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시 2편 발표ㅡ박상봉

[봄핀]

그 저녁 쓸쓸 외 1편

박상봉


가야 할 곳으로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리는데
너무 오랜 시간 보냈습니다

버스 대신 구름 몰고 온
저녁을 읽느라
기다리는 시간 다 보냈습니다

버스가 왔지만
매일 퇴근하는 그 버스를 타지 않았습니다

갈 곳 없는 쓸쓸을
남루하게 걸치고 서 있는 것 말고는
마땅히 하릴없는 저녁

정류소 담벼락 서성거리는 구름과
참제비고깔 입술이 겹쳐 보이는
해와 달, 그 사이


톡, 세상


집으로 가는 길
페북의 것들을 읽고 또 읽는다

집게손가락 가볍게 톡, 두들겨
좋아요, 하거나 톡톡톡 몇 마디
댓글 달아주기도 한다

얼숲 세상 얼벗의 말 뚫어지라 보며 걷자 하니
눈앞이 어리어리 위험한 밤길이다

아파트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신작로
글자판 톡톡톡 두들기며 멈춰 섰는데
담장 너머 개나리 하늘하늘 알은체한다

개나리 노란 안부가 궁금해
아내한테 카톡 문자 보내봐도 답이 없다

오늘은 카톡도 안 하고 무얼 하나
궁금해 이모티콘 하트 한방 날리니
카톡카톡 아내 답글이 돌직구다

마늘 까는 중이란다

ㅡ시공간 4집《톡, 하실래요》에 발표한 신작시 2편이 격월간 시전문 잡지《마음시》10호 2023년 1/2월호에 재수록되었답니다.

[나무]

상봉쌤, 축하합니다!!
시공간의 자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