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마리아 카페에서
어느 날 아주 늦은 밤에
그녀와 함께 바닷가, 사랑 깊은 바닷가에
과거에서 회항해 온 흰색 범선 닻내린
산타마리아 카페에 갔었네
습기찬 날씨처럼
눅눅한 음율들이 한 잔의 찻속에
혹은 한 잔의 술잔 속에 녹아있고
사람들은 모두가 잊혀진 기억을 마시고 있었네
나도 그녀도 과거로 가서
한 잔의 술을 마시려니
흰 양복 곱게입은 사내가 색소폰 입에 물고
우리 앞에 와서 슬픈 기억 토해내고 있었네
밤 깊을수록 바다는 점점 멀어저 갔고
그 사내의 색소폰 연주도 희미해저 갔네
술 젖은 그녀의 눈엔 지난 삶이 이슬 맺고
나는 술잔 속 얼음에 갖혀있는 나만 보고 있었네.
윤승일
■ 데미안누님이 내 글 '동명동에서 부는 바람'을 기억하고 계셨다면
정은이는 이 글 '산타마리아 카페에서'를 유독 기억하고 있는 듯 싶었다.
며칠 전 인천에서도 산타마리아 카페에서 이야기를 잠시했었고
로미오가 배경음악으로 깔아준 이 음악도 정은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승이리 글과 함께 로미오가 깔아준 이 음악 '해변의 길손'이 그녀의 정서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였을까.
이 글을 처음 某처 카페에 처음 올렸을 때 나는 그 당시 태그도 모르는 초보자라 단순 텍스트로 올렸는데
이 글을 읽어 본 로미오가 이 글과 어울릴 듯한 이 음악을 찾아와 태그로 편집하여 올렸는데
정말 절묘한 궁합같은 느낌이 들어 로미오에게 감사했다.
로미오, 그는 확실히 음악에는 아주 조예가 깊은 귀재다.
오래된 글이지만 정은이가 기억하고 있기에 그 어줍지않는 핑게로 부끄러움 하나를 슬쩍 내민다.
정은이가 목포에 놀러올 때도 산타마리아 카페가 영업중이였으면 좋겠다.
첫댓글 생각하면 세상은 참 단순합니다..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토해 내는 사람미있고,..항구에 닿는 배,떠나가는 배,..산타마리아카페가 오래 구존하기를 바라는 승일님의 소박한 마음처럼,..또 다른 느낌으로 산타마리아 카페에서 진한 에소커피향에 젖어봅니다..
엊그제 이글 봤을 때, 멋을 잔뜩부린 귀부인이 된 기분이었죠. 꼭 맞는 말이 아니라서 다른 말 찾다가 포기했는데 오늘 또 그런 기분이 드네요. 도취된 낭만주의자의행복..이순간만은 낭만에 충실해야만 할 듯한..^^
저의 미흡한 글이 메이님으로 하여금 멋부린 귀부인으로 만들게 했다면 이거 영광입니다. 나이가 들더라도 최소한의 멋스러움과 로맨틱함은 잃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를 견디게 한 것은 내핍도 원한도 이념도 아니고 사치였다. 시였다. 박완서님<그남자네 집>의 한귀절. 그때같지야 않겠지만 현실이란 건 여전히 고단하겠죠. 시와음악으로 이순간 누리는 호사에 변명을 달고야 마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