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특사 단의 주선으로 5월중
개최 예정인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성공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후보감이 될 것” 이라는 긍정론에서부터 “정상차원에서 실패한 외교는 모든 당사자의
다른 외교적 수단을 남기지 않는다”는 신중론 까기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설왕설래의 설익은 추론이 연일
메스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어 단어 speculation은 추론(推論)과 투기(投機)의 두 가지 뜻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조선후기 작가 조재삼(趙在三)의 저서 송남잡지(松南雜識)에
실려 있는 옹산(甕算)즉 독 장수 셈 이야기로 추론의 투기성에
대해서 알아 보려고 한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독 장수가 독을 가득 지고 장에 가다가 몸이
피곤했다. 그래서 큰 정자 나무
그늘에서 잠시 짐을 내려놓고 쉬기로 했다.
독 장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쉬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그
틈에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는
장사에 크게 성공하여 거부가 되었다. 고래등
같은 집에서 수십 명의 종을 거느리고 떵떵거리며 살았다. 왕후 장상이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
그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펄쩍펄쩍 뛰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와장창”
난데없는 파괴 음에 독 장수는 번쩍 눈을 떴다. 꿈을 깨어 보니 옆에 세워놓았던 지게가 엎어져 독이 모두 깨진 것이었다.
위 이야기에서 몽상(夢想)적인
추론(推論)이 투기로 귀결될 경우 뜻밖의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불운을 피할 길이 없다.
미북정상 회담이 미국에 영광 보다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트럼프대통령을 만나 비핵화를 협의 하겠다는 대한민국 정의용 안보실장의 전언만 믿고 5월회담을
덥석 수락 했기 때문이다. 비핵화의
조건과 대가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상회담을 위한 정지 작업은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에 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지연 전술에
말려 들 수도 있다. 김정은의 지연 전술에 트럼프가 말려 들 경우 협상의 주도권을 김정은에게 넘기고
많은 것을 양보 하고서라도 서둘러 협상을 타결 할 수 밖에 없는 곤경에 처할 공산이 크다.
1968년 3월31일 미국 데통령 린던 존슨의 북폭 부분정지발표에 이어 5월13일부터 미국과 북베트남 대표가 파리에서 평화회담을 시작하였다. 북 베트남이 파리에서 열릴 평화협상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에버렐
해리만을 협상 대표로 파견했다. 해리먼은
파리 중심가의 숙소를 마련하고 객실료를 일주일 단위로 치르기로 했다. 반면 북 베트남 협상 단은 파리외곽의 빌라를 2년 6개월의 장기임대로 협상에 임했다. 북 베트남의 지연전술로 협상은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미국에서는 반전정서가
점차 확대되어 시간을 끌수록 북 베트남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계속 지연되자 미국은 모든 것을 양보하고서라도 협상을 서둘러 타결
할 수 밖에 없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당시
파리에서 개최된 평화회담이 전쟁의 원만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미국에 큰 상처만 남겼다. 전문가들은 만일 미국이 당시 협상이 깨져도 좋다는 정신하에 협상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더라면 사정은 달랐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펜실바이아 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공화당후보 지원 유세에서 “(북한은)화해를 원한다고 본다. 이제 때가왔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국가를 위해 (북한과)가장
위대한 타결을 볼지 모른다”며 “나를 믿어라 (전임 대통령)버락 오바마는 그걸 할 수도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고 했다.
트럼프가 공명심(功名心)에 젖은
듯 들뜬 반면 백악관 대변인 세라 샌더스는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와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10일자 신문에서 “북한은 ‘불량국가’에서 국제사회 일원이 되기 위해 변신을 추구해 왔다”며 “미북 정상회담 그 자체가 북한의 승리”라고 했다. 워싱톤 포스트도 10일자 신문에서 “비핵화 검증 수단 등이 전혀 맞교환 되지 않은 상태에서(정상회담)은 독재자에게 상을 주는 셈”이라고 했다.
우리속담에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 매여 못쓴다”는 말이 있고 욕속부달(欲速不達)즉
“어떤 일을 급하게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논어 자로
편에서 유래된 한자 성어도 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김정은의 비핵화 흥정속셈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입수하고 정상회담을 위한 걸림돌을 외교관의 손으로먼저 정리한 후 정상끼리 회담은 그야
말로 최소한의 쟁점으로 임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싶다.
빌 리차드슨 전 유엔 대사는 지난 9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디 TV 쇼 ‘어프렌티스’에서 큰 인기를 끈 사실을 겨냥 트럼프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협상은 리얼리티 TV쇼가 아니라고 경고 했다. 빌 리차드슨 전 대사는 “나는
트럼프대통령의 준비 되지 않음과 원칙 없음이 우려 되지만 정상회담 초청을 받아 들인 담대한 행동을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과의 협상은) 어프렌티스나 리얼리티 TV 쇼가 아니다.
적어도 핵무기 20개를 가지고 미국을 위협하는 예측 할 수 없는 지도자와의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 직관적으로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 때 그를 헝가리 말로 “심퍼티쿠시(szimpatikus)”한 사람이라고 한다. 정의용 안보 실장은 김정은과 짧은 시간의 면담을 통하여 김정은을 그렇게
보았는지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비핵화의 진정 성을 느꼈다면서 트럼프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정상회담으로의 초대를 수락 할 것을 건의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사탕 발림 하지만 아무 조건 없이 미국과 서방세계가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를 하여 스스로
무장 해제를 하는 것은 과거 북한의 행태로 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미북 정상 회담을 하기 전에 김정은이 비핵화의 조건을 포함하는 구체적인 조치와 세부행동계획 일정표를 밝히고
난 연후에야 비로소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 성을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의용 안보실장의 직관과 주관적인 느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김정은의 진정
성을 믿기 전에 의심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원래 저울에 달아 보아야 가볍고 무거운 것을 알 수 있고, 자로 재어 보아야 길고 짧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물이든 그렇지만 마음은 더욱 그러합니다 (權,然後知輕重 度,然後知長短. 物皆然,
心爲甚.)-맹자, 양혜왕 상 중에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본마음을 북미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 전에 독 장수 셈(甕算)으로 설왕설래하는 것은 speculation(추론
또는 투기)에 지나지 않음을 이해 하시고 우리는 차분히 북미 정상회담준비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인
추론으로 김정은의 의도를 미화하다 북미회담 준비 과정에서 김정은의 숨겨진 야욕이 드러나면 미국이나 한국에서 여론의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정부여당은 국제사회와 공동 보조로 제재를 계속 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미북정상회담에 힘을 보태는 것이
현명한 방책이 아닌가 싶다. 해빙무드를
가장 한 김정은의 위장평화공세에 트럼프대통령이 농락당하고 우리나라의 안보태세가 허물어져 조국이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야당과 보수언론 그리고 북한문제 전문가들이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철저한 경계와 감시를 펼칠 것을 요청 하는 바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성 있게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지적이다. 하지만 너무 좋게 만들려고 기교를 부리다 오히려 그대로 둔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일어 날 수 있다. 이를 두고 욕교반졸(欲巧反拙)이라 한다. 또한 결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그릇된 판단을 낳을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협상이 깨어져도
좋다는 비범한 배짱 없이는 좋은 남북정상 및 미북정상회담의 결과를 기대 할 수 없을 것 같다.
In practical life the wisest and soundest
people avoid speculation. –George Earie
Buckle (1854-1935), English Biographer.
실제 생활에서 가장 현명하고 건전한 사람들은 추론을 회피한다.
(1854-1935)-조지 얼 버클, 영국 전기작가.
Don’t count your chickens before they’re hatched.-서양
속담
부화 하기도 전에 병아리 수를 (먼저)셈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