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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 제47권 / 장(狀) / 물장(物狀)
인삼 삼근(人蔘三斤) 천마 일근(天麻一斤)
최치원(崔致遠)
해돋는 곳에서 캐서, 천지(天池)를 건너왔네
비록 삼아(三稏) 오엽(五葉)의 이름은 입증되나
특이한 질이 없어 부끄럽네
만수(萬水) 천산(千山)의 험한 길을 지내와도
남은 향기가 있어 귀하네
경미함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선뜻 바치네
원하는 바는 바다 사람의 약을
혹시 촌부의 미나리와 같이 보아주기를!
人參三斤天麻一斤。
採從日域。來涉天池。
雖徵三椏五葉之名。慙無異質。
而過萬水千山之險。貴有餘香。
不揆輕微。輒將陳獻。
所兾海人之藥。或同野老之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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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동문선 제9권 / 오언절구(五言絶句)
6월 유두날에 종지ㆍ숙도ㆍ태진과 함께 남산성 재암동에 놀러가서 도롱이를 펴 비를 피하며, 사람을 시켜 밥을 짓고 손수 산삼을 캐어 반찬을 하였다. 밤 오경이나 되어서 비가 그치고 달이 나와서 달빛을 보며 내려 왔다.[六月流頭日與宗之叔度太眞遊南山聖齋岩洞張蓑度雨使人炊飯手採山蔘以配飯夜二更雨歇月出戴月而下]
손수 산삼 캐어 산삼밥 짓다
남효온(南孝溫)
늙은이가 늙어서도 율을 지키며 / 老子老持律
시편이 이미 거칠게 될까 경계하였네 / 詩扁已戒荒
시내와 산이 내 병을 일으키는데 / 溪山起我病
풍부는 수레에서 내리기가 바쁘다 / 馮婦下車忙
[주-D001] 풍부(馮婦)는……바쁘다 : 옛날 진(晉)나라의 호랑이를 손으로 때려 잡았다는 사람인데, 나중에는 그런 짓한 것을 후회하고 다시는 잡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는 그 후에 차를 타고 길을 가다가 여러 사람이 호랑이를 쫓는 것을 보고 팔을 걷어 차에서 내려와 쫓아갔다는 맹자의 말이 있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역)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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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동문선 제7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차 사가운(次四佳韻)
김시습(金時習)
책상 앞의 시필을 귀찮지만 다 마치고 / 床前詩筆懶全提
동쪽 동산 거닐매 짚신이 좋아라 / 信步東園薦草鞋
벌이 꽃술을 빨아 향기가 길에서 일고 / 蜂唼花鬚香惹徑
사향노루 봄 언덕에서 조는데 쪽빛은 시내를 따른다 / 麝眠春塢綠沿溪
밭두덕 머리의 구기는 천 줄기 길었고 / 壠頭枸杞千莖長
바위 곁의 인삼은 다섯 잎이 가지런하구나 / 巖畔人蔘五葉齊
선원은 쓸쓸하여 속세 일이 적은데 / 禪院荒凉塵事少
화동에는 제비만이 진흙을 쌓네 / 畫棟唯有燕沾泥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역)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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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서집 제5권 / 시(詩)
조병태가 멀리서 인삼 다섯 뿌리를 선물로 보내주었기에 이 시를 지어서 사례하다〔曺安卿 秉泰 遠惠人蔘五物之貺 賦此爲謝〕
연래의 쇠병을 몹시 감당 못했더니 / 衰病年來頗不堪
한 꾸러미 영약을 호남에서 보내왔네 / 一包靈藥自湖南
조제 다른 처방 많아 생숙이 구분되고 / 方多異製分生熟
새로 맛본 여러 맛엔 쓰고 단맛 섞여 있네 / 味徧新嘗雜苦甘
나에 대한 비방 이젠 율무는 아니었고 / 我謗如今非薏苡
그대 재주 젊어서부터 황편목과 남목이라 / 君材從少是楩楠
심전기와 정정숙이 천추에 뜻 품으니 / 佺期正叔千秋意
뒷날에 어느 누가 세 번째가 될 것인가 / 後日何人屬第三
[주-D001] 조안경(曺安卿) : 조병태(曺秉泰)를 말한다. 자는 안경(安卿), 본관은 창녕(昌寧)이다.[주-D002] 생숙(生熟) : 서투른 것과 익숙한 것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주-D003] 나에 …… 아니었고 : 율무의 비방이란 억울하게 참소를 당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후한(後漢)의 마원(馬援, 기원전 14~49)이 교지국(交阯國)에 있을 때 장기(瘴氣)를 이겨내려고 율무를 먹다가 귀국할 때 한 수레 가득 그 씨앗을 싣고 왔는데, 그가 죽은 뒤에 명주(明珠)를 몰래 싣고 왔다고 참소한 자가 있었다. 《後漢書 卷24 馬援列傳》 자신이 지금 받고 있는 비방은 시기하는 사람들의 참소로 받는 비방이 아니라는 말이다.[주-D004] 그대 …… 남목(楠木)이라 : 황편목(黃楩木)과 남목(楠木) 둘 다 아주 큰 나무로 훌륭한 목재로 사용된다. 그래서 동량이 될 뛰어난 인재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조병태는 젊어서부터 동량이 될 뛰어난 인재였다는 말이다.[주-D005] 심전기(沈佺期)와 …… 것인가 : 미상.
ⓒ 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 | 김홍영 정석태 김보경 (공역)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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㵢谿集卷之二 / 七言小詩
陽德縣監表侯 沿漢。以人蔘數本見惠。
曄曄關西紫玉參。開緘千里見君心。少年曾誦麗人贊。識得靈苗喜向陰。
藥聖渠爲孔大成。夷淸枸杞惠和苓。蘫溪第一湯初沸。端合千金手脚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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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당시집 제11권 / 시(詩)
인삼〔人蔘〕
신령한 땅엔 특이한 물건도 많거니 / 地靈多異物
향기론 안개가 오솔길에 가득하네 / 香霧滿山蹊
아리따운 세 가장귀는 빼어나고 / 婀娜三枝秀
무성한 다섯 잎은 가지런하여라 / 葳蕤五葉齊
조제할 때는 군신좌사를 나누고 / 劑和分佐使
팽약한 약재는 도규를 사용하네 / 烹瀹用刀圭
원컨대 여생의 명이나 보전토록 / 願保殘年性
홍진에 오래 골몰하지 않으련다 / 紅塵不久迷
[주-D001] 蹊 : 대본에는 ‘溪’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주-D002] 아리따운 …… 가지런하여라 : 인삼의 줄기가 세 가장귀에 각각 다섯 잎씩 달린다 하여 이른 말이다.[주-D003] 조제(調劑)할 …… 나누고 : 군신좌사(君臣佐使)라는 것은 한의(漢醫)가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주약(主藥)과 보조약(補助藥)을 구분하는 데서 온 말이다. 《몽계필담(夢溪筆談)》 〈약의(藥議)〉에 “옛말에 약을 쓰는 데 있어 첫째는 군, 둘째는 신, 셋째는 좌, 넷째는 사로 한다는 설이 있는데, 그 의미는 곧 약이 아무리 많아도 병을 주로 다스리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 약물에 있고, 그 나머지는 등급을 조절하여 서로 쓰여서 대략 서로 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舊說用藥有一君二臣三佐四使說 其意以爲藥雖衆 主病者 專在一物 其他則節級相爲用 大略相統制〕”라고 하였다.[주-D004] 팽약(烹瀹)한 …… 사용하네 : 팽약은 약재를 법제(法製)하는 과정을 뜻하고, 도규(刀圭)는 약을 뜨는 숟가락을 가리킨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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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집 제3권 / 시(詩)○경자고(庚子稿)
정원에 심어 놓은 열다섯 종류의 초목에 대해 읊다〔園植十五咏〕
집이 시루봉〔甑峯〕 자락에 있는데, 주위를 갖가지 나무들이 두르고 있으며 그중에는 내가 손수 심은 것들도 있다. 짙푸른 잎과 그윽한 향기가 모두 성대하여, 봄여름 즈음에 틈틈이 생각나는 대로 시를 짓기에 아주 좋았다. 그리하여 모두 오언시 15편을 지었다.
인삼〔人蔘〕
맑은 바람 솔솔 불고 / 灑灑光風轉
부슬비가 촉촉이 내렸다 / 油油靈雨滋
숲이 깊어 안개 천천히 걷히니 / 林深霧徐捲
줄기와 잎이 통통하여 맛이 달콤하다 / 椏葉沃如飴
때가 되어 봉오리가 꽃이 되더니 / 時至蓏作花
찬란하게 붉은 열매를 드리웠다 / 粲粲丹砂垂
기쁜 마음으로 삼밭을 돌보며 / 巡圃一欣然
굽혔다 일어섰다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 俯立復多時
예전에 들으니 삼이 천 년을 묵으면 / 昔聞蔘千年
신기하게도 하체가 사람 모양을 이루는데 / 下作人形奇
그것을 먹으면 늙지 아니하고 / 餌之卽不老
어린이처럼 곱고 예쁘게 된다고 하였다 / 姸好如童兒
그러나 어찌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랴 / 奈此俟河淸
칠 년 병환에 삼 년 쑥도 구하기 어려운데 / 艾病易參差
또한 나는 풍진 속세에 몸을 담고 / 且吾墮塵網
신선의 자태를 흠모하지 않는다 / 不慕喬松姿
이것을 서너 이랑 남짓 심어 놓고 / 種此數畝强
천금의 자본이 되리라 기대를 걸고 있다 / 擬博千金資
살아생전에 오정의 음식을 먹을 텐데 / 生前五鼎食
누가 다시 영지버섯에 연연하랴 / 誰復戀肉芝
고상하게 이윤과 부열의 공적을 담론하면서 / 高談伊傅業
어찌 한비와 상앙의 하찮음을 추구하랴만 / 寧就韓商卑
온 세상이 속화를 귀하게 여기니 / 擧世貴速化
나도 또한 그것을 따라할 수밖에 / 我亦從爾爲
[주-D035] 줄기와 잎 : 인삼은 주로 잎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지고 그 잎이 다섯 장이므로 인삼을 삼아오엽(三椏五葉)이라고 한다. 원문의 ‘아엽(椏葉)’은 인삼의 줄기와 잎이다.[주-D036]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랴 : 《예문유취》 권8 〈수부(水部) 하수(河水)〉와 《태평어람》 권61 〈지부(地部) 하(河)〉 등에 주나라 시로 소개된 일시(逸詩)의 구절이 실려 있는데, 그 시에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랴?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되기에.〔俟河之淸 人壽幾何〕” 하였고, 《책부원귀》 권21 〈제왕부(帝王部) 징응(徵應)〉, 《사문유취》 등에는 “황하는 천 년에 한 번 맑아지는데, 황하가 맑아지면 성인이 탄생한다.”라는 기록도 있다. 원문의 ‘하청(河淸)’은 ‘백년하청’으로 많이 쓰이는데, 황하는 본래 흐린 강이어서 맑아질 리가 없으므로, 부질없이 오랜 세월을 기다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주-D037] 칠 …… 어려운데 : 《맹자》 〈이루 상〉에 “오늘날 왕 노릇을 하고자 하는 자는 마치 7년 된 병을 고치기 위해 3년 된 약쑥을 구하는 것과 같다. 정말이지 미리 비축해 두지 않으면 종신토록 구하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주-D038] 교송(喬松)의 자태 : 교(喬)는 주(周)나라 태자 왕자교(王子喬)이고 송(松)은 적송자(赤松子)이다. 신선술을 익혀 불로장수한 인물들로 일컬어진다.[주-D039] 오정(五鼎)의 음식 : 오정은 다섯 가지 고기를 요리하는 솥을 가리키는데 고대에 대부(大夫)는 제사할 때에 오정의 요리를 올려 제사하였다고 한다. 고기가 두루 갖추어진 진수성찬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주-D040] 육지(肉芝) : 《산림경제》 권4 〈치약(治藥)〉에 “박쥐〔蝙蝠〕는 석회암 동굴〔乳石洞〕에 살면서 그 정즙(精汁)을 먹는다. 색깔이 하얗고 비둘기나 까치만 한 것은 나이가 모두 1천 세를 산 것이다. 선경(仙經)에 이른바 육지라는 것이다. 그것을 먹으면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다.” 하였다. 또한 《태평어람》, 《사문유취》, 《연감유함》, 《태평광기》 등에는 육지에 대한 기록이 곳곳에 있는데, “두꺼비가 1만 년을 살면 머리에 뿔이 솟고 턱밑에 단서(丹書)가 새겨지는데 그것을 육지라 한다. 5월 5일에 잡아서 그늘에 말려 몸에 지니고 있으면 다섯 가지 병기(兵器)를 물리치는 효험이 있다.”, “1천 년을 살아서 하얗게 변한 제비를 말한다.”, “작은 인형처럼 생긴 사람이 수레를 타고 있는 모습의 물건이다.”, “동물처럼 머리와 꼬리와 사지를 갖추고 험준한 곳의 바위에 붙어 있는데 흡사 생물과 같다.” 등등의 다양한 설명이 있다. 대개 무병장수할 수 있는 선약(仙藥)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주-D041] 이윤(伊尹)과 부열(傅說) : 이윤은 은(殷)나라 탕왕(湯王)을 도와 하(夏)나라 걸왕(桀王)을 멸망시키고 난세를 평정한 뒤에 훌륭한 정치를 이룩한 명재상이고, 부열은 은나라 고종(高宗)을 도와 훌륭한 정치를 이룩한 명재상이다.[주-D042] 한비(韓非)와 상앙(商鞅) : 전국 시대의 인물들이다. 한비는 한(韓)나라의 공자(公子)로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주창하였고, 상앙은 위(衛)나라의 공자로 위앙(衛鞅) 또는 공손앙(公孫鞅)이라고도 하는데 법령을 제정하고 토지 제도를 개혁하였다. 중국의 국가 제도를 정비한 법가(法家) 사상가들인데, 우리나라의 유학자들은 대개 그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다.[주-D043] 속화(速化) : 서둘러 벼슬길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박헌순 (역)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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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2권 / 시류(詩類)
강원(江原) 조 감사(曺監司) 간(幹) 가 인삼을 부쳐 준 데 대하여 사례하다
약 중의 성인인 인삼은 고방에 나오거니와 / 藥聖人蔘出古方
한 줄기에 세 가장귀가 난 게 가장 좋다지 / 一枝三椏最爲良
갑자기 이런 은혜 받고 감격하지 않을쏜가 / 忽承佳惠能無感
병든 몸 소생하니 기뻐서 미칠 것만 같네 / 病骨還蘇喜欲狂
[주-D001] 고방(古方) : 고대로부터 전해 오는 약방문(藥方文)을 말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8
“조간(曹幹)을 가선 대부 강원도 관찰사(江原道觀察使)로 삼았다.” 조선왕조실록, 성종 18년(1487년 10월 26일)의 기록이다. 조
간은 겨울에 임명되어 강원도에 부임했으므로 이듬해 서거정에게 인삼을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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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2권 / 시류(詩類)
밤에 읊다
홀로 앉아 등불 켜고 불똥 다 떨어뜨리고 / 獨坐挑燈落盡花
이내 들으니 가고를 벌써 세 번째 쳐 대네 / 旋聞街鼓已三撾
병든 뒤론 마른 창자가 자꾸 쫄쫄거려서 / 枯腸病後如雷吼
손수 생강 인삼 썰어 찻잔에 띄워 마시네 / 手切薑蔘點小茶
[주-D001] 가고(街鼓)를 …… 대네 : 옛날에 밤을 오경(五更)으로 나누어 매 경마다 한 번씩 북을 쳤던 데서, 세 번 쳤다는 것은 삼경(三更)을 의미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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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권 / 시류(詩類)
촌가(村家)
내가 촌사에 내려온 지 백 일이 지났는데 / 我來村舍十經旬
환자 갚고 조세 바치는 일마다 새롭구나 / 納糶輸租事事新
정시인은 시를 짓되 헐후체가 많았거니와 / 鄭五有詩多歇後
손영감은 독서 좋아해 열심히 노력했었네 / 孫三好讀正勤辛
산삼은 캘 만하여라 눈이 처음 녹아가고 / 山蔘可掘初殘雪
보리밭을 막 갈아라 또 한 해의 봄이로다 / 壟麥初耕又一春
아내 병들고 아이 미련코 가장은 졸렬하니 / 婦病童頑翁且拙
내 생은 진정 청빈이 지나친 것에 합당하네 / 此生端合過淸貧
[주-D001] 정오(鄭五)는 …… 많았거니와 : 정오는 당(唐) 나라 때 시인(詩人)이며 재상(宰相)이었던 정계(鄭綮)를 가리키는데, 그가 배항(排行)의 다섯 번째였으므로 정오라고 한 것이다. 헐후체(歇後體)는 바로 정계가 개발한 일종의 시체(詩體)로서, 주로 풍자시(諷刺詩)를 짓는 데 있어 어구(語句)의 끝을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 때문에 정계의 시를 당시에 정오헐후체(鄭五歇後體)라고 하였다.[주-D002] 손삼(孫三)은 …… 노력했었네 : 손삼은 진(晉) 나라 때 벼슬이 어사대부(御史大夫)에 이른 손강(孫康)을 가리키는데, 그가 배항의 세 번째였으므로 손삼이라고 한 것이다. 그가 젊었을 때 집이 가난하여 기름을 마련할 수 없었으므로, 겨울밤이면 눈빛〔雪光〕으로 책을 비추어 열심히 글을 읽었다고 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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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7권 / 시류(詩類)
청신(淸晨)
새벽부터 일어나 솜이불 쓰고 앉았다 보니 / 淸晨小坐擁綿衾
창 사이 밝은 햇살이 손의 맘을 맑게 해주네 / 窓日暉暉淨客心
세월은 그 얼마런가 시가 바로 역사인데 / 歲月幾何詩是史
얼굴은 이 지경이니 술을 의당 삼가야지 / 顔容如此酒宜箴
몸 방어할 만한 두릉의 칼만 있을 뿐이요 / 防身只有杜陵劍
텅 빈 낭탁엔 일찍이 육가의 금이 없었네 / 垂橐曾無陸賈金
어느 날 고향에 가서 그대로 사직하고 / 何日還鄕仍乞骨
쟁기 보습 채워서 인삼이나 캐볼거나 / 白鑱歸去斲人蔘
[주-D001] 몸 …… 뿐이요 : 두릉(杜陵)은 두보(杜甫)를 가리킨 것으로, 두보의 투증가서개부한(投贈哥舒開府翰) 시에 “몸 방어할 긴 칼 한 자루는 있으니, 공동산에 가서 의지하고 싶네.〔防身一長劍 將欲倚崆峒〕”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주-D002] 텅 빈 …… 없었네 : 한 고조(漢高祖) 때 육가(陸賈)가 남월왕(南越王) 위타(尉佗)에게 사신(使臣)으로 가서 사명을 완수하고, 돌아올 때에 위타가 준 1000금(金)을 가지고 왔는데, 그가 만년에 이르러 이 1000금을 다섯 아들에게 각각 200금씩 나누어 주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주-D003] 쟁기 …… 캐볼거나 : 두보의 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 시에 “긴 보습 긴 보습에 흰 나무로 만든 쟁기여, 나는 너를 의탁해 생명을 영위하노라.〔長鑱長鑱白木柄 我生託子以爲命〕”라고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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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8권 / 시류(詩類)
우연히 읊다
바닷가로는 서복이 돌아갔고 / 海上歸徐福
요동에서는 관녕이 늙었었지 / 遼東老管寧
옛사람은 지금 적막하기만 하거늘 / 古人今寂寞
늙은 나만 스스로 외로울 뿐이네 / 老我自竛竮
나날이 구름은 고개에서 나오고 / 日日雲生嶺
때때로 달빛은 뜰에 아름답구나 / 時時月可庭
환단을 쉬 얻을 수 없을진댄 / 還丹不可得
돌솥에 인삼 복령이나 달여야겠네 / 石鼎煮蔘苓
[주-D001] 바닷가로는 서복(徐福)이 돌아갔고 : 서복은 진 시황(秦始皇) 때의 방사(方士)인데, 일찍이 진 시황의 명에 따라 동남동녀(童男童女)를 각각 3천 인씩 거느리고 장생불사 약을 구하러 해중(海中)으로 들어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다.[주-D002] 요동(遼東)에서는 관녕(管寧)이 늙었었지 : 관녕은 삼국 시대 위(魏)나라의 유학자이다. 일찍이 황건적(黃巾賊)의 난리를 피해 요동으로 건너가 생도(生徒)들을 가르치며 40년 가까이 지내면서 위 명제(魏明帝)의 후례 징소(厚禮徵召)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지조를 굳게 지키며 청빈(淸貧)을 달게 여겨 항상 무명옷에 검은 두건 차림으로 일생을 마쳤다고 한다.[주-D003] 환단(還丹) : 도가(道家)에서 아홉 차례 고아 만든 단약(丹藥)을 말하는데, 이것을 복용하면 장생불사하여 선인(仙人)이 된다고 한다.[주-D004] 삼령(蔘苓) : 약재인 인삼과 복령(伏苓)을 합칭한 말인데, 몸의 원기를 보호하는 데 효험이 높다고 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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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1권 / 시류(詩類)
즉사(卽事)
높은 나무에서 까치가 울어 낮잠을 깨고는 / 鵲噪高枝午夢醒
텅 빈 집에 말없이 성긴 난간 기대 있자니 / 空齋不語倚疎欞
환아첩을 써 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는데 / 無人倩寫換鵝帖
헛되이 상마경을 전해 준 나그네만 있네 / 有客虛傳相馬經
한가할 땐 향로에 등걸불을 태우기 좋고 / 閑愛香爐燒榾柮
목마를 땐 차 솥에 인삼 복령을 달이고파라 / 渴思茶鼎煮蔘苓
보잘것없는 신세가 참으로 이와 같으니 / 悠悠身世眞如此
천재의 역사에 이름 전할까 부끄럽고말고 / 千載聲名愧汗靑
[주-D001] 환아첩(換鵝帖) : 진(晉)나라 왕희지(王羲之)가 일찍이 산음(山陰)의 도사(道士)에게 《도덕경(道德經)》을 써 주고 흰 거위와 바꾸었던 고사에서, 환아첩은 곧 《도덕경》을 가리킨다. 《晉書 卷80 王羲之列傳》[주-D002] 상마경(相馬經) : 말의 상을 보는 법칙을 설명한 책으로, 옛날에 말의 상을 잘 보았다는 백락(伯樂)이 지었다고 하는데, 흔히 사람 보는 안목을 말의 상 보는 데에 비유하기도 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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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2권 / 시류(詩類)
석양에 읊다
두려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자 / 畏日淡將夕
실바람이 작은 정자로 불어오네 / 微風吹小亭
긴 숲에선 자는 새가 서로 다투고 / 長林爭宿鳥
잔 풀 위엔 개똥불이 침침도 해라 / 細草暗飛螢
고목나무에선 새싹이 터 나오고 / 古木新荑出
성긴 가지에선 병든 잎이 떨어지네 / 疎枝病葉零
평생에 길이 소갈증을 앓는 터라 / 平生長抱渴
돌솥에 불 지펴 삼령을 달이노라 / 石鼎煮參苓
[주-D001] 두려운 해 :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을 이른다. 춘추 시대 노국(潞國)의 대부 풍서(酆舒)가 진(晉)나라 가계(賈季)에게 묻기를, “진(晉)의 대부 조순(趙盾)과 조최(趙衰) 둘 중에 누가 더 어진가?” 하자, 가계가 말하기를, “조최는 겨울날의 태양이요, 조순은 여름날의 태양이다.〔趙衰冬日之日也 趙盾夏日之日也〕” 하였는데, 그 주석에 “겨울날의 태양은 사랑스럽고, 여름날의 태양은 두려운 것이다.〔冬日可愛 夏日可畏〕”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氏傳 文公7年》[주-D002] 삼령(參苓) : 한약재인 인삼(人蔘)과 복령(伏苓)을 합칭한 말인데, 몸의 원기를 보호하는 데 효험이 높다고 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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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집 제1권 / 시(詩)
다시 금강대에 오르다〔復登金剛臺〕
소재(穌齋) 노수신(盧守愼)
흥이 나면 그 어딘들 오르기 어려울쏜가 / 興來何地是難躋
층층 절벽도 사다리로 오를 수 있고말고 / 斷壁重重亦可梯
옥견이랑 금계는 좌우에서 울어 대고 / 玉犬金雞鳴左右
운감이랑 석실은 높고 낮게 널려 있네 / 雲龕石室遍高低
사철 푸른 좋은 나무는 천 그루가 고목이요 / 後凋琪樹千章老
상등품 영초의 싹은 다섯 잎이 가지런쿠나 / 上品靈苗五葉齊
다시 그 몇 봉우리가 절정을 이루었던고 / 更有幾峯爲絶頂
충곡이 서로 운니의 차이가 있는 것 같네 / 依然蟲鵠自雲泥
[주-D001] 옥견(玉犬)이랑 …… 대고 : 옥견과 금계(金鷄)는 모두 선경(仙境)에 있는 개와 닭을 가리킨 것으로, 《술이기(述異記)》에 “제양산의 마고가 등선한 곳에서는, 전설에 ‘산 위에서 천년 묵은 금닭이 울고 옥개가 짖는다.’라고 한다.〔濟陽山麻姑登仙處, 俗說千年金鷄鳴玉犬吠.〕”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주-D002] 운감(雲龕)이랑 …… 있네 : 운감과 석실(石室)은 모두 불상(佛像)이나 불교의 고사(故事)에 관한 벽화 등을 안치한 감실(龕室), 석굴(石窟) 등을 말한다.[주-D003] 사철 …… 고목이요 : 사철 푸른 나무란 곧 소나무, 잣나무 등을 가리킨다.[주-D004] 상등품(上等品) …… 가지런쿠나 : 영초(靈草)의 싹은 바로 산삼(山蔘)을 가리킨다. 산삼의 줄기가 세 가장귀에 각각 다섯 잎〔三椏五葉〕씩 달린다 하여 이른 말이다.[주-D005] 충곡(蟲鵠)이 …… 같네 : 충곡은 벌레와 고니를 합칭한 말로, 《회남자(淮南子)》 〈도응훈(道應訓)〉에 “나를 부자에 비교하자면 마치 하늘 높이 나는 고니와 땅벌레와의 차이와 같아서 나는 종일토록 가도 지척의 거리를 떠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빠르다고 여기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吾比夫子, 猶黃鵠與壤蟲也, 終日行不離咫尺, 而自以爲速, 豈不悲哉?〕”라고 한 데서 온 말이고, 운니(雲泥)는 구름과 진흙을 가리킨 것으로, 구름은 하늘에 있고, 진흙은 땅에 있어 서로의 거리가 매우 멂을 비유한다. 전하여 여기서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의 높고 낮은 차이를 말한 듯하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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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유고 제3권 / 시(詩)
이형 여순(李兄汝詢) 순악(舜岳) 이 인제(麟蹄)에서 생삼(生蔘) 서너 뿌리를 부쳐 주기에 분(盆) 속에 심었더니 새싹이 돋아 나왔다. 이에 반가워서 읊다. 정묘년(1687, 숙종 13)
명재(明齋) 윤증(尹拯)
작은 창 사이에 뾰족뾰족 돋아난 삼 / 亭亭玉立小牕間
한계령의 첩첩 산을 넘어서 여기 왔지 / 來自寒溪萬疊山
일없이 완물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 不是閑人要玩物
시든 이 몸 너의 생기 대하려 함이지 / 且將生意對衰顔
ⓒ 한국고전번역원 | 김동현 (역)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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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유고 제45권 / 행장(行狀) / 이조 판서(吏曹判書) 송곡(松谷) 조공(趙公) 행장 을묘년(1675, 숙종1)
공(公)의 휘(諱)는 복양(復陽)이요, 자는 중초(仲初)요, 호는 송곡(松谷)이니, 문효공의 셋째 아들이다.
외방에서 예의를 갖추어 대접하는 음식이 정해진 수량을 넘으면 감히 받지 않았다. 변방의 수령이 약삼(藥蔘)을 보냈는데, 공이 물리쳤다. 얼마 있다가 채수(債帥)가 정승 집에 뇌물을 바치고 나서 적발되어 다스리는 일이 있었다. 수령 집안이 스스로 두려워하여 사람을 시켜 겸손하게 사죄하게 하니, 공이 말하기를,
“나는 다른 사람이 내가 물리친 것을 알까 두렵다.”
하였다. 매양 말하기를,
“사대부가 이익을 도모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나머지는 볼만한 것이 없다.”
하였다. 그러므로 종신토록 한 구(區)의 집, 한 경(頃)의 사유지도 없었다. 평생 밀초를 켜지 않았고 좋은 옷을 입지 않았으며, 음악을 즐기거나 모여서 잔치하며 즐기지 않았고, 장기와 바둑 등의 놀이를 하는 즐거움을 끊었다. 재리(財利)나 화려한 것을 보기를 악취를 싫어하는 것처럼 하였다. 때로 혹 관복(冠服)이 갖추어지지 않아 남의 것을 빌려 입고 조정에 달려가기도 하고 집을 빌려 이사를 다녀 손님이 앉을 자리가 없기도 하였지만, 항상 담박한 태도로 자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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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암집 제6권 / 시(詩)○망미록 상(望美錄上)
상안흥에서 자다〔宿上安興〕
번암(樊巖) (蔡濟恭)
해 저무는데 나그네는 멀리 가려는 마음 있어 / 日落征夫猶遠心
쓸쓸히 말을 몰아 가로지른 봉우리를 넘어간다 / 蕭蕭驅馬度橫岑
바람 소리 물소리 울리는 골짝엔 나무꾼 다 돌아갔고 / 風泉衆壑樵歸盡
비 젖은 숲 속 깊은 곳에선 개 짖는 소리 들려온다 / 雨氣中林犬吠深
부유한 집에서는 비로소 귀맥을 찧어 먹고 / 屋富始能舂鬼麥
맑은 산에서는 때때로 인삼을 캐어 온다 / 山淸時得採人蔘
서글픈 난 한가로운 세계가 부러워라 / 含悽羡爾優閒界
길 가기 어려움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구나 / 行路難行無古今
[주-D001] 귀맥(鬼麥) : 보리의 일종이다. 《세종실록》 24년(1442) 1월 5일 조에 “귀맥이라는 것이 보리 같으면서 알이 작고 바람과 추위에 견디는 성질이 있으며, 또 메마른 땅에도 잘되며 황무(黃霧)에도 손상됨이 없습니다. 3월에 파종하면 6월에는 수확합니다. 강원도의 진부(珍富), 대화(大和)와 함길도(咸吉道)의 갑산(甲山) 등지의 백성들이 이것을 잘 기른다고 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 한국고전번역원 | 양기정 (역)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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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시문집 제2권 / 시(詩) / 고시 스물네 수[古詩二十四首]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인삼 본디 산속의 풀이지마는 / 人蔘本山草
지금에는 밭에서 심어 가꾸니 / 今人種園圃
자라난 건 사람 손 빌린 거지만 / 生成雖藉人
본성 또한 사람 몸 보양코말고 / 天性亦滋補
닭과 오리 서로가 귀천 다른데 / 鷄鶩異貴賤
한자리에 어울려 수모를 받네 / 狎暱蓋受侮
하늘을 찌를 듯이 드높은 산도 / 崇山摩穹蒼
인삼을 기르는 건 한줌 흙일 뿐 / 所養一拳土
대지의 정기 양분 충만하거니 / 大塊蒸精液
인가 마을 텃밭만 빠뜨릴 리가 / 詎獨遺村塢
오곡도 온갖 풀에 뒤섞였다가 / 五穀混百草
세월 흘러 인간이 심은 것인걸 / 世降爲人樹
대궐에 어진 인재 버려두고서 / 臺省遺材賢
산림에서 우매한 사람 찾누나 / 山林訪愚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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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시문집 제6권 / 시(詩) 송파수작(松坡酬酢) / 앞의 운자를 재차 사용하다[再疊]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미진의 서쪽으로 일엽주를 횡단하면은 / 度迷津西橫一葉
여기서는 정자에 오르기 숨이 차지 않는데 / 自玆登亭無喘脅
자라는 인삼 만 포기가 우선 사랑스러워 / 且愛人蔘茁萬本
백 겹이나 드리운 운라는 차치한다오 / 姑舍雲蘿垂百疊
송곳 찌를 땅도 없으니 어찌 쟁기를 지랴 / 無立錐地曷負耒
수많은 서책은 부질없이 상자에 담겨 있네 / 著等身書空投篋
그물 있어야 고기 잡는 건 진작 알았거니와 / 夙知羨魚須結網
사냥 않고 오소리 매달린 건 듣지 못했도다 / 未聞懸貆由不獵
근년엔 생활의 큰 계책이 인삼 심는 데 있어 / 年來大計在種蔘
금전과의 만남에 연줄이 늘 닿나니 / 孔兄之交有梯接
어찌 조석의 급한 걱정만 해소할 뿐이리오 / 豈唯朝夕紓急憂
자자손손 세업으로 전하여도 무방하리라 / 不妨雲仍流世業
[주-D001] 사냥 …… 못했도다 : 《시경(詩經)》 위풍(魏風) 벌단(伐檀)에 “애써 뛰고 달려 사냥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네 집 뜰에 오소리가 매어 달릴꼬.[不狩不獵 胡瞻爾庭有懸貆兮]”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저자 자신이 사냥을 않고도 돈을 주고 고기를 사 먹을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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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의 서쪽으로 일엽주를 횡단하면은 / 度迷津西橫一葉 - 도미진의
*도미진은 지명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卷六 / 京畿 / 廣州牧 / 山川
渡迷津。在州東十里。楊根郡大灘龍津下流,其北岸號渡迷遷。東指奉安驛,石路縈紆七八里,新羅方言多以水崖石路稱遷。後倣此。○高麗韓脩詩:“日華乍動風來軟,天影遠涵帆去閑。回首殷勤別三角,月輪未半我當還。” ○權遇詩:“山腹蜿蜒棧道斜,行行盡處有人家。天寒日暮風吹緊,回首長江浪作花。”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권 / 한성부(漢城府) / 山川
한강(漢江) 목멱산 남쪽에 있는데, 옛날에는 한산하(漢山河)라 하였다. .....광주(廣州) 땅에 이르러 도미진(度迷津)이 되고, 광나루[廣津]가 되며, 삼전도(三田渡)가 되고, 두모포가 되며, 경성 남쪽에 이르러 한강 나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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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로별집 권4 / 시○연경잡영(燕京雜詠)
송악산의 산삼은〔松嶽山蔘〕
연파(蓮坡) 김진수(金進洙)
송악산의 산삼은 모양이 아이와 같고 / 松嶽山蔘貌似童
처방을 달아 놓은 종이색은 눈이 바람에 뒤집힌 것 같네 / 帶方紙色雪翻風
북쪽 가게 너무나 썰렁한데 남쪽 가게 북적대니 / 北鋪太冷南鋪熱
세태와 인정을 이 안에서 징험할 수 있네 / 世態人情驗此中
【自註】우리나라에서 나는 인삼은 비록 뿌리가 작고 줄기가 짧더라도, 하나하나 수놓은 상자 속에 넣고 탑본한 종이를 붙이기를 ‘이 인삼은 고려(高麗) 송악산(松嶽山)의 개나 닭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나온 것이니, 원기(元氣)를 크게 보호하여 수명을 연장한다.’ 등의 말로 과장해서 외국의 관소에서 산매(散賣)한다. 그러니 중국 물품의 진위 여부 또한 미루어서 알 수가 있다.
【詩評】생각건대 송나라 사람의 차가운 지름길을 달리려는가? 어떻게 이 늙은 세상에서 수다를 떨게 될까.
[주-D001] 산매(散賣) : 물건을 생산자나 도매상에서 사들여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일.[주-D002] 송나라 …… 달리려는가 : 청나라 원매(袁枚)의 《수원시화(隨園詩話)》 권5에 “그러므로 송나라 사람의 차가운 지름길을 달리려고 하는 자를 일러 걸인이 집을 옮겼다고 한다.[故意走宋人冷徑者, 謂之乞兒搬家.]”라는 말이 있다.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김영죽 박동욱 (공역)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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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집 제2권 / 시(詩) / 송경 삼성동에서 황림의 김씨초당에 적다〔松京三省洞題篁林金氏草堂〕
미산(眉山) 한장석(韓章錫)
울타리에 깊게 이어진 작은 길이 길고 / 籬落深迤細徑長
인삼밭에 봄비 내리는 한 마을이 향기롭네 / 人蔘春雨一村香
사방 복사꽃에 옛길 헤매니 / 四面桃花迷舊路
이 몸이 옛날 어부인가 싶네 / 此身疑是古漁郞
[주-D001] 옛날 어부 :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어부를 말한다. 물에 떠내려 오는 복사꽃을 보고 우연히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찾아갔다가 돌아온 후 다시 찾아가려고 했으나 끝내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 김영봉 (역)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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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집 제1권 / 시(詩)○계미고(癸未稿)
동복의 협곡에서 2수 〔同福峽中 二首〕
매천(梅泉) 황현(黃玹)
황량한 산골짜기 동복 고을 시골집들은 / 殘山同福野人家
뽕나무도 차나무도 전혀 심지를 않았네 / 不種桑林不種茶
호남 풍토기에 재산 불리는 방도를 보니 / 貨殖湖南風土記
천 가호 각각 천 뿌리 모란꽃 심는 거로세 / 千根千戶牡丹花
인삼 농사가 잘된 때도 농가는 가난했던 건 / 參圃盛時參戶貧
관청에서 캐 가고 돈을 안 주기 때문이었지 / 官人採取不論銀
어찌하면 석종유 진주가 돌아온 날을 만나서 / 何當乳復珠還日
삼아 오엽의 봄을 평온하게 찾을 수 있을꼬 / 穩覓三椏五葉春
[주-C001] 계미고(癸未稿) : 1883년(고종20), 매천의 나이 29세 때 지은 시고이다.[주-D001] 석종유(石鍾乳) …… 만나서 : 석종유는 예로부터 아주 영험한 약재로 유명한바, 석종유가 돌아왔다는 고사는 다음과 같다. 유종원(柳宗元)의 〈영릉군복유혈기(零陵郡復乳穴記)〉에 의하면, 석종유가 연주(連州), 소주(韶州)의 산품(産品)이 유독 유명했던바, 연주 사람들이 거짓으로 연주의 석종유가 바닥났다고 관청에 보고한 지 5년이 되었는데, 자사(刺史) 최군민(崔君敏)이 부임한 이후, 그곳 백성들이 석종유가 다시 되돌아왔다고 보고하였으니, 그 까닭은 곧 예전의 자사들은 탐하고 이끗을 좋아하여 백성을 부려서 석종유를 취해 가기만 하고 돈을 주지 않았으나, 당시의 자사 최군민은 백성을 속이지 않고 성심으로 대해 준 결과, 백성들이 그의 성심에 감복하여 다시 사실대로 보고했던 것이라고 하였다. 《柳河東集 卷28》 또 진주(眞珠)가 돌아왔다는 고사는 다음과 같다. 《후한서(後漢書)》 권76 〈순리열전(循吏列傳) 맹상(孟嘗)〉에 의하면, 합포군(合浦郡)에는 본디 곡식이 생산되지 않고 방주(蚌珠)가 많이 생산되었는바, 역대 태수(太守)들이 탐오하여 그 방주를 끝없이 탐취(貪取)한 결과, 방주들이 점차 이웃 고을인 교지군(交趾郡)으로 옮겨가 버려서 백성들이 곤궁함을 감당할 수 없었는데, 맹상이 뒤에 합포 태수로 부임해서는 앞서의 잘못된 폐단을 개혁하고 청렴한 정사를 펴자, 떠나갔던 방주들이 다시 돌아옴으로써 백성들이 생업(生業)을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이상의 두 가지 고사는 단지 지방관의 선정(善政)을 바라는 뜻에서 인용한 것이다.[주-D002] 삼아 오엽(三椏五葉) : 세 가장귀에 각각 다섯 잎씩 달린다 하여 인삼(人蔘)을 일컫는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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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집 제3권 / 시(詩)○경자고(庚子稿) / 정원에 심어 놓은 열다섯 종류의 초목에 대해 읊다〔園植十五咏〕
인삼〔人蔘〕
매천(梅泉) 황현(黃玹)
맑은 바람 솔솔 불고 / 灑灑光風轉
부슬비가 촉촉이 내렸다 / 油油靈雨滋
숲이 깊어 안개 천천히 걷히니 / 林深霧徐捲
줄기와 잎이 통통하여 맛이 달콤하다 / 椏葉沃如飴
때가 되어 봉오리가 꽃이 되더니 / 時至蓏作花
찬란하게 붉은 열매를 드리웠다 / 粲粲丹砂垂
기쁜 마음으로 삼밭을 돌보며 / 巡圃一欣然
굽혔다 일어섰다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 俯立復多時
예전에 들으니 삼이 천 년을 묵으면 / 昔聞蔘千年
신기하게도 하체가 사람 모양을 이루는데 / 下作人形奇
그것을 먹으면 늙지 아니하고 / 餌之卽不老
어린이처럼 곱고 예쁘게 된다고 하였다 / 姸好如童兒
그러나 어찌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랴 / 奈此俟河淸
칠 년 병환에 삼 년 쑥도 구하기 어려운데 / 艾病易參差
또한 나는 풍진 속세에 몸을 담고 / 且吾墮塵網
교송의 자태를 흠모하지 않는다 / 不慕喬松姿
이것을 서너 이랑 남짓 심어 놓고 / 種此數畝强
천금의 자본이 되리라 기대를 걸고 있다 / 擬博千金資
살아생전에 오정의 음식을 먹을 텐데 / 生前五鼎食
누가 다시 육지에 연연하랴 / 誰復戀肉芝
고상하게 이윤과 부열의 공적을 담론하면서 / 高談伊傅業
어찌 한비와 상앙의 하찮음을 추구하랴만 / 寧就韓商卑
온 세상이 속화를 귀하게 여기니 / 擧世貴速化
나도 또한 그것을 따라할 수밖에 / 我亦從爾爲
[주-D035] 줄기와 잎 : 인삼은 주로 잎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지고 그 잎이 다섯 장이므로 인삼을 삼아오엽(三椏五葉)이라고 한다. 원문의 ‘아엽(椏葉)’은 인삼의 줄기와 잎이다.[주-D036]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랴 : 《예문유취》 권8 〈수부(水部) 하수(河水)〉와 《태평어람》 권61 〈지부(地部) 하(河)〉 등에 주나라 시로 소개된 일시(逸詩)의 구절이 실려 있는데, 그 시에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랴?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되기에.〔俟河之淸 人壽幾何〕” 하였고, 《책부원귀》 권21 〈제왕부(帝王部) 징응(徵應)〉, 《사문유취》 등에는 “황하는 천 년에 한 번 맑아지는데, 황하가 맑아지면 성인이 탄생한다.”라는 기록도 있다. 원문의 ‘하청(河淸)’은 ‘백년하청’으로 많이 쓰이는데, 황하는 본래 흐린 강이어서 맑아질 리가 없으므로, 부질없이 오랜 세월을 기다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주-D037] 칠 …… 어려운데 : 《맹자》 〈이루 상〉에 “오늘날 왕 노릇을 하고자 하는 자는 마치 7년 된 병을 고치기 위해 3년 된 약쑥을 구하는 것과 같다. 정말이지 미리 비축해 두지 않으면 종신토록 구하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주-D038] 교송(喬松)의 자태 : 교(喬)는 주(周)나라 태자 왕자교(王子喬)이고 송(松)은 적송자(赤松子)이다. 신선술을 익혀 불로장수한 인물들로 일컬어진다.[주-D039] 오정(五鼎)의 음식 : 오정은 다섯 가지 고기를 요리하는 솥을 가리키는데 고대에 대부(大夫)는 제사할 때에 오정의 요리를 올려 제사하였다고 한다. 고기가 두루 갖추어진 진수성찬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주-D040] 육지(肉芝) : 《산림경제》 권4 〈치약(治藥)〉에 “박쥐〔蝙蝠〕는 석회암 동굴〔乳石洞〕에 살면서 그 정즙(精汁)을 먹는다. 색깔이 하얗고 비둘기나 까치만 한 것은 나이가 모두 1천 세를 산 것이다. 선경(仙經)에 이른바 육지라는 것이다. 그것을 먹으면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다.” 하였다. 또한 《태평어람》, 《사문유취》, 《연감유함》, 《태평광기》 등에는 육지에 대한 기록이 곳곳에 있는데, “두꺼비가 1만 년을 살면 머리에 뿔이 솟고 턱밑에 단서(丹書)가 새겨지는데 그것을 육지라 한다. 5월 5일에 잡아서 그늘에 말려 몸에 지니고 있으면 다섯 가지 병기(兵器)를 물리치는 효험이 있다.”, “1천 년을 살아서 하얗게 변한 제비를 말한다.”, “작은 인형처럼 생긴 사람이 수레를 타고 있는 모습의 물건이다.”, “동물처럼 머리와 꼬리와 사지를 갖추고 험준한 곳의 바위에 붙어 있는데 흡사 생물과 같다.” 등등의 다양한 설명이 있다. 대개 무병장수할 수 있는 선약(仙藥)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주-D041] 이윤(伊尹)과 부열(傅說) : 이윤은 은(殷)나라 탕왕(湯王)을 도와 하(夏)나라 걸왕(桀王)을 멸망시키고 난세를 평정한 뒤에 훌륭한 정치를 이룩한 명재상이고, 부열은 은나라 고종(高宗)을 도와 훌륭한 정치를 이룩한 명재상이다.[주-D042] 한비(韓非)와 상앙(商鞅) : 전국 시대의 인물들이다. 한비는 한(韓)나라의 공자(公子)로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주창하였고, 상앙은 위(衛)나라의 공자로 위앙(衛鞅) 또는 공손앙(公孫鞅)이라고도 하는데 법령을 제정하고 토지 제도를 개혁하였다. 중국의 국가 제도를 정비한 법가(法家) 사상가들인데, 우리나라의 유학자들은 대개 그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다.[주-D043] 속화(速化) : 서둘러 벼슬길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박헌순 (역) |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