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와 마음공부] 7.2 10:30 상선약수(上善若水)
순례를 다녀오느라 3주 만에 할아버지와 둘러앉았습니다.
두 손 모으고 ‘우리는 사랑어린연금술사입니다.’ 인사로 시작합니다.
- 할아버지 : 순례는 잘 다녀왔어?
- 네.
- 할아버지 : 너 괜찮았어? 걷는데 다리가 불편하거나 그러지 않았어? 좀 힘들었지? 솔직히 말해봐. 무리하지 않았어?
- 좀 오래 걸으면 힘들었는데, 많이 괜찮았어요.
- 할아버지 : 그랬구나. 할아버지가 소민이가 다리가 좀 불편한데 걸을 때 괜찮을까 속으로 생각했는데,
잘 걸었으니까 괜찮아, 잘했어. 고맙다.
내가 왜 고맙다고 하는지 아니?
- 아니요.
- 할아버지 : 모르지. 고마우니까 고맙다고 하지. 니가 다리를 다치거나 그러면 할아버지가 신경 쓰이잖아. 그리고 니가 괴로우면 할아버지 마음이 편하겠냐? 불편하지. 그러지? 니가 건강하게 이렇게 왔으니 할아버지 마음이 편하잖아. 그러니 고맙지. 그래서 고맙다고 하는 거야. 그리고 너도 니 다리에게 고맙다고 해야 돼. 잘 걸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해. 아 농담이 아니야, 진짜야. 니 다리에게 고맙다고 해. 잘 걸어줘서 고맙다고. 순례할 때 제일 고생하는 게 다리잖아. 안 다치고 잘 다녀왔으니까 진짜 고맙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무 탈 없이 하루를 지내는 것이 진짜 고마운 거야. 무슨 일이 있을 수 있잖아, 그런데 아무 일 없이 지냈으니, 일상적인 평범한 일상이 정말 고마워. 그래서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은 항상 언제든지 고마운 거야. 고마운 마음으로 산다, 그 안에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싫어하고 하는 마음이 없겠지? 그지?
그런 말 들어봤지? 그전에 할아버지가 몇 번 이야기해서 들어봤을 거야. ‘처녀가 어린아이 기르는 법을 다 마스터하고 시집가는 법은 없다.’ 그 말이 무슨 말이야?
- 그냥 부딪혀 보는 거?
- 할아버지 : 그렇지. 애 낳는 게 뭔지 애를 기르는 게 뭔지 하나도 모르고 시집가잖아. 시집가서 아이를 낳고 기르고 하면서 아이를 낳는 게 뭔지 아이를 기르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되지. 그런 거야. 우리가 세상에 올 때 어떻게 사는 건지 다 공부하고 왔나?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건지 공부하고 왔어? 아니지. 그냥 왔잖아. 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어?
- 배워야 해요.
- 할아버지 : 공부해야지. 뭐를? 사람답게 사는 것을. 너는 사람이잖아. 사람이 짐승처럼 살면 되겠니?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하는 거야. 대나무가 참나무처럼 살 수 있겠니? 안되지? 그지? 넌 너처럼 살아야 된단 말이야. 니 인생을. 너만 살 수 있는 니 인생을. 그런데 다 살기는 살지만 병들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잖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잘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야? 그것을 배워야 된단 말이지. 너희들이 길 위에서 배우는 것처럼 살면서 배워야 되는 거야. 그것을 잘 못 배우면 잘못 사는 거야. 뭘 배우려면 뭐가 필요하냐?
- 선생님이요.
- 할아버지 : 그렇지. 학생은 선생님이 있는 사람이란 말이야. ‘나는 학생이다.’ 라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나에게는 선생님이 있다.’는 말이야. ‘나는 딸입니다.’ 라는 말은 ‘나에게는 부모님이 있습니다.’란 말이지. ‘나는 남편 있습니다.’라는 말은 ‘나에게는 부인이 있습니다.’ ‘나는 과부입니다.’란 말은 ‘나에게는 남편이 없습니다.’ 그런 말이지. ‘난 학생이다.’란 말은 다른 말로 하면 ‘나에게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런 말이야. 선생님을 잘못 만나면 어떻게 될까?
- 인생 망치게 돼요.
- 할아버지 : 인생 망치게 되지, 그치? 너희들 행복하게 살고 싶으냐? 불행하게 살고 싶으냐? 솔직하게 말해봐. 여기 불행하게 살고 싶은 사람? 길 가는 사람 다 붙잡고 물어봐도 없을 걸. 너도 그렇지? 행복하게 살고 싶지?
- 네.
- 할아버지 : 그런데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을 선생으로 모시면 어떻게 될까?
- 불행해져요.
- 할아버지 : 그 사람에게 배우면 그렇게 되겠지? 그지? 이 세상에는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 참 많아. 그 집안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아. 엄마 아빠가 별로 행복하지 않은 집안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어. 그 아이는 어려서부터 보고 듣는 게 불행하게 사는 방법들이야. 그게 뭔지도 모르고 보고 배우게 되는 거야. 그러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까? 부모님처럼 불행하게 되겠지. 슬픈 일이야. 어렸을 때는 할 수 없이 그렇다 해도 너희들 쯤 되면 너희들이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어. 너희들이 선생님을 찾아갈 수 있어. 알았냐?
너 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싶어, 그러면 너 나를 찾아오면 안 돼. 나는 너한테 프랑스 요리를 가르쳐줄 수가 없어. 어떻게 해야 되겠니? 프랑스 요리학원에 가야 되겠지. 저 효선 할머니에게 가도 배울 수 있어. 대패질 하는 것을 배우고 싶다, 어떻게 해야 되겠니?
- 대패질 잘하는 사람에게 가야죠.
- 할아버지 : 목수한테 가야지. 이거 잘하는 사람한테 가서 보고 배워야지. 그런 거야. 그러니 너희들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러면 누구한테 가야돼? 행복하게 사는 사람에게 가야지.
행복하다는 게 뭐냐? 물으면 복잡해져. 뭐 돈 많고 좋은 집에 살고 그러면 행복한가? 천만의 말씀. 회사 몇 개씩 가진 재벌 같은 사람 행복해보이냐? 별로 없어. 무엇이 행복이냐? 이것부터 배워야 돼.
그런데 너희들 걱정하지 마. 인류에게는 인류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몇분 있어. 그 분들이 너희들의 스승으로 모시면 돼. 기독교 신자면 예수님을 스승으로 모시면 되고, 불교신자면 석가모니를 스승으로 모시면 돼. 종교 없으면 공자님이나 소크라테스나 노자나 그런 분들을 스승으로 모시면 돼. 그 사람들은 지금 다 안살아 계시는 분들이니 수업료 안내도 돼. 공짜로 공부할 수 있어. 그분들이 가르치는 것을 그대로 하면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길을 보여주신 분들이야. 인류의 스승이라고 해. 알겠냐? 할아버지는 아니야. 할아버지는 아주 쫄병 선생이야. 대장선생들이야. 오늘 그 분 중의 한분의 말씀을 너희들에게 소개할게. 혹시 이런 말 들어봤니? 자 베껴 써 보자.
上善若水(상선약수) : 노자(老子) 『도덕경』
노자라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야. 노자라는 분이 어려서부터 어떻게 자랐는지, 어디서 뭘 하다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 그런데 저 분이 남기신 글이 있어. 『도덕경』이란 책이 있어. 그 책이 3천년 넘게 사람들이 그 책을 읽으면서 지금도 전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이 되어서 미국사람, 영국사람, 독일사람, 모두가 저 책을 읽고 있거든, 성경처럼. 아마 성경 말고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책 중에 하나야, 『도덕경』이. 거기 나오는 말이야.
이게 뭔 뜻이냐 하면, 상(上)은 위라는 말이야. 여기서 말하는 상은 아주 으뜸간다, 제일, 가장 그런 뜻이야. 그 다음에 선(善)은 선하다, 착하다라기 보다 영어로 말하면 Good, 잘하다, 좋다, 잘, 그래서 잘한다, 좋다, 그런 뜻이야. 그래서 상선(上善) 하면 가장 잘 사는 것, 그게 상선이야. 좀 더 가장 잘 하는 거야. 약(若)은 ~~와 같다, 영어로 Like뜻이야. 수(水)는 뭐야? 물. 그러면 풀어봐.
가장 잘 사는 것은 물과 같다, 물처럼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이다. 그런 뜻이야. 뭔 뜻인지 알겠지? 알겠니?
자, 이제부터 각자 잘 생각해보자. 그럼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야? 너희들 각자 머리가 있으니까 자기 머리로 생각해봐. 어떻게 사는 것이 물처럼 사는 것이야? 지금부터 생각!
물을 잘 생각해봐. 물이 저러니까 아, 저렇게 살라는 가 보다. 시간은 5분 준다. 그리고 생각나는 거 적어.
다 됐지? 자, 그럼 이제부터 자기 생각을 발표하기로 합시다.
언연 : 물처럼 사는 것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분별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흘러가거나 때로는 멈추거나 때로는 기체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하고 그러면서 주어진 대로 사는 것입니다.
- 할아버지 : 그러니까 물이 상황에 따라서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되고, 기체도 되고 얼음도 되고, 흘러가기도 하고 고여 있기도 하고, 그런 것처럼 상황에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이 물처럼 사는 것이다… 그렇지. 그렇게 살기가 참 쉽지?
- 아니요, 어렵습니다.
- 할아버지 : 살아보면 그게 굉장히 어려워. 그런데 사실을 이야기하면 그게 더 쉬운 거야. 저 사람이 저렇게 저런 모양을 하는데 그 사람을 바꾸는 게 쉬워, 아니면 내가 그 사람한테 맞춰주는 게 쉬워?
- 맞추는 게 쉽습니다. 어렵지만… 말은 그게 쉽습니다.
- 할아버지 : 말은 쉽지만, 저 사람을 내가 바꾸는 것은 내 능력 밖이야. 안 돼, 그거는. 그런데 안 되는 것을 하려고 하면 힘만 들지. 거기에 나를 맞추는 것은 내가 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그게 어려울까? 왜 현실에서는 내가 저 사람을 바꾸려 할까, 저 사람에게 내가 맞추려고 생각하지 않고, 왜 그럴까? 왜 어려운 일을 굳이 갈까?
- 제 견해가 앞서기 때문입니다.
- 할아버지 : 잘못 배워서 그래. 잘못 배웠어, 우리가. 그러니 이제라도 내 견해를 앞세운다는 것, 그 자체가 물처럼 살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는 물처럼 살지 않는 법을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 몰라. 그래서 뭐가 마땅치 않으면 나는 내버려두고 상황을 바꾸려고 그래. 사람을 바꾸려고 그러고, 환경을 바꾸려고 그러고, 직장을 바꾸려고 그러고, 그런단 말이야. 세상을 바꾸려고 해, 자기는 내버려두고. 불가능해 그것은. 그것은 노자도 못한 거야. 예수님도 세상을 바꾸지 못했어. 그런데 어떻게 언연이 하려고 하면 되겠어?
그러나 그런 상황에 내가 어떻게 적응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러면서도 내가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그게 물이거든. 물이 흘러가는데 누가 둑을 막았어, 사람이. 그러면 어떻게 하니, 물이? 고여 있지. 이것을 뚫고 가냐? 아니지. 그래도 계속 흐르지. 넘어가. 그지? 넘어가지 않으면 옆으로 가고, 그것도 안 되면 땅속으로 가. 그래서 간단 말이야. 이것은 둑은 내버려 둬. 건드리지 않아. 돌아가던지, 넘어가던지, 밑으로 가던지, 끝까지 지 길을 간단 말이야. 그게 물이야. 사람이 그렇게 살면 되지. 안 되는 걸 하려고 괜히 애쓸 필요 없다는 이야기야. 저 사람을 내가 바꾸려고 하니까 참 안 되는 거야. 저런 인간을 내가 어떻게 만나서 저런 사람한테 내가 상처받지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을까? 할 수 있잖아. 그런 것을 우리가 잘 공부하면 길이 있단 말이지.
오케이, 그렇게 살아. 그렇게 살기로 굳게굳게 마음먹어. 그러면 하늘이 도와주셔. 어느 날 보면 내가 그러고 있다, 전과 달라졌구나, 전 같았으면 내가 마음이 괴롭고 갈등하고 잠 못 자고 그럴텐데 내가 마음이 편해졌구나… 그것이 바로 물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야. 이것은 머리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살면서 배우는 거야. 응? 알았니?
- 솔비 : 생각이 안 나서 못 적었는데, 방금 생각난 게 있어요.
물은 섞여 있잖아요. 물은 경계가 없잖아요. 그러니 살면서 너와 나 이렇게 경계를 나누는 게 아니라 너와 내가 이어지고 함께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 할아버지 : 물하고 물 아닌 것 하고 경계가 없다고는 볼 수는 없지. 물은 물이고 언덕은 언덕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니가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들을 때는 이래. 물은 어떤 것이 자기한테 들어와도 그것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여기는 나니까 넌 못 들어와 그런 것이 아니라 뭐가 와도 다 받아들인다, 그런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그지? 진짜 너 그런 사람되면 멋있는 사람이다. 소금이 물속에 들어와, 그러면 물이 어떻게 되니? 소금물이 돼서 물이 짜지지. 설탕이 들어오면?(달아져요) 그지. 내가 뭐가 들어와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포용력이 있는 사람, 넓은 사람.
물중에 제일 넓은 물이 무슨 물이야?(바다요) 바닷물이지. 그 다음 넓은 물은?(강), 그 다음에 넓은 물은?(계곡물요) 개울물, 그렇지? 개울물이 흐르고 흘러서 강이 되지. 강물이 흐르고 흘러서 마침내 바다가 되지. 같은 거야, 그지? 사람이 그래. 그래서 사람이 마음공부 하고 자꾸만 흘러흘러 가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넓어지는 거야. 전 같으면 꼴도 보기 싫던 사람이 봐줄만한 사람으로 변하는 거지. 세상도 그래. 전 같으면 힘들던 상황이 그럴 수 있지 그렇게 돼. 개울물이 흐르지 않으면 강이 안 되겠지? 고여 있으면 어떻게 되겠니? 섞지? 끊임없이 끊임없이 흘러가는 게 사람이야. 물처럼 사는 게 그런 거야.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 누구냐? 어제보다 오늘 훨씬 더 넓어진 사람, 깊어지고.
개울에 고기가 많으냐, 강물에 고기가 많으냐?(강물요) 그렇지. 개울에는 요만한 고기밖에 못살아. 그런데 강물에는 별고기가 다 있잖아. 강에 고기가 더 많으냐, 바다에 더 많으냐?(바다) 말도 안 돼, 그지? 바다 같은 사람, 더 클 수 없는 사람, 솔비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진짜야?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조금은) 제일 중요한 것은 니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 거야. 그런 마음먹지 않으면 그런 사람 못돼. 알겠냐? 지금 니가 그런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야. 니가 그런 마음먹고 계속해서 공부하면 언젠가는 개울물이 강물이 되고 강물이 바닷물이 되는 것처럼 너도 넓고 풍성하고 깊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그치? 그런 꿈을 가져. 알았어?
- 다빈 :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
- 할아버지 : 어떤 상황이 오던지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 굳어있지 않아. 물은 니 말대로 유연해, 부드러워. 그렇기 때문에 물을 둥근 접시에 담으면 둥근 모양이 나와. 모난 그릇에 담으면 모난 모양이 나와. 그게 니가 말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거야. 알았지?
얼음은 그게 안 돼, 물이지만. 얼음은 둥근 그릇에 담아도 제모양이야, 어디에 갖다놔도 제모양이야. 얼음 같은 사람이 되지 말아라, 응? 굳어진 사람이야. 자기 생각이 굳어졌어. 그것밖에 몰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다 틀렸어, 자기 생각만 해. 그런 사람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지. 얼음은 못 흘러. 녹아야 흘러가지. 너는 얼음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생각해야 돼, 알았니? 시체 같은 사람, 굳어져 있어, 자기 틀에. 그래서 그게 아니면 받아들일 수가 없어. 얼마나 그런 사람들이 많은지 몰라. 빨리 날씨가 풀려서 그런 사람들이 얼른 녹아야 할텐데.
- 지우 : 물은 멈춰있지 않고 언제나 흐르며 다른 것과 잘 어울린다.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또 다른 방향으로 또다시 흐른다.
- 할아버지 : 옳지, 그런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야. 우리 지우는 그런 사람이 되어라. 알았니? 어떤 장애가 와도 그것 때문에 내 가는 길이 막히지 않아. 그냥 가. 싸우느라고 내 갈 길을 못가는 사람 많아. 어리석은 사람이지, 얼음 같은 사람이야. 얼음은 못 흘러가. 그지? 굳어진 사람은 정말 슬픈 사람이야.
내가 널 보잖니? 그럼 난 널 보는데 여기서는 너의 앞모습밖에 못 봐. 너의 뒷모습을 보려면 내가 뒤로 가야돼. 그러면 뒷모습은 보는데 앞모습은 못 봐. 그렇지? 그게 인간이야. 자기가 본 것,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 그것밖에 없다고 봐. 아니야. 내가 누구를 봤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내 눈에 보이는 나머진 내가 안보여. 또 겉모습만 봐. 난 속은 못 봐.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면 또 겉모습은 안보여. 하~ 요게 우리가 뭘 안다는 거야. 그거 쪼끔 아는 것, 이게 전부라고 착각하니까. 거기에 대해서 다른 식으로 보는 사람들 말을 못 들어주는 거야. 너 잘 못 봤다는 거야. 그게 굳어진 사람이야. 알았니? 그래서 소크라테스나 이런 사람들은 내가 뭘 안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내가 뭘 모른다, 그런 이야기만 했어. 그런 마음으로 부드럽게 살면서 어떤 상황이 와도 대처하는 거야. 유연하게. 오케이, 좋아. 그런 사람이 되겠다 하는 마음을 먹으란 말이야. 니가 그런 마음을 먹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어. 니가 그런 마음을 먹어야 하늘에 닿고 상대도 널 도와줄 수가 있는 거야.
- 용훈 : 물은 항상 밑으로 내려가잖아요. 올라가지 않고 항상 밑으로만 내려가잖아요. 그렇게 남들 밑에…
- 할아버지 : 그래, 그래. 아주 잘했어. 위로 올라가는 것 힘들어. 왜 물이 밑으로 내려가냐 하면 중력 때문이야. 알지? 지구라는 별은 중력이 있거든. 이것이 끌어당기는 힘이 있단 말이야. 그 힘이 있기 때문에 물이 내려가는 거야. 이 힘을 거역하는 것, 지구에 살면서 누가 지구의 힘을 거역할 수 있겠니? 인간들이 장난을 쳐서 분수를 만들어. 물이 억지로 올라가다가 밑으로 떨어지지. 지구의 중력에 순응한다는 거야. 큰 힘을 거역하지 않고 그에 따라간다는 거야. 사람은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잘 사는 거야.
내가 남보다 높은데 올라가려면 굉장히 노력을 해야 하는 거야. 그치? 그런데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쉬워. 강이 개울보다 낮지? 그렇기 때문에 강이 더 크고 더 넓고 더 풍성한 거야. 낮은 데로 흐르기 때문에. 알았어? 높은데 있는 사람보다 낮은데 있는 사람이 더 가진 게 많아.
풍성해. 강보다 바다가 말할 것 없이 더 풍성하지. 그지? 제일 밑에 있는 게 바다야.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생명이 다 거기서 살아가. 그렇게 사는 사람이 제일 잘사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 말이야.
- 현동 :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 할아버지 : 물이 계속 아래로 내려가면서 모든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말이 ( )에 나오거든. 그런데 물이 이롭게 한다는 것을 우리 인간이 본거지, 물이 일부러 이롭게 하지는 않아. 자기 생긴 대로 살아갈 뿐이야. 그런데 짐승이 와서 먹고, 나무가 빨아먹고, 사람이 와서 먹는 거지. 물은 다만 그렇게 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거지. ‘이거 내꺼야’ 하며 울타리치지 않고 내버려두면 저절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거야. 이렇게 하려고 해서 하는 것은 아니야. 그건 물이 아니야. 물에는 위하여가 없어. ‘위하여’는 인간들의 술판에만 있어. 자연에는 위하여가 없어. 그냥 나무는 나무대로 사는 거야. 너는 너대로 사는 거야. 너는 너야. 만물을 위하여 우리가 아래로 내려가자, 물이 이러는 거는 아니야. 수탉이 왜 새벽에 우냐? 빨리 일어나 일하러 가라고? 다 사람들 생각이야. 수탉이 왜 새벽에 울어? 답은 수탉이니까. 그게 수탉이야. 사람들도 일을 그렇게 해야 되는 거야. 너 일 왜 해? 나, 이거 좋아서. 이거 하면 사람들이 알아줄까봐? 아~ 그거 아니지. 그러니까 일하다가 실망하는 거야. 수탉은 왜 우냐? 난 닭이니까. 앵두나무는 왜 앵두를 다냐? 앵두나무니까. 애들 따 먹으라고? 그거 아니지.
틱낫한 스님이 계시는 아쉬람에서 어느 날, 아이들이 솔방울을 따와서 난로에 땠단 말이야. 그러니 어느 날 아이가 ‘아이고 소나무가 참 고마워요. 솔방울을 우리한테 줘서 우리가 따뜻하게 불을 때니 얼마나 고마워요.’ 그러니 틱낫한 스님이 ‘얘야, 그게 아니란다. 소나무가 솔방울을 떨어뜨린 건 우리를 따뜻하게 하려고 떨어진 게 아니야. 소나무니까 솔방울을 떨어뜨리는 거지, 그게 내가 누구를 이롭게 한다는 거야. 내가 누구를 이롭게 하려고 뭘 했다는 게 아니라고 틱낫한 스님이 가르치는 것이지. 난 나 생긴 대로 살아갈 뿐이야. 그것이 결과적으로 누구한테 도움이 되는 거야. 그렇게 살라, 그거야. 그런 사람은 실망하지 않지. 왜? 자기 본대로 살았을 뿐이니까. 결과는 아무래도 관계없어. 물이 흘러가는데 아무도 와서 먹지 않아. 그래도 물은 슬퍼하지 않아. 아무도 안 알아줘. 그래도 퐁퐁퐁 솟아나. 그게 옹달샘이야.
깊은 산에 피는 난초꽃은 냄새를 맡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 향기를 안 내뿜지 않는다는 말이 있거든. 난초꽃이니까 그냥 향기를 품는 거야. ‘누가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열심히 향기를 뿜자.’ NO. 그렇지 않다는 거지.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은 실망하지 않지, 자기 생긴 대로 살았으니까.
야구를 하는데 야구를 왜 하냐? 아~ 던지고 때리고 받고…이거 너무 재미있어요. 그래서 해.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거 하면 이기면 백만 원 받아. 그런데 졌어? 그러면 이 사람 어떻게 돼? 아, 재수 나쁘다고 하지. 이 사람은 어때? 졌어, 그래도 좋아. 왜? 야구가 좋아서 하니까. 그렇게 사는 것이 물처럼 사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야.
- 소민 : 저는 물처럼 쭉 나아가며(흘러가며) 사는 것인데, 때로는 벽이 있어도 뚫고(넘쳐서) 흘러가는 것이요.
- 할아버지 : 그래, 그래.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물의 힘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 그것은 물의 힘이 아니라 중력의 힘이거든. 인간들이 아무리 댐으로 막아도 물은 넘어가는 거야. 어디에도 걸리지 않아. 그런데 그것과 맞서서 싸우지는 않아. 그래,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야. 누가 뭐래도 누가 반대해도 내가 갈 길을 그냥 가는 거야. 묵묵히.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오케이.
- 민들레 : 물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따로 없다. 큰 벽을 만나면 기다리고, 낮은 곳을 만나면 흘러간다. 돌에 부딪히면 돌아가고, 흙을 만나면 스며든다. 그래서 그렇게 그렇게 흘러 바다로 간다. 또한 물은 자신의 형태를 고집하지 않는다. 큰 그릇이든 작은 그릇이든 세모
꼴이든 네모꼴이든 차가운 얼음이든 뜨거운 물이든 자신의 형태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서 해불양수(海不讓水)이다.
- 할아버지 : 지금까지 이야기한 걸 종합을 해서 이야기한 거지. 이제 얼어붙지 말자, 내 생각에 갇히지 말자, 얼마든지 그렇지 않을 수 있어. 내 생각과 다르면 돌아갈 수 있고.
- 목강 : 다 나왔습니다.
- 할아버지 : 그래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해. 저 말 기억해 둬. 잘 사는 사람은 물처럼 사는 사람이다. 질문 있는 사람, 해 봐.
- 질문 : 왜 상선약목이라고 안 하고…
- 할아버지 : 목이라고 할 수도 있어. 충분히 말이 돼. 상선약목. 저 수는 자연을 대표해서 하는 말이야. 저것은 자연이라고 하면 돼. 상선약목이라고도 해. 자연의 한 대표라고 보면 돼. 나무처럼만 살아, 그러면 잘 사는 거야.
- 질문 : 함께 살려고 하면 함께 살려고 하는 의미도 있고, 뭔가 방향이 있어서 함께 사는 것인데, 여기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 할아버지 : 그래도 밑으로 내려가는데 뭔가 돌멩이가 걸려. 이 돌멩이는 움직이지 않는단 말이야. 따라서 같이 가지 않아. 그러면 걸리지 않게 피해가면 되지. 그렇다고 물을 치워버리거나 그러지는 않는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 공동체 안에 그런 사람이 있어. 그냥 내버려 둬. 있게 해. 그러나 그것에 의해 내가 흔들린다거나 막히거나 그러지 않아야지. 그 사람이 있다가 아~ 못견디겠어, 그러면 제 발로 나가게 되지. 그러면 안 잡는 거지.
예수님이 그러셨어. ‘넌 안 돼, 임마. 너 나가. 가롯 유다 너는 나를 배신하는 인간이니 너는 안 돼.’ 이러지 않았지. 그럴 필요 없지. 걔도 다 12명 안에 있어. 가롯 유다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다대오라는 인간이 있어. 그 다대오는 명단에 이름만 있어. 뭘 하는지 아무도 몰라. 그런 유명무실한 인간도 12명 안에 있어. 베드로, 안드레 이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야. 어중이떠중이, 오히려 배신하는 배신자까지 다 어우러서 자기의 12명 제자 안에 포함시킨 게 말이야. 그게 힘이야.
- 질문 : 사람들은 쉬운 것을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낮아지는 것은 쉽고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데, 왜 사람들은 계속 올라가려고만 할까요?
- 할아버지 : 그래, 맞아. 참 이상하지. 사람들은 왜 어려운 일을 자꾸 하려고 할까?
답, 잘못 배워서 그래. 그렇게 사는 게 잘사는 줄 알아. 그렇게 살면서 힘든 사람만 봤어. 그래서 저렇게 살아야 하나보다 하지. 그러니 지금이라고 잘못배운 것을 지우고 잘 배운 것을 받아들여야지. 그게 공부야.
공부라는 게 뭐냐면 뭘 배운다는 거야. 배움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생판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것, 그것도 배우는 거야. 그런데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런데 더 중요한 배움이 있어. 내가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거야. 그것은 뭘 제대로 알았다는 뜻이야. 고게 진짜 배우는 거야. 출세하고 남들보다 높아지는 게 행복해지는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알았구나, 그게 사실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이구나. 밑으로 내려가는 게 개울물이 강물이 되고 강물이 바다가 되는 것처럼 내려가고 내려가는 것이, 이게 인간이 잘사는 것이구나, 하고 새로 알게 되는 거야. 요게 진짜 배우는 거야. 알겠냐?
그래서 좋은 선생님 만나는 것이 공부를 깊게 하는 거야. 내가 잘못알고 있었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되는 거야.
나 어렸을 때는 교회에서 목사님이 절대 천주교에는 가면 안 된다고 했어. 우리 집에서 얼마 안 떨어져 있는 곳에 천주교 성당이 있었거든. 그런데 옛날에는 성당에 돈이 조금 있어. 미국사람들이 갖다 줘서. 거기에는 미끄럼틀도 있고 그네도 있고 시소도 있고 다 있어. 그런데 학교에 가면 모래사장밖에 없어. 아무것도 없어. 그 시소 좀 타 보고 그네도 좀 타보고 싶은데 …그런데 목사님이 가면 안 된다고 해서 한 번도 못타봤잖아.
그러다가 나중에 커서 정말 선생님 만나서 그 천주교는 내가 자주 가도 되는 곳이다, 거기는 우리 집이다, 하는 것을 알게 된 거야. 그게 진짜 배우는 거야.
- 질문 : 칠전팔기, 이런 말이 있잖아요.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고 영웅이다, 이런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죠?
- 할아버지 : 칠전팔기에서 칠전은 싸울 전자가 아니라 넘어질 전이거든. 그냥 내가 내려가는 데 자꾸 뭔가 막혀, 그래도 이것을 멈추지 않고 ‘난 내려가야 돼’ 하며 계속 일곱 번이든 여덟 번이든 계속 내려가는 게 물이야. 넘어갈 때 까지. 멈추지 말고. 그게 칠전팔기야. 일곱 번 넘어져, 여덟 번째 일어나라는 거야, 또 넘어져, 그러면 아홉 번째 일어나라는 거야. 그러다가 죽어도 좋아. 그렇게 사는 것이 물처럼 사는 것이다, 라는 것이지. 전자를 싸울 전자로 보면 안 돼. 넘어진다는 거야. 넘어져도 거기서 ‘아이 끝났구나…’ 하지 말라는 거야. 또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그게 물이야.
오늘 여기서 마치자.
- 우리는 사랑어린연금술사입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질문 하나씩 가져 와. 질문 없는 학생은 빵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