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無我, anattan)에 근거한 소통 담론의 모색A Study on the Discourse of Communication Based on Selflessness(anattan)
발행기관 : 대동철학회
* 이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20S1A5C2A02093108)
- 경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임승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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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머리말
2. 인식론적 반성과 무기(無記)
3. 소통의 기준으로서의 사성제(四聖諦)
4. 무아에 근거한 소통의 가능성
5. 맺음말
초록
이 글은 초기불교의 무아설(無我說)에 근거하여 갈등 문제의 대처를 위한 소통 담론을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둔다. 초기불교의 니까야(Nikāya) 문헌에는 다양한 유형의 무아설이 나타난다. 필자는 그들 중 ‘동일시의 부정(disidentification)’을 내용으로 하는 무아 유형 들이야말로 협력적 삶을 위한 소통의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동일시의 부정’ 방식으로 제시되는 무아란 스스로의 주장과 견해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본질로 한다. 이것은 자신의 경험을 구성하는 물질현상(色, rūpa)이나 느낌(受, vedanā) 따위에 대해 ‘나의 것 (mama)’이 아니며 ‘나의 자아(me attā)’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부정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인들에 대한 거부로서, 자신의 신념이나 사고에 매몰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필자는 이와 같은 반성적 태도가 결여된 상태에서는 스스 로의 느낌이나 생각에 대한 과도한 확신과 함께 타인과의 소통 부재 상황이 초래될 수 있 다고 본다. 동일시 부정의 무아는 ‘나’ 혹은 자아에 대한 존재론적 부정으로 볼 수 없으며, 다만 자신을 구성하는 요인들과의 ‘거리두기’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거리두기’는 자신에 대해 거리를 두는 정도만큼 타자를 위한 여유 공간의 확보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 다. 이 점에서 무아란 ‘나’ 혹은 자아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가 아니며 타자에 대한 맹목적 인 수용도 아니어야 한다. 무아의 실천에는 자신과 타자 모두에게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과 균형감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무아의 실천적 측면을 규명하기 위해 원효의 화 쟁(和諍) 사상과 현대의 체험주의(Experientialism) 담론을 활용한다. 자신의 신념이나 확 신조차도 다른 사람에 의한 검토와 비판에 개방되어야 한다는 화쟁 해석은 무아의 실천적 측면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한편 체험주의 담론은 절대주의적 사고방식의 폐해를 지적하는 동시에 몸으로 경험되는 ‘나쁜 것’에 대한 체험적 인식으로부터 공감과 소통 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것을 제안한다. 체험주의의 시선은 무아설 및 사성제(四聖諦)가 사변 의 산물이 아니며 생생한 삶의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것임을 드러내는 데 유용하다.
※ 주제어 : 무아, 소통, 갈등, 화쟁, 체험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