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 한국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
한국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처음 여행지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새롭다.
안내판에 위그루어와 중국어가 써있고, 당나귀마차가 시내를 활보하며
사람들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사용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을 보았고,
사막에서는 SPF 35+ 선크림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도 배웠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사막을 10시간 가까이 달리자
이번에는 갑자기 드넓은 초원이 나타나고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 낙타, 소, 말을 보았다.
사람이 접근하기도 힘든 절벽을 파서 만든 굴,
그리고 그 굴에 그려진 벽화도 보았다.
사막을 달리다 난데없이 나타나는 고대도시의 흔적에서
수백년 전 이 도시에서 살았을 사람들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기도 했다.
5월의 천산에는 눈이 내렸다.
이 모든 것들이 내게는 새롭고, 난 그 새로움에 마냥 행복하다.
하지만 여행지에 점점 적응하면 그 새로움들이 점점 익숙해진다.
당나귀마차는 당연히 도로를 달리고, 여자들은 당연히 히잡을 쓴다.
저녁은 당연히 양고기와 꽃빵을 먹고 신장 맥주를 마신다.
여기는 신장위그루 자치구역이니까 그건 당연한거다.
이렇게 '새로움'이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익숙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 고기를 손질하는 정육점 아저씨,
손자의 재롱에 마냥 흐뭇한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이, 그 아이를 쫓아 뛰는 동생,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아가씨, 딸의 스카프를 고르는 어머니,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연인, 골목 구석에서 키스를 하는 연인,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 우는 아이와 달래는 어머니,
오늘 밤 가족들과 함께 먹을 난을 사서 집에가는 아버지
밥을 먹고, 사랑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가족을 만들고,...
이들의 삶도 결국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수천km 떨어진 이 곳에서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은
앞서 느낀 행복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인종이 달라도, 종교가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결국
우리는 다 같은 사람임을 확인하는 것은 여행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그 감동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현지인들의 삶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내가 가진 것과 그들이 가진 것의 차이가
내가 날아온 거리만큼이나 크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삶의 요소들 - 예를 들면 깨끗한 물, 편안한 집,
따듯한 옷, 아침, 점심, 저녁밥, 볼펜 같은 것들-을 얻기 위해
그들이 엄척난 노력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평생 노력을 해도 그것을 가질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가슴이 아파온다.
이들의 삶이 내 삶과 결국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결핍이 내 넘침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미안함과 책임감도 느낀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짐을 한다.
한국에 가면 물을 아껴 쓰겠다고.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고.
가까운 곳에는 걸어서 가겠다고. 유니세프에 후원을 하겠다고.
구호단체를 통해 이 지역의 아이를 후원하겠다고 다짐한다.
다음 여행 때는 더 많이 준비해서 더 많이 나누어주겠다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베풀면서 살겠다고 다짐한다.
나보다 못가진 이들, 하지만 나보다 평화로워보였던 이들
순수했던 아이들의 눈을 항상 기억하겠다고 다짐한다.
감사합니다.
- 강일영. 기세규. 김규상. 김기용. 김영준. 김황기. 이기흥. 이대용. 최유미. 최정민. 한상헌. 허현주
그리고 정규호. 이경광.
같이 여행해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 최유미. 최정민
사진 고마워요. 카메라 잃어버렸을 때 여행기록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아 속상했었는데
덕분에 더 좋은 여행기를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허현주.
덕분에 좋은 여행 했다. 우리 우정 영원히~ ㅋㅋ
-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따듯한 미소와 친절을 베풀어준 신장위그루지역 사람들
-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첫댓글 진형군! 에필로그 까지 잘 봤어요. 솜씨가 좋은 줄 알았지만, 이렇게 심하게 잘 쓰다니..^^ 함게 즐겁웠고, 덕분에 추억을 남기게 되었군. 가능하다면 워드있으면 하나 보내주게나.^^ 비디오는 한참 웹 하드에 올리는데 용량 초과라고 끊겨 버리네. 무한인줄 알았더니.. 고마워!!!!
제가 잘 써봤자죠...^^; 워드파일은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진형이의 생동감 넘치는 여행기와 에필로그 너무도 재밌게 읽었고 덕분에 오래도록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 될것 같다~ 즐거운 휴일 되고 함께한 여러분들과 전국구 모임 함 하자 ^^*
감사합니다. 다 쓰고 나니 후련해요 ㅋㅋ 전국구 모임 꼭 해요~
정말이지 꿈꾼다..님덕분에 편하게 실크로드 여행 잘 했습니다^^...마지막 에필로그까지 감동의 감동 입니다.... 5월의 마지막한주 활기차고 즐겁게 보내세요^^~~~
댓글 많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맛깔스럽게 쓰셧네요..읽는동안 나도 같이 여행한 기분입니다..좋은 여행 좋은 추억이되는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쓰면서 다시 여행한 것 같아요 ㅋㅋ
잘 읽었어요. :-) 나도 같이 실크로드를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따뜻한 여행기^^ 읽으면서 즐거웠는데에...... 나도 막 가고 싶어서 앓고 있어요--;;;
떠나지 않으면 병에 걸리는 사람? ㅋㅋ 떠나세요!!! --;
여행기다운 여행기 모처럼 보아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글을 원했어요 정말.. 저도 15일후면 귀주로 떠나는데 너무 설렙니다.^^
여행 '일기'에 가까운데요 ㅋㅋ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서셔 귀주 구경시켜주세요~!
사진값! ㅋㅋ 여행기 덕분에 나도 컨닝해가면서 사진올리고 있음. ㅋㅋ 즐거웠던 여행이었습니다. 다들 너무 감사드려요 ^^ 8월에 봐요. :) -최유미-
사진값............음......ㅋㅋㅋ
그 동안 훌륭한 여행기 작성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진솔한 사고와 여행의 묘미를 아는 분이라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받게 쓰셨군요. 좋은 인연으로 언제 어디선가 또 만나 여행 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 그동안 수고 마니 해써오 꾸뻑. 전국구 꼭 만들어야지요 다들 잘계신지요 반가운 이름 자꾸 자꾸 떠오르느것은 저뿐만은 아니겠지요 다들 건강하시고 담에 꼭봐요
돈황은 갔었는데... 그 이후의 실크로드길을 가고 싶군요.
여행기 감사하게 잘 보았습니다.
잘 정돈된 역사서를 본 느낌입니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정말 멋집니다.
잘 읽었어요
순식간에 다 읽었어요 정말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같이 여행갔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타클라마칸 여행을 가려고 읽었는데.. 넘 잘 정돈되어서 벌써 다녀온 기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