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0월 3일 오전은 즐겁고 기쁜 시간이었다. 벌써 3차례 과학기술대학교 운동장에서 실시한 달리기 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추억거리를 만들곤 한다.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한 달 이상 과기대를 토요 새벽마다 달린 터라 모두는 목표를 크게 잡았다. 작년보다 1바퀴를 더 돌기로 했다. 최고는 5바퀴이고, 나머진 2바퀴, 3바퀴 그리고 4바퀴였다. 5바퀴는 이기정, 신혜수, 이기정, 조문일, 김재용, 김성민과 이 산을 비롯하여 1시간 20분이란 기나긴 시간 동안 언덕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그 외에 4바퀴는 김선우, 안애영이고, 3바퀴는 권태경, 송주연, 원종혁, 이나라 등이고, 2바퀴는 윤송희, 김소윤과 김자윤 등이다. 쌍둥이를 둔 김진아는 운동장을 5바퀴 돌았고, 초아, 우리, 안과 봄, 하윤은 2바퀴를 돌았다. 1바퀴는 거의 2.3km이고 5바퀴면, 11.5km인 셈이다. 동영상을 보면, 각자의 목표를 향해 힘껏 달린다. 특히 언덕을 오를 땐 숨도 가쁘고, 다리에 쥐가 생기고, 숲속을 달릴 땐 나무뿌리, 돌부리를 피하면서 달려야 한다. 거센 숨소리를 내면서도 여기저기서 역사로 남기기 위해 동영상 찍기에 분주한 김소윤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과기대 운동장을 뛴 것이 2010년이다. 그리고 다음 해부터 오늘의 코스를 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2바퀴 도는 것도 힘들어 겨우 달렸다. 3바퀴는 신체의 한계였다. 그런데 자매들이 3바퀴를 도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건강을 위해 뛴다고 단순히 말할 수 있지만 뛰다보면, 건강보다 의지이다. 자신이 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힘과 에너지를 조절하면서 그만 달리고 싶고, 쉬고 싶지만 달리고 또 달린다. 땅을 보다가도 하늘을 보고 하늘을 보다가도 앞을 바라보면서 각기 개인의 목표를 향해 뛴다.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무슨 상급도 없다. 자신에게 정직하고 싶은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다. 새롬인이기에 한다! 보상을 주지도 않지만 뛴다. 함께 뛰지만 개인적이다.
난 구원은 개인적이란 설교와 함께 인생 살이도 개인적이라고 확신한다. 동행하거나 동반할 수 있지만 결국 자신이 감당하거나 감내해야 한다. 아픔도, 슬픔도, 기쁨도, 보람도 나누곤 하지만 공유할 수 없다. 심지어 출생도 죽음도 공유하지 못한다.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원해서 죽는 것도 아니다. 태어난 이유를 찾고, 죽는 이유를 찾은 자만이 갖는 목표를 향해 제각기 살아간다. 인간의 허약함 땜에 하나님은 동반자나 배우자를 비롯하여 가족을 형성하라고 했다. 가족과 친척은 위로와 기쁨 그 자체이지만 공유하지 못한다. 나누곤, 주곤, 받곤 하지만 공유하지 못한다.
달리기하면서 내내 힘과 에너지를 조절해야 했다. 돌아와야 하기에 성급하게 서둘러도 안 되고, 기분에 따라 쉬어서도 안 되고, 남에게 뒤처진다고 과용해서도 안 되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그저 자신이 정한 목표지를 향해 왕복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는 자신의 고향이 태어난 곳이 아님을 비로소 안다. 영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새로운 목적이 생긴다. 영원에서 왔기에 영원으로 돌아간다는 분명한 목적이 생긴 것이다. 목적이 분명해지기에 그것에 이르는 가치관, 인생관, 역사관, 신앙을 설립한다. 그것에 맞춰 성취할 세목을 정해서 시간 속에서 열심히 살아간다.
돌아가야 할 목적지를 원해서 하거나 싫어서 안 해서도 안 된다. 그곳에 반드시 이르러야 한다. 이 목적 성취를 위해 하나님은 자신의 자녀를 독려하고 훈련시킨다. 게을러 실수하거나 실족하면, 제자리 돌아오기 매우 어렵다. 미끄러진 만큼 회복의 기간이 비례하지 않는다. 하루가 1년이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이지만, 거짓되거나 헛된 모습을 내려놓거나 부인하면서 그분의 자녀로서 자격을 갖추게 된다. 믿음으로 천국에 임한다는 의미를 왜곡시킬 정도로 우리는 영악하다. 하지만 반드시 하나님의 자녀 자격에 어울리는 자로 만들어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