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생풀만 먹고 사는 소’를 ‘푿소’라고 한다는데
풀이 뒤에 ‘힘이 적음’이라고 덧붙입니다.
이어서 ‘푿소가죽’이라는 낱말이 나오는데
‘푿소의 가죽’이라는 풀이 뒤에 ‘질기지 아니함’이라고 덧붙이며
‘푿소고기’라는 낱말도 있는데
역시 ‘푿소의 고기’라는 풀이 뒤에 ‘맛이 적음’이라고 덧붙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한우고기라는 말이 나돌고
수입쇠고기보다 한우고기가 맛이 월등하다는 말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말도 많이 하는데
한우가 어디까지 한우인지는 좀 아리송하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건지는 모르지만
외국에서 살아있는 소를 들여다가
우리나라에서 몇 달인가를 먹인 뒤에 그 소를 잡으면
그 쇠고기도 한우고기가 된다는 말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푿소’라는 낱말과
뒤이어 나온 그다지 쓰이지 않는 두 낱말을 통해 미루어보면
어떤 것이 진짜 한우인지가 분명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토종 소여야 하고
그 소를 쇠죽을 끓여 먹여 기른 소일 때에만
한우라고 해야 옳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드는데
억지를 부린다고 할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그래야 미더운 한우라고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소를 키우려면
자연히 한 집에서 키울 수 있는 소의 마릿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소가 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중 하나로서의 위치에서 살 수 있으니
그야말로 바람직한 육우(肉牛)가 아니겠는가 싶은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한우가
다시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돌아오는 날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푿소와 푿소가죽, 그리고 푿소고기라는 말을 통해서 유추해 보는 한우의 의미는
단지 그것이 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바탕이 생태적이었던 우리 옛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에 대한 반추,
소를 어떻게 키우느냐의 문제도 문제려니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되짚게 되는 성찰이라는 것을
눈치 빠른 이라면 이미 알아차렸을 터,
생명과 삶에 대한 보다 진지한 돌아봄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우리의 현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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