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주님 (에베소4:4~6) 475장
커피전문점 메뉴에서 가장 인기 없는 커피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에스프레소(Espresso)입니다. 에스프레소란 커피 추출방법(핸드드립, 사이폰 등)의 하나로 일명 가압추출법이라 하는데,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가루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짧은 순간에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카페인의 양이 적고, 커피의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이탈리안 정통 커피를 일컫는 말입니다. 요즘에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얼마 전만 해도 이를 시키면 일하는 직원이 꼭 이렇게 말했습니다.“이 커피는 양도 적고요. 맛도 써요. 아시죠?”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인정하는 양도 적고 맛도 쓴 커피, 그런데도 메뉴에는 빠지지 않고 꼭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냐하면 이 에스프레소가 없으면 다른 커피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카노(Americano)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은 것이고, 카페라떼(Cafe latte)는 에스프레소에 스팀밀크를 넣은 것인데 카페오레(프랑스식 모닝커피)라고도 합니다. 또한 카푸치노(Cappuccino)는 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과 계핏가루 또는 코코아를 뿌린 것이며, 카페모카(Cafe Mocha)는 에스프레소에 스팀밀크 그리고 초코시럽을 넣은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도피오는 에스프레소 더블에 해당하는 아주 진한 커피이고, 에스프레소 콘파나는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얹은 것으로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과 휘핑크림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카라멜마키아토는 에스프레소에 카라멜 시럽과 우유거품을 더한 커피이고, 아포가토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를 끼얹거나 견과류를 얹어 후식으로 많이 먹습니다. 카페 로얄은 브랜디를 첨가한 커피이고, 아이리쉬는 위스키를 첨가한 커피이고, 에스프레소 리스트레토는 가장 진하게 추출되는 순간에 뽑은 것을 말하는데, 에스프레소보다 더 진한 커피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모양도, 성격도, 취향도, 학력도, 고향도, 이름도 모두 다릅니다. 음성의 색깔과 세기도, 톤과 리듬도 같은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근본은 주어진 생명으로 살아야 하는 삶이고, 살려야 하는 살림이고, 하루살이나 겨우살이 보다는 좀 나은 인생살이고, 살아있으니 사람이고, 사랑 없이 살 수 없어 사랑인 게 우리들입니다. 풍선이 색깔이나 크기나 모양 때문에 하늘 높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기체(헬륨) 때문에 날 수 있듯이 중요한 것은 외형이나 가문이나 재산이나 스펙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능력이 삶을 풍성하게 합니다. 그러기에 삶과 (인생)살이의 핵심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기본입니다. 에스프레소가 기본이 되어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결국은 하나입니다. 하나님이 영으로 오시면 성령이고, 문자로 쓰여 지면 말씀이고, 육신을 입으면 그리스도시고, 선포되면 설교가 됩니다. 그래서 성경은 몸도 하나요, 성령도 하나요, 주도 하나요,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분이시라고 합니다. 우리는 한 소망 안에서 부름받은 한 공동체이며, 각자의 분량대로 선물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근본은 예수그리스도입니다. 꿈도 소망도 교육도 교제도 가정도 학교도 예수 그리스도 없이는 무의미하고, 우리의 기본 에스프레소는 바로 주님이십니다.
그렇다고 허구헌 날 에스프레소만 마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때로는 비스켓을, 때로는 과일을 함께 하면 왠지 기분 좋아지고 살맛나는 것처럼 가끔은 커피에 햇살 한 줌, 음악 한 소절, 나뭇잎 하나만 더 추가하여도 우리네 삶은 사랑, 행복, 기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게다가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 질 것 같은 그런 사람을 만나서 은은한 커피 향을 마시며 긴긴 이야기 꽃을 피운다면 삶은 매 순간마다 향기로울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만 골라먹는 게 아니라 이제는 커피도 골라먹는 시대입니다. 지금은 커피전문점이 많이 생겨났지만 초창기 스타벅스는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는데 그 주된 원인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에 대한 '경험'을 판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걸 골라서, 원하는 블렌딩을 하고 '내 커피'를 고르는 것입니다. 더 이상 소비자는 수동적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교회와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껏 교회는 너무 지도자 중심적이고, 신도들은 너무 수동적이었으며, 학교 역시 선생님이 주도권을 갖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에스프레소가 기본이지만 그 에스프레소에 다양한 맛과 향을 추가하여 즐기듯 이젠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커피에 쓴맛이 없으면 커피가 아닙니다. 커피의 기본은 에스프레소의 쓴맛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커피 맛을 아는 사람은 에스프레소를 즐깁니다. 쓰지만 깨끗한 뒷맛을 알기 때문이고, 쓴맛을 모르면 달콤하고 오묘한 행복의 맛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은하 작가의 [꽃 도둑의 편지]라는 책에 보면 이런 고백이 있습니다. "걸음이 느린 내가 너처럼 시원 시원히 걷게 되고, 커피만 찾던 내가 토마토 주스를 찾고...," 자신의 변화를 죽 나열하다가 마지막에 "나도 모르게 널 닮아가고 있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널 닮아가고 있어." 참 감동적인 표현입니다. 날마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한 채 걸음을 옮기는 나그네의 삶을 살지만 매일의 구별된 시간 나도 커피 한잔과 함께 탁자에 다소곳하게 앉아 이런 상상 속으로 빠져들고 싶습니다.
차창으로 스며드는 아침햇살
살랑살랑 넘실대는 향기로운 흙내음
소곤소곤 간질이는 새들의 지저귐
은은히 들려오는 사랑의 노래
숨 쉴 때마다 희망 한 스푼
한 모금 들이키며 기도 두 스푼
하늘 한번 쳐다보며
커피보다 더 진한 향과 깊은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말씀이 내 영을 채우고
그 향기가 마음을 채우는 그 시간
내가 그인지 그가 나인지
나도 누군가에게 닮아 가고 싶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한 잔의 커피가 메마른 삶을 촉촉히 적셔주듯이 우리들의 삶도 주님의 사랑으로 적셔지기를 원합니다. 우리 인생이란 커피에 에스프레소 같은 주님의 십자가는 쓰디 쓴 고통이요 아픔이지만 그 쓰라림이 삶의 활력소이고 희망인 것은 맛보고 깨달은 자만 알 수 있습니다.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군요./ 아 -/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라는 윤보영의 짧은 시가 있습니다. 제 아무리 좋은 커피도 그대 없으면 맹탕이듯 주님 없는 삶이 그러할 것입니다.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13년 9월 교직원예배:윤삼열목사)
첫댓글 나는 커피샾에서 비싼 커피를 돈주고 마실 때는 아메리카보다 에소프페세소 투샷으로 마실때가 종종 있답니다.
커피 종류가 이렇게 많은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나는 서울 촌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