변은 완만한 크지 않은 광장이다. 언덕같은 등선들이 곡선을 잇대면서 아래로 천천히 내달린다. 멀리 주변산들이 보이고, 높은 하늘과 햇살이 눈부시다. 작은 억새풀과 봄을 자랑했던 철쭉의 단풍이 소박하다. 인증샷 한방하고 점심자리를 찾는다. 여물어 가는 가을은 점심의 좋은 반찬거리이다. 飮食, 마실 飮 다음에 먹을 食이니, 한잔의 막걸리가 먼저 몸과 마음을 녹인다. 각자의 성찬이 모이고, 한 시간을 흥겹게 보낸다. 이것야말로 작은 사치이다. 적절히 낮은 비용에 고품질을 만끽한다. 최근 경영의 화두답다. 고객들에게 작은 사치의 기회를 주고 행복하게 해주어라. 그러면 돈벌리라!
내려오는 길의 계곡물과 습지의 식물들은 가을을 천천히 익힌다. 천동으로 해서 내려가면 곧 북단양의 유명 한우를 익혀 먹어야지. 저녁시간이 되어 식당에 도착한다. 식당은 우리 차지가 되고, 주인은 싹싹하게 대한다. 또 한 잔의 술과 한 점의 고기로 시작하고, 떠들썩하게 흥을 돋운다. 가을 잔치의 클라이막스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비록 本鄕은 아니지만. 오늘 돌아갈 곳이 있음은 너무 안심이다. 人命在天에서 人命在妻의 신세로 바뀌었지만 기대되는 기댈만한 妻가 아닌가? 행여 귀경길이 막힐까 걱정하면서, 버스 안에서 행사가 벌어진다. 약간들은 지친 모습이지만 산우 중에서 몇 사람이 이야기꺼리를 풀어 놓는다. 얼마 전에 있었던 엄원사의 칠순 잔치 이야기가 흥미를 돋운다. 여행도 마다하고, 잔치 자리에서 스스로 작성한 독립선언문을 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인 식구들이 당연한 것인 양 표정을 짓고, 빈말이라도 ‘저희가 모시겠다’ 고 호들갑을 떨지 않았음에 약간은 섭섭했노라고... 엄지공도사의 전철을 나머지 상산인도 밟으리라.
마지막으로 필자가 버스 강의의 판을 연다. 오늘 주제는 시간(time)이다. 몇 마디 적으면, 인생의 선생은 책이 아니라 시간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시간이 해결한다. 어제의 시간은 오늘을 만들고, 오늘의 시간은 내일을 만든다. 강의 주제곡은 Glen Campbell의 ‘Time"이고, 모두가 과거를 회상한다. 잘 달리고 있는 버스에 걸맞는 칸트리 송이다. 그리고 알프레드 테니슨의 “The Oak" 시를 함께 읽고 마친다. 강사는 4계절 중에 우리는 아직 가을에 있으며, 앞으로 10년 정도 후에 겨울이 올 것임을 예견해준다.
The Oak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e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 Naked strength.
어느덧 버스는 강남 지역에 들어서고, 오늘도 다시 어두워진다. 시간(time)이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승기군의 산행 완주를 축하하는 깜짝 제안으로, 일부는 콩나물 국밥집 앞에서 내리고, 일부는 버스와 함께 가로등 넘어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가을인들의 즐거운 하루였다. 회장단의 준비와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