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아의 100세 카페]
“3층 연금-분산투자-자격증 준비한 5060은 노후불안 없을 것”
은퇴 전문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대표
7080과 달리 일정자산 축적한 세대… 바이오 등 기술혁신이 고령화 만나
시장규모 커져 ‘황금어장’ 이룰것… 노후자산 부동산에 ‘몰빵’하기보다
헬스케어 등 유망분야 분산투자를… ‘자신에 대한 투자’는 최고의 가치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2013년부터 은퇴연구소를 이끌어온 노후자산관리 전문가다.
김 대표는 고령화와 기술 혁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황금어장이 생겨난다고 내다보고
‘데모테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국 베이비부머는 1955∼1974년, 20년간 매년 90만∼100만 명 태어났다. 지난해 출생아가 30만 명이 채 안 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지 실감난다. 그 맏형 격인 1955년생이 지난해부터 고령자(만 65세)에 편입됐다.
한국인의 노후 걱정도 늘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노후빈곤율 43.4%(2018년)로 1위일 정도로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은퇴 전문가인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대표(59)는 “열심히 살아온 5060세대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현재 1700만 명에 달하는 5060은 대부분 국민연금이 준비됐고 어느 정도 자산도 축적한 세대라는 것. 전쟁과 가난의 역사를 헤쳐 오느라 노후 준비가 미흡했던 7080세대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고령자라고 한 묶음으로 보기 쉽지만 5060과 7080은 구분해야 합니다. 사실 변화가 심한 한국은 5년마다 다른 세대가 나타난다고 봐야 합니다.”
○ 고령화와 기술혁신이 만나 황금어장 형성
김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최고책임자,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를 지냈고 2013년부터 미래에셋은퇴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노후자산관리 전문가다. 그는 고령화와 기술혁명이란 두 가지 메가 트렌드가 만나는 지점에 주목한다. 바로 거기서 부가 형성되는 어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저서 ‘데모테크가 온다’에서 이 황금어장을 ‘데모테크’라 명명했다. 인구를 뜻하는 ‘데모(Demography)’와 기술의 ‘테크(Technology)’를 합친 말이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혁신으로 바이오, 로보틱스,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수요자는 질병 치료와 건강 관리에 신경 쓰면서 신체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 하는 고령자입니다. 수요(인구)와 공급(기술)이 모두 늘어나는 시장이죠.”
5060은 윗세대와 달리 ‘자신을 위해’ 돈을 쓴다.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곧 혁명이 될 수 있다. “5060이 만들 10년 후 고령사회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이들이 퇴직 후 15년 정도 만들어갈 액티브 시니어 시장도 무척 크죠. 이 시장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습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주택연금 추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구조에 주택연금까지 활용한다면 안심해도 됩니까.
“그렇다고 봅니다. 주택연금은 달리 돈 나올 곳 없는 고령자에게 최후의 피난처입니다. 고령자가 사는 주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매월 일정액을 사망할 때까지 연금 형식으로 받는 대출인데, 공시가 기준 9억 원 이하 주택에 해당됩니다. 사망할 때까지 주거안전성이 유지됩니다. 집값이 오르면 해약하고 대출금을 갚고 3년 후 다시 가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자에 역(逆)복리 효과가 있으니 가급적 늦게 가입하면 좋습니다. ‘그래도 자식에게 집 한 채는 남겨야지’ 하는 부모가 많은데, 요즘 부모들 90세 넘어 돌아가시면 상속받을 자식은 60세가 넘습니다. 부모가 70대 후반에 가입해서 생전에 충분히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부동산에 쏠린 자산 5년 내 포트폴리오 조정을
―거시적 관점에서 부동산시장이 꼭지일 가능성을 지적하시는데요.
“한국인의 노후자산 70%가 부동산입니다. 부동산은 좋은 자산이지만 너무 쏠려 있고 그로 인한 오버슈팅이 발생하고 있어요. 간접 투자나 글로벌 투자 쪽으로 자산을 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은 지난 20년간 △금리 △소득 △인구의 세 가지 모멘텀에 기반해 상승했습니다. 최근 공급 부족 문제가 부각됐는데 이것도 5년 정도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됩니다. 금리는 20년 전보다 7%가량 내렸고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대에서 3만 달러대로 올랐습니다. 입지 좋은 곳, 신축에 수요가 몰린 데다 인구가 늘고 가구가 분화하니 주택 수요가 더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 모멘텀은 앞으로 20년간 거꾸로 가거나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금리는 더 내릴 곳이 없고 소득도 3만 달러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인구는 지난 20년과 정반대로 갑니다. 소득이나 인구 등 변수는 5∼10년 누적되면 반드시 영향을 줍니다. 주택 공급 부족이 해결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5년간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서 부동산과 유동성 자산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노후, 내 돈이 돈을 벌게 하라
―부동산에 쏠린 자산을 금융투자로 돌리라는 말씀인가요.
“5060도 글로벌 투자자가 돼야 합니다. 내가 잠자는 시간에도 지구 반대편 젊은이들이 내 돈을 벌어주게 해야 합니다. 데모테크 관련 투자를 눈여겨보세요. 클라우드컴퓨팅, 바이오, 헬스케어, 배터리-환경, 디지털 보안 등이죠. 앞으로 30년이면 한국의 노인부양비율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데, 젊은 외국에 투자해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은퇴 준비하는 분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ETF와 리츠를 권하시던데요.
“다양성을 갖춘 분산투자라는 관점에서 권합니다. 개별 종목은 경쟁이 치열한 분야일수록 누가 승자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반면 상장지수펀드(ETF)는 인덱스펀드를 상장시켜 투자자가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바이오테크’ ‘메타버스’ 하는 식으로 수십 개 주식 묶음에 투자하니 상대적으로 안전하죠. 부동산에 지분 투자하는 신탁상품 리츠(REITs)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은 덩어리가 크고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리츠는 주식처럼 지분을 사고팔 수 있고 배당도 안정적입니다. 투자에서는 분산과 장기투자, 인내가 핵심입니다. 또 후방에 있으면서 재료를 공급하는 업종을 선택하세요. 만약 두 진영이 싸운다면 양쪽에 무기를 공급하는 무기상에 투자하면 가장 이익이 큰 법입니다.”
그는 장수사회가 장기투자의 기회도 안겨줬다고 말한다.
“친구들에게 ‘좋은 주식 2000만 원어치만 사서 20년간 묻어두라’고 했습니다. 80세에 열어봤을 때 5∼10배 불어나 있으면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지요. 그들은 80세부터 또 20년을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은퇴자산은 ‘나’… 1인 1기 갖춰라
―은퇴를 앞둔 세대가 가장 챙겨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현금, 연금, 건강, 배우자…. 줄줄이 떠올립니다만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많은 분이 은퇴 뒤 사장시키는 자신의 인적 자산을 살려내야 합니다. 자신에게 투자해 자격증을 따서 월 100만 원 고정수입을 만든다면 금리 1%로 쳐서 현금 12억 원을 보유한 셈이 됩니다. 그러려면 ‘1인 1기’, 한 사람이 한 가지 기술 정도는 갖춰야 합니다. 제 친구들은 노무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인 같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딴 친구는 ‘이게 몇억 원 가치’라며 뿌듯해하더군요.”
―1인 1기를 갖춰 언제까지 일하면 좋을까요.
“7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을 하면 건강해지고 돈이 생기며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됩니다. 하루 8시간 일할 필요도 없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7080은 6·25전쟁과 가난의 시기를 살아남아 자녀 키워낸 것만 해도 고마운 세대입니다. 국가가 섬기며 함께 가야죠. 5060은 ‘나’, 주택, 연금 같은 자신의 자산을 풀(full) 활용한다면 괜찮은 노후를 맞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100세까지 산다고 보고 40년 정도 장기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출처 : 동아일보 2021-08-28 서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