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한 갤러리에서 사람의 뒷모습을 역광으로 찍은 흑백사진전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문득 사람의 일생이란 어릴 때는 육친의 등에 업혔다가 어른이 되어자식을 업었다가 마침내 빈 등이 되는 과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이란 “고작 두어 뼘 등판 위에서 뒤집”히는 것으로 간추릴 수 있구나 싶었다. 또 살면서 아프고 슬픈 일들은 늘 가슴이 받아 안았다고 여겼는데 “겁 많고 무른 가슴팍 대신 온갖 상처를 받아낸” 것은 뒤쪽 등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삶이 힘들 때마다 덤덤히 받아주고 막아주며 때론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느라 어느새, 딱딱해져 버린, 등이 바로 "슬픔의 정면"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고나 할까.
박수현
경북 대구에서 출생.
경북대학교 사범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2003년 계간시지《시안》으로 등단.
시집 『운문호 붕어찜』, 『복사뼈를 만지다』, 『샌드페인팅』, 『처녑』.
연합기행 시집 『티베트의 초승달』 및 3권.
제4회 「동천 문학상/2020년」 수상.
2011년 서울문화재단,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 2025년 서울문화재단 원로예술인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