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 부엉이박물관 차린 주부 배명희씨 (2003.06.24)
먹을거리, 구경거리 많은 서울 삼청동에 또 하나의 명물이 생겼다.
꽃넝쿨로 둘러싸인 간판만 보고도 선뜻 발을 들여놓게 되는 이 곳은 이름하여 부엉이박물관. 감사원 올라가는 길 주택가 골목에 부엉이가 그려진 간판을 빼꼼히 내놓았는데, 그 안엔 부엉이를 수놓은 앞치마에, 부엉이 브로치를 달고, 그래선지 꼭 부엉이처럼 생긴 주인아줌마 배명희(49)씨가 유쾌하게 웃으며 손님을 맞는다.
“제가 모은 거지만 너무 이쁘지 않아요? 저어~기 졸려서 눈 감기는 아기 부엉이 좀 보세요. 얘는 술을 많이 마셔서 화가 난 부엉이에요.”
이 박물관엔 부엉이 모양의 봉제인형부터 목조각, 그림까지 무려 2000여 점의 ‘부엉이’들이 전시돼 있다. 배씨가 중학교 2학년때부터 모은 것들이다. 진짜 부엉이는 한마리도 없다.
“경주 불국사로 수학여행 갔다가 50원을 주고 부엉이 목조각을 하나 샀는데 볼 때마다 귀엽고 앙증맞아서 결혼해 이사다닐 때도 꼭 포장해서 들고 다녔어요. 눈을 부릅뜬 채 몸을 바짝 들고 서있는 자태가 사람과 어쩜 그리 닮았는지. 재질마다 느낌이 다르고 표정이 다 달라서 저도 모르게 매니아가 됐답니다.”
그렇다고 수많은 나라를 여행한 건 아니다. 남들은 수집품만 보고는 “70, 80개국쯤 다녀왔겠다”며 부러워하지만 그가 가본 나라라고는 부엉이박물관이 궁금해 다녀온 일본뿐이다. “월급쟁이 남편에 살림하는 주부인걸요. 자식들이 배낭여행 가서 사온 것, 남편이 출장 다녀오면서 사다준 것 빼고는 다 국내에서 모은 것들이에요. 주로 외국 대사관들에서 주최하는 바자회를 쫓아다녔죠. 코엑스나 호수공원에서 열리는 전시, 소공동 지하상가, 그리고 벼룩시장이란 시장은 다 돌아다녔어요.”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겁도 없이 지난달 서울 한복판에 박물관이란 걸 선뜻 연 것은 “나에게도 내 인생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맏딸, 맏며느리로 식구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만 했으니 아이들 다 컸겠다, 저도 제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남편이랑 두 아들에게 선언했죠. 나도 우리 부엉이들이랑 세상 빛 좀 보련다, 하고. 그리고는 집 화장실 안쪽에 박스째로 싸놓았던 부엉이들을 모두 풀어놓은 겁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둘째 아들이 작지만 근사하게 꾸며준 부엉이 박물관엔 별의별 부엉이들이 다 모여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온 돌조각 부엉이부터 미국의 유명한 작가가 쓰던 부엉이 돋보기, 부엉이 울음소리를 내는 스페인 피리까지. 배낭여행 갔던 큰 아들이 홈 스테이 하던 집 할머니로부터 선물받은 부엉이 그림도 있고, 캐나다 인디언 추장이 그린 부엉이 그림도 걸려 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해요. 유리창으로 빠꼼히 쳐다보다가 들어와서는 이것저것 구경하다, ‘아줌마 이거 가지면 안돼요?’ 하고 물어요. 작가 서영은씨도 들렀다가 한참을 웃다 갔어요. 저기 칠레산 거대한 부엉이 조각상 밑에 자세히 보면 콩알만한 크기의 부엉이 두 마리가 있거든요.” 지혜의 동물 부엉이의 생태를 비롯해 수집품에 얽힌 사연을 관람객들에게 들려줄 때가 제일 신난다는 ‘부엉이 아줌마’. 박물관까지 오려면 하루 품 팔아야 하지만 그만큼 재미와 보람이 있을 거라며 자신만만한 그는, “부엉이에게 배울 게 많으니 아이들 데리고 많이들 오시라”며 활짝 웃었다. 관람료(찻값 포함) 5000원. (02)3210-2902
첫댓글 ㄱㄱ ㅑ~~너무 귀엽다...근데 난 부엉이 하면 왠지 귀곡산장의 나무 한귀퉁이에서 물끄러미 쳐다 보는 무셔운 눈이 생각나는걸까...너무 귀엽네요...
낼 사간겔러리 갈려구하는데...거기서 거리가 어떻게 되나영~~~지도를봐두 잘모르겠느데...^^:::아시면 알려 주세영~~~~~
우왕, 여기 너무 가고싶네요 이쁘겠다아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