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파리 쥐 뱀이 사라졌다
제목만 보고도 징그러운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릴지 모르겠다. 예전 농촌 대부분 그랬겠지만 파리 쥐 뱀이 많았다. 많아도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런데 고향 마을에 그 많던 파리 쥐 뱀이 사라졌다.
오늘날 농촌에서 사라져 가는 게 한두 가지겠냐만 그래도 파리 쥐 뱀이 사라져 간다니 반가운 현상 같기도 하다.
도시 출신 아내가 처음 시골 본가에 왔을 때 맨 먼저 파리에 질겁을 했다. 은근 미안하다. 80년대 방충망도 보급되고 어느 정도 위생 관념도 있었던 시절이었는데도 파리는 많았다.
5,60년대 내 유년 시절, 쫒아내도 쫒아내도 또 날아드는 그 극성스런 파리들. "파리 떼 덤비듯 한다"는 속담처럼 정말 징그럽게 덤볐다.
파리가 날아앉은 음식을 손으로 휘이휘이 쫒아내고는 아무런 생각없이 잘도 먹었다. 오늘날의 위생관념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거다.
어린 시절, 초가지붕을 헐고 함석으로 지붕을 덮은 함석집이 점차 많아지는 시기였던 것 같다. 우리집은 도단집이라 불렀던 함석집이다. 그후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남아있던 시골 초가가 쓰레트집으로 모두 바뀌었다.
비오는 날 도단(함석)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참 정겨웠다. 함석집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빗방울이 연주하는 그 음악을 알 수가 없을 거다.
그 당시 시골집 대부분이 벽과 지붕 사이에 틈이 있어 쥐가 드나들 수 있었다. 밤이면 서생원들이 천장 위에서 운동회를 하기도 했다. 쫒는 소리를 내면 잠시 조용했다가 다시 시작한다. 도시 양옥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거다. 쥐잡는 쥐틀을 설치하여 아침에 할아버지 따라 가보면 서너 마리가 잡혀 있기도 했다. 집쥐뿐만 아니라 들에 가면 들쥐도 있었고 심심잖게 두더쥐도 보였다.
국민학교 시절, 방학하면 파리 잡아 성냥갑에 넣어오기, 쥐꼬리 몇 개 가져오기 이런 숙제가 있었다. 개학하기 며칠 전부터 바빴다. 한달 일기를 며칠만에 다 쓰고 파리 잡고 쥐꼬리 자르고... 상상이 되시나? 쥐꼬리는 할아버지가 잘라주셨지만.
아, 글쓰다 보니 학교 인근 산에 송충이 잡으러 갔던 기억도 나네. 그 징그러운 송충이를 어린 국민학생이 어찌 잡았을까?
6월 모내기가 시작되면 물뱀이 수시로 보였다. 독이 없는 뱀이라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좀 징그러워서 그렇지. 물뱀이 물 위로 헤엄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학창시절 지리 시간에 배웠던 사행천(蛇行川)을 생각하시면 될 거다.
위험해 보였던 살모사, 담장 위로 넘어가던 구렁이도 있었다. 소리없이 스르르 넘어가니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이란 속담이 생긴 것 같다. 그 구렁이는 "집지킴이"라 하여 내쫒거나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집지킴이 구렁이가 나가면 그 집은 망한다고 했다.
"음식 위에 파리가 앉고 쥐들이 천장 위에서 오줌 싸는 그런 환경에서 안 죽고 살아난 게 천운이었다." 국민학교 친구들 만나면 우리끼리 하는 말이다.
그래서 그 천운으로 오래 살거다.
농촌에 푸세식 화장실이 사라지고 집집마다 있던 정화조도 사라지고 생활하수는 하수관로를 통해 바로 하수처리장으로 가버린다. 바닷가 근처라서 어느 지역보다 먼저 시행된 것 같기도 하다. 인분이 바다로 직접 흘러가면 수산물이 검사에 걸린다고 한다.
집집이 한두 마리 키우던 소도, 몸보신용 닭도 거의 사라졌다. 키울 사람도 없고 축산법 시행령으로 가축분뇨 처리가 힘들기 때문일거다.
예전엔 퇴비를 집집마다 만들어 사용했다. 가축분뇨뿐만아니라 인분까지도 활용했다. 지금은 대부분 공장에서 발효된 퇴비를 사용한다.
구더기가 생길 요소가 원천 차단되니 파리가 생길 수가 없는 거다. 지금도 도시 출신 아내는 시골집에 와서 어쩌다가 파리 한 마리 보이면 질겁을 한다.
고향 마을에 집고양이 길고양이 들고양이가 많아졌다. 골목에 사람 만나기는 힘들어도 고양이는 수시로 만난다. 밭에 가면 들고양이가 있다. 길고양이인지 들고양이인지 구분은 안 되지만 주로 사는 곳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동네에 사는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름을 본다. 우리 집에 내가 있을 때 찾아오는 녀석은 밥 좀 달라고 소리도 내고 내 발에 비벼대기도 한다. 밥 가지러 창고로 가면 졸졸 따라오기도 한다. 밥 먹을 때 만져도 가만히 있다. 어떤 고양이는 보기만 해도 도망가는 녀석도 있다. 사람마다 인성이 있다면 고양이는 묘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야생 고양이가 늘어나 주 먹이인 쥐를 잡아먹으니 자연 쥐가 줄어드는 것 같다. 쥐가 줄어드니 뱀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거다. 요 몇년 동안 쥐나 뱀 구경을 못했다. 어딘가에 깊숙히 숨어살고 있겠지.
집지킴이 구렁이가 살던 집을 떠나가면 먹이인 쥐가 없다는 말이다. 쥐가 없다는 말은 그집에 곡식이 없다는 말이다. 농업 위주 사회에서 곡식이 떨어졌다는 건 그집이 망했거나 그리 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집지킴이 구렁이가 나가면 그집 망한다는 속설이 생겼다고 한다.
어쨌든 파리 쥐 뱀이 사라지니 시골에서 사는 맛이 더하다. 근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기는 여전하다. 더 독해진 것 같다. 여름이 오기도 전에 모기 한두 마리 벌써 보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 농촌 들녘을 걸어보는 것도 참 좋다. 모내기 하는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가지런히 줄지어 심겨져 있는 모를 보는 것만 해도 좋을 거 같다. 초록초록한 신록 속을 한번 거닐어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