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지방선거
지방자치제로 바뀐 지 10년이 넘었고,
내일이면 또한번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지방선거라는 색깔은 사라지고,
정당 지지도 조사에 불과한 선거가 되어버린 듯 하여 씁쓸하다.
후보의 인물의 면목을 보는 것이 아니라,
후보가 속한 정당을 보고 찍는 선거가 되어버린
또하나의 총선인 것 같다.
그렇게 정당싸움이 되어버린 탓에..
훌륭한 인재들이 뒷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에..
투표를 하는 백성들이 원망스러울 정도이다.
그리고 그렇게 국민들이 외면해 버리게 한
여당의 지도부 또한 원망스럽다.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가 여당에게
입에 쓴 좋은 약이 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번 패배의 원인을 서로에게 미루지 말고,
다시 단합할 수 있는 그런 무게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훌륭했던 후보들이 더러운 정치판에 물들지 말고,
신선했던 그 모습 그대로 정치판을 정화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
그리고....
여당은....
부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가 되길 바랄 뿐이다.
1. 목민심서, 교양서로 거듭 태어나다.
이런 시점에서 우연히도
다산연구회가 엮은 정약용의 <정선 목민심서>를 읽었다.
목민심서라 함은 지방행정의 지침서와 다름없는 그 책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를 고를때
이 책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면 명답이 될 듯하다.
...
다산연구회는 1975년부터 10년에 걸쳐 <목민심서>를 완역한
<역주 목민심서>라는 귀중한 책을 냈다.
하지만 그 책은 일반인 읽기에는 양도 방대하고,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산연구회가 이번에
목민심서를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도록 정선한 책이
바로 <정선 목민심서>이다.
양은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인 구성,
즉 1부 6조, 도합 12부 72조의 구성 체제는 동일하게 가져갔다.
그래도 혹시 어렵지 않나 싶었는데,
읽기 쉬웠으며, 이해하는데도 어렵지 않았다.
2.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
우선 고전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이 읽으면 좋다.
요즘들어 고전에 대한 출간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만큼 고전읽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지방수령이 지켜야 할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그 예를 정약용 시대 혹은 그 이전의 시대 실제 살았던 인물을
예로 들기 때문에 재미가 배여 있다.
그래서 고전읽기를 즐기는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또 그런 고전읽기를 즐기는 사람 말고,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첫번째로는 내일 지방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비록 세월은 흘렀지만,
지방수령의 부정부패는 여전한다.
지방선거로 선출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부정부패로 감옥생활을 했음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아직 정약용의 가르침은 유효하다.
두번째로는 회사같은 조직의 리더들이 읽었으면 한다.
아랫사람 다스리는 방법이 자세히 나오고 있다.
그리고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들 또한 나오고 있다.
요즘 리더쉽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하기가 뭐하지만,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만이라도
제대로 지킨다면 존경받는 리더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끔 회사 안에서 잘못된 리더쉽으로 아랫사람을 고생시키는 사람들을 보는데,
그런 분들이 이 책을 만나 아랫사람들이 즐거운 회사생활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공직생활 또는 회사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앞서 리더들과 지방수령들이 첫번째라지만,
사실 청렴한 생활은 공직생활이나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약용의 가르침대로만 회사생활을 한다면..
더이상의 부정부패는 없으리라...^^
..
왜 이런 책은 베스트셀러가 안되는건지...
통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댄브라운의 소설이나..
마시멜로같은 것이 버젓이 몇달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지만,
이렇게 정성들여지고 값진 내용의 책을
베스트셀러에서 보기가 쉽지 않으니...
그 안타까움은 태평양보다도 넓다.
3. 왜 <목민심서>인가?
정약용은 자서(自序)에서 책제목을 목민심서라고 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옛날에 순임금은 12목(牧)을 불러 그들로 하여금 백성을 기르게 하였고,
문왕은 사목(司牧)을 두어 목부(牧夫)라 하였으며,
맹자는 평륙에 갔을 때 추목(芻牧,가축 사육)을 백성을 기르는데 비유하였다.
그래서 백성을 부양하는 일을 목(牧)이라 칭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심서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당시 정약용의 처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는 자서에서 목민할 마음은 있는데,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심서(心書)라고 한 것이다.
긴 유배생활을 마치고, 조선사회에서 외면당한
정약용의 당시 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지방수령의 생활백서...
오늘날 지방수령들의 그의 뜻을 펼쳐주면 좋으련만....
목민심서를 제대로 읽어본 지방수령들이 있으려나...
4. 실용주의자 정약용
비록 정략적인 누명을 쓰고
긴 유배생활을 했지만,
정약용은 조선을 원망하지 않았으며,
특히 백성들을 향한 마음은 더욱 버리지 않았다.
그런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이 책 <목민심서>를 쓰게 했던 것이다.
...
그리고 목민심서를 보면
당시 실학사상을 엿볼 수 있다.
소중화주의 사상에 빠져 있는 일반 사대부 선비들과 달리
정약용 또한 박지원, 박제가 등의 실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점이 있으면 청나라를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길이 백성에게 이익이 된다면 말이다.
가끔은 너무 법에 잣대로만 지방행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융통성있는 법의 활용도 이야기 하고 있다.
..
간혹 책을 통해 본 정약용은 천재같다.
그런 인물이 정치적인 문제로
목민을 할 마음만 있었으니,
아.... 예나 지금이나 당파싸움은....
...
또 내일 지방선거 이야기를 해서 뭣하지만,
정약용같은 인물들이 정당싸움의 피해로
선출되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답답함에 한숨한번 내쉬어본다.
5. 책의 구성
앞서 이야기했듯이 내용을 간추리긴 했지만,
원래 구성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제1부 부임(赴任)에서는
임명을 받았을 때부터 행장 꾸리기, 조정에 하직하기, 부임 행차 할 조심해야 할 점,
그리고 취임하기, 업무를 시작할 때의 유의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2부 율기(律己)에서는
수령이 가져야 할 바른 몸가짐, 청렴한 마음가짐, 집안을 다스리는 법,
청탁을 물리쳐야한다는 점, 씀씀이를 절약할 것, 베풀기를 좋아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제3부 봉공(奉公)에서는
교화(敎化)를 펼치고, 법도를 지키고, 예의있는 교제를 하며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 공물을 바칠때 조심할 점, 자출되는 일에 이야기하고 있다.
제4부 애민(愛民)에서는
노인 봉양하고 어린이를 보살펴야 하며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상을 당한 자를 도와주며, 병든 자를 보살피고, 재난을 구하는 것과 같은 백성보살핌을 강조한다.
제5부 이전(吏典)에서는
아전 단속을 하고 관속들을 통솔하며 사람 쓸 때 유의점을 이야기하며,
인재 추천과 고과제도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제6부 호전(戶典)에서는
전정, 세법이 공평해야 하며 환곡의 장부를 정리하는 법,
호적 조사시 유의점과 부역을 공평하게 해야하며 농사 권장을 이야기한다.
제7부 예전(禮典)에서는
제사지내기, 손님 접대하기, 백성 가르치기를 말하고,
교육을 진흥시켜야 하며, 신분을 구별해야 하며, 과거공부에 힘쓰도록 이야기한다.
제8부 병전(兵典)에서는
병역의무자 선정에 공평해야 하며, 지방에서도 군사훈련과 병시 수선을 게을리 하면 안되고,
무예를 권장하고, 변란에 대응하는 법과 외침을 막아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제9부 형전(刑典)에서는
송사를 심리하고, 형사사건의 판결의 예를 통해 형벌의 신중하게 할것을 조심시키며
죄수또한 불쌍히 여기고, 백성들 사이의 폭력을 금지하고, 도적의 피해를 제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제10부 공전(工典)에서는
산림을 관리하는 법, 수리사업을 하는 법, 관아건물을 수리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성의 수축과 보수하는 법과 도로, 공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제11부 진황(賑荒)에서는
구휼물자를 준비하는 법, 부자들에게 베풀도록 하고, 세부계획을 언급하고,
이를 시행하는 방법과 민생을 안정시키는 방책을 이야기하고, 진황이 끝난 후 마무리를 하는 법을 말한다.
제12부 해관(海官)에서는
임무교대시 조심할 일, 돌아가는 행장차림에 대해 이야기하며,
수령을 유임하게 했던 청원과 사소한 수령의 죄를 백성들이 용서해달라는 청원의 예를 들고,
수령이 재임중 사망한 경우 대처법과
마지막으로 '수령은 떠나도 사랑은 남는다'라는 제목으로 결말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