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정발산 공원 근처의
단독주택에 살 때의 일입니다.
3층과 옥탑으로 된 집으로
주인인 우리가 3층에 살고 1층과 2층은
2가구씩 남에게 세를 주고 있었습니다.
2월 어느 날 실제 상황입니다.
낮 2시경. 2층 세 들어 사는 집.
현관문 앞에서 낯선 사나이가 벨을 눌린다.
그 집에선 아무런 응답이 없다. 인기척도 없다.
집안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밤손님,
아니 한낮이니 낮 손님이라 해야겠다.
한 사람은 우리 집 주위에서 밖에서 망을 보고
한 사람은 재빨리 가스배관을 타고 2층으로 올라와
환기를 위해 열어 둔 부엌의 작은 창문으로 곡예침입.
물건을 훔치기 위해 작업을 시작할려는 순간.
작은 방 문이 열리며 사람이 나타난다.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를 하느라 벨소리를 듣지 못한
그 집에 사는 대학생이 있었던 것이다.
인기척이 나 방문을 연 순간, 도둑도 놀라고 학생도 놀라고.
도둑은 응급 결에 자기가 들어왔던
자그마한 창문을 향해 도망치는데
몸이 빠져 나가지 않아 바둥대고.
2층이라 떨어지면 위험한 상황
그 대학생 왈
"아저씨! 잡지 않을 테니 잘 나가세요!"
더 놀란 도둑 겨우 빠져 뛰어 내리는데 큰소리가 "쿵!"
내다보니 다리를 겹쳤는지 그 도둑 절뚝거리며 달아나다.
겨울에 얼었던 땅바닥인데도 푹 꺼진 발자국 흔적이 남았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납니다.
한 편의 유머입니다.
도둑이라도 떨어지면 위험함을 느낀 그 대학생,
잡지 않을 테니 조심해 나가라는 대응이 웃음 속에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갑자기 찾아 온 겨울 추위처럼
세상이 각박하고 냉랭하여도
주위가 우리를 찌들게 해도
잠시라도
마음에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