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의 기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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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인왕동 벌판의 첨성대는 국보 31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나라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삼십대 이상이라면 수학여행이든 신혼여행이든 어릴적 아련한 추억의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는 경주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첨성대는 지진 등의 여파로 최근 북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어 보존관리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로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기도 하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전문가들을 투입해 구조안전진단을 벌이고 안전적인 관리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천오백년세월을 묵묵히 버티어 오면서 국민들의 정신적 추억의 등대가 되었던 것처럼 앞으로 천년도 거뜬하게 서서 아름다운 역사를 만들어나갈 첨성대로 역사기행을 떠나본다.
◆첨성대 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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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첨성대는 신라 27대 선덕여왕이 632년에서 647년 재위시 축조한 것으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전한다.
경주시 인왕동 월성의 북쪽 벌판 가운데 우뚝 서 있다.
높이 9.5m로 2~4m 정도인 고려와 조선시대의 현존 천문대들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원형 몸통부에서 정자꼴 머리부까지 29층 석재를 쌓아 음력 한 달의 날수인 초생달에서 다음 번 초생달까지의 날수 29.5일과 일치된다.
정자석을 한 층으로 볼 경우 정자석과 몸통부의 층수는 28수 별자리의 개수와 일치한다.
또한 원형 몸통부의 석재는 총 27층으로 구성해 달이 공전하여 하늘의 같은 별자리에 되돌아오는 주기 27.3일에 맞추었다.
또 몸통부 중간에 있는 창의 아래와 위의 층수를 각각 12층으로 하여 1년 12달과 24절기를 상징하도록 만들었고 기단석에도 12개 석재를 사용했다.
원형 몸통부 하부의 6층을 이루고 있는 돌 수는 각각 16, 15, 15, 16, 16, 15 개다.
이는 동지~소한, 소한~대한, 대한~입춘, 입춘~우수, 우수~경칩, 경칩~춘분 사이의 날수와 같다.
첨성대 몸통부에는 구조적 안정을 위해 정자석 6개가 안쪽부터 빗장처럼 끼워져 튀어나와 있다.
이 정자석들을 빼면 옆에서 보이는 몸통부 석재의 총수는 364개이다.
그런데 전체가 27단인 몸통부의 26단 안쪽 위에는 판석이 하나 걸쳐져 있어 27단과 나란히 몸통부 상부를 이루고 있다.
이 판석까지 더하면 모두 365개의 석재가 첨성대 몸통의 외부를 구성하면서 1년 365일 날수에 정확히 맞추어 석재를 쌓아 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머리 부분에 네모난 정자석을 올려 원주부의 둥근 구조를 균형 있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이 같은 구조는 세계 건축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첨성대 설계자가 뛰어난 건축 기법과 과학 기술 그리고 심미안적 사고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경주 첨성대는 삼국시대 우리나라 천문학의 높은 발전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전체적 형태와 크기, 석재의 경제적 처리 및 배치, 역학적 안정성, 미학적 곡선미와 기능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또한 첨성대는 가장 치밀한 설계를 바탕으로 건축된 석조 건물로 뛰어난 예술성과 과학 기술이 최상의 조화를 이룬, 우리 겨레의 독창적인 과학 기술 세계를 보여 주는 세계적 유물로 우리 선조들의 자랑이다.
기단과 몸돌이 모두 엇물림과 원형이 안쪽에서는 돔형태인 홍예기법이 혼용되는 등으로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로 축조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튼튼한 구조로 세워져 1천500여년을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천년도 그렇게 서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첨성대는 천문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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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가 평지에 있다는 점과 크기가 현대 대형 천문대에 비해 작다는 점 등을 들어 천문 관측장소로 부적합하다는 일부의 시각은 그릇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첨성대에 깃들어 있는 고도의 천문지식과 첨성대 축조 직후 주변국들에서 지어진 천문대의 역할, 또 옛 문헌의 내용 등으로 미루어 보아 첨성대는 신라 하대 당시 천문관측이 수행되었던 천문대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주장이 대세다.
첨성대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천문대이자 우아미와 천문 지식의 조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관측대이기도 한 것이다.
몸통을 원으로, 머리를 정사각형으로 만들어 삼국시대의 우주구조론이었던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天圓地方)’는 생각을 담고 있다.
삼국유사를 토대로 하면 첨성대란 한자 그대로 ‘첨성(瞻星)하는 대(臺)’라는 의미로 ‘별星을 바라보는瞻 시설臺’로 해석할 수 있다.
아직도 첨성대에 대한 기능에 대해 천문 관측대, 제단 등의 논란이 있지만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첨성대는 별을 보는 곳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신라에서는 혜성 관측 기록이 32회, 일식은 29회나 관찰되고 있는데, 신라인들은 이 첨성대에서 주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측을 통해 혜성과 일식 등 하늘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던 것이다.
천문관측을 수행하는 공식적 천문대로 신라시대 첨성대를 비롯해 단군조선시대의 천문 제단으로 알려져 있는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 고구려의 천문대로 추정되는 평양성의 첨성대, 개성 만월대 서쪽에 있는 고려의 첨성당, 임진왜란 때 파손된 경복궁 안에 있던 대간의대, 조선의 세종대왕 때 세워졌다고 추정되며 현재 비원 옆에 위치한 소간의대, 숙종 14년(1688)에 세워져 현재 창경궁에 있는 관천대 등이 있다.
◆첨성대의 기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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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첨성대는 2014년 1월 조사에서 2009년 조사 때보다 북측으로 4㎜ 더 기울어 전체 204㎜로 기울기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4년 9월 지진 이후 9월24일 측정에서 북으로 205.05㎜기운 것으로 1.08㎜가 진행됐지만 문화재청 관계자는 “진행성이 미미하다”며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해 학계와 일부시민단체가 의구심을 제기했다.
첨성대의 기울기와 보존상황에 대해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2014년 10월 긴급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현황보고회를 가졌다.
문화재청은 첨성대가 북쪽으로 204㎜ 정도 기울어져 있고 벽돌과 벽돌의 틈새는 남쪽은 평균 4㎝, 북쪽은 평균 8㎝ 정도 벌어져 있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당시 첨성대가 북쪽으로 약 23㎝ 기울어 전보다 3㎝ 더 기울었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문화재청은 “정기점검에서는 오차범위 내로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경주에서 2014년 9월23일 발생한 지진 이후 9월24일 긴급안전진단 결과 북측으로 1.08㎜ 더 기운 것으로 측정됐지만 진행성이 미미하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재청은 벽돌과 벽돌 사이의 틈새(이격)에 대해서도 “2013년 5월 최초 7개소 측정점을 설치해 진행성 여부를 모니터링 했지만 측정 이후 최대 변화량은 0.86㎜ 로 진행성이 없다”면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은경 학예연구관도 “2014년 9월 정기점검과 지진 이후 긴급 안전점검 결과 미미한 변화가 있지만 진행성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보 첨성대에 대해 1981년부터 1998년까지 매년 또는 격년 1회씩 13회에 걸쳐 점검했다.
또 1999년부터 2013년까지는 매년 1~2회 구조모니터링으로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했다.
2014년부터는 정기안전점검을 연 4회 실시하기로 하고 지진발생 이후 9월24일에도 긴급점검을 추진했다.
문화재청은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 부재의 이격 측정을 추가하고 정기모니터링을 연 4회로 늘리면서 입체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수정비 방안을 마련 첨성대를 비롯한 문화재 보호관리에 철저를 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경주시민과 학계의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첨성대사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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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첨성대 일원을 사적지로 지정 관리하면서 꽃단지가 되어 경주의 대표적인 역사문화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봄이면 벚꽃과 유채가 만발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여름 황하코스모스와 연꽃의 향연, 꽃무릇의 반짝 유혹, 꽃단지의 무한변신이 꾸준히 방문객들을 불러 모은다.
첨성대 일원에서는 1년 사시사철 축제와 행사가 진행된다.
연날리기 대회, 에밀레소리축제, 선덕여왕 축제, 김유신장군 출전 시연, 상여소리 재연, 꽃밭속의 음악회 등의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축제와 이벤트가 전개된다.
경주시는 비단벌레 관광차도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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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는 또 첨성대 일원을 관광특구로 지정 운영하기 위해 중앙부처에 신청해두고 있다.
특히 월성과 황룡사 복원 등의 사업과 함께 첨성대 일원 발굴복원사업을 신라왕경복원정비사업에 포함해 장기적인 역사문화 바로세우기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경주가 가진 역사문화적인 관광인프라는 무한정으로 많지만 아직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신라왕경을 비롯 계속 복원하면서 야간관광상품도 개발해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조성해 2천만 관광시대를 열어갈 것”이라 말했다.
경주 첨성대 일원의 사적지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경주시민들의 도전은 지난 시간들을 발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양방향 입체적인 노력으로 전개돼 역사기행에 나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첫댓글 첨성대의 용도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천문관측기구, 제사용 구축물, 하늘 우물.............
무엇 때문에 왜 만들었을까......................
천년이 지나도록 까딱 없이 버텨왔듯
천년이 또 지나도록 그대로 버틸 것이라 믿어마지않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