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눈 깜짝할 새보다 빠른 새'라고 했던가?ㅎㅎ
여기서 끝내고 나면 뭘 할까? 고민하게 한다.
다섯번 째 이야기에서 끝을 냈어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벌써 기억에서 사라진 것도 많고...
조금 남겨두긴 했지만 이야기를 이어나갈 만큼의 소재가 없어서 좀 당황 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이 있기에 과정이 허접해도 끝을 잘 맺으면 혹시?ㅎㅎㅎ
한라산 둘레길 8구간(절물조릿대길), 9구간(숫모르편백숲길) : 9.6km
지난밤 술에 떡이 되어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컬컬하다.
아침에 밥을 뭘 먹긴 했는데 뭘 먹었는 지 기억이 없다.
비몽 사몽간에 준비를 하고 마지막 구간 출발지점인 절물 자연휴양림으로 갔다.
<절물>이란 '절 근처에 있는 샘'이라는 뜻이다.
휴양림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사진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제주에서 꼭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ㅎㅎ
입구에서 인증샷을 하고 출발한다.
끝날 때 되었다고 하는지 홍 회장이 독사진 하나 찍어준다.
찍어준지도 몰랐는데 집에 와서 보니 담겨있다.ㅎㅎ
얼굴이 팅팅 부어 있는것도 모르고...ㅎㅎ
삼나무 숲이 잘 관리되어 있고 길도 걷기에 편하게 다듬어져 있다.
오늘 끝내고 집으로 간다고 해서인지 모두 여유있는 표정이다.
나는 여전히 앞으로 뒤로, 옆으로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하며(사실은 술에 취해서...ㅎㅎ) 사진을 찍는다.
요상하게 구멍뚫린 통나무가 있어서 저 멀리 걸어가는 홍 회장과 호근이를 담는데
갑자기 김 회장이 불쑥 나타난다.
깜짝 놀라 애 떨어질 뻔(?)...ㅎㅎㅎ
취해서 헛것이 보이나? 생각했다.
심심하지 말라고 가는 길 중간에 해학적인 조각상들이 우리를 반긴다.
가면서 눈도 마주치고, 같은 표정으로 놀리기도 하면서 가면 좋겠는데
앞서 가는 사람들은 무심하게 그냥 지나간다.ㅎㅎ
벌써 마음은 집에 가 있는걸까?ㅎㅎ
"그게 뭐시 중한디?"
절물 휴양림을 지나서 마지막 9구간인 숫모르 편백숲길에 들어선다.
'장생의 숲길'이란다.
여길 통과하면 장생한다는데 얼마나?ㅎㅎ
'숫모르'라는 말은 '숯을 구웠던 등성이'라는 뜻의 옛 지명이다.
숯을 만들면서 수 많은 양의 참나무들을 베어내고 아마도 그 빈 자리에 편백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참으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숲길이었다.
여기는 한라산 둘레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난 곳이다.ㅎ
지나치는 사람들과 반가운 인사를 하기에 바쁘다.
물론 잘 받아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씽 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숲이 사람들의 마음까지 다 열어주지는 않나 보다.
호근이가 앞서가는 츠자들을 발견하더니 반가운 마음에 춤을 추며 뛰어간다.ㅎㅎ
근데 거기까지이다.
말도 못붙여 봤다.ㅎㅎㅎ
갑자기 길 옆 숲에서 움직이는 게 보인다.
노루다.
슬쩍 한 번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역시 할배들이라고 별로 볼 게 없다는 의미였나?ㅎㅎ
앞에 가던 홍 회장이 멈춰서서 뭔가를 주시한다.
노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두릅나무가 보인다.
"저거 두릅이지?" 한다.
싱겁긴 했지만 이 숲에서 그걸 발견한 것도 대단하다.ㅎㅎㅎ
숲에서 갑자기 섬뜩한 얼굴이 나타났다.
뭐지?하고 봤더니 바위에 이끼가 신기하게 끼어있다.
누가 손을 댔나? 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깜짝 놀랐네! 하며 픽 한번 웃고 지나간다.
김 회장과 호근이는 저만치 앞서 가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홍 회장이 부지런히 쫓아가고 나는 그 뒤에서...ㅎ
드디어 한라산 둘레길을 완주했다.
5박 6일의 짧은 여정에 좋은 친구들과 좋은 날씨 속에서 무탈하게 잘 마쳤다.
백두산을 올랐을 때나 해파랑길을 완주했을 때와 같은 커다란(?) 환희는 없었지만
나이 70 넘어서 아무일 없이 무사히 잘 마쳤다는 게 기뻤다.ㅎㅎ
이곳에서 제주시까지 오는데는 역시 홍 회장 친구분의 찬스를 이용했다.
그분이 소개해준 식당의 여사장이 마침 근처에 일이 있어 왔다가 우리를 식당까지 픽업해주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버스타고, 택시타고, 또 걷고 해서 많은 고생을 했었을 것이다.
점심은 '등대와 바당'이라는 식당에서 튀김, 찜, 돔배고기 등 다양한 세트메뉴로 배를 채웠다.
배가 고픈데다 맛있어서 싹싹 다 비웠다.
나는 술(?) 때문인지 잘 못 먹었지만...ㅎㅎ
나중에 여기 가서 우리 이야기를 하면 좀 서비스가 달라질지 모르겠다.ㅎㅎ
점심 후에는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시간이 있어서 근처 무지개 다리라고 하는 곳의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휴식을 가졌다.
물론 여기에서 커피값도 호근이가 책임졌지만...ㅎ
피곤하긴 했나 보다.
하기야 나이 70이면 작은 나이가 아니긴 하다.ㅎㅎ
옛날 같으면 손주들 재롱이나 보며 대청마루에 앉아 곰방대나 빨고 있을 나이인데...
카페에 앉아 구경하니 젊은이들이 여기에 앉아 사진을 많이 찍는다.
우리 할배들도 한 번 해보자고 포즈를 잡아 보라고 하니 이러고 있다.
모두 올라가서 저 바다를 보고 포즈를 잡아라고 했더니
김 회장만 용기있게 올라가고 나머진 그냥 그대로...ㅎㅎ
나이가 70이라고 해서 70대로 살면 안된다고 어떤 사람이 조언한다.
70대라 하더라도 4~50대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한단다.
그러면 젊어진다고....
한라산 둘레길을 걸은 그 젊음으로 더욱 더 젊게 사시길 기대한다.
<에필로그>
둘레길 걸은 시간이 이제 보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먼 지난 일의 추억이 되었다.
처음 계획을 듣고 마음이 설렜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주 작가! 한라산 둘레길 한 번 걸어볼텨?'
화랑대의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4년 동안 호흡을 함께 했다고는 하지만
24시간 내내 같이 지내본 적이 없는(홍 회장을 제외하고) 친구들 끼리(같은 내무반, 같은 중대 등)
5박 6일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게 참으로 의미가 있었다.
세상엔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 힘든 사람이 있고, 즐거운 사람도 있고,
그냥 대면대면 하는 사이의 관계도 있다.
항상 힘들지도, 항상 즐겁지도, 항상 대면대면하지도 않을테지만
이번 한라산 둘레길 트레킹에 함께한 친구들에겐 '항상 즐거운 관계'였다고 자신한다.
나만 그런가?ㅎㅎ
사소한 부분에서 보여준 세심한 배려심에서도 고마움과 감동을 느꼈으며,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도 배웠다.
또한 그러한 배려나 희생에 대해 전혀 자랑하지 않는 겸손함도 배웠다.
이번 한라산 둘레길 트레킹을 하면서 단순히 그냥 걸었다는 것 이 외에 얻은 게 너무 많다.
내가 하지 못하는, 할 수 없는 것을 좋은 친구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마도 백두산, 해파랑길 이상으로 오랫동안 멋진 추억으로 남아 있을 듯 하다.
다시한번 이번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 김 삼남 회장과
함께한 홍 회장, 김 호근 동기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한다.
다음에도 빵구나시가 되어도 좋겠다는....ㅎㅎ
이과 그것도 병기과 출신이 글도 아닌 글로
혹시 잘 못 표현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를 바랍니다.
그동안 잘 읽어주시고 댓글로 용기를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The End
첫댓글 샷다 누르다 늘 뒷 처짐 현상은 없었나요?
고생했어요
항상 그렇지요.ㅎㅎ
그 이전에 한참 산에 다닐 때에 풍경에 취해서 몇장 사진을 찍다보면 일행들은 왜 그리도 빨리들 가는지 ?
앞서가던 마눌님은 왜 이리 못 따라 오냐고 핀잔을 주곤 했습니다.
주작가님의 사진에 대한 애환이 찐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여기저기에 많이 느껴집니다.
네 분, 멋쟁이 들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다음에는 어디로 가려나 ?
애환! 그렇다고 고용된 것은 아닙니다.ㅎㅎ
감사!
뭘 또 기대하시나?ㅎㅎㅎ
가물가물 잊혀가는 트래킹을 다시 떠올려 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5박 6일 동안 저희 어설픈 계획을 믿고 함께 걸어주신 동기님들, 즐거웠습니다.
특히 후방지원을 담당하신 홍 회장님!, 커피를 봉사해주신 해봉 김호근님!,
추억 사진과 후기 작성해주신 주 작가님! 모두 고맙습니다.
다시 만나 트래킹하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다시 만나?ㅎㅎㅎ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입니다.ㅎㅎ
걸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다 표현하지 못한 부족함에 미안할 뿐입니다.ㅎㅎ
감사!
저 또한, 추억의 한페이지를 함께해주고 늘 소박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어 감사드립니다!
항상 느끼지만 카메라 무게만큼 든든함을 갖게해주는 나의사랑! 주창일친구에게 다시한번 감사를드리며 행사를 주관해준 김삼남친구, 동고동락했던 김호근친구!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마음 같아서는 언젠가는 개마고원을 걸어서 백두산에 오르고싶군요!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늘 행복/건강하세요!
남들이 보면 오해할만한 표현이?
특히 마눌님께서....ㅎㅎ
언제나 어떤 만남이던 든든합니다.
개마고원?ㅎㅎㅎ
좋지요.
만행에서라도 자주 봐요.ㅎㅎㅎ
아이구~ 할배 청년들 수고많으셨어요.
이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셨네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면 사진을 찍고
또 걷고~~
홍 만행회장님~~
매달 만행시 글구 글구 제주도 한라산 둘레길 여행시
사진봉사하시는 주작가님 카메라 가방좀 조치해 드려요
그래야 기운이 나서 더 많이 찍으시지 않을까요?? ㅎㅎ
네분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찌 제 가방은 멀쩡한데 핑퐁을 치시는지...ㅎㅎㅎ
생각만 해주셔도 감사!
하기야 이번 제주에서 하마터면 가방끈 떨어져 난감할 뻔은 했습니다.ㅎㅎㅎ
힘든 한라산 둘레길 완주를 축하!
여정을 보니 70대 할배들이 맞는지~~
넘 젊어보이고 짧은 기간에 힘들이지 않고험난한 한라산 둘레길을 완주 하였으니^^
한라산 정기 받아 100 세 까지 건강은 이상없겠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안 힘들었습니다.ㅎㅎ
오늘 모처럼 얼굴을 보니 반가웠습니다.ㅎ
주작가 참 잘 읽었습니다. 네 할배 멋쟁이들. 수고 많았어요
한라산 등정팀과 시간을 가졌으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 꺼리가 있었을텐데 소재가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