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가까운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이었다.
회장님의 후임을 조율하기 위한 회의겸 회식의 자리이지만 악화된 건강때문에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으셔야 하는 안타까움 속에서 웃음으로 건배를 권하는
마음씀씀이가 오히려 구슬프다.
구순이 다되신 1회 할아버지 선배님들을 여의기도 수차례..,
할아버지 세대와 손자뻘 새내기들을 하나로 응집하기 위하여 지난 4년여간
당신의 일처럼 동문들을 보살펴온 선배회장님의 쾌유를 10여명의 참석자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소원하였다.
100세를 훔칠듯한 평균수명의 연장전으로 뇌졸증이니 암이니 육체의 한계상황
또한 지극히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당신의 몸을 지팡이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는 연세(年歲)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서러움이라.
젊다 자만하지 말고 -
냄새 풍기는 노병(老兵)이라 하여도 내 노년의 부메랑을 염려하여 효를 다함에
촌음이라도 게을리하지 말라.
선배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간청과 함께 10월 남한산성 산행을 약속하며
자리를 파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동문이 있어 즐거운 자리였으나 또 한분의 선배어르신이
하늘의 부름을 받으셨다니 하나의 궤적 안에서 생성과 소멸은
생물 뿐만 아니라 사람간에도 윤회의 끈을 이었다 끊었다 반복을 거듭한다.
완쾌는 아니지만 큰 고비를 넘기신 스스로의 위안으로 구워 내시는 맛있는
갈비모듬이지만 -
상암종합유통센터에 입점하기 위하여 모임 전(前) 시식한 쏘시지바게트보다
달지 못하는 까닭은..,
강남하고도 선남선녀들의 데이트코스로 시종일관 붐빈다는 신사동 거리!
20여평 남짓한 피자가게를 솔리드의 한 가수가 운영한다하여 인적이 뜸할
목요일의 3시경인데도 손님들이 실끈을 이어간다.
방송의 메카로 자리잡은 상암동에서 전통 한우식만을 고집할 수 없는 다양성과
맛깔스러우면서도 저렴한 퓨전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요식계획에 따라
잠시 강남제비가 되었다.
벌써 가을을 수놓은 젊은 친구들의 화려한 의상만큼 다양한 퓨전음식들이
가을전어와 같은 입맛을 무지개색깔로 유혹하고 있으니 이리하여 신사동인가?
번갯불처럼 스쳐가는 것이 '신사동 그사람' 주현미인데..,
달콤함에 행복해하는 형준군의 신사동은 퓨전과 유행과 젊음이 바게트 안에
짬뽕으로 버물려 있는 듯 그의 눈빛이 빛난다.
가벼운 호주머니이지만 열정(熱情)으로 -
스피드로 -
미래 제 멋을 창조해나갈 난향(蘭香) 가득했다는 상암동의 젊은이들을 위하여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퓨전식으로 전통식과의 화음을 맞추려 애쓴다.
을지로를 곁에 두고 서울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청계천 야경을 처음 대하였다.
서울 하늘아래에서 호흡하는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지만 여하튼
맑은 물소리와 함께 색색깔로 조화로운 네온사인이 신사동 그사람에 모자라지
않다.
거슬러 삶의 애환이 실랑였던 청계천이라 감히 아름다운 밤의 비경을 함부로
누설할 수 없는 옹졸함이지만 청계천 공구가게를 찾던 어느 여름날,
뿌연 매연과 얽히고 설킨 짐자전거의 작은 전쟁터에서 숨을 헐떡여야 했던
그때를 기억하니 청계천로에 저절로 피었을 실버들마저도 삼복더위의 민어회라.
비경(秘境)에 취하여 하마터면 딸래미와의 귀가 데이트를 잊을 뻔 하였다.
야자를 마친 딸래미 무리의 재잘거림이 청계천 물소리를 닮았구나^^
어느새 복통을 이겨내고 제 아빵의 옆구리를 꿰차는 포근함이 가을밤에 별빛이니
이 또한 하늘이 내게 준 업복이라.
청계천에도 역(逆)으로 거슬러오는 잉어떼가 있다 한다.
첫댓글 그리움이... 절로... 수고 하셧읍니다...
윗새오름의 구름과 억새가 곱겠지요. 편안한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