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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읽기 76장
(1) 제76장 원문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是以兵强則不勝, 木强則兵(折). 强大處下, 柔弱處上.
인지생야유약, 기사야견강. 만물초목지생야유취, 기사야고고. 고견강자사지도, 유약자생지도. 시이변강즉불승, 목강즉병(절). 강대처하, 유약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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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也) : 또. 또한. 역시. 어조사.(실질적인 뜻이 없이 다른 글자를 보조하여 주는 한 문의 토. 이다. 도다. 느냐? 구나.) 잇달다.
유(柔) : 부드럽다. 순하다. 약하다. 여리다.
견(堅) : 굳다. 단단하다.
취(脆) : 무르다. 약하다. 가볍다.
고(枯) : 마르다. 시들다. 말리다. 약해지다. 쇠하다. 야위다. 텅 비다. 마른나무. 해골
고(槁) : 마르다. 여위다. 파리하다(핏기가 전혀 없다). 때리다. 치다. 학대하다. 죽다.
도(徒) : 무리. 동아리.
병(兵) : 병사(군인). 군대. 무기(병기). 싸움. 전쟁. 상하다. 다치다. (무기로써) 죽이다.
재앙. 재앙 있음. 재난. 재난 당함.
절(折) : 꺾다. 꺾이다. 쪼개다. 부러지다.
처(處) : 살다. 머물다. 쉬다. 묵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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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사람이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고 나면 단단하고 강해진다. 만물과 초목도 살아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시들고 마른다.(굳고 강해진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다. 그런 까닭에 군대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도 강하면 재앙이 있게 된다.(부러진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있게 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있게 된다.
(3) 해설
76장에서는 부드럽고 약함(柔弱)이 단단하고 강함(堅强)보다 좋은 이유가 설명되고 있다. 그 이유는 부드럽고 약함은 삶의 무리들이 지니는 특징이며, 단단하고 강함은 죽음의 무리들이 지니는 특징이라는 것(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이다. 그 근거로 인간이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짐(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을 들고 있다. 나아가 인간뿐만 아니라 만물과 초목도 살아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시들고 마름(굳고 강해짐)에도 적용된다(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고 말함으로써 자연의 이치나 원리로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대부분 부드럽고 약함보다 단단하고 강함을 선호(選好)하고 있다. 왜냐하면 단단하고 강함이 생존경쟁에서 부드럽고 약함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몸도 단단하고 강해야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생각하며,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자신의 직장이나 사업이 단단하고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안심을 한다. 그래서 그런 직장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그렇지 못한 유약한 몸이나 사회적 위치에 있으면 낮게 평가한다. 이러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높이 평가받기 위해 그러한 몸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 경쟁적으로 엄청 노력하게 된다. 이 경쟁에서 패한 개인은 낙오자가 된다.
이러한 경쟁은 개인끼리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각 조직들 간에도 일어나고 결국은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진다.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불러일으키고 그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군비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조금이라도 더 단단하고 강한 군사 장비를 먼저 도입하고 군사 훈련으로 단단하고 강하게 무장된 군인들을 만들어 낸 국가가 승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한 군사장비와 군사훈련에는 물론 큰 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쟁하는 대부분 국가들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노자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강병(强兵)이 되면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兵强則不勝) 이러한 이치는 나무도 강하면 쉽게 재앙을 만나 꺾이는 것(木强則兵(折))과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무가 강하면 재앙을 만나는 이유는 강풍을 만났을 때 쉽게 꺾이거나 뽑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해 부드럽고 약한 나무는 휘어져서 꺾이거나 뽑히지 않는다. 또한 단단한 나무는 쓸데가 있기 때문에 나무보다 더 강한 인간에게 뽑히거나 잘리게 된다. 거기에 비해 부드럽고 약한 나무는 아직 더 자라야 쓸모가 있어지니 쉽게 재앙을 만나지 않는다. 강대(强大)하다고 자랑하는 개인이나 어떤 집단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 보다 더 강하고 큰 개인이나 단체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며, 오히려 강대한 개인이나 집단이 타도 목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쇠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여기에 비해 부드럽고 유약한 개인이나 집단이 재앙을 만나지 않고 제대로 살게 된다. 그래서 노자는 강대한 것은 아래에 있게 되고, 유약한 것은 위에 있게 된다(强大處下 柔弱處上)고 말한다. 이것은 유약한 것이 강대한 것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노자는 유약함을 유지하기 위해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이상적인 국가로 여기고 있다.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의 유약한 나라(小國寡民)가 부유하고 강한 병력을 지닌 강대한 나라(富國强兵)보다 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유약한 나라가 강대한 나라를 이기기 때문이다. 원문에서 “군대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兵强則不勝)”라고 했는데, 누구에게 이기지 못하는가 하면 당연히 유약한 군대에 이기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노자는 여러 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약한 것이 견고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함을 이긴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한 것을 부순다.” 그런데 일상에서 우리는 단단하고 강한 도끼날로 부드럽고 약한 나무를 쪼개고 있고, 강한 사자가 약한 사슴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 인간세계에서도 힘이 센 개인이나 단체가 약한 개인이나 단체를 짓눌러 아래에 두고 부리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살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려고 자신을 단련하고 있다.
이것은 강자와 약자가 싸우면 강자가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기는 자가 높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데 왜 노자는 반대로 말하는가? 그 이유는 강자와 약자가 싸우면 강자가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전체를 보지 못한 단견(短見)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고 노자는 보고 있다. 그러면 강함을 전체적으로 미치게 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 노자는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을 강하다고 한다”면서 부드러움을 지녀야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필자는 이것을 ‘깊은 강함’이라고 하고, 여기에 비해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강함은 ‘얕은 강함’이라고 이름 붙이고자 한다. 얕은 강함에 해당하는 강함을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으로 기를 격하게 쓰는 것을 강하다고 한다. 만물은 강대해지면 곧 쇠퇴한다. 이것을 가리켜 道에 어긋나는 것이라 한다. 道가 아닌 것은 빨리 그쳐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道가 아닌 얕은 강함을 쫓고 있어 재앙이 깊어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보지 못하니 노자는 우리에게 반대방향으로 가라고 말한다. “되돌아가는 것이 道의 움직임이고 약한 것이 道의 쓰임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얕은 강함으로 상대를 이기려는 무한경쟁을 하고 있어 재앙이 커지고 있다. 인간이 자연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여 도끼로 나무를 찍듯이 자연을 마음대로 유린하니 전체적인 생태계의 파괴가 일어나고 온갖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인간들 간에도 얕은 강함에 불과한데도 자신이 정말 강하고 잘난 줄 알고 약자를 얕보니 사회는 우월감과 열등감으로 가득차면서 행복은 줄어들고 불행이 증가한다. 얕은 강함은 강한 힘으로 약자를 강제로 제압하기 때문에 일시적이고 부분적으로 약자를 제압할 수 있다. 그리고 제압했을 때 강자는 모르는 사이에 우월감을 갖게 되고 제압당하는 약자는 열등감을 갖게 된다. 우월감에서 행복을 찾는 강자도 자신보다 강한 자에 대해서는 열등감을 갖게 된다. 그런데 열등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최강자는 각 분야에 1명밖에 없다. 그것도 짧은 시기만 가능할 뿐이다. 행복이 줄어들고 불행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깊은 강함을 지닌 사람은 우월감과 열등감을 지니지 않는다. 대신 자신에 대한 긍지와 타자에 대한 존경심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타자를 대할 때 부드럽고 약한 모습으로 겸손할 수 있다.
(4) 문제 제기
1. 양육강식은 자연현상이 아닌가, 그런데 왜 노자는 자연에 속하는 인간과 식물의 예를 들면서 이것을 부정하는가?
2. 지금 학교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앝은 강함을 목표로 한 것인가, 그렇다면 깊은 강함을 지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다음 주 강의 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