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포위당한 아날로그 인간들의 회귀 본능 때문일까. 자연 친화적인, 고품격 웰빙 라이프를 표방한 타운하우스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향후 아파트에 버금가는 새로운 주거 형태로 떠오를 거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올 정도.
하지만 정작 타운하우스에 관해 명확히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에 <미즈엔>은 주부의 입맛에 딱 맞는 타운하우스의 온갖 정보들을 직접 발로 뛰어 모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타운하우스에 직접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타운하우스의 장·단점을 꼼꼼히 분석했다. 전문가가 한 단계 한 단계 짚어준, 알짜 재테크 포인트도 놓치지 않았다. 해외에 비해 고가로 책정된 국내 타운하우스의 문제점도 집중 해부했다.
지난 2월 1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한 타운하우스 세미나 현장. 세 시간이 넘도록 강의가 진행됐지만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60대로 보이는 노부부부터 30·40대 주부까지, 참석자도 각양각색. 타운하우스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단편적인 예다. 이날 만난 주부 김혜진 씨(57)는 “요즘 주부들 사이에선 타운하우스가 주요 대화거리다. 타운하우스를 구입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대체 타운하우스가 뭔지 궁금해서 왔다”라고 했다.
타운하우스가 뜨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선택받은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주거 공간이라 여겼던 타운하우스가 대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주거환경개발연구소 박찬익 이사는 “정확한 통계수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재작년부터 부쩍 타운하우스에 관한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 HBasset 부동산자문 김정용 팀장 역시 “타운하우스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아파트·단독주택 장점 모은 친환경 주거 문화
타운하우스란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만을 모은 주택 형태를 일컫는다. 아파트의 삭막함과 전원주택의 외로움, 그리고 단독주택의 불편함. 이 세 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다는 게 타운하우스다.
4층 이하의 단독주택을 연속적으로 붙였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 여기에 각 가구마다 전용 테라스를 갖추고 있으며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해야만 진정한 타운하우스라 할 수 있다.
헤르만하우스 시행업체인 JBS 정병수 대표는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의 편리함과 단독주택의 장점인 세대별 독립성 확보 문제를 절묘하게 살렸다. 단지 출입구를 하나만 설치, 외부인이 반드시 보안 담당자를 거쳐야만 통과할 수 있도록 해 안전 문제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형성도 타운하우스 주요 요건이다. 공동 기반 시설을 운영, 여러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경비 비용과 난방비용 등을 주민들이 함께 내기 때문에 관리비를 줄이고 체력 단련장, 복지관 등의 편의시설도 이용 가능한 것.
수평형으로 건물을 짓는 기존 방식과 달리 타운하우스는 수직형이라는 것도 차이점이다. 수평적으로 가구를 분리하는 게 아니라 수직 공간을 한 가구가 독점하는 형태다. 덕분에 층간 소음 문제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래주거환경개발연구소 박찬익 이사는 타운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친환경 웰빙 라이프가 가능하다는 걸 꼽았다. 조망권 등을 감안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게 단지를 배치, 친환경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단다. 실제로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의 세종그랑시아 타운하우스와 파주시 헤르만하우스는 각각 석성산 자연공원, 심학산을 끼고 있다.
택지지구는 물론 강남에까지 등장, 타운하우스는 진화 중
사실 타운하우스가 새로운 주거 형태는 아니다. 타운하우스는 이미 17세기 중세 영국에서 시작됐다. 시골에서 거주하던 영국 귀족들이 도시로 생활 근거지를 옮기면서 태동한 주거 형태. 교외주택과는 별도로 마련한 도시 내 주택이 타운하우스의 시초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3년 서울 구로구 항동에 지어진 그린빌라가 최초의 타운하우스다. 이후 경기도 분당의 조이빌리지, 하나 빌라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아파트를 선호하는 국내 실정상 대중성을 갖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이빌리지는 크리스천이 모여 사는 마을인데다 세대 수도 15세대 정도로 적었다. 드라마 <로즈마리>의 촬영지로 분당의 아름다운 주택지 중 하나로 급부상한 하나 빌라 역시 마찬가지. 편의시설과 친환경을 동시에 추구하는 현대식 타운하우스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게 업계 측의 지적이다.
최근 불어닥친 타운하우스 붐은 2005년 말 헤르만하우스가 첫 선을 보이면서 형성됐다. 후분양을 시행한 헤르만하우스의 성공적인 분양 사례를 계기로 여러 건설업체들이 앞 다퉈 타운하우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다행히 꽤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8월 판교 신도시에 공급됐던 연립주택 블록들이 예상 밖으로 10대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하남시 제일 풍경채, 용인 동백 하우스토리, 세종 그랑시아 등이 조기 분양을 마쳤다. 우림건설이 동탄 신도시에 공급한 우림필유 게이티드하우스 역시 86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타운하우스는 최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무작정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집을 짓는 게 아닌, 택지지구 내에 건설해 신도시의 기반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서울 강남권에도 타운하우스 개념을 도입한 고급주택이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SK건설이 최근 서울 강남 학동역 부근에 세운 아펠바움이 바로 그것. 서울 외곽에서 차츰 도심으로 타운하우스가 옮겨오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단독주택을 일렬로 쭉 붙인 형식에서 탈피, 용적율을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ㅁ’자 형태로 4개 세대를 붙이는 것도 타운하우스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사지라는 특성을 살려 아랫집 지붕을 윗집 마당으로 활용하는 테라스 하우스도 타운하우스에 속한다.
Part2. 실제 살아본 이들이 말하는 타운하우스 장단점
우리 시대 보통 사람들이 만난 타운하우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타운하우스 1세대 격인 주거 경력 25년차부터 1년차까지 이들이 느낀 주거공간으로서 타운하우스는 몇 점짜리인지, 또 30대부터 60대까지 각 세대별 타운하우스 궁합을 살폈다. 실제 겪어보고 내린 타운하우스에 관한 명쾌한 결론.
그린빌라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강신자 씨(65). 그는 타운하우스만큼 주거환경이 좋은 곳도 없다며 자랑했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에 살던 강 씨는 나빠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타운하우스에 둥지를 틀었다.
“나무가 많고 공기가 맑아서인지 4년 만에 건강을 되찾았어요. 아침에 나뭇가지에 이슬이 맺힌 걸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주신 선물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때도 있었죠. 후후. 미국에 살아본 적도 있는데 거주지론 타운하우스가 제일인 거 같아요.”
만족도가 높다보니 여유로운 노후 생활은 이미 보장된 셈. 50·60대에게만 타운하우스의 웰빙 라이프가 어울리는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연 친화적인 생활은 중요하다. 때문에 강신자 씨는 최근 결혼한 아들 내외와 함께 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분가를 하긴 했지만 자녀 양육에 타운하우스만 한 환경이 없어서다. 관리·보안이 확실하다는 것도 이점이다. 세대수가 많지 않아 그만큼 외부인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다.
박민정 씨(54)도 아이들이 마음껏 자연에서 뛰어놀도록 하기 위해 아파트에서 그린빌라로 이사했다. 사실 그는 이미 10여년을 타운하우스에 산 경험이 있다. 타운하우스의 자연 친화적인 삶을 경험했던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타운하우스로 돌아왔다. 덕분에 아파트에 살 때는 주말이면 심심하다며 외출을 하자고 조르던 아이들의 불평이 쏙 들어갔다. 문만 열고 나가면 안심하고 놀 공간이 있으니 굳이 다른 걸 원하지 않는단다.
“자연이 사람의 심성을 좋게 한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파트에 살 때는 짜증을 부리던 아이들이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정신적인 풍요를 누리도록 해주면 아이들은 절로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아요. 정신적인 풍요는 자연에서 나오죠. 마음의 여유도 마찬가지고요.”
자녀 교육 환경 문제 있다 vs 없다
아무리 자연이 좋다지만 자녀 교육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는 일. 도심에서 벗어나다 보니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승용 씨(41)가 그렇게 좋아하던 타운하우스를 3년 만에 떠나야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직 어린 아이를 차를 타야만 갈 수 있는 먼 학교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 하지만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는 초등학교가 없었다. 학원 역시 마찬가지. 학원을 여러 개 보낼 계획은 추호도 없었지만 뭐 하나 배우려면 최소 20분은 차로 이동해야 했다.
“아이들을 차로 실어 나를만한 여건이 안됐어요. 눈물을 머금고 아파트로 이사를 했죠. 타운하우스를 떠난 지 벌써 2년이 되어가지만 아이들은 봄이 되면 꽃이 예쁘게 피었을 거라며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사실 서울 하늘 아래 주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잖아요.”
지난해 7월 헤르만하우스로 집을 옮긴 안유정 씨(38) 역시 처음엔 이런 고민 때문에 이사를 주저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10살짜리 딸아이의 교육 문제가 걸림돌이었던 것. “남편이 워낙 아파트 생활을 싫어했어요. 한 번 이곳을 둘러보더니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고민 끝에 이사를 결심했죠. 다행히 커뮤니티의 힘 때문에 아이 교육 걱정은 덜었어요. 50·60대 부부가 많을 줄 알았는데 30·40대들이 많더라고요. 또래 아이들이 있는 집들이 돈을 모아 셔틀버스를 공동으로 운영 중입니다. 아침에 등교할 땐 셔틀버스를 타고 나가고, 하교 후엔 학원에 갔다가 학원 버스를 타고 집 앞까지 오니 걱정 없죠. 한 달에 2~3만원만 내면 되니 부담도 적고요.”
커뮤니티의 힘을 톡톡히 누린 안 씨는 사실 운이 좋은 편이다. 박민정 씨는 웰빙 라이프를 택하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자연환경을 우선순위로 삼아 교육적인 열세를 극복했다. 물론 부모가 짊어져야 할 심적·경제적 부담이 배로 늘어났지만 인내할 수밖에. 다행히 유치원은 집근처에 만족할 만한 곳이 있어서 별 불만 없이 보냈다. 초등학교는 통학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립학교를 택했고 중학교 때는 학원 대신 과외를 시켰다. 돈은 더 들었지만 윤택한 삶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는 어쩔 수 없이 교육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부모의 희생 덕택일까? 다행히 큰 아이는 명문대에 무난히 합격을 했다. 하지만 아직 자녀 교육 걱정이 끝난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타운하우스를 떠날 자신이 없었던 박 씨. 대안으로 기숙사형 고등학교를 택했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방법은 있어요. 사실 힘든 것은 저죠. 그만큼 할 일이 많으니까.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감수해야죠. 아이들에게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이웃사촌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커뮤니티의 힘으로 교육 문제를 극복한 안유정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타운하우스의 장점은 이웃과의 돈독한 유대 관계다. 박민정 씨는 “타운하우스에 살면서 얻게 된 큰 수확중 하나가 바로 이웃”이라고 했다. 순수하게 정으로만 엮기기 힘든 세상에서 이웃을 좋은 친구로 얻을 수 있다는 건 너무 값진 수확이라는 소리.
“위아래 빡빡하게 모여 사는 아파트는 세대수가 워낙 많아 서로를 잘 알 수가 없어요. 타운하우스는 상대적으로 세대수가 적다보니 그럴 걱정은 없죠. 어느 집 아저씨가 직업이 뭔지도 자연히 알게 되요. 형식이 아닌 마음으로 오픈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살아가죠. 여름에 대문 열어놓고 사는 것은 당연한 거고 주민끼리 동호회를 결성해서 요가도 하고 테니스도 치죠. 저만 좋은 친구를 사귄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모든 인간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일. 오히려 이런 삶의 방식이 버겁지는 않을까? 워낙 입주민 수가 적다보니 관계가 틀어지면 서로 불편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안유정 씨는 “물론 양보를 해야 할 때는 분명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이웃 간의 문제로 큰 문제에 봉착한 적은 한 번도 없죠. 주민 대표가 있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잘 조정해주세요. 또 아파트에 살 때는 아이가 집에서 뛰기라도 하면 밑에 집에서 항의 들어올 까봐 마음 졸였지만 지금은 그럴 걱정도 없잖아요.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하면 더 큰 장점을 얻을 수 있으니 좋죠. 타운하우스에 사는 게 굉장히 뿌듯해요”라고 했다.
자가용은 필수, 관리비는 크게 부담되지 않아
타운하우스에 사는 주부들이 가장 많이 꼽은 고충은 장보기가 수월치 않다는 점. 어린이를 데리고 대형 마트를 가는 번잡함을 피하곤 싶지만 집 근처엔 마땅한 슈퍼마켓이 없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교통이 불편한 것도 단점. 역세권이라고는 하지만 마을버스를 타고도 한참을 들어와야 한단다. 버스 배차 간격도 서울 도심보다 현격히 길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길에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물론 최근엔 접근성이 좋은 곳에 타운하우스를 짓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가용이 있어야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안유정 씨는 “서울 중심지에 살다가 외곽으로 나오려니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에요. 다행히 차가 있으니까 옮길 결심을 했죠”라고 했다. 사실 안유정 씨는 다른 타운하우스 거주자들보다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집 근처 5분 거리에 서점·영화관·마트·옷가게·은행·식당 등이 있는 커다란 쇼핑몰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처럼 선택의 폭이 아주 넓은 건 아니지만 당장의 큰 불편함은 없는 셈.
관리비는 의외로 큰 부담 요소는 아니었다. 그린빌라 50평형의 경우 일반 관리비는 15만 원 정도라고. 난방비를 많이 내는 집은 몇 십만 원 내는 집도 있지만 보통 15만 원 선이란다. 65평형은 한 달 관리비로 많아봐야 50만 원 정도 들어가고 30평형은 30만 원 선이다. 헤르만하우스 48평형에 사는 안유정 씨(4인 가족)는 겨울에는 관리비가 26만 원 정도 여름에는 18만 원 가량 나왔다.
물론 관리비는 상황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다. 타운하우스에 사는 한 주부는 한 달 전기세만 무려 60만원을 낸 적도 있단다. 다행히 국가보조를 70퍼센트 받아서 태양열 시설을 한 후에는 한 달 8만 원 정도로 줄었다. 심야 전기를 사용하는 이웃집은 더 적게 낸단다.
Part3. 타운하우스 투자 포인트 & 신규 분양 단지
아무리 주거 환경이 좋아도 투자 가치가 없다면 꺼려지는 게 사실. 현명한 주부라면 단순히 주거 목적 하나만 바라보고 섣불리 계약하진 않을 것이다.
살기 좋고 투자 가치도 높은 타운하우스는 어디 있을까?
타운하우스 구입 시 꼭 짚고 넘어가야할 투자 상식과 신규 분양 예정 단지에 관해 살펴봤다.
타운하우스에 관한 사람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아무래도 환금성 문제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진 아파트만큼 환금성이 좋은 부동산이 없는 만큼 단기 투자 목적으로 타운하우스를 구입하는 건 금물이라고 충고한다. 대형 평수에 고급 내장재 사용 등으로 주위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아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고 프리미엄 또한 높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게 타운하우스의 맹점이다.
HBasset 부동산자문 김정용 팀장은 “타운하우스는 평당 분양가는 1~2천만원대에 달해 다소 비싼 편인데다 환금성도 아파트에 비해서 떨어진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실거주를 고려한 투자가 필수다. 게다가 아직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타운하우스=대박’이라는 헛된 꿈을 가지는 건 피해야 한다”고 했다.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 김경미 차장 역시 “타운하우스는 미래 가치를 염두에 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파트에 비해 세대수가 작고 대부분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어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실거주를 목적으로 투자하라는 것. 그린빌라의 경우 25년 전 65평형이 1억 5천만 원이었다. 현 시세는 18억 정도. 언뜻 보기엔 수익률이 대단한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값이 오른 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4여 년 전만 해도 6억 원 정도였다. 단기 투자로 재미를 본 건 아닌 셈이다.
“2006년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31.18퍼센트다. 이에 비해 타운하우스 상승률은 낮은 편이다. 평형대가 커서 분양가가 아파트에 비해 높지만 수요는 적기 때문. 타운하우스는 실수요자들이 대부분이라 매물자체도 거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만약 구입을 한다면 되도록 매매가 대비 85퍼센트 이상은 현금으로 구매하는 게 바람직하다”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 김경미 차장의 조언이다.
재테크 측면에서 살펴 본 타운하우스의 장점 중 하나는 아파트 담보대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전국 투기지역 주택담보 대출이 1인1건으로 제한됐지만 타운하우스는 이와 무관하다. 하지만 5층 이상이면 아파트로 분류되기 때문에 타운하우스 투자 시 반드시 이런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타운하우스를 표방한 유사 주택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요즘, 자칫 잘못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아파트에 비해 대지지분이 월등히 높은 것도 매력적이다. 향후 재건축이라도 되면 투자 기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재건축을 바라보고 투자를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지적했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요즘처럼 재건축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것 하나만 바라보고 투자하는 건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지어지는 타운하우스의 경우 워낙 시설들이 좋아 입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런 실정에서 실거주 목적을 배제한 채 재건축만을 이유로 투자를 하는 건 무리가 있다.”
택지개발지구 내 타운하우스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가구 이상은 청약 대상이 되므로 청약 가능 여부를 사전에 살펴보는 게 현명하다. HBasset 김 팀장의 이야기다.
“기존 타운하우스는 교육시설이나 편의시설 면에서 입주자의 니즈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하지만 택지개발지구 내 타운하우스는 쾌적함을 갖추면서 교육시설이나 편의시설의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 향후 되팔기에도 유리하고 주변 아파트 단지들의 가격이 오르게 되면 택지지구 내 타운하우스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투자 가치는 높은 편이다.”
2007년 타운하우스, 이곳을 주목하라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도권에만 6개단지, 480가구의 타운하우스가 공급된다고 한다. 건설업계에선 올해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공급될 타운하우스 물량을 13~14개 단지, 1천200가구로 추산 중이다. 이 중 용인 동백지구, 파주 교하 지구 등 택지개발에 분양되는 물량을 공략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 2007년 주목해야 할 타운하우스 분양 계획을 공개한다.
◆파주 교하 지구|월드건설은 파주 교하 택지지구 내에 143세대의 월드메리디앙 타운하우스를 3월 중 분양 계획이다. 48평, 53평형 두 종류로 지상 4층 규모에 1천여 평의 커뮤니티 광장과 편의시설을 갖춘 저택형 고급 주거 단지다. 교하택지지구 초입에 위치, 서울 도심 접근성이 좋다는 게 장점이다. JBS의 헤르만하우스는 파주 교하지구의 블록형 단독주택부지에 46세대를 올해 분양할 예정. 대형정원을 도입, 전용면적만 100평에 달한다. ◆용인 동백·죽전·보라 지구|용인 죽전·보라·동백 등 곳곳에서 타운하우스를 분양할 계획이다. 동광건설 비스하임은 죽전 택지개발지구에 67·71평·74평형 등 총 22세대를 4월에 분양한다. 우남건설 퍼스트빌은 4월에 용인 보라지구의 블록형 단독주택부지에 105평형 총 19세대를 모집할 예정이다. 극동건설의 스타클래스는 용인 동백지구에 5월 중으로 38가구를, 금호건설은 상반기 안에 동일 지역에 78평형대 24세대를 분양한다. ◆고양시 일산 지구|중흥건설 중흥S-클래스가 경기도 일산2지구에 51평형 94세대를 4월에 분양한다. 6월에는 행신2지구에 46평형 60세대를 모집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하고 일산신도시의 편의성을 누릴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Part4. 올바른 타운하우스 정착을 위한 대책 시급
타운하우스의 등장은 주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분명 반길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타운하우스가 왜곡·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타운하우스 시장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봤다.
JBS 정병수 대표는 “타운하우스는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다.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적다보니 타운하우스에 관한 정확한 공부를 하지 않은 채 만든 것들도 많다. 타운하우스에 대한 기본적인 용어조차 모른 채 짓는 경우도 있다. 수익성을 목적으로 저마다 타운하우스를 콘셉트로 내세우곤 있지만 타운하우스의 진정한 장점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래주거환경개발연구소 박찬익 이사 역시 “진정한 의미의 타운하우스는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적도로 적다”고 했다. 홍콩의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는 최선희 씨(43)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최 씨는 싱가포르에 살 때도 타운하우스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 그는 몇 년 후 귀국을 대비해 최근 한국 타운하우스 시장을 살폈다. 우리나라에도 타운하우스가 많이 생긴다는 소식에 ‘원하던 집에서 살 수 있겠구나’라며 은근히 기대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씁쓸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독립된 주거 형태가 아니라 단순히 층을 올린 저층 빌라였다고. 최선희 씨는 “독립된 주택들이 모여 단지를 형성하고 편의시설이 들어있어 보안과 편리함, 프라이버시가 존중된 주거형태와는 큰 거리가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타운하우스는 커녕 단순히 낮은 아파트 촌 같은 인상을 받았단다.
타운하우스에 적합하지 않은 대지에 무분별하게 짓는 것도 문제다. 최근 아파트의 분양가규제와 고분양가 논란을 피해 차선책으로 타운하우스를 택하는 건 올바른 타운하우스 시장 형성의 방해 요인이다. 미래주거환경개발연구소 박찬익 이사의 설명이다.
“타운하우스를 아파트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처음 접근부터 잘못된 거다.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의 대체 상품이 절대 아니다. 아파트에 적합한 대지에는 아파트를 짓고 타운하우스에 맞는 땅에 타운하우스를 건설해야 한다는 소리. 무리하게 타운하우스를 짓다보면 결국 나중에 피해를 보는 건 입주민들이다.”
지나치게 고가로 형성된 시장도 문제다. 타운하우스는 상류층만 누릴 수 있는 주거 문화로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향후 타운하우스 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미 타운하우스 주거 문화가 잘 정착된 미국·캐나다 등은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형성돼 있다. 때문에 세대별 연령대도 다양하다.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30·40대부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까지, 타운하우스의 혜택을 누리는 게 극소수 특권층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땅값이 비싼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미래주거환경개발연구소 박찬익 이사는 “타운하우스의 가격은 어느 정도는 내릴 수 있다. 화려한 마감재를 사용하는 대신 저가의 튼튼한 제품으로 쓰거나, 커뮤니티 시설 구성을 달리하는 등의 방법을 쓰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타운하우스는 대한민국 1퍼센트만이 누릴 수 있는 고급 주거 문화가 아니라는 것. 타깃 층에 따라 합리적으로 건설 계획을 세운다면 서민들도 타운하우스에 거주하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올바른 타운하우스 문화 정립을 위해 각 건설사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