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길 없는 길을 간다
4-1. 자유등반에서 인공등반의 세계로
우리 친구들은 지금까지 기본적인 등반 장비와 기술을 익혔다. 자유등반의 후등자로 시작하여 등반을 계속하다 보면 더욱 깊게 등반의 재미를 느낀다. 장비의 사용법과 등반 기술이 몸에 익숙해짐에 따라 더 긴 루트의 암벽, 더 어려운 암벽도 쉽게 오른다. 주위의 친구들과 손발을 맞추어 더욱 새롭고 재미있는 암벽길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이때쯤이면 선등자로서의 역할도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등반 기술과 장비 사용법을 익혀 등반을 계속하다 보면 이 암벽을‘처음 오른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에는 어떻게 올라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또 올라가 보지 못한 새로운 암벽을 보았을 때 올라가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특히 엘캐피탄이나 하프돔을 비롯하여 거벽(巨壁)이 병풍처럼 수없이 널려 있는 요세미티의 계곡에 섰을 때 암벽등반을 해 본 사람이라면 ‘나도 저기에 올라갈 수 있을까? 올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인공등반(aid climbing)이다.
거벽(big wall): 거대한 암벽, 즉 대암벽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거벽은 고산 거벽과 요세미티 거벽으로 구분하며 여기서는 요세미티 거벽을 기준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인공등반은 자유등반에 더하여 인공의 보조장비를 이용하여 암벽을 오르는 일이다. 자유등반이 불가능한 암벽을 등반할 때, 특히 요세미티의 엘캐피탄과 같은 거벽을 등반할 때에는 인공등반이 아니면 거의 등반이 불가능하다. 거벽이 아니더라도 인공등반은 더 안전한 등반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무도 오르지 않은 암벽을 오르거나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즉 길 없는 길을 오르는 것이 인공등반이다. 이 모든 것을 접어두고 자유등반을 하는 우리 친구들이 더욱 안전하게 등반하기 위한 현실적인 이유에서도 인공등반은 꼭 필요하다.
신체 외 보조물을 이용하는 것은 모두 인공등반이다. 암벽을 오르며 볼트에 퀵드로우나 슬링 등을 걸어 잡고 일어서는 것, 이것들을 밟으며 다른 확보물을 잡고 오르는 것도 모두 간단한 인공등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공등반은 자유등반보다 훨씬 더 많은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자유등반에서 선등자와 후등자의 등반 방식은 근본적으로 같다. 그러나 인공등반에서 선등자와 후등자의 등반 방식은 다를 수 있다. 대개 인공등반의 선등자는 가지고 있는 장비를 이용하여 자신의 확보물을 설치하고 이를 이용하여 몸을 끌어 올리며 암벽을 오른다. 그러나 인공등반에서 후등자는 선등자의 확보를 받거나 선등자가 고정해 놓은 등반로프를 따라가며 설치한 확보물을 회수하며 올라가거나 별도로 고정해 놓은 로프를 따라 빠르게 올라가게 된다. 자유등반이나 인공등반 장비들의 대부분은 추락에 대비하여 등반자의 안전을 지키는 장비들이다. 여기에 더해 인공등반에는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서 몸을 고정하여 세우는 장비, 몸을 끌어 올리는 장비, 설치된 확보물을 회수하는 장비, 로프를 따라 빠르고 쉽게 이동하는 장비 등이 더 필요하다.
또 인공등반은 자유등반과 비교하여 위험 요소가 많고 더 많은 장비를 사용하게 되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암벽에 매달려 오랜 시간 등반하기 위해서는 물, 식량 외에도 취침을 위한 장비, 이것들을 끌어올릴 장비 등이 추가로 필요할 때도 있다.
이와 같이 길 없는 길을 따라 큰 암벽을 오르는 인공등반은 많은 장비 외에도 더 많은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등반시간도 짧게는 몇 시간부터 며칠 이상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등반자에게는 자유등반을 할 때보다 더욱 강한 체력과 정신력, 인내심, 정확한 판단력, 그리고 완벽한 팀웍이 요구된다. 그러나 요세미티 엘캡과 같은 거벽을 오르는 인공등반을 모두 소개한다는 것은 필자로서는 능력 밖의 일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단지 여기서는 몇 회에 걸쳐 초보적 수준에서 인공등반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에 대하여 소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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