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갈증증’ 2017년 7월 31일
아침 일기
5시 50분, 수목원에 걸으러 갔다. 하늘은 흐릿하다. 비 올 날씨 같아 우산 두 개를 들고 나섰다. 수목원에는 회화나무 꽃잎이 바닥에 하얗게 떨어져있다. 마치 화이트 카펫을 깔아놓은 듯 정겹고 고급스럽다. 연못에는 개구리밥이 파랗게 깔려 완전 파란 연못이 되어버렸다.
“당신, 거기 서 봐요.”
파란 연못 중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남편을 모델로 사진 한 컷을 찍었다. 수목원에 쭉 뻗은 아스팔트 길도 있지만 나는 수목원 올 때마다 꼬불꼬불하고 나무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오솔길로 찾아들기를 좋아한다. 다같은 길이라도 나무와 풀꽃들이 파릇파릇 손 흔드는 고 작은 오솔길이 사람의 마음을 끈다. 작은 길들을 꼬불꼬불 돌아 수목원 뒷문으로 나갔다. 수목원 뒷길은 한 사람이 지나가면 한쪽 어깨를 치켜들고 옆으로 서야 걸어갈 수 있는 오솔길이다. 이런 오솔길 또한 정겹다. 잠시 비켜서는 멈춤과 호젓한 길을 사브작사브작 걸으며 마주치는 초록잎들과의 눈웃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녹색이면 무조건 좋다. 내가 고령 베나의 집에서 녹색 정원을 내다보고만 있어도 좋다고 했더니 신교장이 ‘녹색갈증증’이랬다. 그런가? 녹색은 누구에게나 마음을 편안하게 힐링시켜주는 치유의 색이 아닐까? 작은 오솔길을 걸어 나오니 대진초등학교쪽으로 가는 뒷산이 보인다. 저 뒷산으로 올라가서 집으로 가도 좋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수목원 옆문으로 들어간다. 지금 돌아가야 7시에 출근하는 아들, 우림이를 배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목원 옆문으로 들어와 급히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다. 수박을 썰어 쥬스 믹스기에 넣는다. 그래야 와송과 토마토를 넣어도 물기가 있어 잘 갈리고 단맛이 있기 때문이다. 우림이는 쥬스를 안 마시기 때문에 수박 몇 조각을 썰어 접시에 담아 내놓았다. 한 쪽 들고 가라고. 수박 먹는 틈새에 일본 여행 누구와도 같이 안 가고 완전 혼자 가는가 물어봤다. 혼자 간단다. “한 명이라도 같이 가면 좋은데...”
부모로서 걱정스런 마음이 불쑥 말로 튀어나온다. 그러든지 말든지 아들은 다녀오겠다며 출근을 서두른다. 아들을 보내고 수박과 와송과 방울토마토를 넣어 간 쥬스를 잔에 따루었다. 밥솥에 넣어 찐 감자 두 개도 꺼내 놓는다. 계란 두 개도 삶아 건진다. 쥬스 한 잔과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 이 정도면 배부른 아침 식사다. 완전 유럽식 식단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