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네게 편지를 많이 써서 (우리 내무실에서 편지를 가장 많이 받기도 했지만 쓰기도 제일 많이 썼을거다.)
편지지를 다 써버렸었는데 운 좋게도 편지를 안써서 편지지가 남는 녀석이 편지지를 내주더라.
네게 또 편지 쓸 수 있게 되어 무지 좋다. 후후~~~
어제 온 편지는 네 통이었는데, 한 통이 집에서 온거고 나머지 세 통이 네게서 온거더라.
우리두리 카페 꾸며 놓은 것...잘 보았다.
바보 둔탱이가 그렇게 까지 해 놓다니...
얼마나 힘들었을지....예쁘게 잘 했더라.
어제는 각개전투(장애물, 지형지물)두 번째 날이었고,
오늘은 그동안 외웠던 정신교육 평가를 한다.
내일은 종합훈련이고 (각개와 비슷하다고 한다) 가서 자고 온다.
원래 천막과 침낭 등을 가져가야 하지만 우리 교육 하루 전에 1대대가 먼저 교육이 있어서 쓰던 것 물려받아 쓰고 올때는 우리 다음 날 3대대가 교육이라 물려주고 오기 때문에 짐이 훨씬 줄었다.
저번에는 짐이 많고 무거워서 무지 힘들었는데 이번엔 조금 나아졌다.
종합훈련이 끝나면 화생방 훈련을 한다.
화생방이 제일 힘든 훈련이라 하던데....
군대 오기 전에 휴가 나온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아! 이제 죽는구나'라고 느꼈던 때가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이 화생방이고 두번 째는 야간행군 때 라고 한다.
화생방이 끝나면 바로 그 날 밤에 야간 행군이다.
그 날은 정말 힘들거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힘든 훈련은 없다.
우리 훈육 분대장도 종합 훈련까지만 열심히 하면 그 다음 부터는 별로 신경 안쓸테니 그 때 까지만 열심히 하라고 했다.
화생방과 야간 지속행군이 끝나면 5주차도 중반에 접어들게 된다. (지금은 4주차 마지막 날)
그때 쯤이면 퇴소도 얼마 남지 않았고 사회에서는 인터넷이나 ARS로 자대배치 현황을 알 수도 있을거다.
여기서는 퇴소 전 날에야 어디로 배치 되는지 알 수 있다.
네가 알게되면 편지로 가르쳐주렴.
불침번 끝날 시간이 거의 다 됐다.
몰래 쓰느라 많이 못쓰고...어두워서 글씨는 어떻게 써지는지도 잘 모르겠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써야지....그 때까지 잠시만....
조금 전에 정신교육 암기한 거 시험 보고 왔다.
생각보다 못 외운 녀석 들도 많더라....
물론 난 막힘없이 주욱~ 자신있게 써 내려갔지.
열심히 외워 두었으니까...아마 합격일거야.
이제 내일이면 아침에 막사로 떠나 그 다음날 밤이나 12시 넘어서 돌아올거야.
그 때는 편지 못 써주고 못 받고...야외수업 싫어졌다.
두리야! 나 돌아왔어.
종합훈련, 화생방, 야간 행군까지 모두 마치고 돌아와서 이틀이 지난 지금은...토요일이야.
주요 훈련이 다 끝나고 쉴틈이 조금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토요일 인데도 '정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 시간은 5시 30분...
아침부터 네게 편지 쓸 수 있기를 바랬는데 이제서야 겨우 몇 자 적을 틈이 생겼다.
이 시간도 그리 오래는 가지 못할 것 같아. ...
월요일에 (장애물, 지형지물) 각개전투를 했고, 화요일에는 체력검사 두번째를 했다.
첫번 째는 (지금은 일요일 새벽 5시 ...불침번 근무중이다. 토요일 오후에 5줄 쓰고 시간이 없어서 도중에 중단되었다가 이제야 다시 쓴다.)
훈련소에 온 직후에 했고 이번의 2차 체력검사는 그 때에 비해 체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한 거라고 한다.
처음에 오래달리기(1.5KM)를 하는데 전 날의 각개전투가 힘들어서였는지 기운도 없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제대로 뛰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뛰고 나니 놀랍게도 4분 50초!
1차 체력검사 때보다 27초나 빨라졌다.
우리 중대에서 10번째 안으로 (아마 6번째 정도)들어왔다.
체력이 그만큼 좋아졌다.
오래달리기 후에 막사로 돌아와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했는데 그것들은 전의 기록보다 안좋아졌다.
그리고 나서 연병장에 집합해서 연병장 전체의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는데 1개의 중대가 그 넓은 연병장의 돌을 순식간에 다 치웠다.
'역시 군대다'하는 생각이 들더라.
같은 인원의 고등학생이 했으면 1시간은 넘게 걸렸을거다.
오후에 정신교육 암기 평가를 했는데 난 완벽히 외워 두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써 내 버렸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합격이다.
저녁 때는 아침에 매고 갈 군장을 싸고,
화생방에 대한 C.V.T를 보았다.
수요일...
아침에 군장을 매고 막사를 떠나 종합훈련장으로 가는데 군장이 너무 무겁고 또 너무 추워서 손과 같이 노출된 부분이 추워서 힘들었다.
우리 소대가 교보재 소대라서 다른 소대보다 일찍 출발했는데 그래서인지 더 많이 추웠고 그 날 기온도 영하로 내려갔다고 한다.
걸으면서 '내일 야간행군 때 이걸 어떻게 매고 갈까...' 라고 걱정이 되었는데, 그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거 였다.
나중에 체육복과 훈련복 2벌 야삽은 모두 회수해서 차로 실어 날랐다.
교보재 소대라서 도착하자마자 탄띠, 대검, 수류탄을 받아 나르고 갯수 파악하는 일을 했다.
1교시가 시작되어 교육을 받는데 훈련이 힘든 것 보다 너무 추운게 더 힘들었다.
산길을 따라 약진으로(이동 기술)이동해 포복으로 접근... 엎드려 쏴 자세...를 계속 반복하며 뛰어 올라가서 공포탄을 쏘고...하는 훈련을 받고, 다음 훈련장으로 이동해서 진지 구축, 철조망 설치, 지뢰를 배치하는 방법등을 교육받고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350M쯤 되는 산 길을 따라 1교시 때 처럼 약진, 포복으로 접근, 엎드려 쏴를 반복하며 이동하는 훈련을 했는데 돌격하는 머리 위로 M-60(기관총이다)의 총알이 날아다니고 앞에서는 TNT(?)폭탄이 터지고... 종합훈련 다웠다.
훈련이 끝나고 저녁식사 후에 숙영지로 이동했는데 2시간 넘게 군장을 매고 걸었더니 도착해서는 거의 녹초가 되어버렸다.
라면을 먹고 잠을 자다 불침번을 서는데(3시 부터 4시 반까지) 정말 추웠다.
모장갑, 전피장갑, 목토시, 방상내피로 무장했는데도 정말 추웠다(체감온도가 -5도 라더라)
겨울에 입대하는 녀석들은...정말 고생할거다.
아침에 일어나(목요일) 화생방 교장으로 이동해서,
1교시 부터 6교시 까지 화생방전에 대한 이론 수업을 하고 7교시에 화생방 실습을 했다.
30초 정도 가스실 안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정말 ....그 30초...말로 표현 못한다.
공기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후에 훈련복들을 차에 실어 보내고 군장을 매고 스타킹을 발에 신고 양말을 신고 총을 목에 걸고... 완벽히 준비를 하고 나서 출발했다.
6시 30분 되기 조금 전에 출발해서 정말 끝없이 걸었다.
날이 추운데도 등에 땀이 나서 휴식할 때, 추위에 떨어야했다.
걸으면 힘들고 쉴 때면 춥고.... 중간에 산을 두 개 넘는데 그 때가 가장 힘들었다.
(이동로가 전라북도 까지 이어져 있더라. 함박산이라는 산도 있고...)
(카페지기 : 상당수의 훈련병, 혹은 훈련병 출신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중에 하나가 바로 행군코스에 대한 것입니다
상당수의 분들이 행군코스가 전라북도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동중 전라도의 지역명이 나오는 이정표가 나오기는 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행군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가는게 아니라 훈련소 주변 교장들을 계속 도는 겁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이 크죠
사고가 나도 바로 훈련소로 들어갈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절대 전라도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행군이 절대 천천히 걷거나 하는게 아니다.
'빠른 걸음'이다.
보통 걸음보다 빠르고 어쩔땐 거의 뛰다시피 하기도 한다.
군장 내용물을 몇 개 차로 실어 나르긴 했지만 역시 무겁다. 게다가 총도 있고.. 화생방은 '굵고 짧고'.....야간행군은 '가늘고 길다'.
어느게 더 힘들다 할 수 없을 만큼 둘 다 매우 힘들다.
그런 훈련이 하루에 끝나는 거다.
야간 행군 하면서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는데(그 때 추위에 떨면서 몇 일을 보냈더니 감기가 심하게 걸렸었다. 아직도 낫질 않고 있다.) 그 때 마다 했던 생각이 있다.
무언지 말하면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네가 날 힘들게 했을 때..그 때를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몸이 힘든게 그 때 보다 더 힘드냐? 더 힘드냐?"
그리고 다시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아니다. 그 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그렇게 버티면서 기를 쓰고 악을 써서 걸었다.
정말 몸이 피곤한건 한 때인데....
마음이 아픈건 계속 남는가 보다.
야간 행군때 그런게 생각나다니....
<중략>
방독면 사격을 마치고 돌아왔고, 사격훈련은 훈련소에서 끝이다.
이제 M-16 기계훈련을 하고 저녁의 내무교육을 하면 오늘 하루도 끝이다.
방독면 사격 할 때 방독면을 쓰면 안경을 쓸 수 없게 되서 입소대에서 안경착용자는 '방독면 안경'신청서를 발급 받게 된다.
난 그 때 안경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안경신청서를 발급 받지 못했었는데, 나중에 알아서 못받은 사람은 안경을 빌려주더라...
물론 도수는 잘 안 맞지만.... 방금 엄청난 양의 빨래를 하고 왔다.
한....400개 정도의 가방과 탄띠....훈련만큼 힘들다.
손이...허리가....다리가....아프다...
곧 다시 작업 갈지도 모르니 이번 장만 쓰고 보내야겠다.
시간이 날 때 마다 편지 계속해서 써 줄께.
울지 말고, 밥 잘 챙겨 먹고, 커피! 술! 많이 마시지 말고... 되도록이면 아예 마시지 않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