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MAS CANTATA
크리스마스 칸타타_ 세종문화회관대강당
일시_ 2011/12/10
출연_그라시아스 합창단, Boris Abalyan
http://graciascantata.com/
2막의 장면들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For unto you is born this day Saviour)
매년 마지막 달 12월은 연말과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는 기쁨으로 약간은 들떠 있는 분위기가 되나 올해는 경기탓인지 예년 같지 않다. 예수 탄생의 참된 의미와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공연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보았다.
1막에서 4막으로 칸타타의 의미답게 연주와 함께 하는 합창과 독창이 이어지고 주제별로 오페라와 뮤지컬 형식을 빌은 공연으로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합창단의 실력과 지휘 등 모두 괜찮았는데 다만 막간에 진행자가 나오고 멘트가 다소 길었다는 점이 거슬렸고 전체적으로 극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 것 같다. 오케스트라가 수에 비해 사운드가 약한 점도 아쉽다.
이번 공연의 정수는 2막의 '탄생'이었다. 짧지만 강렬하게 성탄의 진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굿간 뒤편 위에 배치된 천사들의 합창은 보티첼리나 엘그레코의 예수탄생 그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환상적이었고, 초반 일반 이스라엘 백성들이 로마의 식민지로서의 비참한 삶과 메시야를 간절히 기다리는 그들에게 진정한 구원자가 왔음에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머리 둘 곳 조차 예비하지 않음을 안타깝게 잘 표현하었다.
낯선 곳에서 해산이 가까웠음에도 안전한 해산은 커녕 쉴 방조차 없다는 건 마리아 부부에게 얼마나 큰 시련이었을까. 인간적으로 생각할 때 그것은 일종의 공포였을 것이다.
누가복음에는 예수탄생의 이야기를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우구스투스의 법령에 따라 요셉부부는 로마의 호구조사에 응하기 위해 나사렛에서 베들레헴으로 떠났다. 마리아가 진통을 느꼈으나 묵을 곳을 마련하지 못했고 최선의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누가는 아기가 구유에 놓였다고 하여 그곳이 마굿간임을 암시한다. 외경에는 그곳을 동굴이라 묘사하고 나귀와 황소를 첨가하기도 하였다. 성화에서는 보통 마굿간이나 동굴을 합쳐 그리거나 두 동물을 꼭 첨하여 그린다.
2막에서의 백성들의 고통과 일상을 그리고 베들레헴으로 들어오는 한 부부의 모습까지를 담았다. 네델란드의 화가 브뤼겔도 이런 풍경을 담은 그림을 그렸는데 이게 여태까지와는 매우 다르게 파격적이었다. 성화라면 주인공이 있고 성가족이 부각되기 마련인데 이 그림은 여러 무리들 중 있는 듯 없는 듯 끼어 있다. 16세기의 르네상스시대 그림으로 인문주의적 사고가 가미되어 있기도 하다. 성경의 이야기가 특별히 신성하다기 보다는 우리사는 일상속에 자연스레 나란히 공존한다는 생각. 마리아와 요셉이 나귀를 타고 등장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는다. 이점 또한 사실적 묘사다. 그저 엑스트라같은 그들의 존재감을 작가는 있는 그대로 담은 것이다.
수많은 인파가 임시로 차려진 선술집 옆 사무소에 줄을 서있다. 요셉의 어깨에는 톱을 메어 목수라는 사실을 알리고, 푸른 망토 여인의 볼록한 배로 임신임을 나타낸다. 분명 중동의 12월은 이 그림과는 다를 것이지만 화가는 전형적인 북유럽 특성과 기후로 묘사하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 화면 맨 왼편에는 돼지를 잡는 농부들의 모습도 보인다. 한 겨울 돼지를 잡는건 농부들의 일상에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돼지를 부정하다 여겼던(구약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옴)유대인들에 대한 반감을 암시하기도 한다.
The Census at Bethlehem_ Pieter Bruegel the Elder 1566 / 베들레헴의 호구조사_피테르 브뤼겔
Birth of Christ, 1490 _Geertgen tot Sint Jans(헤르트헨 토트 신트 얀스_ 성탄의 밤)
The Nativity _Martin Schongauer 1472
성화의 가장 주된 내요은 예수탄생과 십자가 처형이다. 그만큼 예수탄생을 묘사한 그림은 그 종류가 많다. 위의 그림 중 얀스의 그림은 천사가 목동들에게 예수탄생을 알리는 장면이 나오고, 말구유위에 놓인 예수에게서는 눈부신 빛이 발하고 있다. 예수는 죄악과 어둠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참 빛이며 참 생명으로 이 세상에 오셨음을 의미한다. 마리아의 기도하는 자세는 서유럽미술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심의 표현이다.
아래 그림은 숀가우어의 목자들의 경배 장면이다. 천하고 낮은 직업의 목자들이 제일 먼저 예수를 경배했다. 그들이야말로 최초의 복음전도사다. 길게 머리를 늘어뜨린 마리아는 처녀의 몸이었음을 뜻하고 여행꾸러미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곧 이집트로 피신할 차비임을 나타낸다. 두 그림 모두에 황소와 나귀가 등장한다.
The Mystical Nativity_ Sandro Botticelli c. 1500
2막의 장면 중 마굿간 위로 하얀 베일 뒤 수십명의 천사들이 등장하여 합창하는 장면이 나온다. 화려하고 풍성하고 수려한 보티첼리의 특성을 한껏 드러낸 '신비한 예수탄생'이란 그림이 연상된다. 그림의 상단에는 왕권과 평화의 상징인 왕관과 올리브가지를 든 천사들이 지상과 황금으로 상징화된 천상의 공간 사이에서 원을 그리며 춤추고 있다. 천사는 12명이다. 12는 1년의 달, 하루의 시간 등으로도 쓰이며 .야곱의 12자녀, 12지파, 예수님의 12제자 등 성경에서는 완전한 수이다. 예수탄생의 공간은 동굴과 마굿간이 혼합된 도상이며, 천사는 동방박사와 목동들에게 아기예수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평화의 올리브나무가 도처에 있다. 지붕위의 세천사와 아래 날개 달린 천사들은 3가지 신학적 덕을 상징하는 색의 옷을 입고 있다. 흰색은 믿음, 초록색은 희망, 붉은색은 자비를 상징한다.
The Adoration of the Magi - Jan Mabuse 1500-15
2막 예수탄생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볼 그림은 마뷔즈의 '동방박사의 경배'다. 마뷔즈는 벨기에 출신의
플랑드르 화가로 플랑드르회화에 이탈리아 르네상스양식을 도입한 선구자의 한사람으로 꼽힌다. 동방박사는 황금,유향,몰약을 선물로 가져왔다. 금은 예수의 왕권을, 유향은 신앙,사제직의 상징이며, 몰약은 인간처럼 죽게 되고 장례를 치를 예수의 육화를 상징한다. 붉은옷의 요셉은 하늘을 바라보며 화려한 수행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15세기 중반 무렵 동방박사의 한 사람은 아프리카 흑인으로 나타난다. 연령과 인종이 셋다 다르게 표현된다. 전경에는 개 한마리가 뼈를 핥고 있다. 이는 예수 수난에 대한 암시다. 바닥의 타일은 질은 좋지만 후경의 황폐한 건축물처럼 깨져있고 고르지 않다. 고대문명이 쇠퇴했지만 예수탄생으로 복구되고 새로워질 것임을 상징한다. 뒤러의 동명의 작품에는 동방박사의 얼굴에 작가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기도 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처럼 수난의 연속인 민족이 또 없다. 예수가 이땅에 태어날 때 2011년전이나 지금이나.
그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지배를 받는 식민지였다. 주권이 없었기에 농사를 지어도 막대한 세금을 내어야 했고, 왕도 로마황제의 허락을 받아야 될 수 있었다. 그들이 기다리던 메시야는 이스라엘의 주권을 회복시켜주고, 빼앗겼던 나라에 자유를 찾아 줄 '정치적인 메시야'였다. 이는 예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수 승천 바로 직전에도 제자들은 묻는다.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입니까?”(사도행전 1:6) 부활하신 그 권능으로 이제 이스라엘을 로마로부터 해방시켜 달라는 것이다. 예수는 그들만을 위한 정치적 메시야가 아니었다.
그분은 온 인류를 죄와 사망의 사슬에서 건져 생명을 주기 위해 온 메시야다. 그를 믿는 것이 우리 근본적인 죄를 용서받는 것이며 이를 최고 목표와 의미로 두어야 함에도 오늘날 많은 이들은 자기만의 정치적 메시야를 여전히 갈구하고 있다. 이제 성탄절이 한주 앞이다. 예전보다 많이 조용해졌으나 경건해져서라기 보단 경기 탓인 듯 하다. 꼭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공연이나 예술작품을 살펴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거룩한 성탄
그 진정한 축복이 모두에게 임하기를
첫댓글 시즌을 따라 성서미술에 대한 글들이 곳곳에 있군요 박하님의 공부 설명 느낌까지 보니
음식훔쳐먹는거나 비슷한 죄책감이 자주 듭니다 좀 훔쳐도 되지요?^^
종교인의 처지는 아니나 성서미술의 이해없이 서양미술사를 한 단계도 밟지 못할것 같군요
브뤼겔그림은 다시 보니 그것이었군요 그림만 기억이 가물하게~~ 얀스와 쇼가우어의 예수는 아직 태아같은 분위기^^
마뷔즈의 예수는 목적이 분명해보이는군요 아기 예수만 보이는군요 감사합니다 성탄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죄책감에 더하여 고마움 느끼는 또 한사람.
전 매주 월요일마다, 박하님께 신세지고 있답니다. ^^
스터디에서 보던 작품들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네요~ 특히,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고새 다 까먹었었어요-.-;;ㅋㅋ)
마네님...메번 제 글을 꼼꼼하게 보아주시는데다 친절한 멘트까지 잊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스터디에서 하반기 성서미술을 들여다보며 예전 성경통독하던것 보다 더 크게 은혜가 되고 즐거웠어요
늘 저를 지지해주시는 지금여기님, 스터디 우등생 미숫가루님도 올해 감사드려야 할 분
어제, 아기예수님 탄생하신 기쁨을 나누고 싶어 고마운 분들께 성탄절 카드를 써서 보냈습니다. 우체국도 오랜만에 가보았지요. 오랜만에 박하님 포스팅에도 인기척을^^ 소망하시는 일들 차곡차곡 이뤄나가는 새해 되시길 빕니다. 잘 읽었습니다.
연꽃님 인기척에도 감사드려요 새해 바램대로 차곡차곡 이루는 시간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