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려는 빛과 소리와 파장이다 - 두번째 소리

[금향최세현[서울]]

들어가는 말

율려란 자연과 사회와 사람들의 민심속에 내재되어 있는 그 무엇이고 그것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 했습니다. 동양의 문화권에서는 도가이든 유가이든의 유파를 막론하고 율려학을 중요한 기본 학문으로 여겨왔고, <사기>,<회남자>,<관자>,<한서>,<춘추>,<주례>,<율려신서>등 수많은 저술들에서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세종 12년에는 채원정의 <율려신서>를 세자들을 가르치는 교재로 사용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중국의 명청(明淸) 시대를 지나면서 율려가 음악의 개념으로 조명되면서 우리도 조선중기 무렵에 오면 율려가 음악 개념으로 축소됨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조선 성종대의 <악학궤범>입니다. 천지의 조화를 깨닫고, 민심을 읽고 다스리는 인문사회학의 개념이었던 율려학이 음악이라는 개념으로 축소되는 과정이 일어난 것입니다.

율려란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 낸 창조의 의지라는 정의로 이글은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탄생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연과 사회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어왔으며, 그 생명에너지는 빛과 소리와 파장의 형태로 변화하여 존재 속에 깃들어 매순간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소리의 질서로서의 율려

율려로서의 소리란 단지 음악만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으로서의 소리가 있기 전에 말씀이 있었다고 성서에서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즉 조물주의 의지(마음의 쓰임)인 말씀이 빛과 소리와 파동으로 하여 세상에 드러나고 지금껏 유지되어왔으며, 이 시대 지구촌에서 만나 음악이라는 선율을 통해 그 단서 한 조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송나라 학자 주자는 “세상의 삼라만상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이치를 갖추고 있고, 이 이치를 하나씩 따져 들어가면 마침내 확연하게 세상 만물의 이치를 밝혀낼 수가 있게 된다.”라고 말했고 우리는 이를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용어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마도 조물주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자신이 만들어놓은 피조물에 이름붙이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름짓기>

이름이란 사람이나 사물에 붙여지는 고유한 명칭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고민이 좋은 이름을 어떻게 지어줄 것인가 하는 것일 것입니다. 이름은 단순히 발음이 예쁘다고 발음에 맞춰 작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양권에서 이름을 지을 때 고려하는 요소는 먼저, 사주(생년월일시)를 분석해서 사주에 맞는 글자(한자)를 찾아내는 것이고, 둘째, 획수를 음양오행에 맞게 맞추는 일이며, 셋째, 발음 오행이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름이 담고 있는 뜻이 좋아야 합니다. 이름을 지을 때 생각하여야 할 것 중에서 소리와 관계되는 것이 바로 세 번째 고려요소인 발음의 오행을 맞추는 것입니다. 사주를 분석하여 태어난 일시에 부족하거나 넘치는 오행의 기운을 보충하거나 제거하여(虛實補瀉)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게 해줍니다. 

소리는 입으로 내고 귀를 통해 듣지만, 귀에 접수된 소리는 뇌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온몸에 전달되어 반응함으로써 “소리는 온몸으로 듣는다”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발성에 의한 오행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 중에도 초성과 종성에 위치한 자음의 영향을 받습니다. 자음 14자와 오행의 관계는 다음 도표에서 보는바와 같습니다.

<음운학상 발음과 오행의 관계>

오행	木	火	土	金	水
발음	ㄱ, ㅋ	ㄴ, ㄷ, ㄹ, ㅌ	ㅇ, ㅎ	ㅅ, ㅈ, ㅊ	ㅁ, ㅂ, ㅍ
장부	간장, 담장	심장, 소장	비장, 위장	폐장, 대장	신장, 방광

음운학상 오행의 상생이나 상극은 성과 이름의 초성 종성의 발음이 상생이 되면 좋은 이름으로 보고 있으며, 그 사람의 생년월일시의 사주에 부족한 오행을 이름자에 넣어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탤런트 김수현씨 이름이 음운 오행상으로 풀어보면, 초성과 종성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습니다. 김수현은 ㄱ(木)/ㅁ(水)/ㅅ(金)/ㅎ(土)/ㄴ(火)으로 木水金土火로 상생이 되는 좋은 이름이 됩니다.

율려의 소리와 사람의 몸

악학궤범(律呂隔八上生應氣圖)을 근간으로 율려와 인체의 12경락을 바라보면 재미있는 연관관계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동양의학에 대입하여 율려의 12음을 바라보면 황종은 수태음 폐경, 대려는 수양명 대장경, 태주는 족양명 위경 등으로 12음은 12경락과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수태음폐경은 황종이라는 음과 상호반응을 일으키며 폐경에 이상이 있다면 황종이라는 음을 내는데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황종이라는 음에 문제가 있다면 수태음 폐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므로 이럴 경우 수태음 폐경을 치유하면 황종이라는 음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역으로 황종이라는 음을 훈련해서 제대로 발성하게 하면 수태음 폐경이 회복된다는 가설도 성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2율려가 사람의 몸에 미치는 영향>

12경락	12율려	오행	발음
			자음	모음	음성내공
수태음폐경	황종	金	ㅅ, ㅈ, ㅊ	ㅡ스	ㅡ쓰,취
수양명대장경	대려	金	ㅅ, ㅈ, ㅊ	ㅡ스	ㅡ쓰,취
수양명위경	태주	土	ㅇ, ㅎ	ㅜ후	음ㅣ
족태음비경	협종	土	ㅇ, ㅎ	ㅜ후	음ㅣ
수소음심경	고선	火	ㄴ, ㄷ, ㄹ, ㅌ	ㅏ하	ㅏ아
수태양소장경	중려	火	ㄴ, ㄷ, ㄹ, ㅌ	ㅏ하	ㅏ아
족태양방광경	유빈	水	ㅁ, ㅂ, ㅍ	ㅣ쉬,취	ㅓㅗ
족소음신경	임종	水	ㅁ, ㅂ, ㅍ	ㅣ쉬,취	ㅓㅗ
수궐음심포경	이칙	相火			쉬
수소음삼초경	남려	相火			쉬
족소양담경	무역	木	ㄱ, ㅋ	ㅓ허	ㅡ으
족궐음간경	응종	木	ㄱ, ㅋ	ㅓ허	ㅡ으

위의 도표에서 보듯 12율려의 각 음들은 우리 몸의 장부와 연결된 12경락과 직접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어느 특정 장부에 병증이 있을 경우, 그에 해당하는 음이 잘 나오지 않을 것이고, 그 해당 음을 집중적으로 잘 나오게 수련 한다면 해당하는 장부도 건강한 기능을 찾아 갈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처럼 율려의 소리와 인체건강의 관계 연구를 통해서 인체의 부조화를 소리를 통해서 바로잡고, 더 나아가 음악이나 소리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음상태를 신체 상태와 견주어 점검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된 것이니 연주전후 투명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위 자료는 동양철학과 의학을 기반으로 하여 연구되고 활기공사 등 대체의학 분야에서 활용되어지는 것으로 필자가 종합·편집한 자료이며, 앞으로 심포삼초경 등에 대한 음파접근 연구, 대금이나 기타 악기의 음역별 장부와 신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하여 임상학적 연구검증 및 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언어란 소리로써 어떤 대상들의 의미를 규정지어놓은 하나의 약속입니다. 언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우리는 생각과 의도를 전달하지만, 음악이란 언어로서 도달하기 어려운 세계를 음이라는 소리의 도구를 활용하여 특정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입니다. 음파소리에 실어 뼈와 살과 근육과 특정 장부에 도달할 수 있고, 신경을 타고 어떤 이의 생각의 중심에까지 도달할 수 있으니 음악은 최고의 치유의 도구이자 메신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