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제일 긴 날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둠이 제일 길고 빛이 가장 적은 날입니다. 보통 빛은 선으로, 어둠은 악으로 비유하는데 그렇다면 가장 절망적인 날이 동지가 되야 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동양에서는 동짓날이 양이 생하기 시작하는 날로 경사롭게 생각했고, 서양에서도 동지를 태양이 되살아나는 날로 생각해서 태양신을 기리는 축제를 열었다고 합니다. 기독교의 크리스마스도 태양신을 기리는 축제를 차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유튜브의 <삼프로 TV>라는 채널에서 종교에 관한 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 성경에 의하면 예수님이 태어난 때가 봄이라 합니다.
동지 이후에 낮이 일정하게 길어지는 지 궁금해서 매일같이 일출 일몰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작년에 동짓날이 12월 21일인데 일출 시간이 오전 7시 40분이었고, 일몰 시간은 오후 5시 21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지가 낮이 가장 짧은 날은 맞지만, 동지와 낮시간이 같은 날이 이틀이 더 있었습니다. 12월 19일과 12월 23일이 동지와 낮시간이 같았습니다. 사실상 동지가 3일이나 있었던 셈입니다.
동지 이후에 일출 시간은 계속 빨라지고, 일몰 시간은 계속 늦어지지만 12월에는 일출이 전날 보다 늦어진 날이 5일 있었고, 일몰이 전날보다 빨라진 날이 하루 있었습니다. 1월 이후에는 전날과 같은 시각에 일출 일몰이 있었던 적은 있지만 더 늦어지거나 더 빨라진 적은 없었습니다. 일출 시간은 동지 이후에 한달 동안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대신 일몰 시간은 매일 같이 1분씩 늦어졌고 가끔은 2분씩 늦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출에서 1분, 일몰에서 1분씩 낮길이가 길어져서 하루에 2분 정도 낮길이가 길어진 날이 제일 많았습니다. 1월20일 까지는 일출 시간은 거의 변함이 없고 일몰만 1분씩 늦어져서 낮길이가 하루에 1분씩 늘었났고, 그 이후에는 2분씩 늘어나다가 요 십며칠간은 3분씩 늘어나는 때도 있었습니다.
동지 이후에 낮의 길이는 계속해서 길어지고, 해도 점점 높이 떠서 날씨는 점점 따뜻해져야 할 것 같은데 실제 날씨는 낮의 길이와 별 상관이 없는 모양입니다. 올해는 1월 보다 2월이 더 추워서 2월 3일 입춘날 부터 입춘 한파가 있었고, 2월 18일 부터 다시 한번 한파가 있었습니다. 날씨 예측과 분석을 하는 유튜브 <소박사 TV>를 매일같이 시청하는데, 이 방송을 보니 우리나라 날씨를 결정짓는 것은 낮의 길이나 밤의 길이가 아니라 한반도 주변에 고기압과 저기압이 어떻게 위치하느냐 였습니다. 우리나라 겨울철의 전형적인 기압배치가 서고동저라고 합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고기압이 위치하고, 동쪽에는 저기압이 위치할 때 우리나라가 추워지는 때입니다. 왜냐하면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저기압은 시계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서고동저이면 서쪽에 있는 고기압에서도 북쪽의 한기를 한반도 남쪽으로 끌어내리고, 동쪽에 있는 저기압에서도 북쪽의 한기를 한반도쪽으로 끌어내리는 역활을 해서 한파가 우리나라에 몰아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계절이 바뀌는 것은 결국 낮의 길이와 해의 고도가 결정지을 것 같습니다. 모래가 춘분인데 오늘 눈이 내려서 봄이 봄같지 않네요. 1980년 서울의 봄이 왔을 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이야기 하면서 불길한 미래를 예감한 사람이 있었지만, 올해 봄은 반드시 꽃피는 따뜻한 날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