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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에 걸쳐 우리나라 강에 대한 생태를 말해주는 다큐멘타리를 방영했습니다.
다시보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4대강에 대하여 관심 있으신 분은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모래톱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지,
강을 호수로 만들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수 있을 것입니다.
kbs 1. 환경스페셜
특집 2부작 <강과 생명>
1편 모래강의 신비
- 4대강 공사로 사라진 우리 강의 원형, 모래강을 찾아서
연출 : 손 현 철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와 예천을 거쳐 낙동강에 합류하는 내성천은 조선시대에도 모래가 많아 사천(沙川)으로 불렸다. 댐건설과 개발로 수많은 모래강이 사라졌고 4대강 공사로 그나마 남은 흔적마저 파괴되고 있는 현재, 내성천은 모래강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강이다.
모래강 내성천의 지형과 생태, 인문지리를 중심으로 모래지형이 한반도의 자연과 생태, 사람들의 문화, 정서에 남긴 궤적을 추적한다.
콜레라를 이긴 모래톱의 물
1866년 독일 뒤셀도르프 지역에서 57건의 콜레라가 발생해 감염자의 반 이상이 사망했다. 오염된 공동우물의 물을 마시고 병에 걸린 것. 시의회는 라인 강변에 취수정을 뚫고 모래층이 품고 있는 깨끗한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했다. 강물이나 빗물이 모래 충적층을 통과하면 수질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진다. 강변여과취수라는 이 방식은 전 세계로 퍼졌고 한국에도 1990년대 도입돼 낙동강변의 경남 창원시와 함안군의 정수장에서 불소 등 정화약품을 훨씬 적게 쓰는 방식으로 깨끗한 물을 생산하고 있다.
조선 실학자 이중환도 알고 있던 모래의 필터 역할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사대부가 살기 좋은 조건으로 마실 물이 좋아야함을 첫째로 꼽으면서 ‘토질이 모래땅이면 우물물도 맑고 차다' 고 했다. 모래는 자연의 필터 역할을 한다. 홍수로 더러워진 흙탕물도 모래를 통과하면서 깨끗해진다. 한강과 낙동강변에 퇴적된 모래층은 맑은 물을 함유하고 있다가 우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내준다. 산업단지의 오폐수가 대량 유입되는 낙동강 수질이 하류로 내려오면서 오히려 좋아지는 원인 또한 강물 속에 퇴적된 모래의 여과 작용 때문이다.
모래의 땅 한반도
한반도의 강은 모래의 강이라 할 만큼 모래가 많았다. 서울에 남아있는 모래강이라는 뜻의 '모래내', 방방곡곡의 ‘사천(沙川)’이란 이름은 우리의 지형 조건에서 모래가 필수적이었음을 말해준다. 고려시대까지 한강은 사평도(沙平渡:모래 평야의 강)라 불렸다. 특히 영남지역을 관통하며 흐르는 낙동강은 강과 모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래 반 물 반이었다.
- 모래, 한국적 정서의 근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시)
1920년대 김소월이 노래했듯, 한반도의 강변 마을은 아침, 저녁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로 환해졌다. 모래톱과 강둑 사이의 습지에 지천으로 자란 달뿌리풀과 억새가 강바람에 흔들리며 한낮의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다
둑 위에는 세 그루 버드나무
울타리 밑엔 십리나 되는 모래밭
그 안에 자리 잡은 정자 좋기도 해라
돌아보니 여기가 내 집이로구나.
(다산시문집 제7권, 귀전시초(歸田詩草) 중에서)
소월보다 1백여 년 전, 다산 정약용도 남양주 두물머리부터 충주까지의 3백리 뱃길을 지나며 강변 풍경을 시로 읊었다.
- 풍수지리의 砂와 ‘모래집’
한반도 곳곳의 강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크고 작은 모래 지형들이 촌락과 농토를 감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집터나 무덤을 둘러싼 지형 요소를 ‘모래 사(砂)’라 부른다. 그만큼 모래가 우리의 생활터전을 둘러싸고 있었음을 뜻한다. 우리 조상들에게 모래는 또한 생명이었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태아를 감싼 양막(羊膜)을 ‘모래집’ 이라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모래가 낳은 마을과 서원
모래강의 강변에는 마실 물이 가까이 있고 배수가 잘 되어 사람이 모이고 마을이 생긴다. 강의 모래톱을 끼고 생긴 마을의 이름인 내도리, 물돌이, 무두리, 수도리, 하회가 방방곡곡에 흔하다. 또한 모래의 강, 모래톱을 내려다보는 풍광 좋은 곳에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우주의 이치를 깨치려는 도학자들의 치열한 사유가 펼쳐졌다. 도산서원, 병산서원, 도정서원 등의 유명한 서원들이 모래톱을 굽어보며 세워졌다.
모래강의 생명들
강과 내의 하천 생태계에서 모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모래톱은 강과 강변 습지 사이에서 생태적 완충지대가 된다. 모래에 붙어사는 수많은 미생물은 강의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수서곤충, 물고기들의 먹이가 된다. 모래에는 길앞잡이, 개미귀신 같은 특이한 곤충들이, 강바닥의 모래 속에는 멸종위기종 흰수마자 같은 민물고기가 숨어서 산다. 수달은 얕은 모래바닥을 훑으며 물고기 사냥을 하고 강변 억새밭에는 몸을 숨긴 고라니가 풀을 뜯는다. 사람들은 잔뿌리가 발달한 버드나무과 나무를 모래 강둑에 심어 홍수를 막았다.
사라지는 모래톱
4대강 공사의 하천 준설로 한반도의 4대강에서는 5.7억 입방미터의 모래가 사라졌다. 폭 100미터, 높이 5.7미터의 모래 둑을 서울과 부산 사이에 왕복으로 두 줄 깔고도 100km가 남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다. 강바닥 준설은 단기적으로는 자갈과 모래 속에 알을 낳는 민물고기의 번식지를 없애버리고, 수중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강과 주변 습지, 인간 거주지와의 완충지대인 모래톱이 사라짐으로 장기적으로 생태환경과 인간생활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특집 2부작 <강과 생명>
2편 : 침묵의 강 /8월 17일 방송예정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강은 동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의 땅이다. 특히 강 주변 습지는 다양한 생물이 깃들어 사는 생명의 보고다. 그러나 개발과 함께 많은 습지가 사라지고 있으며 그곳에 사는 생명들도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본편에서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강과 주변에 서식하는 생명들을 통해 자연생태의 아름다움과 경이,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자 한다. 또한 물리적으로 변해가는 강의 모습과 생태를 취재해 4대강 공사 후 강의 변화와 우려되는 점을 예상해본다.
2011년 8월 17일 (수) 밤 10:00~10:50 KBS 1TV 방송
[환경스페셜 472회]
특집 2부작 <강과 생명>
2편 침묵의 강
연출 : 권혁만 PD
최상류에서 하류까지
‘강과 생명’ 200일의 기록!
강은 물길이기 이전에 수많은 생명을 길러내며
바다로 흘러가는 거대한 생태계이다.
한반도에 강이 탄생한 이래
가장 큰 인위적 변화라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
과연 강의 생명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 거대한 변화의 현장에서
환경스페셜은 ‘생명체’에 카메라를 맞췄다.
■■■ 최상류에서 하류까지, 강의 여정과 생명들
2010년 10월 말에서 2011년 6월 초까지 200여 일 동안 환경스페셜 카메라가 담아낸 강과 생명의 이야기. 그 첫 번째 장은 최상류에서 하류까지 강이 흘러가는 여정을 따라가며 강생태계의 주인인 생명체들을 만나는 것이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산 고원에선 빗방울이 모여 작은 물줄기를 이루고 협곡의 폭포로 흘러내린다. 최상류인 백천계곡엔 열목어가 산란을 위해 찾아들고, 금강 중류에선 멸종위기종 감돌고기가 꺽지의 산란장에 들어가 목숨을 건 탁란을 한다. 천연기념물 호사비오리와 큰고니가 노니는 남한강의 겨울비경이 지나면 황조롱이가 새끼를 키우는 봄이 온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를 향해 달려온 강의 여행이 끝나는 곳, 금강하구에선 마지막 강물의 품에서 쉰 수십만 마리 가창오리들이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에서 강과 생명의 이야기가 이토록 아름답기만 할까?
■■■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강의 생명들은?
? 새들의 위험한 동거, 그리고 물속 생명들의 집단폐사
두루미들의 낙원으로 불리던 해평습지. 해마다 10월 하순에서 11월까지 낙동강 해평습지의 하늘은 3천여 마리 두루미들로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준설공사가 진행된 지난해 가을과 겨울, 해평습지를 찾은 두루미 수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쇠기러기들의 쉼터인 모래톱은 파헤쳐졌고, 철새들이 먹이를 구하던 들판마저 강에서 퍼 올린 모래들로 메워졌다. 수년간 낙동강의 해평습지 어디서도 발견된 적 없던 천연기념물 황새 한 쌍이 이곳을 찾았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고 진행됐다.
강의 변화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은 물속 생명들에게도 가혹함을 드러냈다. 남한강 여주의 준설공사장에선 천 마리가 넘는 산란기의 누치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낙동강 합천보 인근에선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인 귀이빨대칭이들이 집단 폐사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과정에서 죽어간 그 생명들은 역설적이게도 강이 살아있었음을 증명하는 존재들이다.
? 강생태계의 왕자에서 양어장 도둑으로 전락한 천연기념물 수달
경북 예천, 낙동강 인근의 마을에서 양어장을 운영해온 주민들은 폐업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1년 전 낙동강 본류의 준설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양어장 물고기를 습격하는 도둑이 출몰한다는 것이다. 밤이 되자 유유히 양어장에 나타나 물고기를 잡아먹는 녀석들은 수달들이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수달을 포획할 수 없기에 주민들은 속수무책 바라볼 뿐이다. 낙동강 준설공사 이후 양어장에 수달이 나타나면서 수달은 양어장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채 더 이상 왕자의 삶을 살지 못한다.
? 낙동강에서 여울고기들이 사라진다
최근 수년간 국립환경과학원이 낙동강 본류에서 조사한 물고기는 적어도 30~40종.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올해는 어떨까? 지난 6월, 낙동강 8개 지점의 어류생태 모니터링 결과는 우려할만한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도 조사 지점이었던 준설구간 5곳에선 1년 사이 어류의 종수와 개체수 모두 절반 이상 줄었고, 그나마 준설구간이 아닌 지천 등 3곳에서만 흰수마자(멸종위기1급) 같은 낙동강 대표어종이 한두 마리씩 발견됐다. 이것은 단지 하상이 불안정한 공사과정에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일까? 전문가들은 강이 갖고 있는 복원능력을 감안하더라도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거라 예측한다. 보 건설과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느려진 상태에서는 흰수마자, 모래무지, 꺽지와 쉬리 등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붕어, 잉어, 납자루, 가물치처럼 고인 물을 좋아하는 어종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 체류시간 길어진 강물, 강이 호소로 변한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되는 16개 보 중 8개가 낙동강에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8개의 보로 인해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강물이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10배 이상 길어진다는 것. 보에 갇힌 물에선 녹조현상 등 부영양화가 발생할 우려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4대강에 들어선 보가 개방이 가능한 가동보임을 감안하고, 오염처리시설을 만든다하더라도 수질오염과 호소화 우려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올 연말 보가 완공되면 낙동강이 8개의 낙동 호소로 변하는 것은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바로 다가올 내일의 문제가 된다.
■■■ 배고픈 강의 역습, 그리고 해외의 강 살리기
? 역행침식과 하상보호공 문제
지난 봄에서 여름까지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곳곳에서는 강한 침식현상이 발생했다. 주로 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합수부에서 발생한 침식현상은 준설작업으로 본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천과의 낙차가 커져 발생한 것이다. 준설로 인해 강바닥의 퇴적물을 잃고 ‘배고픈’ 상태가 된 강이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지천에서 퇴적물을 실어오는 작용이다. 이런 역행침식을 막기 위한 해법은 지천 바닥과 강변에 하상보호공이란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지만 콘크리트나 돌무더기로 단장한 하천은 수로에 불과할 뿐 생명을 위한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 준설을 금지하는 유럽과 미국
2001년 포르투갈 두로강에서도 다리가 붕괴돼 70여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포르투갈 정부는 다리가 낡고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결국, 그 참사의 원인은 다리 상류의 보 건설과 하류의 준설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버클리대의 컨돌프 교수는 보나 댐으로 막힌 상류에서 흘러오는 퇴적물 부족과 하류의 모래 준설로 인한 역행침식이 결합해 두로강 다리가 붕괴된 것이라 진단한다. 이런 위험 때문에 유럽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법적으로 준설이 금지됐고, 미국도 하천에서의 골재 채굴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 독일의 강 살리기, 하펠강 재자연화 프로젝트
실제로 라인강을 비롯한 독일의 강에선 준설과는 정반대의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엄청난 양의 모래자갈을 강물 속에 넣어 ‘배고픈’ 강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유럽 최대의 강 복원 사업으로 꼽히는 하펠강 재자연화 사업의 경우, 과거 인위적으로 만들었던 강변의 콘크리트 제방을 제거하고, 사라진 옛 물길을 복원해 강변습지를 되살리고 있다. 강에 깃든 생명들의 입장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홍수방어는 물론 인간에게도 가장 이롭다는 것이다.
■■■ 생명의 강 S.O.S
강은 물길이기 이전에 수많은 생명을 길러내며 바다로 흘러가는 거대한 생태계이다. 굽이치는 강물의 빠르고 느린 흐름, 깊이와 넓이가 다양한 바닥, 비가 올 때마다 물이 들고 나는 강변습지는 모두 강과 생명을 살아있게 하는 요인들이다. 그러므로 강을 살린다는 것은 강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생명들의 서식처를 되살리는 일이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지난 200여 일 동안 환경스페셜 카메라가 목격한 강과 생명의 비극적 현장들은 4대강 사업 완공 후에는 단지 과정의 문제들로만 남을 것인가? 살아있는 강은 살아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곁의 강을 바라보고, 귀 기울여 강의 소리를 들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