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국군의 날’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군대 생활’ 이야기
― ‘애국 가족’ 자긍심 높여주는 《대한민국 남자의 자격증》
◆ 손자에게 자랑한 ‘할아버지의 상장’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올해 76주년 ‘국군의 날’은 공휴일이다. 초등학생 손자도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거나 학원에 가서 공부할 것이다.
할아버지로서 어린 손자에게 ‘국군의 날’을 어떻게 설명해 줄까? 할아버지는 1970년대 군대 생활을 했다. 손자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렇다면 손자에게 할아버지의 군대 생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어쩌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ROTC 장교로 전방에서 힘들게 군대 생활했던 아이의 아빠도, 의경으로 서울 종로에서 고생스럽게 복무했던 아이의 삼촌도, ‘군대 생활’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이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생생하게 들려주려면 하루 이틀로는 부족하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당당하게 수행한다는 것. 나라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신성하고 숭고한 일인지, 그 의미를 설명하자면 우선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면’이 있어야 한다.
젊은 나이에 ‘징집’이라는 이름으로 나라의 부름을 받아 아까운 시간만 낭비한다는 일각의 잘못된 ‘헛고생 론’ 인식을 바로잡으려면 ‘당당하고 멋진 면’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병역의 의무를 당당하게 수행한 예비역 가족의 자긍심이다. 할아버지로서 어린 손자에게 그런 면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생생한 자료’가 있다.
아이의 아빠와 삼촌이 자랑스럽게 군대 생활을 한 증표. 바로 예비군 모자다.
할아버지는 벽에 걸린 두 아들의 예비군 모자를 보면서 일간지에 이런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훈장’만큼 자랑스러운 두 아들의 예비군 모자』 (조선일보 ‘아침편지’ 2013년 2월 15일 )
■ 조선일보 아침편지 2013.2.15.
‘훈장’만큼 자랑스러운 두 아들의 예비군 모자 윤승원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부대 배치되어 터진 옷을 바늘로 꿰매는데, 실을 이빨로 끊다가 그만 이가 왕창 나갔어요. 이를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는데, 무섭기만 한 고참들이 빨리 의무대로 가보라고 윽박질러요. 그래서 다급하게 의무대로 달려가는데, 경례를 붙여야 할 데가 어찌나 많은지, 치료는커녕 경례만 붙이다가 꿈을 깨었어요.”
둘째 아들이 난데없이 간밤 꿈 이야기를 꺼냈다. 마치 ‘현실 경험’처럼 생생하게 펼치는 아들의 엉뚱한 꿈 이야기에 속으론 웃음이 나왔지만, 사병 만기 전역한지 4년이나 된 녀석이 아직도 ‘군대 꿈’을 꾸는지 안쓰럽기도 했다.
“아버지도 가끔 군대 시절 꿈을 꾸곤 하지.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군대 꿈’은 평생 꾸는 꿈이란다.” 나의 위로 아닌 위로에 아내가 거들었다.
“요즘 인사청문회를 보면 이런저런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을 사는데, 그럴 때마다 화가 나요. 대한민국엔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이 더 많은데, 왜 온전히 병역을 마치지 못한 사람들을 고위직에 발탁하는지.” 아내의 푸념에 이내 착잡한 심경이 됐다.
‘군대 꿈’을 꾼 아들도 논산훈련소에서 신병 교육을 받다가 폐렴에 걸려 펄펄 끓는 고열에 죽을 고생을 했다. 긴급 연락을 받고 특별면회를 하면서 병상에 누워있던 자식을 부여잡고 얼마나 울었던가?
아비도 힘든 군대 생활을 했다. 힘든 훈련도 훈련이지만 고참들의 구타가 예사이던 70년대, ‘참고 견디는 게 군대’려니 체념하면서 33개월을 인내 하나로 버텼다. 그동안 일부 ‘백’있는 집안의 친구들은 온갖 방법으로 병역 면제받을 궁리를 했다.
어떤 친구는 남들이 군 생활할 때 외국 유학을 다녀와 남보다 일찍 성공적인 인생행로를 걸었다. 그래도 억울하지도, 부럽지도 않았다. 달랑 ‘병장 만기 전역증’ 한 장 손에 쥐었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남자의 자격증’이라고 믿었기에 군대 고생쯤은 거뜬히 상쇄할 수 있었다.
요즘도 거실 벽에 걸려 있는 두 아들의 ‘예비군 모자’를 볼 때마다, 30여 년 공직을 마치면서 받은 옥조근정훈장 못지않게 자랑스럽게 바라보곤 한다. <사진>
자식들이 이 모자를 쓰고 훈련을 받으러 나갈 때마다 아내는 군화를 말끔히 닦아 준다. 온당치 못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자식을 둔 부모들은 결코 누릴 수 없는 광경일 것이다.
간밤에 아들의 꿈을 이렇게 풀이해 줬다. “흔히 ‘앓던 이가 빠지듯’이란 표현이 있잖니. 네 꿈은 앞으로 일이 술술 잘 풀릴 조짐이고 암시라고 보면 돼!”
길몽이라는 아비의 위로에 아들도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아내도 한 마디 거들었다.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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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실린 할아버지의 군대 생활 이야기는 ‘국방부 예비군 정훈 교재’로도 제작됐다.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국방부 정훈 교재 영상 제작팀이 우리 가정을 방문했다.
병역의 의무를 당당하게 마친 두 아들과 할아버지 포함 ‘3 부자(父子)’를 거실에서 인터뷰하고, ‘애국 가족’이란 이름으로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이 영상은 전국 예비군 훈련장에서 상영됐다. 참으로 고맙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 국방부 정훈 교재 영상 제작팀이 우리 가정을 방문 촬영한 동영상 - <애국 가족>이라는 자랑스러운 호칭을 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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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할 당시에는 누구나 힘들고 고생스럽지만 지나고 보면 이렇게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추억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추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다. 한평생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남자의 자격증’이 되어 후손에게도 보여 줄 수도 있다.
이런 뜻으로 할아버지는 수필집도 펴냈다. 제목이 《대한민국 남자의 자격증》(2016)이다.
【국방일보】 2016. 05. 31. 17:27
이 시대 아버지들의 땀과 눈물을 만나다
대한민국 남자의 자격증
/ 윤승원 지음
대한민국 남자가 가져야 할 자격증은 뭘까? 한둘이 아니겠지만 경찰로 30여 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저자는 세 가지를 꼽는다. ‘애국’이란 이름으로 국가의 명예를 지키는 ‘병역의 의무’가 첫째요, 밤낮없이 치안 일선에서 봉사하는 경찰관들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사명감이 둘째. 마지막으로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땀과 눈물도 대한민국 남자의 ‘빛나는 자격증’ 임을 강조한다. 이 세 가지 자격을 테마로 생활 속에서 느낀 갖가지 단상을 마음 따뜻한 수필로 풀어놓는다.
(국방일보 / 신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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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육군훈련소 창설 68주년 기념으로 공모한 『육군훈련소의 추억 사진 · 사연 전』에서 영예로운 ‘대상(大賞)’을 받았다.
▲ 『육군훈련소의 추억 사진 · 사연 공모전』 에서 ‘대상’ 수상(2019.10.15.)
▲ 논산 육군훈련소 본관 앞에서 구재서 육군소장(좌측)과 함께 상장과 훈련병 시절 추억의 사진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육군훈련소의 추억」 사진과 사연이 실린 화보집 《청춘 소환, 진짜 사나이들의 진짜 이야기》 표지(위)와 필자의 훈련병 시절 모습(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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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우리 가족의 ‘국방 의무’에 대한 남다른 자긍심을 가질 만하지 않겠는가.
초등학생 손자에게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다. 할아버지와는 이메일로 소통한다.
할아버지는 ‘국군의 날’을 맞아 손자에게 이런 소중한 자료를 보낸다. 굳이 ‘병역의 의무’에 관한 설명을 길게 할 필요가 없다.
이메일을 통해 할아버지가 쓴 글을 보내고, 국방부 정훈 교재 팀이 제작한 ‘애국 가족’ 동영상도 보여준다. 육군훈련소장으로부터 받은 ‘대상’ 상장도 보여줄 것이다.
할아버지가 쓴 수필집 ‘대한민국 남자의 자격증’ 역시 손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긍심 넘치는 ‘애국 가족’의 생생한 증표다. ■
2024. 9. 28.
지환이 할아버지 윤승원
제76주년 ‘국군의 날’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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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작가(대전문총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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