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제목 : 차.원.의.벽.을.넘.어.서.1
작가명 : 아쿠아리스
E-mail : pearl_kim91@hanmail.net
연재장소 : 판타지 무협 소설방
총편수 : 총 100 편 완결
장르 :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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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소설닷컴 (http://cafe.daum.net/youllsosul)
차원의 벽을 넘어서-1(#51~번외2)
#51
"타블로. 화가들의 도시. 모든 게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산데요."
월터의 설명이 끝나자 티어는 짜증내며 말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이렇게까지 서둘러가며 선세트라인가 뭔가 하는데로 갈 이유는 없어..!"
"...진정해요. 우린 빨리 라이트 메어에 가서 해결해야한다구요. 그리고 그 중간에 좀 쉬려고 타블로에 가는 거에요.
충분히 여유를 부리는 거라구요.........누, 누나......?"
티어는 궁시렁궁시렁 대더니 비행기 조종칸으로 가버렸다.
"....누나 왜 저러지...?"
"알게 뭐야. 파이보로 맛있어?"
에드링의 말에 파이보로는 끄덕였다. 파이보로는 열심히 뭔가를 먹고 있었다.
"저게 다 어디로 가는지.. 혹시 머리로 가는 거 아냐?"
"그런것 같네요. 아무래도 파이보로는 가분수니까."
월터의 대꾸에 파이보로는 인상을 썼다. 에드링은 월터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며 말했다.
"임마! 너도 잡종인데 그런 소리를 하면 안돼지!"
"에드링님, 잡종 아니라구 했잖아요. 아픈데.... 어쨌든 선세트라는 불의 고양이들의 고향이에요.
문라이즈는 제 고향이구요. 어쨌든, 에드링님 거기서도 자꾸 잡종하면 살아서 못 돌아가요."
"알았어. 괜히 겁주고 그래.."
에드링은 씩 웃었다. 샤이는 한숨을 쉬고는 도서실로 갔다. 에드링은 벙해져서 월터를 쿡 찔렀다.
"티어 누나랑 샤이 왜 저러는 거야?"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암흑의 초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봐요. 역시 사람들의 마음은 너무 쉽게 바뀐다니까...
사랑초를 구할때는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무슨 계기로 마음속에 불안함이 있나봐요."
월터의 말에 에드링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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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에선 화가들이 많이 모여있대. 거기서 천천히 쉬어가면서 가자. 티어누나? 에~ 왜 그래요~"
"에드링 넌 다물고 밥이나 먹어."
티어는 조용히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에드링은 움찔하면서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제길....!"
티어는 찻잔을 탁 탁자에 치고는 짜증난단 소리다.
"왜, 왜그래요, 누, 누나...?"
"제길.... 비행기가 고장났다구... 타블로에 가기도 전에 내려야 해..!"
'....뭐야... 그럼 암흑의 초원 때문이 아니잖아....!'
"제길.... 월터, 이 근방에 숲 있는지 확인해."
"....아, 네!"
월터는 잠시 얼어 있다가 얼른 이미지 세이버를 살펴보았다.
"있어요. 앞으로 5리트정도요."
"...리트..?"
"아, 그러니까... 100미터 말하는 거에요."
"굉장히 가깝네.. 그럼 숲에 좀 들어서면 말해."
"네."
월터는 정중하게 말하고는 조종칸으로 갔다. 샤이는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이메진은 에드링을 콕 찌르곤 속삭였다.
-샤이한테 무슨 죄 지었어?
'죄는 무슨... 아무튼 티어 누나랑 샤이때문에 내가 숨막혀 죽겠다...'
-그럼 이탈해. 떨어지면 되겠네?
'장난..? 웬지 그러면 안될것 같은 기분이 든다구. 샤이보고 말해봐라. 내가 이탈하겠다고 하면
아마도 라이트 에리어 가지고 날 찌르려고 들걸...? 그리고 좀 티르 영감이 마음에 걸리고...'
-티르 영감이라니, 아, 그 파이트라에 있던 노인?
=火노인이 아니라 아저씨야. 이 귀신아.
어느새 파이보로의 말투는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뒤에 붙는 '냥'도 없었다.
정말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메진은 눈에 띄게 밝아졌고, 말수는 꽤 줄었다.
그리고 샤이는 무뚝뚝은 여전했다. 그리고 그의 '말발의 제왕'은 좀처럼 찾기 어려워졌다.
아니, 그의 침묵과 무뚝뚝함, 포커페이스는 점점 더 심해졌다 해야 옳은 말일까.
그리고 에드링은 점점 성격이 엉뚱함의 극치를 달리기 시작했다. 변하지 않은 건 티어와 월터 뿐이었다.
티어는 여전히 밝았지만 비행기 고장에 의해 잠시 짜증이 났을 뿐이었고 월터는 잠시 무섭게 변한 티어에게 언 것 뿐이었다.
어쨌든간에, 서로들 말이 없다. 티어는 궁시렁거리며 안내책자에 눈길을 주고 있었고,
샤이는 도서실에서 가져온 책(것도 두꺼운)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이런 침묵에 에드링은 잠시 둘의 분위기에 압도당하여 말을 잃었고, 파이보로와 이메진은 둘이서 놀뿐이었다.
"숲에 다다랐습니다. 숲으로 들어서고 4리트를 더 들어왔어요. 어떻게 착륙할까요?"
월터는 조용히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끄덕였다. 월터는 그의 작은 키로 탁자에 있는 그릇들을 제자리에 놓고는
조용히 조종칸으로 사라졌다. 에드링은 그저 월터의 침착함에 놀라울 뿐이었다.
"참, 여기서 타블로는 얼마나 멀지?"
티어의 질문에 모두들 침묵했다. 에드링은 턱을 괴고는 과자를 파이보로 입에다 던져 넣었다.
샤이는 책을 뒤적이다가 덮었다. 티어도 자신이 굉장히 어색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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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경계를 넘었어요. 루칸 제국 옆에 붙어 있는 제 2국인 베트로카 제국에 도착했어요.
베트로카 제국에선 각 마을마다 특성적인 곳이 있어요. 대표적인게 타블로과 뮤즈, 이메지테움같은 곳이죠.
우린 지금 뮤즈에 있어요. 여기는 도시형 마을로 아주 마을들 중에서 가장 넓다는데요?
뮤즈의 촌장은 대대로 뮤즈리안이라는 호칭을 쓴다고 돼있어요."
월터의 설명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젠 티르 걱정은 안해도 되겠네?"
티어가 기뻐하면서 말했다.
"천만에요. 원래 범인 찾고 수배하는 건 외국에서도 있다구요. 티르라면 어디든지 다 뻗힐 위인이에요.
특히 티르는 왕족 프레드라는 권위있는 왕족의 삼촌이라고요. 아마 친척이야기니까 열심히 도와줄걸요?
뭐 지금은 루칸토 기간이라서 별로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될지도 몰라요."
티어는 월터의 설명에 얼굴을 찌푸렸다. 에드링의 얼굴도 어두워지긴 마찬가지였다. 샤이는 여전히 포커페이스.
"그럼 자기가 어쩔건데. 수천이 오든말든 화이트로 체인을 사용하면 되잖아. 아님 월트로 에로스라던가."
그의 말에 일행은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샤이의 말은 실로 끔찍했다.
"하, 하... 그 사람들 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구... 그런 끔찍한 기술은.... 좀 그렇다..하. 하..."
"..그런가?"
"그래...! 샤이, 너 기분 안좋은 것 같은데 우리 마음 풀자아~?"
"그러죠 뭐."
그의 짤막한 대답에 모두들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좀 찝찝한 마음으로 숲을 빠져나갔다.
음악소리가 들린다.
"뮤즈의 축제에 모두를 초대합니다!"
#52
"여어~ 젊은이들! 여행자들인가?"
통쾌하고 시원스러운 목소리를 가진 한 사나이가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바이올린 비슷한 현악기가 있었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 곳곳에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고 한편에선 공연이 행해지고 있었다.
어디에선가는 노래소리도 덜려오고 서로들 시끌벅적이다. 샤이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뮤즈의 축제란다! 너희들 즐기고 싶지 않니? 어쨌든 뮤즈에 온 걸 환영한다!"
사나이는 아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어디론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티어는 아주 오만상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너희들이나 축제를 즐기던가 해. 난 아무래도 비행기나 수리해야 하니까. 월터, 불만없지?"
"네. 저야 도움이 된다면 영광이죠."
그의 말에 에드링은 불만인듯 말했다.
"누나, 그 비행기는 잘 수리된다고 하지 않았어?"
"그것도 어느정도지. 어느 정도 고장이 나야 된다고. 하지만 지금은 손 좀 봐야한다구."
티어는 푸른색에서 보랏빛으로 변한 구슬을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어느새 구슬은 보랏빛에서 빨간빛으로 변했다.
(참고로 이 구슬은 문세트라의 구슬이 아닌 어떤 남자가(?) 준 구슬임.)
"누나, 나도 도와줄게."
샤이도 조용히 말했다. 티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메진은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말했다.
-결국은 우리 셋만 남았네.
"뭐 어때? 우리끼리라도 열심히 놀면 되지. 아무튼 월터랑 샤이는 정말 알지못할 사고방식이란 말야..."
"그럼 어디서 놀아? 우린 지금 아는 사람이 여기선 한 명도 없단걸 알아야 할텐데?"
"...그런가....? 뭐 어때? 사귀면 되지."
"참, 에드링님!"
월터가 다가왔다.
"우리들은 뮤즈 밖의 숲에 있을 테니까요, 놀다 오실땐 숲으로 오세요. 아까 있던 곳이에요."
"알았어."
에드링은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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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행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하네... 차라리 동력원이라도 있으면 고치기 쉬울텐데.... 말야.."
티어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열심히 책을 뒤적였다. 그때 월터가 다가왔다.
"티어님, 제가 한번 동력실에 들어가볼까요? 아무래도 제가 이해할 것 같아요."
"응? 어! 그러면 고맙지~!"
티어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티어님은 먹거리 좀 사오셔야 겠어요. 지금 먹을게 다 떨어져 가거든요."
"얼마나 있는데?"
티어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그에게 말했다. 월터는 뭔가를 꺼내더니 계산을 했다.
"이틀치밖에 안남았네요."
"휴~ 하긴... 그 적은 돈으로 많은 기간을 때우는 것도 기적이지... 그걸로 3주일 버틴것도 대단한거야...
그럼 또 사러 가야겠네... 여기엔 무슨 맛있는 열매나 채소가 있을지 모르겠어."
"뮤즈엔 그런건 기대해셔도 될 겉 같아요. 뮤즈엔 음표과일이 있다는데 그 음표과일은 맛이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월터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티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여행가이드? 난 좀 나갈테니까 샤이한테는 그렇게 전해."
"알았어요. 티어님. 전 동력실이나 가볼게요."
티어가 비행기를 나가자 월터도 부지런히 비행기 밖에 무언가를 그렸다.
"월터, 뭐하는 거야?"
샤이였다.
"비행기가 안보이게 하는 마법이에요. 샤이님, 도와주시겠어요?"
"뭘하면 돼?"
월터는 골똘히 생각하고는 말했다.
"라이트 에리어로 이 부근에 박아놓으시면 되요. 에드링님의 샤인솔드는 시간을 봉인해 멈추게 하지만,
라이트 에리어는 장소를 봉인해서 안보이게 하거든요."
샤이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이트 에리어를 뽑아 땅에 박았다.
"됐지?"
"네."
샤이는 하품을 하고는 침실칸으로 들어갔다. 월터는 티어가 들고 있던 책자를 들고선 동력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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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누나도 축제 구경? 언제는 또 비행기 고친다고 해놓고선...?"
"아, 그게... 인간계에서의 기술이 여기에 먹히진 않더라구. 월터가 알아서 한다길래 장보러 나온거야. 에드링.. 돈!"
"누나, 누난 내가 금고로 보여?"
"이봐! 출신도 빵빵한데 돈도 없냐? 야~"
티어가 에드링에게 협박 반, 애교 반 돈을 뜯어내기위해 갖은 몸부림을 친다. 에드링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1실븐이면 되지?"
"어이! 누나를 허수아비로 아나, 거기다 은화 한번만 더 얹어!"
"누나!"
"야~!"
"그 이상은 안돼~!"
에드링도 버텼다. 그러자 티어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1실븐만 얼렁 내 놓으셔. 아, 정말... 겨우 이 동전 하나 들고 장봐야하나...?"
"그러면!"
"됐어. 됐어. 귀신 양반, 에드링 돈 한푼도 못쓰게 감시해. 안그러면 너 죽을줄 알아!"
이메진은 잠시 움찔했다. 자신은 이미 죽었음에도 티어에게 당한게 있었기에 겁을 먹은 것이었다.
에드링은 한숨을 쉬었다. 티어는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춤추듯 사라졌다.
"자, 우리는 구경이나 하자."
파이보로는 에드링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재촉했다.
티어는 어느새 과일가게에 이르렀다. 신기하게 생긴 과일들. 다 하나같이 3솔론.
'.....비싸...! 무슨 과일을 300원에 팔아..!'
티어는 아마도 과일이 100원에 한다해도 비싸다 했을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댄스트를 엽니다!"
한 남자가 소리치면서 주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고는 종이를 던졌다. 사람들은 종이를 보았다.
티어도 종이 한장을 주워들었다. 과일가게 아줌마도 궁금한지 그 종이를 보았다.
'-댄스트 안내-
여행자 여러분, 그리고 뮤즈의 시민 여러분 댄스트가 6티트(오전 12시)에 열릴 예정입니다.
뮤즈리움에 오셔서 춤 실력을 마음껏 뽐내십시오!(티어는 잠시 눈이 빛났다.)
뮤즈리움에서 우승하신 분들께는 10로트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드립니다!
남녀노소 할 것없이 모두 와주십시오!'
'1로트...? 잠깐 1솔론이 100원이고 1실븐이 10000원인데... 10실븐이 1로트라고 했지 아마?
에! 100만원!!!!!!! 이게 무슨 말이야! 100만원을 춤만 잘 추면..... 앗싸! 꼭 우승하고 말거야!!!!'
티어는 불타오르는 쟁취욕에 눈이 이글거렸다. 과일가게 아줌마는 잠시 굳어 티어를 보았다.
"..아가씨, 살거야 말거야...?"
"나중에요!"
티어는 광장의 시계를 보았다. 시계에는 크게 '5티트 90토'라고 나타나 있었다.
'곧 시간이 다가오는 군...! 아자! 오랜만에 몸 좀 풀까? 내가 전에 배운.... 히히....!'
티어는 얼굴가득 미소를 싯고는 열심히 뮤즈리움으로 걸어갔다.
한편 에드링.
"뭐야, 이런 대회에서 10로트나 준단 말야? 어휴... 이거 티어 누나가 보면 정말 좋아하겠네..."
"티어 언니 봤을걸? 그 아저씨 이미 다 돌고 있던데..."
"그럼 큰일이네..."
에드링은 고개를 젓고는 찻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53
"안녕하세요. 손님, 뭐 해드릴까요?"
한 소녀가 카운터에서 말했다. 에드링은 파이보로를 쿡 찌르며 말했다.
"넌 뭐 마시고 싶은데?"
"...쿨에이드 어때?"
파이보로가 무심결에 말했다. 에드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쿨에이드 하나만요."
"손님은 안 드실 거에요?"
"괜찮아요."
에드링은 창가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소녀는 유리잔에 얼음과 있는 푸른 음료를 파이보로 앞에 뒀다.
"손님은 축제에 안가세요?"
소녀는 말했다. 에드링은 고개를 저었다.
"다들 댄스트에 구경이나 참가하러 갔어요. 손님은 안갔어요?"
"제 일행도 안갔는데 뭘요. 파이보로 좀 천천히 마셔라. 그러다 체해."
"쳇. 귀신양반이 자꾸 내 귀에다가 돈 내야 한다고 궁시렁거리잖아."
"돈...? 아... 티어 누나 협박 그렇게 믿지마."
소녀는 그들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카운터에 갔다. 고요하다.
가게안에는 에드링과 파이보로, 소녀가 있을뿐이다.(이메진...? 음... 그 애는 귀신이다.)
소녀는 그의 분위기에 굉장히 어색해 하다가 카운터 한켠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 소녀는 그 뭔가를 입에 대더니 불기시작했다. 긴 피리였다. 순간 맑은 소리가 가게안으로 꽉찼다.
"티어 누나 언제올까?"
"알게 뭐야. 아마도 티어 누나는 상금타려고 댄스트에 참가했을지도 몰라."
".....과연 우승할까?"
"하겠지. 나때문에 안그래도 돈에 대한 안좋은 게 있을테니까.
누나 손에 10로트만 쥐여줘봐라. 그 돈으로 아마 평생 먹고살걸?"
"심했어."
파이보로의 말에 에드링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모르는군. 50솔론은 3주일을 살았어. 혼자 살아봐. 그 이상은 거뜬히 산다구."
"저기요. 제 소리는 왜 안들어주시는 거죠?"
"네?"
소녀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에드링을 보았다. 에드링은 '앗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잊고 있었네... 뮤즈 사람들은 자신의 연주를 안들어주면 기분나빠한다는데...
"미안해요. 생각할게 있어서 말이에요.."
그러자 소녀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그 화는 3초만 지나면 금방 풀린다는 단순한 면도 있고...
에드링은 헤헤 웃고는 이메진을 째려보았다. 이메진은 잠시 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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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왜 안오지..? 안올래야 안 올수 없는데? 아무리 뮤즈를 한바퀴돈다해도 이렇게 시간이 안걸려."
시계는 벌써 8티트(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월터는 동력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샤이님, 아직도 티어님이 안오셨나요?"
"응. 그냥 우리끼리 저녁해결하자."
샤이는 냉장고에서 음식을 뒤적거렸다. 빵과 각종 채소들과 잼류의 음식도 있었다.
"넌 뭐먹고 싶어?"
"간단히 먹으면 되요."
"그럼 샌드위치로 하지."
그들의 짤막짤막한 대화가 끝나고 다시 침묵이 돌아왔다.
샤이가 재료를 뒤져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동안 월터는 조종칸의 프로그램들을 살폈다.
"...다 고쳤다... 다행이야..."
월터는 그 나름의 뿌듯함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샤이! 티어 누나 아직도 안들어왔지?"
에드링의 목소리였다. 샤이의 짧은 대답소리. 에드링은 파이보로와 함께 들어왔다.(참, 이메진도. 자꾸 잊는다.)
"월터야! 벌써 비행기 고쳤어?"
"네. 완벽해요. 우리 저녁 먹으려 했어요. 저녁 드셨어요?"
"티어 누나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먹었지, 뭐. 티어 누나 지금 아마도 신나게 돌아올거야."
에드링의 말에 월터는 궁금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샤이는 월터에게 샌드위치를 주고는 그를 보았다.
"왜."
"누나가 '댄스트'라는 경연대회에 나갔어. 아마도 상금을 타겠다고 그랬나봐.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
샤이는 '언젠가는'에 대해 의혹의 눈빛이었고 에드링은 귀찮다는 듯 엎드려버렸다.
샤이는 하는 수 없이 샌드위치를 베어물었다.
"얘들아!"
"....?"
샤이는 우물거리다가 티어의 목소리에 비행기 밖으로 나갔다. 티어는 활짝 웃으면서 주머니를 흔들어보였다.
"...! 누나 상금 탄거야?"
"물론!"
티어는 기분이 좋아 난리도 아니다. 티어는 월터를 끌어안았다.
"에~귀여운 놈.. 그래, 비행기는 고쳐놨어?"
"네... 에..."
월터는 당황하다는 표정이었고 티어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이다.
"참 월터! 내일 당장 출발은 아냐! 내일 몇가지 사둘게 있으니까!"
"알았어요..."
월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티어는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에드링은 한숨을 쉬었고, 파이보로는 좀 놀란 듯 했다.
이메진도 당황한 듯 아무 말이 없다. 샤이 혼자서 아주 차분하게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월터, 먹어."
"아, 네."
다시 식탁에는 어색한 침묵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54
"샤이."
샤이는 눈을 뜨고는 에드링을 쳐다보았다. 뮤즈에 온 것도 이틀째. 밤만 돼면 조용한 녀석이 왠일로 부르는 걸까.
"샤이."
샤이는 잠시 귀를 기울인다. 목소리가 에드링 것 치고는 너무 소녀 목소리다. 파이보로가...?
파이보로는 그럴리 없다. 이처럼 힘없는 목소리가 아니다. 언제나 힘이 많아서 탈인, 그런 소녀임에...
"샤이."
그렇다면 이름을 부를 사람은 없다. 스키나 티어일리가 없다. 티어는 자신보다 나이가 3살이나 많다.
목소리가 그렇게 나올리 없다. 허스키하고 남자다운 그녀이고, 지금은 침실칸이다.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도저히 해답이 없다. 도대체 무엇일까. 목소리가 너무도 가라앉아 있다.
"샤이."
'...누굴까...?'
이메진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샤이. 이메진은 여자가 아니었기에...
"샤이 라이트."
팟! 갑자기 무슨 영상이 떠오른다. 하얀 옷깃을 날리며 큰 날개를 가진 천사.
그런데 그 천사의 얼굴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영상도 잠시, 여느때처럼 머리가 쪼개질듯 아프다.
'이 목소리... 그다지 낯설지 않아... 도대체 누구지...? 누구길래...'
"샤이 라이트."
샤이는 머리를 감싸며 침대에서 나왔다.
가벼운 차림(가벼운 반팔 흰옷에 밑에는 회색 바지)으로 있던 그는 잠시 몸을 떤다.
'누굴까...?'
그는 조용히 비행기 밖으로 나갔다. 날이 몹시 어둡다. 달도 별도 없는 그런밤.
먹구름이 끼어 꼭 비가 내릴 것 같은 그런 밤이다.
"샤이 라이트. 목소리를 들었구나."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뒤에 차분한 인상에 은발의 키가 작은 소녀가 있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허하다.
"너의 방에 나타났었는데... 몰랐겠지...?"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 샤이를 보았다.
"어떤 소녀랑 있던 것 같은데... 앉아서... 무슨 기계랑.."
그녀는 지금 은서를 말하는 것이다. 은서와 컴퓨터를 하던 그때를. 샤이는 잠시 뭔가에 맞은 기분이다.
"넌 누구지..?"
"샤이 라이트..."
그녀는 조용히 웃으면서 공혀한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았다. 샤이는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어떻게 내이름을 알지?"
"원래부터 알기 때문이지."
소녀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소녀는 다시 쓸쓸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샤이가 내 가명이란 것도 알겠네..?"
"아니."
그 소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샤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이봐! 날 알고 있었다면서 그걸 모른다니?"
"너의 가명은 성은재야. 그게 너의 가명이야. 너의 거짓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샤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고 그녀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샤이 라이트... 비가 올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냐고! 내가 가짜란 거야?"
"....가짜...?"
소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소녀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가짜...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어..."
"이봐!"
소녀는 미소를 짓고는 사라졌다.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내 쏴아-- 비안개가 생기며 갑자기 비가 크게 쏟아진다. 샤이는 꼼짝하질 않는다.
'마치.. 날 전에부터 잘 안다는 듯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이 비... 여기 오기전부터 너무도 같다...
무슨 일이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어쨌든..... 도대체 누굴까... 왜 날... 가짜라고...'
비가 사정없이 뿌려진다. 하늘에서 구멍이 난 듯. 샤이는 땅바닥을 바라보았다. 비에 젖은 이끼들과 풀들.
한 켠에 라이트 에리어가 박혀 있다. 그의 시야엔 라이트 에리어가 들어온다.
아니... 라이트 에리어가 어째 소녀로 보인다. 그 은발의 소녀. 샤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옷이 비에 젖어 몸에 붙었다. 콰쾅! 천둥 번개가 난다. 한 순간 무슨 장면이 스친다. 다시 머리가 아프다.
그는 다시 고개를 젓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는 단지 어둠뿐.
'...지금쯤... 엄마랑 은서 많이 찾을까..?'
그러고 보니 이태까지 집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될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던 것 같다.
티어누나와 같은 나이인 성은아. 은아는 침착한 성격인데.. 동생이 사라졌다해도 침착할까...?
엄마는 많이 찾고 할까...? 은서는 혹시 울지나 않을까..? 그리고... 수호와 학교에선....? 평소에 잘해주던 이웃들은...?
그는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왜 이제서야 떠오른 걸까.....?
다들 찾아온다는 향수병이 그에게 늦게 찾아온 건가....? 그들이 그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단 걸까...?
솔직히 그가 가끔씩 말수가 적어지고 어제 오늘과 같이 틀어박히고 할때 그들생각을 좀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는 그렇단 것을 확실히 느꼈다.
"....샤이 라이트... 성은재... 어느 쪽이 진짜란 거지....?"
그는 그 말을 하고 나서도 그가 한심하다고 느낀다.
'갑자기 방황이라니... 환상일지도 모르는 소녀의 말을... 무슨... 믿는 내가 바보지....'
그의 입안에선 작은 웃음이 맴돈다. 그는 웃음 소리대신 하-. 한숨을 내쉰다.
그의 하얀 입김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비에 맞아선지 굉장히 춥다. 비가 내리는 걸 그대로 맞다니...
"샤이. 너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 거야? 감기 들어. 들어와."
어느새 티어가 그를 보았나 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행기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주방에 간다. 티어는 따뜻한 차를 끓여 그 앞에 놓는다.
"샤이, 너 왜 그래?"
"누나... 나 성은재 맞죠...?"
"야! 그럼 성은재지! 그럼 네가 성인재냐?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뭐야. 갑자기 그걸 묻고. 왜그래? 물론 이 세계에선 네가 샤이 라이트라 해도, 결국은 넌 성은재인걸 뭘.
알았어? 야, 네가 자꾸 샤이라고 불리니까 갑자기 머리가 홱 도셨구나~?"
갑자기 티어가 웃으면서 비꼬듯 말했다. 샤이는 신경질 낼 힘도 없다.
"......"
"야, 너 왜 그래? 얼른 가서 자. 너 제정신 아닌 것 같아. 들어가야지!"
"..알았어요.. 잘 자요..."
"그럼. 잘 자야지. 못 자나?"
티어는 끝까지 장난식으로 대한다. 샤이는 조그만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침실칸으로 들어간다.
모두가 사라진 텅빈 주방. 다시 소녀가 나타났다.
"샤이 라이트..."
#55
"티르님께서 방문하셨는데요."
하인에 말에 책을 읽던 프레드는 하인을 쳐다봤다.
"..티르가..? 티르가 왜지?"
그는 내심 귀찮다는 표정으로 하인에게 다그쳤다. 하인은 태평한 표정으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프레드는 관심이 없다는 듯 다시 눈을 책으로 돌렸다. 그러고는 조용히 말했다.
"용건이 무엇인지 여쭈어라. 지금 내가 바쁘다고 전하고."
하인은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서재를 나갔다. 프레드는 한숨을 쉬었다.
티르는 한상 이 모양이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안돼는 일을 조카인 프레드에게 늘 부탁하곤 했었다.
돈이 모자라면 돈을 빌리러 오곤 했고, 자신을 해코지한 사람을 해치워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파이트라에서 총리를 박탈당했다고 합니다. 아, 아니.... 티르님!"
티르는 하인을 밀치고 들어왔다. 티르는 비굴모드로 들어가며 조카 앞에서 사정하듯 말했다.
"프레드야, 이 작은 아버지의 사정좀 들어다오."
"말씀 하시지요."
프레드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티르의 모습은 너무도 비굴했다.
게다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 자신에게 '프레드야'라고 부르는 것도 조금 짜증이 날 뿐이었다.
프레드는 올해 나이 48. 이미 아들이 있는 꽤 늙은 조카다. 티르는 어쩌다 양자로 얻어져 얼떨결에 삼촌이 된 것이었다.
티르가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성품이 온화하지 않은 성격에도 어쩌다 자신의 할아버지의 눈에 들어 양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티르는 따지자면 왕족이지만 품행이 전혀 왕족같지 않기 때문에 거의 쫓겨난 친척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에드링과 친척으로 따지자면 먼 친척쯤 되겠지만, 그는 결국은 타락한 왕족인 것이었다.
프레드의 굳어있는 얼굴과 사무적인 말투에 티르는 잠시 굳어 있다가 말했다.
"조카님, 글세, 내가 링이라는 꼬마녀석 때문에 내가 파이트라에서 쫓겨났네! 또 한 꼬마가 딸렸는데 완전 쌍둥이라구!
그 꼬마 좀 제발 처리해주게나~! 조카님! 이건 부탁하는 거야! 설마하니 조카가 삼촌 말 안들어주는 건 아니지?"
'말만 왕족이지 품행제로에다가 나이도 어린게 삼촌뻘이라고 반말하는게 영 마음에 안든다...
지금은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저 인간은 이제 힘도 없고 언제든지 떨구어 낼수 있는데...
아니다... 저인간 할아버지 눈에 들었다면 뭔가 쓰일 때가 있겠지... 내가 참자... 내가 참아...'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너무도 공손하고 정중하다.
"알았습니다. 그 소년의 모습이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지가 있습니까?"
"이거야."
티르는 흐흐 웃으면서 자신의 손에 있는 작은 유리 조각을 들었다. 그 영상구의 핵심이었다.
핵심에서 나온 영상을 보던 프레드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
'...이건... 에드리오거 왕자가 아닌가....! 어째서 가출한 왕자가... 저 놈이 나한테 도움이 되기도 하는군...'
"알았습니다. 숙부님. 그럼 그냥 돌아가세요.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러자 티르의 얼굴은 환해졌다. 프레드는 하인을 불렀다. 티르가 뭔가를 바라는 듯한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숙부님께 10로트를 가져다 드려라. 그리고 마차로 로지어 섬까지 갈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 드려라."
"어이구 고마워. 조카님. 고마워."
"그럼 숙부님, 안녕히 가십시오."
프레드는 조용히 말했고 티르는 조용히 마차를 타고 떠났다.
"...훗... 타락한 왕족... ...쓰일때도 있군... 숙부...? 필요할때만 찾는 놈이 무슨 숙부란 말이냐... 당장 죽이고 싶다만..."
"많이 참으셨습니다. 프레드님."
하인 소년이 조용히 말했다. 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매우 안좋은 듯 했다.
"...티르는 이제 대항할수 있는 힘이 없다. 애들에게 일러서 마차가 외진 곳에 가거든 티르를 죽이라고 해라.
더이상 힘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있는 돈으로 나눠 가져라고 일러라."
"알겠습니다."
소년은 나갔다. 프레드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한편 티르는 돈을 만지작 거리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하하... 보았느냐, 꼬마들아! 아무리 너희들이 잘난척하고 날 해코지 한다 한들, 결국은 너희들은 죽은 목숨이다.하하!!
내 앞엔 아무도 적수가 없다! 하하하!!! 이 세상에서 날 대항할 자 누가 있겠는가! 으하하하!"
마부는 못마땅하다는 듯 티르의 목소리에 조그맣게 헛기침을 해댔다. 마차는 점점 외진 곳으로 향해 들어갔다.
마부의 귀로 무슨 소리가 들렸다.
'티르를 버리고 마차를 몰고 사라져라. 그 후의 조치는 내가 하니까.'
"알았습니다. 프레드님."
마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마부는 잠시 말을 멈춰 세었다.
"뭐하는 게냐?"
"좀 쉬었다 가는게 나을듯 해서 말입니다. 좀 쉬었다가 가게 하라는 프레드님의 명도 있었고 잘 모셔야 하니까요."
그 말에 티르는 괜히 우쭐해졌다.
"맑은 공기라도 쐐시죠."
티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돈을 주머니에 넣고선 마차 밖을 나갔다.
"전 말에 물 좀 먹이고 오겠습니다."
"그러던가."
티르는 자아도취해서 말이 떠나는 줄도 모른다. 마차는 요란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고 말았다.
자기 혼자서 외진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 후였다. 티르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어떻게 된 건가...!"
티르는 마부를 불러도 묵묵부답이다. 그때, 화살이 쿡. 티르를 스쳐 한 나무에 박힌다.
"힉! 어떻게 된 거냐!"
"여기에 돈 좀 많아 보이는 군.."
험상궂게 생긴 사나이들이 집단으로 몰려온다.
"이 놈들이! 누군지 알고 그러는 게냐!"
"알다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 손이 먼저겠는냐, 네 힘이 먼저겠느냐. 원혼의 숲에서 천천히 생각해 봐라! 하하하!!"
한 사나이가 도끼를 휘둘렀다. 사나이들을 하하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오... 2로트씩이나 나눠주시다니!"
그들은 감탄하는 표정이다.
"우리 이제 그만 가세나."
"그래."
그들은 스르르르 사라졌고 그자리에 남은 건 단지 핏자국과 함께 죽어 있는 티르의 시체 뿐이었다.
#56
"샤이는?"
티어의 물음에 에드링은 빵을 베어먹으며 말했다.
"몰라요. 어디서 뭘하다 들어왔는지 몸이 완전 젖어서 들어와가지고, 결국은 밤새 끙끙 앓더니 아프다고 하네요."
에드링은 투덜거리는 듯한 표정이다. 월터는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으로 티어에게 말했다.
"혹시 병에 걸린 거 아닐까요?"
"괜찮아. 어제 비 내릴 때 비 맞아서 감기 든 거야."
"감기요?"
"그러니까 갑자기 약해지는 병이야. 으레 비 맞고 들어오거나 갑자기 기온차가 커지면 자주 걸려. 너희는 없니?"
"있어요. 그럼 잔병이네요. 다행이다..."
티어는 월터의 귀여운 말에 픽 웃었다.
-그런데 생뚱맞게 왜 비를 맞았지? 비는 어젯밤쯤에 내렸잖아.
"그러니까 말야. 샤이 좀 엉뚱한데가 있어."
에드링은 이메진 말에 적극 동의한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이메진 또한 동감한다는 표정이다.
파이보로는 그들의 장단에 웃음이 나오는지 웃음을 깨물고 있었다. 티어는 차를 마시다가 뭔가 집히는 듯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 중에 샤이더러 뭐라고 했어? 샤이가 나보고 성은재 맞냐고 묻던데?"
"샤이 그녀석 점점 병이 심해가네... 어제 갑자기 정신질환이라도 걸렸나?"
"에드링~! 난 너에게 그게 묻고 싶은 거야! 너 어제 그런말 했냐구?"
"아뇨. 그런 말은 무슨.... 샤이가 성은재고 성은재가 샤이 라이트인거 이 비행기 안에 의심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에드링은 차를 마셨다. 파이보로와 월터, 이메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그런 이상한 일을 할 그들이 아니다. 귀신인 이메진도 인정하고 하는데,
어떻게 외계인이라고 샤이더러 그런 존재를 의심하겠는가. 티어도 그런 외계인중에 하나지만.
(그런데 외계인이란 말 아주 어색하다.)
"그럼 뭐야. 무슨 환상을 구경하기라도 했단거야?"
파이보로의 목소리. 티어는 조용히 차를 마시고는 말했다.
"자, 자. 이쯤에서 그만하고... 이 지역에 수프로 끓일만한 재료는 없냐? 아픈 사람 좀 따뜻하고 부드러운 걸 먹어야잖아."
"티어누나 장 본 것 중에 없어요?"
"...있네...? 야, 나 이번에도 돈 줄였잖아! 이 몸을 본받아라~!! 50솔론으로 3주일치!"
티어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그들이 떠들며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샤이는 혼자 끙끙 앓으며 누워 있었다. 그는 어제 빨리 들어 오지 않은게 금방 후회가 되었다.
'...바보같이 왜 내가 그때 멍하니 있었을까..? 그런 바보같은 환상에 젖어서.... 아직도 추워 죽겠네..'
"샤이!"
에드링이 들어오며 그를 불렀다.
"왜?"
샤이는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면서 돌아누웠다.
"임마, 라이트 에리어는 뽑아야지. 곧 떠날 건데. 라이트 에리어 너 아니면 못 뽑는 거 알잖아."
"추워."
"야!"
"알았어!"
샤이는 신경질을 내며 옷을 챙겨 입었다. 그러고는 휘청거리며 비행기 밖으로 나갔다.
에드링은 따라나오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찬다.
"뭐가 그렇게 한심해 보여?"
"어제 무슨 환상을 보고 그랬어? 너답지 않게 말야. 그러니까 아픈거다! 사제한테 상담이나 해봤냐?"
"...내귀로는 '정신과 상담 받아봤냐'이 소리로 들린다...?"
"정답이다! 어쨌든 들어가자구!"
에드링의 신경질적인 말에 샤이는 아무말 없이 라이트 에리어를 검집에 꽂아넣고는 비행기 안으로 들어간다.
라이트 에리어가 뽑히자 갑자기 없었던 막이 보이면서 흐물흐물 사라진다. 에드링은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티어는 에드링을 보면서 눈짓으로 뭐라고 말한다. 에드링은 귀찮은 표정을 짓다가 티어의 압박에 못이겨 끄덕인다.
티어가 준 수프 그릇을 들고 에드링은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 샤이에게로 간다.
침실 의자에 앉아 있는 샤이는 테이블에 엎어져 잠자고 있다. 그는 샤이를 보고는 수프 그릇을 놓고는 방을 나간다.
"이제 타블로라던가 그런데 가지 말고 곳바로 선세트란가 뭐시긴가에 간다? 의문있는 인간?"
티어의 말에 아무도 대답이 없다. 그게 협박이 좀 섞인 말임을 알기 때문이다.
"의문있어?"
"없어요."
월터가 주위를 보고는 태평하게 대답한다. 티어는 미소를 짓고는 작동시킨다.
"제대로 고쳐졌네? 월터~ 대단하다 너~!"
"뭘요..."
월터는 헤헤 웃으면서 말했고 비행기가 뜨기 시작했다. 샤이는 비행기가 뜨는 것을 느끼고 눈을 뜬다.
자신 앞에 수프 그릇이 놓인 걸 보고 한숨을 쉰다.
"잘 먹어줘야 겠지..."
.
"에이스 왕자님, 지금 에드리오거 왕자의 신원을 파악했습니다."
"...어떻게..?"
"로지어 섬에서 사고를 쳤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왕자는 로지어 섬에서 나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흠......"
에이스는 말이 없다. 에이스는 막 선라이즈에서 나와 마차안에서 로지어행 배안에 있었다.
"제가 보기엔... 에드리오거는 섬에서 나왔습니다. 그걸 신고까지 했다면 그걸 감시하는 자가 있는 건데,
그 감시자가 덜렁이라면 조치없이 덜컥 당신에게 와서 이야기를 했겠지요.
그 영악한 놈이 그 때를 놓쳤다면 말이 안됍니다. 이미 그는 다른 곳에 있어요. 어딘지는 모르지만...."
"영악한.... 놈이라뇨....?"
"...아니요. 설마 에드리오거가 혼자서 돌아다니겠습니까? 그 옆에 잘난 부하하나를 데리고 다닐지....
어쨌든 간에, 소식은 고맙습니다.... 민간인 중에서는 아무도 그를 모를테니,
그에 대한 현상금을 전역에 퍼뜨리시죠. 그를 잡아 오는 자에게 현상금이 있다고 꼭 쓰어야 해요.
그놈은.... 꼭 잡아야 하니까... 그를 잡아 오는 자에게는 5000로트를 주겠다고 꼭 써야 합니다."
"5000... 로트 씩이나....?"
5000로트라면 5억원. 프레드는 놀라 기절할 듯 하다. 그깟 비행 왕자 하나 잡기 위해 그 큰돈을 걸겠다니.
프레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고 에이스는 그저 웃고 있다.
"왜 그러시지요? 5000로트가 적은 돈인가요? 뭐 제 금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돼는데... 알리기만 하시죠."
"아...네..."
에이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루칸토를 떠나던 그날, 사제와 함께 신탁을 듣고 있을 때였다.
'에이스 왕자여. 에드리오거 왕자를 조심하여라. 에드리오거 왕자를 잡아둔다면, 넌 네가 이루는 것을 이룰 것이다.'
그 목소리가 왜 에이스에게만 들렸던 것인가. 에이스는 머리를 흔들었다. 잡념을 깨버리고 싶었다.
프레드는 그의 행동에 당황하였고 거금의 액수에 놀라 아무말도 못한다. 배는 유유히 로지어로 떠가고 있다.
#57
"샤이, 좀 괜찮은 거지?"
에드링이 걱정스러운듯 보고 있다. 샤이의 열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월터가 가방에서 얼음주머니를 꺼냈다.
월터는 열심히 가방에서 여러가지를 꺼내고 있다. 약초같은 풀들을 꺼내고 그릇같은 것고 액체가 든 병을 꺼냈다.
에드링은 월터가 뭘 하려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월터는 치료하는 데에 있어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티어도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이다.
"야, 넌 의사 자격증 있어? 걱정이다. 정말... 좀 쉬다 갈걸 그랬나봐... 괜히 서둘러서... 어떻게 하지..?"
"누나! 겨우 잔병때문에 왜 그래요? 샤이 기절하면 완전 누나가 죽겠네요?"
에드링이 자꾸 왔다갔다하는 티어를 보면서 짜증을 냈다. 티어는 그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내가 좀 그럴 일이 있어서... 미안해! 내가 괜히 왔다갔다 해서!"
티어는 짜증을 내면서 방을 나갔다. 이메진은 그들의 분위기에 잔뜻 얼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월터는 열심히 뭔가를 찧고 무슨 액체와 섞었다. 파이보로는 궁금하단 표정이었다.
월터는 약초가 든 그릇을 바닥에 놓으면서 파이보로에게 말했다.
"파이보로, 여기에다가 불을 올려줘요."
"아, 응!"
파이보로가 불꽃을 올려놓자 월터는 그 위로 뭔가를 형성하더니 그 위로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약초가 색이 변하더니 푸르게 변했다. 파이보로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이걸 먹는 거야?"
"아니에요. 향을 피우는 거에요. 이게 붉어지면 다시 가져오면 될거에요. 자, 우리는 나가죠.
에드링님, 거기에 있다가 에드링님까지 옮으면 전 모릅니다? 선세트라에 닿으면 별로 문제가 될 것도 없을 거에요."
"쳇...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있어..."
"에드링 화났나봐..."
"걱정마세요. 그냥 저러는 걸 거에요."
월터의 말에 파이보로는 한숨을 쉬었다.
.
"선세트라에 도착했어요. 내려요? 그런데 선세트라가 좀 건조한 것 같네요."
월터의 말에 그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좀 건조한 것 같다니...?
"여기선 절망의 늪과 희망의 화원이 있어요."
그들은 월터의 말을 듣고는 창으로 주위를 봤다. 밑은 완전 모래 사막이었다.
바람에 의해 모래산이 생기고, 식물이라곤 가시투성이의 나무뿐이었다.
그 나무에는 인골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로 늪이 하나 있었다. 선세트라에 마을이라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곳뿐이었다.
샤이는 어느새 방에서 나왔는지 그들의 표정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왜그래..?"
"샤이... 선세트라... 사막이었어...!"
"....?"
.
"에이스 왕자님,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요? 5000로트가 적은 돈인 줄 아신가요? 차라리 죽여버리는게 나은데!"
프레드가 에이스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전단지는 배포해 놓고선 왜 그러시는 거지요?
에드리오거는 그렇게 쉽게 죽여지지 않아요. 그 녀석이 내 눈 앞에서 직접 죽어야 마음에 놓인단 말입니다.
그리고... 에드리오거를 원하는 사람도 있어요. 카론 시트로니스... 그 녀석에게 맡기면 확실합니다.
다른 왕자들은 쉽게 죽을지 모르지만 에드리오거는 그렇게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닙니다.
차라리 현상범으로 만들어놔서 그의 길을 힘들게 하는 편이 훨씬 나아요.
설사 에드리오거가 실제로 객지에서 죽어버린다면 카오스가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
조용히 처리하는게 목적이지 그 녀석을 죽이는 것만이 다는 아닙니다."
"그렇게 집착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렇게 집착하시는...."
그는 에이스의 눈에 잠시 움찔했다. 에이스는 조용히 말했다.
"그 녀석이 굉장히 시끄러우니까."
그는 더이상 평정의 목소리가 아니였다. 뭔가 분노하고 얼음덩어리같은 목소리였다. 그의 대답에 프레드는 얼었다.
.
"다르카!"
다르카는 그를 쳐다봤다. 세투아는 헐떡였고 가티와 나타샤는 그를 보았다.
"야 세투아, 너 사제 맞아? 사제가 뛰는 거 처음 보겠네..."
나타샤의 퉁명스러운 목소리. 세투아는 계속 헐떡이고는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이 종이를 잘 봐. 여기에 뭐가 있는지 좀 확인이나 해란 말야!"
가티는 종이를 들고는 조용히 보았다. 가티의 눈은 점점 커졌다.
"5000로트!?"
"왜 그래..?"
"이 아이... 어디서 본 적 없어?"
"이건 샤이잖아!"
"샤이?"
"샤이라고 했어요?"
"....어? 타로 아니니?"
세투아 일행은 지금 파이트라에 있었다. 그들은 웬만한 안면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들 벙하니 쳐다보며 종이만 들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선 링이라고 적혀 있어."
"....링이라면.... 샤이 형과 함께 있던 에드링 형 말하는 거에요!"
타로가 놀라 소리쳤다. 그들은 타로를 쳐다보았다.
"네가 어떻게 샤이를 알아?"
"어떻게 된 거에요! 왜 에드링 형이랑 샤이 형이 현상범이냐고요!"
타로의 외침에 그들은 말이 없다.
#58
"타로, 그럼 이 파이트라를 통일시킨데 공헌을 한 사람이 바로 샤이와 에드링 왕자란 말야?"
"....네. 그런데 에드링 왕자라뇨?"
"....하... 그러니까..."
.
세투아와 나는 소꿉친구였지. 세투아는 뭐, 사제원에서 사제 공부를 했고, 난 검술을 익히곤 했어.
후에 큰 우리들은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하고 나타샤와 가티와 함께 떠나게 되었지.
4년전, 에드리오거 왕자님이, 그러니까 그 왕자가 자신을 에드링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좀 숨겨달라는 거였어.
그는 쫓기는 것 치곤 여유로운 표정이었고, 왕자치고는 너무 걱정도 없고 소박했지.
군사들이 쫓아와도 모르는 척하는 그런 여유까지. 그는 절대로 자신의 신분은 밝히지 않았지. 다른 권위적이 왕자들과는 달리.
그는 우리들보다도 많은 걸 알고 있었어. 나이도 어리고 오랫동안 궁에 있다는 그런 조건에서도.
물론 그는 잘 나오던 '비행 왕자'지만. 하지만 그는 조금 특별했어.
그런 특별한 가치관을 알게된 건.... 그가 한때 공격을 받고 정신이 혼미해질때... 나한테 말을 걸때였을 거야.
"다르카! 세상은 얼마나 넓은 줄 알죠?"
"...세상이 넓으니까 여행을 하는 거지."
"너무 좁아요. 여긴 너무 좁아요. 여기가 무슨 세계라고 불리는 지 알아요? 영혼계라고 불려요."
"...?"
"차원의 벽이 있어요. 이건 정령, 요정들이 알고 사용하고 넘는 벽이 있죠."
그는 웬일에선지 더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며칠동안 우리들과 함께 했지.
그는 우리들의 우려와는 달리 자신 스스로 싸울줄 알았다. 물론 칼도 없었지만, 아무거나 잡으면 무기였지.
그의 신분을 알았던건 아마도 성지에서였다.
"왕자님! 로렌님이 찾으십니다! 로렌님께서 왕자님을 찾으신다고요!"
군사들이 그에게 다가와 거의 사정하듯이 빌었던 것이었지. 내가 한 명을 잡아 데려갔었어.
"야, 너 왜 자꾸 에드링을 왕자라고 하는 거야! 너희들 때문에 힘들어하잖아!"
"....왕자님이세요...! 에드리오거 왕자님요! 자주 성에서 나오셔서 지금 애타게 황제후께서 걱정하신다구요!"
"뭐...?"
"....황제후님의 아드님이라고요! 당신 에드리오거님을 잘 아는 것 같은데, 말하죠."
"........."
"저희들도 왕자님 편이에요. 하지만 상부에서 자꾸 닥달한다고요.
왕자님은 다른 왕족들관 달라서 우리들도 존중해주시기도 하고, 지켜주시기도 하죠.
하지만 왕자님이 자꾸 그러시면 우리도 곤란해요. 제발 우리들 좀 도와줘요."
"미안해요, 다르카. 괜히 속여서 힘들게 했어요."
"에드링....."
그게 내가 만나 왕자 에드링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4년이 흐르고, 나와 일행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다르카, 내가 저 아줌마 막을거야! 저 아줌마 순 바가지잖아!"
"세투아, 네가 참아라."
"어이! 아줌마! 이틀이면 50솔론이지 왜 2실븐이야!"
그때, 그 얼굴. 내 눈엔 에드링이었지. 나에게 큰 인상을 주고 떠났던 그 왕자.
"다르카, 에드링 아냐?"
"...맞는 것 같아."
"맞는 것 같다니. 똑같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샤이 라이트래. 이름 특이하지?"
...우린 헤어졌고, 난 아직도 그가 에드링이고 생각했고, 원혼숲지기 리아가 알아봤을땐 확신까지 했지만, 그는 아니라 했다.
헤어져도 난 그 녀석이 에드링이라고 확신을 했고, 그 녀석, 샤이는 끝까지 부정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확실해졌군. 타로 네 입에서 샤이와 에드링이 별개의 인물임을 증명을 했으니까.
.
"...하지만 둘다 처음 만난다는 듯 했어요. 그러면서도 서로를 못 잡아 먹을듯 싸웠고요."
타로가 말했다. 다르카는 말이 없다. 세투아는 피시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샤이가 그동안 에드링 때문에 고생했다던가 그런 것은 아닐까?"
"웃기는 소리 하지마. 서로 오해가 있었겠지."
"그나저나 왜 이렇게 현상범에 오른 거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약 한달 전에 티르란 아저씨가 여기서 탈출한 적이 있어요.
사실 에드링이 아저씨의 계획을 좀 망쳐놨거든요. 아마도 거기에 앙심을 품고 아저씨가 프레드란 왕족에게 찾아갔을 거에요.
그 아저씨 사실은 입적된 왕족이거든요. 왕족 프레드가 자신의 조카라고 늘 자랑해왔거든요."
"...그런 것 같네... 티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프레드는 그래도 권위높은 왕족인데, 그 사람이 조카라면..
좀 콧대가 높기도 하겠어. 그런데 자신 딴에는 한낱 조무래기들한테 당한거나 마찬가진데..."
타로는 한숨을 쉬었다. 나타샤가 차를 끓여 왔다.
"나타샤, 고마워."
그들은 소녀 나타샤를 보지 않고 곳바로 검사인 나타샤를 보며 벙한 표정이었다.
.
"산물을 찾으셨군요. 이 열쇠는 모든 문을 열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부적이라고 합니다. 잘 간수하셔서 쓰세요."
선세트라의 사제가 그들에게 말했다. 샤이는 좀 아픈 듯 하지만 미소를 지었고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여긴 너무 사막인지라 여러분께 드릴 선물이 없어서 어떻게 하죠....?"
에드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그는 월터를 꾹 찌르며 말했다.
"월터, 네가 선물을 좀 드려."
"알았어요."
샤이와 티어도 흐뭇한 듯 했다. 파이보로는 입을 다무느라 힘든듯 했다. 이메진은 피식 웃었다.
"워터루!"
월터가 단단한 땅에 가서 조용히 말했다. 땅이 점점 낮아지더니 아주 많이 낮아졌다. 월터는 서둘러 그 구덩이서 나왔다.
아주 넓은 구덩이였다. 갑자기 비구름이 생기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
사람들의 눈은 기쁨으로 가득찼고 구덩이에 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은 기쁜 듯이 그 호수로 뛰어든다.
".....이럴수가...!"
사제는 소리치면서 호수를 바라본다. 월터는 씩 웃는다.
"이 비구름은요, 한 십년간 계속 있을 거에요. 이 물을 낭비하시지 말고 먼저 이 사막 개간하는데 사용하세요.
십년이 지나면 이 비구름도 사라지니까. 하지만 이 사막을 녹화시키면 물이 모자르진 않을 거에요."
사제는 기쁜듯한 표정이었다. 사람들도 기뻐하고 있었다. 일행은 그들의 모습에 행복해 하고 있었다.
#59
"우리 솔직히 선세트라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어. 일주일씩이나."
선세트라의 사막적인 환경을 바꾸어줄 희망의 '열쇠'를 던져준 그들을 그냥 보낼 선세트라의 주민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너무도 고마워하는 나머지 그들을 자꾸만 붙잡았던 것이었다.
적응하는데도 이틀씩이나 걸렸고, 샤이의 병때문에 더욱 지체가 되었다. 샤이 병을 호전시키는 데에도 이틀.
절망의 늪에서 '열쇠'를 찾는데 하루. 이틀은 거의 샤이의 요양기간이었다.
"미안. 내가 괜히... 비오는데 나가서.."
"괜찮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야? 갑자기 빗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 건 아닐테고..
(티어가 샤이의 얼굴을 보다가 에드링에게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하하... 하긴 샤이가 그럴 애는 아니지?
하긴.... 늘 충동적인 애도 아닌데... 그땐 왜 그런 거야?"
"........."
샤이는 조용히 그 날을 떠올려본다. 그 공허한 눈동자의 소녀. 그녀는 일시의 환각에 불과할 지는 모르나,
그녀의 막힌듯한 한마디, 한마디는 샤이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는 한숨을 쉰다.
'이제와서 꼬마들 같이 그런 말도 안돼는 환상에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다니... 내가 잠시 미쳤겠지...'
비행기가 고요히 푸른 상공을 난다. 월터는 다시 가방에서 약초를 찾더니 낯빛이 변한다.
"...티어님, 내일은 약초를 구해야 겠네요. 어차피 이 근방에 '헤티'라는 약초를 파는 곳이 있으니까 내일 구하죠."
"그건 재활용이란 것도 없어? 정말 곤란하네...? 뭐.... 내려도 괜찮겠지?
우린 어차피 문라이즈만 가면 라이트 메언가 뭣인가 하는 곳이니까. 문라이즈는 멀어?"
"루칸제국의 경계선에 있어요. 조금 멀어요. 적어도 5일은 꼬박 가야겠네요."
"으휴.... 문라이즈 가면 곧바로 라이트 메어로 가는 거야. 또 들리기만 해봐. 아! 양식이 일주일분 남았어."
"썩지나 않았나 몰라요."
샤이는 심드렁하게 말한다. 티어는 휴 한숨을 쉰다.
"그러게 말야. 이미 냉장고에서 음식물 썩는 냄새나더라. 선세트라에서 냉장고가 고장이 났거든."
"다시 채울게 태산이네요."
샤이는 어느새 책을 가져왔는지 책을 보고 있었다. 에드링은 한숨을 쉰다.
"너란 애는 책벌레냐? 책만 들고 있게.... 라이트 에리어랑 좀 놀아줘라. 무슨 남자애가 책이야? 검사가 칼질을 하지..."
"누나, 내가 망나니로 보여요? 칼질하니까 정말.... 제가 여기에 사람들 목치려고 왔겠느냐고요."
샤이의 무뚝뚝한 말에 그들은 말이 없다. 에드링은 헤헤 웃으면서 샤이를 끌고 검무실로 간다.
"샤이가 말은 그래도 마음은 안 그런거 알죠? 헤헤~!"
"......."
.
"화이트로 체인!"
샤이는 조용히 중얼거린다. 라이트 에리어를 뽑지 않았음에도 칼집에서 드르르 하얀 사슬이 튀어나온다.
샤이가 눈을 감는다. 사슬은 곧장 에드링에게로 구불거리며 가더니 그의 몸을 감는다.
에드링은 당황하면서 피한다. 하지만 사슬은 점점 그의 팔다리를 잡고 축 늘어진다.
"앗!"
'풀썩'
샤이는 항상 이런다. 매번 무료할때 마다 에드링을 실험대상으로 마법검을 실습하곤 했고,
단골메뉴가 '화이트로 체인'인지라 이제 뽑지 않아도 저절로 나온다.
사슬은 점점 에드링의 목쪽으로 향하고 있다. 에드링이 '그만'이라고 외칠때까진 아마도 조르도록 놔둘 것이다.
에드링도 가만히 당하는 그런 바보는 아니다. 어떻게는 끊으려고 하지만 지금 상황으론 불가능하다.
샤인 솔드와 손이 구속당해 있는 이상 그건 불가능했다.
"그만해! 사람 죽이고 싶어?!"
사슬은 사라졌고 에드링은 거의 쓰러질듯 몸을 일으킨다.
"야! 너 나하테 원한 있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래!"
"그냥 심심해서."
샤이는 픽 웃으며 말한다. 에드링은 한숨을 쉰다. 그때 한 소녀가 나타난다.
고등학생만하고 빨간 눈에 고양이 같은 눈동자. 왼쪽 뺨에는 불모양인 문신이 있고, 빨간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온다.
마치 동양적으로 생긴 펄럭한 소매와 오른쪽은 민소매. 밑에는 빨간색 스커트. 장화비슷한 구두를 신고 있다.
그 소녀는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
그 뒤로 또 한 소년이 나타난다. 그도 소녀 또래만하고 파란 눈은 차분해 보이고, 오른쪽 뺨에 물방울 모양의 문신.
그 또한 푸른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져 있고 하얀 줄로 흐드러지게 가볍게 묶어 있는 모습.
그녀와 반대로 옷소매가 왼쪽이 민소매고 밑에는 바지다. 그또한 동양적인 차림이다.
그는 그 소녀를 말리려는 듯한 난처한 표정이었고 그들은 샤이와 에드링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귀도 이상하다. 소녀의 귀는 고양이 귀를 연상시켰고, 소년의 귀는 그저 엘프 비슷한 모양이다.
"어쩌려고 위험한 기술을 쓰는 거야? 이러다가 비행기 추락하겠어!"
소녀의 앙칼진 목소리. 소년은 한숨을 쉬었고 이메진은 중얼거린다.
-잡종이 또 폭발했어. 샤이.
"무슨 소리야?"
"못알아보겠냥! 이렇게 이상한 말투로 말해야 알아들어?"
"누구신데 반말인데요?"
샤이는 화가 난다는 듯 말한다. 소녀는 잠시 얼굴일 붉어진다.
#60
"파이보로?"
샤이는 놀라 소리친다. 소년은 하하 웃으면서 말한다.
"네. 전 월터고요. 우리들은 방금 막 최고단계의 에르민터가 됬어요."
-....잡종이 아니었구나.
이메진의 말에 파이보로는 불같이 성낸다. 월터는 보충설명을 한다.
"저흰 4가지 종족이 살고 있어요. 전 물의 종족이면서 달과 바람을 관장하기도 하죠.
파이보로는 불의 종족으로 태양과 금속류를 관장해요. 그리고 땅의 종족은 나무와 식물을,
마지막 빛을 관장하는 종족이 있으면서 그 종족은 가장 희박하죠. 어쨌든 우리들을 통틀어 에르민터라고 해요.
누구처럼 무식하게 '잡종'이라고 말하진 않는다고요."
월터도 꽤 한맺힌듯한 표정이다. 이메진은 움찔한다. 샤이는 그들을 훑어보며 말한다.
"....너희들은 왜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데? 너무 빠르잖아."
"우리들은 이미 1000년을 살았죠. 그렇지만 1000년 그동안은 동물의 형태로 있다가 5년만에 다 자라는 거에요. 좀 특이하죠.
우리들도 왜 이렇게 빨리 자란지는 몰라요. 어떠한 힘을 받거나 영향을 받아야 이렇게 되는데....
저희들도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요."
침묵. 갑작스러운 월터와 파이보로의 변화에 그들은 말이 없다. 갑자기 이렇게 큰 게 왜 그런 걸까. 그들은 의심스럽다.
그때 티어가 나타난다.
"아~ 월터, 니가 말한 곳에 도착했어. 내리자.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 정차하는 거니까.
샤이, 우리 올때까지 부탁해. 난 음식 장만해야겠어. 파이보로, 너도 있어!"
파이보로는 고개를 끄덕인다. 티어와 월터가 나가는 동안 샤이는 라이트 에리어를 비행기 부근에 꽂고는
다시 들어와 파이보로를 쳐다본다. 전에만해도 작고 귀여운 고양이였던 그녀가 이렇게 커버렸다.
에드링도 신기하다는 듯한 눈빛이다. 파이보로는 기분 나쁘다는 듯한 얼굴로 그들을 쏘아보았다.
샤이는 잠시 의아스러운 표정이 되고 말았다. 파이보로는 전에 이렇게 신경질적이지 않았는데, 하는 것이다.
에드링도 얼떨떨한지 샤이를 데리고 검무실로 사라진다. 파이보로는 꿍얼꿍얼 거리더니 이내 방으로 돌아간다.
비행기 안은 조용하다. 이메진 혼자서 쫑알쫑알 중얼중얼 잘도 말하고 있다. 이번엔 샤이 차례다.
에드링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받아줘야 할 것이다. 샤이는 무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빛의 구속"
그는 조용히 말한다. 샤인 솔드에서 빠르게 나온 빛들인 샤이 주위로 모여 하나의 감옥이 된다.
샤이는 피식 웃는다. 감옥은 점점 좁혀 들어오더니 그를 포박한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있는다.
"팟!"
갑자기 감옥이 반구 모양으로 넓어진다. 그러면서 감옥은 넓어지면서 찢어져 버린다.
에드링은 당황하다는 표정이고 샤이는 잠시 얼굴이 굳어진다. 에드링은 튕겨져 나오는 빛을 피한다.
"샤이! 언제부터 그런 힘이 있었어? 방어력이 대단한데? 어떻게 된거야?"
"몰라. 내 환상이 도와주고 있다고... 머리 아프다.... 윽......"
"뭐야, 또 두통이야? 월터도 없고..."
샤이는 머리를 감싸고는 괴로워한다. 에드링은 순간 당황한다.
.
월터는 약초를 이것저것 챙기고 있었고 티어는 흥정하느라 바쁘다.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며 지나가건말건 그들에겐 전혀 상관 없는 일이었다.
"5000로트라고.....?"
"그래. 이건 복권보다도 좋은 기회라고."
"이번에 용병들과 슬레이브 헌터들이 많이 설치겠군."
"뭐 늘 그랬지. 안그래?"
티어는 열심히 주섬주섬 챙기고는 월터에게 가자고 한다. 월터는 끄덕이고는 값을 지불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모인 곳을 지나친다. 사람들은 새로운 현상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꼬마들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외국에까지 붙는 거야?"
"뭐 루칸 제국의 가장 위력한 황태자 에이스가 내건건데... 뭐 해코지 했겠지."
"아무튼 에이스도 간이 커. 그런 거금을 주겠다고 하다니 말야."
"용병들이 살판 나겠어."
"칫. 용병들 요즘 바빠서 안돼. 슬레이브 헌터들이 더 날뛰겠지. 현상범을 잡아봐라. 바로 돈방석이지."
"정말 대단한 나라야. 대단한 나라."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고 티어는 잠시 갸웃하고는 월터와 함께 걸어갔다.
유난히 바람이 분다. 전단지 비슷한게 자꾸 날린다. 사람들은 더욱더 수군거린다. 어떤 사람이 외친다.
"내가 현상범 에드링을 잡아서 5000로트를 가지겠어!"
그러자 사람들이 더욱도 웅성웅성 거린다.
"5000로트짜리 현상범이 너한테 걸리냐? 내가 잡는다!"
"그럼 내기!"
억세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말이 많다. 티어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저 한귀로 흘러 버리면서 짐을 든다.
주위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본다. 그들을 보면서 눈을 뗄줄 모른다.
특히 소녀들이 오도방정을 떨면서 머리 다듬고 티어를 째려본다.
월터는 그러거나 말거나 가방에 약초를 싼 종이 꾸러미를 조심스럽게 넣으면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콧노래를 한다.
'월터, 너 뒤돌아보지 말고 가.'
=네?
'아무것도 아니니까.'
티어는 한숨을 쉬며 눈빛의 압박을 피한다. 월터는 알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티어를 본다.
번외)스키나 티어 Behind Story
어느 겨울날, 한 고아원에 초인종 소리가 난다. 이윽고 한 인자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오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발에 걸리는게 있다. 아주머니는 놀라 그것을 들어올린다. 아이다. 아주머니는 놀란 가슴으로 그 아기를 데리고 들어간다.
아기는 아직 새록새록 잠이 들어 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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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야! 제발 그거 내놔!"
한 소녀가 헐떡이면서 소녀를 따라간다. 그러자 그 소녀는 씩 웃으며 뛰어가다 멈춘다.
소녀는 그 소녀한테 부딪혀 넘어진다. 소녀는 울것 같다. 리우는 잠시 난감해졌는지 웃으면서 건네준다.
"미안. 자."
"...응."
소녀는 꼭 무언가를 간직하듯 주머니에 넣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한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리우야, 또 하리 것 건드렸니?"
"헤헤... 그냥 장난 삼아서... 죄송해요. 담부턴 안 그럴게요.... 히히.."
"약속한 거지?"
"응! 아줌마, 난 커서 뭐가 될 건지 알아?"
갑자기 리우가 말을 꺼낸다. 아줌마는 잠시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할건지 이미 예상을 하고 있다.
늘 리우는 자신의 꿈을 자기에게 말하곤 했고 그때마다 표정이 천진난만해 지곤 한다.
"뭔데..?"
"하늘이 될거야. 푸르른 하늘...."
리우는 푸른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그녀의 눈은 푸른 하늘이 담겨져 있다.
리우는 작은 손으로 작게 떠가는 비행기를 가리키며 속삭이듯 말한다.
"저 비행기.... 언젠간 내가 몰게 될거야. 하늘이 되서 뭐든지 볼거야.
아줌마가 말했잖아. 죽은 사람들은 하늘나라에서 산다고. 난 하늘나라에서 죽은 공원 할아버지도 보고.. 할거야."
"......."
"아줌마, 나 꼭 조종사가 되서 돌아올거야.... 하늘을 담아서 돌아올거야...."
아줌마는 마음이 뭉클한듯 그저 말없이 끄덕인다. 리우가 뭘 알까.
지금 현실로서는 힘들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은 버림받았다는 것을 언제쯤 자각을 하고 살까.
.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플래시가 터지면서 사진사는 두 소녀를 찍는다. 리우와 그렇게 리우에게 얄궂게 당했던 소녀였다. 이름 강하리.
성격이 너무 약해서 원장이 강해지라고 지은 것이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한리우, 그녀는 극강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너무도 사이가 좋았다. 리우는 그렇게 우유부단한 하리를 좋아했고, 하리도 강한 리우를 좋아했다.
늘 꼭 붙어다녔고, 항상 함께였다. 중학교를 같이 다니면서 알아주는 단짝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에선가.... 하리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리우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따뜻함을 가르쳐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은 그녀에겐 큰 불안이었다. 어느날 하리가 그녀를 불렀다.
"한리우. 너 뭐해?"
".......?"
만나자 마자 하는 소리가 특이하기 짝이 없다. 하리는 진지했고 리우는 평소대로 히히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냥 하늘 보는 거지 뭘."
"...그게 다야? 넌 아직까지도 모르는 구나? 아무것도. 역시 고아는 다르구나."
"....뭐....?"
리우의 눈이 커지고 하리는 진지하다. 리우는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솔직히 하리는 자신의 부모님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후에 다시 찾으러 온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런데 평소의 하리가 아니다. 평소엔 자신에게 그렇게도 친절하던 그녀가 자신의 아픈 점을 찔러가며 말한다는게 말이 안된다.
리우가 그렇게 정신 없어 하는데 다시 하리가 찌른다.
"나, 이제 너의 친구따윈 안해. 너랑 다니기 부끄러워. 난 네가 싫었어. 같이 다니면서 부끄러워서 미치는 줄 알았어!
아직까지도 이상한 꿈 붙잡는 너, 엄마,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고아인 네가 정말 부끄러웠다고!!"
"갑자기 왜 이래....."
"난 네가 다 싫어! 꺼져 버리라고! 이태까지 이런 고아녀석이랑 친구가 된다니..."
"......"
리우는 아직까지 놀라 아무말이 없다. 이내 곧 손이 떨린다.
"네가 무슨... 소리를 들어서... 그러는 건지는..... 모르지만.... 왜 그러는 거야.....?"
"말 그대로야. 한리우. 난 너랑 절교 선언을 하기 위해서 나온거야."
리우는 순간 당황하더니 하하 웃는다. 리우는 친구에게 이런 소리를 들으니까 가슴이 아프다.
아프지만... 참는 거였다. 이렇게 나올줄 몰랐다. 하리가 이렇게....
"하하....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 고아한테 하리가 절교선언한다?
내가 고아라면... 그런 소리는 안해도..... 그만인거.... 아냐.....? 내가 고아라도........ 네가 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하리는 어쩔줄 몰라하다가 그냥 사라진다. 리우는 눈물이 나는걸 꾹 참는다. 배신감 느껴진다.
그 배신감은 더 커졌다. 며칠후 리우는 퇴학을 당했고, 그게 하리가 주도했음을 알았을땐 뼈저리게 아파왔다.
리우는 그때 너무나도 큰 상처를 입었었다.
.
"처녀비행 성공에 축하하네, 리우양!"
"아니죠! 리우군~!"
"선배! 자꾸 놀려먹을 거에요? 정말 유치해!"
리우가 픽 웃으면서 나온다. 그들은 하하 웃는다. 리우는 그들이 다 떠난후 비행기를 쳐다본다.
카페 벽에 잠시 기대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면서 커피를 마신다.
"푸른 하늘...."
리우의 머릿속엔 여러가지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고아원에서 놀던 모습, 원장 선생님한테 맞았던 그때.
푸른 하늘을 보면서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다시 돌아오겠노라 말했던 어린 아이의 리우...
그리고 중학교때 그토록 상처를 주고 떠난 하리가 떠오른다.
'아직까지도 이상한 꿈 붙잡는 너, 엄마,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고아인 네가 정말 부끄러웠다고!!'
리우는 고개를 젓는다.
'쳇... 하리 생각한들 뭐 어쩌겠어. 천하의 이 리우님이 꿈을 이루는데.... 헛된 꿈은 아니었다고....'
리우는 씁쓸한 미소가 나온다. 여태까지 오는 것만해도 정말 힘들었었다.
여자라는 이유에 비행기를 몰겠다는 그녀의 꿈도 사람들에 의해 불가능이란 말에 갇혀 있었고,
고아라는 이유에 사람들의 편견도 좀 있었다. 부모없이 자란 아이가 뭘 알겠느냐, 버릇이 없다는니....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견뎌내게 도와준 건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었다. 다들 위로하고, 격려도 했으니까.
리우는 쓸쓸하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격려한다해도 너무 쓸쓸하다.
'...오랜만에 등산이라도 갈까....?'
.
"이게 누구지...?"
깊은 산기슭. 누군가가 쓰러져 있다. 가방을 매고 있는 걸 보니 학생인 것 같다.
".....?"
리우는 조심스럽게 쓰러져 있는 학생을 본다.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잘 안 보였다.
"이봐, 자니? 여기서 자면 위험해..! ..? 야! 너 죽었냐? 아니.. 살아있는데.."
리우는 잠시 놀라 휴대전화를 꺼내든다. 리우의 눈은 충격으로 커져있다.
.
"은재 학생 어머니세요?"
"네... 감사합니다... 은재를 찾고 다녔는데 안보였어요..."
아주머니의 눈엔 눈물이 맺힌다. 중환자실에 있는 은재를 보며 아주머니는 슬픔이 북받쳐 오르듯 쓰러질듯 하다.
"언니... 고마워요..."
"응...."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고 리우는 잠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저게 가족애란 건가... 휴.....'
"전 이마 가겠습니다."
"..연락처라도 남겨주시고 가세요... 나중에...."
"아뇨. 저 그러거 바란 거 아니에요. 안녕히 계세요. 참, 그리고 학생 깨어나면 앞으론 조심하라고 전해줘요."
"....알았어요..."
.
하늘이 맑다. 리우는 아직도 기분이 찜찜하다. 뭔가를 두고 온 듯한 느낌이다.
병원에 뭔가를 아주 중요한 뭔가를 빼놓고 온 듯한 느낌... 리우는 가만히 고개를 흔든다.
리우는 잠시 놀란다.
"저, 저게 뭐지.....?"
그녀 앞에는 하늘에 무슨 구멍이 나있는 듯 하다. 그 안은 수만은 빛으로 얽혀 있다.
리우는 뭔가에 이끌려 구멍에 가까이 간다. 구멍이 갑자기 커지더니 리우는 어느새 구멍안에 있다.
구멍이 아니라 터널 같다. 어느새 비행기도 사라졌다.
"어, 어떻게 된거야...?"
"....환영합니다. 스키나 티어님. 당신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하얀 머리의 소녀가 말한다. 리우는 당황한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설마 저애.... 귀신인 거야...? 악!"
소설제목 : 차.원.의.벽.을.넘.어.서.1
작가명 : 아쿠아리스
E-mail : pearl_kim91@hanmail.net
연재장소 : 판타지 무협 소설방
총편수 : 총 100 편 완결
장르 :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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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소설닷컴 (http://cafe.daum.net/youllsos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