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인문학 또는 사회학 4>
철학하는 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전인식
□ 페이스북과 핑크 폴로이드
최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였던 로저 워터스(78)한테 굴욕을 당했다. 2021년 6월 14일 자 미국의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에 의하면 로저 워터스는 페이스북 측으로부터 곡 사용 문의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였다. 핑크 플로이드가 1979년 발표한 앨범 The Wall에 수록된 곡 「Another Brick in the Wall(part Ⅱ)」를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에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받았지만 F자가 들어간 욕설을 곁들이며 ‘꺼져 절대 안돼’ 라고 한방 먹였다 라고 밝혔다.
로저 워터스는 페이스북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장악하려고 은밀히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거절의 이유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내 노래를 이용해서 지금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려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시작은 하버드대 여학생 외모를 비교하는 ‘페이스 매쉬’에서 출발한 점을 떠올리며 어떻게 이 빌어먹을 것이 저커버그에게 권력을 줬을까? 그래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멍청이 중 한 명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이 기사를 접하고 로저 워터스가 참 대단한 음악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대세가 되어버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빼고는 오늘날을 이야기할 수 없다. 누구나 이 공간을 통해 소통하기를 희망한다. 본인 또한 뒤늦게나마 시로 문학적 소통을 위해 열심히 페이스북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한사람이다. 엄청난 금액의 돈을 뿌리치고 명예를 택한 그가 존경스럽다. 로저 워터스는 그만큼 핑크 폴로이드의 노래에 대한 자존심이 아닐까 싶다.
페이스북에서 사용을 원했던 노래 「Another Brick in the Wall(part Ⅱ)」은 핑크 플로이드를 대표하는 곡이다. 핑크 플로이드 몰라도 이 노래만큼은 여러 번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사람이 바로 로저 워터스이다.
1965년 대학 시절 시드 배릿 등과 더불어 핑크 플로이드를 조직하여 베이시스트 겸 보컬로 활동해 왔다. 1985년 그룹을 탈퇴할 때까지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하며 세계적 밴드로 이끈 장본인이다.
□ 핑크 플로이드의 탄생과 지나온 길
핑크 플로이드의 탄생은 의외로 건축학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1965년 웨스터 민스터 대학교 다니던 시드 배릿(기타, 리더보컬), 닉 메이슨(드럼), 로저 워터스(베이스기타, 보컬) 리처드 라이트(키보드, 보컬)에 의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시그마 6’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스쿨 록 밴드가 핑크 플로이드의 출발점이다. 초창기에는 사이키델릭 록을 연주하는 밴드로 인정받았으나 점차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변화해 갔다. 장르의 폭이 넓어지고, 실험적인 노래, 철학적 의미를 주는 가사, 정교하고 웅장한 라이브공연으로 성공의 길로 접어들었다.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하였고, 우리 사회에 가장 영향력을 많이 가져다준 록밴드이다
초창기에는 시드 배릿이 그룹의 중심이었다. 배릿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약물복용 등으로 정상적으로 음악 활동이 불가능해지자 대체자로 데이비드 길모어가 들어왔다. 로저 워터스가 상징적인 가사와 전체적 곡의 구성을 결정했고, 리차드 라이트는 사이키델릭한 화음을 구축하였고, 데이비드 길모어는 불루스적 멜로디를 맡았다. 대략 1962년부터 1972년까지 시기를 과도기로 분류한다. 1973년 Dark side of the moon과 1975년 Wish you were here를 발표하였는데 이때부터 뮤지션 각자의 포지션이 제대로 균형이 잡히던 시기이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렸고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 시기를 도약기로 분류한다. 1976년에서 1985년 이때부터 로저 워터스가 주도해서 만든 앨범이 The Wall의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이때를 로저 워터스의 시기가 바로 전성기라 할 수 있다. 1985년 밴드를 주도해 오던 로저 워터스가 탈퇴를 발표하는데 이는 실제 해체의 수순이었다. 하지만 데이비드 길모어와 닉 메이슨이 중심이 되어 명칭 사용문제로 로저 워터스와의 소송 끝에 승소하여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87년부터 1995년까지 데이비드 길모어 시기라 할 수 있지만 지난날 화려했던 시절만큼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오늘날까지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2014년에 발표한 The Endless River가 그들이 낸 마지막 앨범이었다. 아마도 새로운 앨범을 만들어내기에는 연령으로 보아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명곡
데뷔작이기도 한 「The piper at the gate of dawn」은 시드 배릿이 좋아하던 스코틀랜드 작가 케네스 그레이엄의 아동소설 「버드나무 숲에 부는 바람」의 내용 속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예술적 감성과 에코와 잔향 효과를 사용하여 몽환적이고 우주적으로 작업한 사이키델릭 록이다.
1973년 앨범 Dark side of the moon에는 여러 가지 사물들의 소리 삽입으로 상징적 이미지를 가지고 온 선구적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음악사를 바꿔버린 앨범이다.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앨범으로 상업성 성공과 작품적 성공을 동시에 이룬 몇 안 되는 명반이다. 「Time」의 도입부 시계 똑딱거리는 소리는 우리들 심장 뛰는 소리로 다가온다. 체임벌 교회 종소리, 자명종 소리 등의 시각적 효과를 음악적으로 이미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화무쌍한 노래의 전개와 이어 등장하는 기타 솔로는 가히 일품 연주이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격언에 가까운 말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자본주의 불안함을 표현한 이 곡은 완벽이라는 찬사와 함께 어떤 평론가는 세계 10대 명곡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또 세계 문화유산급이라고 다소 과장하는 표현도 엿볼 수 있다. 필자 또한 20대부터 지금껏 즐겨 듣는 노래이기도 하다.
1975년 Wish you were here 앨범 중에 들어있는 「Shine on you crazy diamond(Part 1~9 전부)」이 노래는 초기 멤버인 시드 베릿을 그리워하며 쓴 곡으로 블루지한 느린 템포의 기타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쓸쓸함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의 이 곡을 많은 작가들이 좋아하였다. 프랑스의 유명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도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 앨범의 표지에는 등장하는 불타는 남자와 악수를 통해 현대인의 고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1977년 발표한 앨범 The Animal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영감 받아 만든 작품으로 영국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었다.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자본가와 정치인에게 충격적인 비판을 가한 노래들이 주를 이룬다. Pigs, Dogs, Sheep 등 노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간 군상들을 동물들로 묘사한 앨범이다.
1979년 The Wall은 획일성을 강조하는 전체주의적인 사고, 가장 폭력적이고 극악의 전쟁, 인간과 인간 사이 자유의사를 가로막는 현대사회의 소외와 잔인성과 부조리한 교육제도를 음악을 통해 비판했다. 대표곡 「Another Brick in the Wall(partⅡ)」는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한 핑크 플로이드를 상징하는 대표곡이다. 록 오페라 형식을 취하며 반복과 익숙함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획일화된 교육제도를 비판하는 사회적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이자 현대 대중음악사 최고 명곡이다. 이외에도 많은 앨범과 노래들이 있지만 일일이 다 열거하기엔 지면이 부족하다.
□ 평가
핑크 플로이드가 다른 록 밴드와 달리 평가 받는 것은 그들의 노래에는 그 흔한 사령 타령이 없다. 대중음악 특성상 사랑과 이별 슬픔 등을 노래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핑크 플로이드만큼은 사회 지향적, 정치 지향적, 철학 지향적이었다. 인간성 상실과 소외의 본질과 존재의 형이상학, 부조리함을 노래로 표현했다. 이들의 음악은 특정 장르에 머물지 않고 실험적이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서구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청자에게 불편과 불안을 느끼게 하면서 압도적 숭고미를 가져왔다. 단순히 들리는 것에서 벗어나 음악적 철학과 사유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1960년대 전복인 반문화의 폭발에 기인하여 태어난 핑크 플로이드는 여타 그룹과는 달리 그들 특유의 음악적 실험과 문학적 알레고리가 풍부한 가사로 오늘날까지 강한 메시지를 던져 왔다. 프로그레시브하고 난해한 음악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앨범을 판 흔하지 않은 역대급 기록을 남겼다
특히, 조지 A 라이시외 14명이 공동으로 쓴 광기와 소외의 음악 – 혹은 핑크 플로이드로 철학하기를 들다 보면 잘 알 수 있다. 쉬운 대중음악과 대중문화를 통해 철학하기 시리즈중 하나로 핑크 플로이드를 가지고 왔다. 책에는 많은 필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알베르 까뮈, 프리드리히 니체, 발터 벤야민, 테오도르 아도르노, 미셀 푸코, 마르틴 부버 등을 등장시켜 이들의 철학과 사상을 핑크 플로이드 음악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요약하면 타자와의 공감을 가로막는 부조리한 세계,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 그 속에서 느끼는 현대인의 소외를 이야기 한다. ‘달의 어두운 이면(Dark side of the moon)과 벽 속에 수많은 벽돌 가운데 하나(Another Brick in the Wall)’을 비롯한 핑크 플로이드의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노래들을 통해서 철학적인 코드로 분석하고 있다.
□ 마무리
1990년 7월 독일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것을 기념한 The Wall은 역사적인 공연이었다. 제작비 600만 달러, 20만 명의 관객, 전 세계 10억 명의 시청자들, 무대 뒤에 설치한 블록 벽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보며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지켜봤다. 그리고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반도 DMZ에서 공연을 상상해보면 가슴 벅찰 것 같다. 일흔을 넘어 팔순으로 향하는 그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은 세상의 모든 벽을 상징한다. 철책선 같은 유형의 벽과 그보다 더 날카로울 수 있는 이념과 제도 같은 무형의 벽들도 허물어졌으면 싶다. 그리고 그대와 나 사이 보이지 않는 벽까지…….
전인식
경주 출생, 1997년 《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8년 불교문예 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모란꽃 무늬 이불속, 검은 해를 보았네가 있음.
제5회 불교문예 작가상, 통일문학상, 선사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