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Naver 블로그 목어의 노래)
(사진출처 : Daum 블로그 산사에서의 풍경소리)
나는 야생기질이 다분한 사람인 모양이다. 사회변화의 열쇠가 '생태'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핵심을 결국 농사에서 찾았으니까. 농사를 지으면서 비로소 농사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자연에 가깝게 농사를 짓는다 하여도 농사는 자연의 '수탈'이며 '사육'인 셈이다. 요즘 '착한 소비'라는 말이 유행이다. 소비의 본질을 생각하건대 과연 '착한'이라는 단어가 덧붙을 수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착한 사육'이나 '착한 수탈'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아이들을 가두어 놓고 '너는 방에서 컴퓨터 하지 말고, 딱지 가지고 놀아'하는 것처럼. 야생동물을 잡아두고 폭력을 전혀 쓰지 않고 정성을 다해 돌봐주는 것을 '착한 사육'이라고 한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것처럼. 하지만 야생은 야생 그대로 놓아두어야 한다. 야생이란 자신이 처한 환경의 모든 기운 속에서 자르는 것이니까.
농사를 지으면서 인간이 야생을 사멸시켰음을 깨달았다. 풀을 짓밟고 트랙터로 땅을 갈아엎기 일쑤다.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을 재배하고, 나머지는 아예 얼씬도 못하게 제초제를 뿌리거나 베어버린다. 식물에게만 잔인한 것이 아니라 땅에게도 잔인한 처사다. 잡초가 제 아움리 퇴비로 다시 만들어지고 땅으로 돌아간다 해도 사람이 재배식물에만 관심을 두는 한 이같은 폐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잡초를 일상적으로 먹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나는 과감히 '잡초식이요법'을 단행했다. 중풍으로 쓰러졌던 이, 비만, 아토피, 당뇨병, 류머티스 관절염 등 성인병을 가진 이들을 골랐다. 이들에게 식생활의 변화부터 꾀해보라고 권했다. 식생활의 변화는 생활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아침과 점심을 잡초식으로 준비했다. 10월부터 시작한 잡초식 덕분에 이들의 병세는 호전되었다. 비록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모두 몸이 가벼워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나도 한 달 만에 4~5kg이 빠지고 얼굴빛도 좋아졌다.
'뽀리뱅이'는 보리밭에서 잘 자란다고 하여 '뽀리뱅이'라고 했고, 긴 줄기 끝에서 꽃이 핀다 하여 '뽀리뱅이'라고도 한다. '뽀'는 길다는 뜻이고, '뱅이'는 줄기 끝에 꽃이 달리는 풀에게 붙여진다. 5~6월이면 긴 줄기 끝에 서양 민들레처럼 노란 꽃이 핀다. 씨에는 털이 붙어 있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 뽀리뱅이 줄기는 20~100센티미터 크기로 자라고 잎은 깃털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고 줄기에 생겨나는 잎은 작다. 줄기와 잎이 모두 부드럽고 약간 붉은 빛이 도는 자황색이다.
11월에는 꽃도 지고, 입동이 되어가니 몇 종류의 잡초들만이 밭에 남아 있게 된다. 붉은 빛이 도는 뽀리뱅이가 제일 많았다. 봄에 나오는 것은 초록 잎이지만. 뽀리뱅이를 한 광주리 캐어 비닐에 봉해 놓는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얼지는 않지만 신선한 채로 실온에서 보관된다. 뽀리뱅이는 날 것에서부터 샤브샤브용, 무침용 등 주요 찬 식재로 사용한다.
뽀리뱅이는 달맞이꽃이나 곷다지처럼 로제트 모양(뿌리에서 직접 잎이 나오는 것)으로 겨울을 난다. 막 싹이 난 뽀리뱅이는 잎이 둥그스름해서 잘 알아볼 수 없다. 그러다가 차츰 잎이 무잎처럼 갈라진다. 가을 뽀리뱅이는 털이 많다. 털로 추위를 보호하려는 생각인가 보다. 그 털은 거칠지 않고 보드라워서 나물로 먹을 수 있어 '박조가리나물'이라고도 한다.
'박조가리나물' 뽀리뱅이는 겨울이 지난 뒤, 아직은 추위가 다 가시지 않은 들판이나 밭에 냉이, 민들레와 씀바귀, 지칭개가 한창 나오는 계절에 뿌리 채 먹을 수 있는 약용나물이다. 어린잎만 먹어도 맛있지만 이왕이면 겨울을지낸 봄나물은 뿌리를 같이 먹어야 약이 된다. 뽀리뱅이는 한방에서는 황화채, 황암채, 황과채라고도 부른다. 봄에는 잎과 뿌리까지 말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가을철에 뿌리를 채취해 썰어 햇볕에 말린다. 맛이 달고 조금 쓰며 성질은 서늘하여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며 부기를 없애준다. 기관지, 천식, 감기, 인후통증, 결막염, 종기, 독사에 물린 데 사용하며, 간경화로 인한 복수, 급성 신우신염, 요로염, 류머티스성 관절염, 타박상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먹자!
뽀리뱅이를 잘 말려 달이거나 신선한 것은 즙을 내어 먹는다. 꽃이 피기 전에 채취를 하는 것이 좋다. 잘 씻어서 하루 종일 말린다. 뿌리가 있어서 말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나중에 먹을 때는 물에 불려서 기름에 볶아 조선간장이나 소금에 간하여 먹으면 맛이 좋다. 그 밖에도 뿌리째 먹는 봄나물처럼 김치나 장아찌를 담가 먹으면 일상적인 찬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쉽게 먹으려면 뽀리뱅이를 데쳐서 된장에 무치면 쌉쌀하고 맛있다. 된장국으로 해서 먹어도 좋다. 뿌리째 뽑아 소금물에 데쳐 묵나물로 말려서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잎만 데쳐 말려 보름나물로 먹어도 좋다. 묵나물은 물에 불려 기름에 볶아 소금이나 조선간장에 간을 해서 먹으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뽀리뱅이 김치
잎과 뿌리를 잘 다듬는다. 이물질을 떼어낸다. 굵은 뿌리는 반으로 나누고 엷은 소금물에 재어 놓는다. 김치 양념은 젓갈이나 양파즙, 배즙을 조금 넣는다. 즙에서는 단 맛이 난다.
뽀리뱅이 장아찌
뽀리뱅이를 깨끗이 씻어 용기에 담는다. 물과 소금을 10:1 비율로 한 소금물에 뽀리뱅이를 담근다. 내용물이 뜨지 않도록 돌을 얹는다. 소금물에 이틀 정도 삭힌 후 뿌리를 잘 씻는다. 소쿠리에 담아서 한나절 정도 그늘에서 꾸들꾸들해지도록 말린다. 뽀리뱅이를 고추장에 섞어 김치처럼 숙성시킨다.
실온에서 익혀 보관할 때는 3일 정도 지난 뒤 용기에 든 나물 부피가 조금 가라앉으면 소주를 약간 넣어 곰팡이가 끼지 않게 한다. 일주일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보관하면 곰팡이가 끼지 않는다. 장아찌와 김치는 항아리에 보관하는 게 좋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