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안에 뭐야?
김상근 글, 그림
한림출판사|2020.12.10|40쪽|13,000원|그림책|6~7세
개구리들은 동굴 앞에서 반짝이는 걸 발견한다. 엄마 개구리는 그 말을 듣고 어두운 곳은 위험하며 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개구리 형제들은 잠자리에서도 동굴 속 반짝이는 것이 무얼까 궁금해한다. 개구리들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고 동굴로 들어간다. 동굴의 종유석을 조심스럽게 건너는 모습과 깜깜한 어둠 속에서 동물들의 눈망울을 재밌고, 신비롭게 표현했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눈동자들은 보석에 비춰 진 듯 환상적으로 보인다. 개구리들은 동물인지, 괴물인지 모를 것들을 만나 두려우면서도 호기심에 이끌려 동굴 깊은 곳까지 온다. 깊은 동굴 속까지 홀린 듯 따라 들어온 개구리들은 반짝이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정영화)
꼭두새벽을 보았니? - 아침냥 이야기
안 에르보 글, 그림|이경혜 옮김
한울림어린이|2021.1.4|40쪽|13,000원|그림책|8~9세
아침냥이는 숲속 나무 위에 사는 고양이다. 작고 예쁜 바구미인 쌀톨이와 함께 산다. 매일 동틀 무렵 일어나 얼굴을 씻고 아침을 먹는 일이 정말 행복하다. 어젯밤엔 한밤중에 깼다.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었기 때문이다. 푹 자보려고 머리 위치를 바꾸었지만 잠이 들지 않는다. 겨우 잠이 들려는데 눈 옆으로 빛이 비춘다. 대체 뭘까? 쌀톨이는 “그건 꼭두새벽의 햇살일걸.” 이라고 말해준다. 아침냥이는 꼭두새벽을 다시 만나고 싶어 쌀톨이와 여행을 떠난다. 실을 잣는 거미는 꼭두는 꼭두라고 무성의하게 말한다. 솔방울과 두더지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고 고양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한다. 아침냥이는 몽땅 엉터리라며 투덜거리고 둘은 해가 질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아침냥이와 쌀톨이의 한나절 여행은 이대로 끝나는 걸까?
이 책은 아름다운 언어가 인상적이다. 가닥가닥, 뽀득뽀득, 총총처럼 반복되는 말이 아름답고, 꼭두새벽을 설명하는 동물들의 말이 새롭다.(이은숙)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김지은 옮김
책읽는곰|2021.1.15|52쪽|13,000원|그림책|10~11세
아이는 말하는 게 어렵다. 소나무라고 말하려 해도 ‘스’라고만 발음되어 나온다. 항상 교실 맨 뒤에 앉고 발표 시간이 제일 힘들다.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온 아빠는 기분이 안 좋은 아이와 함께 강가로 간다. 같이 산책하며 강물을 바라보다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라고 아이에게 이야기해준다. 아이는 평소에도 자주 온, 좋아하는 강을 오래 바라본다. 물거품을 일으키고 소용돌이치며 이리저리 굽이쳐 흐르는 강물. 아이는 강물도 자신처럼 더듬거리며 흐를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라는 말을 마음 깊이 새기고 말하기 싫을 때, 울음이 나올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린다.
시적인 글과 잔잔한 그림이 잘 어우러진다. 확대되어 그려진 아이의 얼굴에는 곤혹스럽거나 담담한 심경의 변화가 잘 드러난다. 접힌 페이지를 양옆으로 펼치면 햇빛을 받아 초록과 흰빛으로 반짝거리는 강물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강물 속에 당당히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이 감동적이다.(노은정)
우리 집에 늑대가 살아요
발레리 퐁텐 글|나탈리 디옹 그림|유아가다 옮김
두레아이들|2020.11.25|32쪽|10,000원|그림책|10~11세
어느 날 늑대가 우리 집에 왔다. 빨간 장미를 들고 왔던 늑대는 곧 차가운 눈빛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늑대는 스파게티가 식었다는 이유만으로 접시를 내동댕이치거나, 아무 때나 고함을 지른다. 나는 팔에 난 멍 자국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 옷을 입어야 한다. 집은 점점 슬픔과 공포의 공간이 된다. 결국, 나는 마음속에 단단한 요새를 짓고 그 안에 숨어 버린다.
가정 폭력을 아이의 담담한 목소리로 간결하게 전한다. 파스텔 색조의 그림은 폭력의 실체와 피해 고통을 분명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그려낸다. ‘아기 돼지 삼 형제’에 비유되는 엄마와 아이의 상황은 위태롭고 무력하기만 하다. 늑대는 짚으로 만든 나만의 피신처도, 나무로 만든 내 방문도 간단히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엄마는 집을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엄마와 아이의 탈출 장소는 친절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안온한 공간이다. 아이는 아픔을 나누고 함께 헤쳐 나갈 이웃이 있는 세계는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정은영)
천천히 안녕
고재현 동화집|이소영 그림
창비|2021.1.8|136쪽|10,800원|우리 동화|10~11세
여섯 편의 단편 동화가 있다. 표제작인 <천천히 안녕>은 반려동물과 헤어지기 힘들지만 천천히 떠나보내는 이야기이다. 기욱이는 함께 살던 거북이가 죽자 냉장고에 소중하게 넣어둔다. 엄마는 빨리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거북이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손도 못 대게 한다. 비가 오자 기욱이는 길에서 비를 맞고 있는 새끼 고양이에게 우산을 씌어준다. 그날 밤 거북이 영혼이 고양이 몸에 들어가 말을 건네며 기욱이를 위로한다. <옆 반 아이>에서 외계인 아이와 도깨비 아이는 복도에서 벌을 서다 친구가 된다. 보름달이 뜬 날 두 아이는 학교 뒤편에서 만나 높이 뛰어오르며 논다. 사람들에게 잊히고 외로워 보이지만 친구가 있어 괜찮다. 거기다 다른 옆 반 아이 붉은 여우를 만나 함께 노래를 부른다.
정전이 되어 승강기에 갇혀 마음을 터놓게 되는 두 아이 이야기, 교실에서 커플되기가 유행처럼 번지자 고백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이야기가 더 있다. 아이들은 사람, 동물, 귀신까지 진심으로 친구가 되며 진실한 관계를 맺는다.(신민경)
피터와 에르네스토는 단짝이야
그레이엄 애너블 글, 그림|신형건 옮김
보물창고|2020.12.10|128쪽|16,000원|만화|8~9세
나무늘보 피터와 에르네스토는 단짝이다. 나무 위에서 간식을 먹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더 넓은 하늘을 보고 싶은 에르네스토는 길을 떠나고자 한다. 곰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피터는 위험을 강조하며 붙잡는다. 그러나 에르네스토는 새로운 하늘의 모습을 기대하며 출렁거리는 다리와 강물도 망설임 없이 다가선다. 고래 등 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여행의 기대감을 한 층 더 높여준다. 에르네스토를 걱정하던 피터도 보금자리를 벗어나 친구를 찾아 길을 나선다. 나무에서 내려와 한발 내디딜 때마다 두려워하는 피터의 표정은 당차게 길을 떠난 에르네스토와 대조적이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뿐 곳곳의 동물 친구들에게서 도움과 용기를 얻는다. 제자리로 돌아온 피터와 에르네스토가 여행 이야기를 공유하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장면은 우정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서로 다른 두 친구의 모험을 단순한 화면 분할과 그림으로 가독성을 높였다. 대조적인 모습에서 인물의 표정과 행동이 잘 표현되어 몰입할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김하정)
EVERYDAY HERO - 아스퍼거 소녀, 일상의 영웅이 되다
캐슬린 체리 글|윤경선 옮김
한울림스페셜|2020.11.16|224쪽|15,000원|소설|13세부터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앨리스는 냄새와 소리, 접촉에 극도로 예민하다. 무언가에 자극을 받으면 구석에 웅크리고 있거나 머리를 찧는다. 또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짓말도 못 한다. 앨리스는 종종 아이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다. 이런 앨리스를 편견 없이 대해주고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건 메건뿐이다. 메건은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고 가정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아이다. 어느 날, 새 아빠의 폭력에 지친 메건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남자의 말을 믿고 가출을 한다. 인터넷 범죄 예방 팸플릿을 본 적 있는 앨리스는 메건이 너무나 걱정된다. ‘친구는 지켜주는 것’이라 믿는 앨리스는 혼자 메건을 찾아 나선다. 앨리스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메건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편견을 향한 앨리스의 도전과 메건이 보여 주는 우정이 아름답다.(정인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