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한 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는 '똥 밟았네'는 EBS 애니메이션 <포텐독> 24화, '개똥 테러 사건' 에피소드의 삽입곡이다. 아침시간 남녀노소 모두가 집을 나서다 동네 곳곳에 흩뿌려진 개똥을 밟고 불쾌해하며 추는 춤과 노래로 EBS는 7월 한 달 동안 홈페이지에 '똥 밟았네 댄스 챌린지'를 내걸고 '똥 밟았네' 띄우기에 매진하기도 했다.
<포텐독>은 개와 인간의 우정을 다룬 7세이상 관람가로 아동들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이다. 장기화된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정 보육 시간이 늘어나고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난 상황에서 공영교육방송이라고 하는 EBS의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게 믿고 보여주던 EBS라 충격은 더욱 컸다.
24화에 악당 개 무리가 인간 세상에 개똥테러를 하기 위해 노예로 지목된 여성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다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입으로 먹고 끊임없이 아래로 배변하는 행위를 지시한다. 경쾌한 배경음악과 함께 노예로 지칭된 사람이 먹고 싸고 먹고 싸고. 그렇게 생산된 똥은 동네에 흩뿌려져 동네 사람들이 '똥 밟았네'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자 시작해볼까?”
“여기서요?”
“야 뽀글이. 넌 무슨 노예가 따지는 게 많냐?”
(…)
“밤에 일하는 데 야근수당은 없나요?”
“없어! 야근수당 대신 성과금 줄 테니까 열심히 싸기나 해!”
“푸짐하게 싸겠습니다.”
24화 중 대사이다. 공개된 장소에서 다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특정 캐릭터가 계속해서 먹고 배변하는 행위가 동시적으로 이뤄진다는 설정은 정도를 넘어선 폭력적인 발상이며 인권 유린이다. 행위자에 대한 극단적 대상화는 관음을 넘어 가학적이기까지 하다. 화장실 불법 촬영을 연상시키는 범죄를 희화화시켜 지극히 안전한, 개인적인 공간이어야 할 화장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 성과금을 대가로 한 가학적인 행위명령과 돈만 준다면 치욕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임금을 지급하는 자는 우월하고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위치에 있는 자를 노예라고 지칭하는 위계관계 설정을 통해 아동 시청자는 돈만 주면 어떤 행위도 허락된다고 학습하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16화에서는 집단 따돌림을 희화한 모습이, 17화에서는 동물학대 장면 등이 등장한다.
악당무리의 기네스가 푸푸와 뿔테의 포텐독 변신 장면을 동의없이 촬영해 유포 협박을 하는 에피소드는 무려 7화에 거쳐서 진행된다. 기네스는 끊임없이 불법촬영물을 도구로 협박을 하고 결국 피해생존자 푸푸와 뿔테로 하여금 또 다른 범죄에 가담하게끔 연출한다.
‘연출이나 대사뿐 아니라 캐릭터 문제도 제기된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포텐독>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에 차별·혐오적 정서가 내재돼 있다고 지적한다. 악당 무리의 기네스는 수시로 거울을 보고 화장품을 꺼낸다. 젊은 여성은 외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설미도는 성공한 여성으로 그려지지만 말을 할 때면 침을 튀기고 혀를 날름거리는 등 혐오스러운 ‘아줌마상’을 하고 있다. 반장 석지는 주인공 원석을 따돌리는 학교 폭력 가해자다. 그는 “혈통 좋은 개를 키워야지 똥개를 왜 키우냐”는 등 주로 혐오와 배제의 언어를 사용한다. 반면 주인공 원석을 비롯해 주요한 역할을 하는 포텐독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13마리의 포텐독 가운데 9마리가 수컷, 4마리가 암컷이다.’(한겨레 2021.7.29. 박고은 기자)
‘공개적 배변 행위를 강요받는 피해자가 고통받기는커녕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불법촬영 피해생존자의 고통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설정, 현실에 만연한 불법촬영 범죄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불법 촬영물 유포·협박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가학적 행위, 차별 등을 여과없이 묘사한 <포텐독> 시즌2에 대한 문제제기로 현재 EBS 홈페이지상의 <포텐독> 다시보기는 기존의 7세 이상의 시청등급을 '12세 미만의 어린이가 보기에 부적합'으로 조정해놓은 상태다.
갈수록 불법촬영 가해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폭력을 장난처럼 여기는 아동·청소년이 늘어나는 현실을 보며 그 이유가 과연 요즘 애들이 문제이고 철이 없어서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첫댓글 방송 못하게 해야..
EBS 수준이 저 정도인가요?
충격이네요..
그러게요. 율동 연습하는 아이들을 많이 봅니다. 어른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