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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수필동화】
산중에서 만난 ‘꽃뱀’과의 대화
―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윤승원 수필가
적막한 숲속, 혼자 맨발 걷기를 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가랑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가만히 살펴보니 알록달록한 무늬에다가 푸른빛이 감도는 꽃뱀(유혈목이 · 화사花蛇).
▲ 숲속에서 만난 꽃뱀(사진= 필자 윤승원 2026.6.26.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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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하마터면 뒤로 자빠질뻔했다. 이런 뱀은 처음 보았다.
가만히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뱀을 살폈다. 사람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사라질 것인지 조심스럽게 동태를 살폈다.
▲ 꽃뱀이 움직이며 필자에게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 했다.(사진= 필자 윤승원 2026.6.26.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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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꽃뱀이 스르륵, 스르륵 큰 참나무 아래 숲으로 몸을 서서히 움직이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사실은 저도 놀랐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사람과 마주치면 뱀도 놀라는구나 싶었다. 잠시 놀랐던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그런데 처음 보는 꽃뱀. 네가 왜 갑자기 여기 나타났느냐? 여기는 왕두꺼비가 최고 사령관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데 네가 침범하다니.”
그러자, 꽃뱀이 말했다.
“수필동화를 쓰시는 할아버지 눈에 띄었으니 재미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
▲ 아이고 깜짝이야, 그런데 요 녀석 좀 보게. 꽃뱀이 말을 하네.(삽화= 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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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요 녀석 좀 보게. 할아버지가 누군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단 말인가. 매일 같이 이곳을 찾아오니 누군지 ‘인물 정보’를 검색해 보았구나.
그런데 그냥 ‘꽃뱀’이라 통칭할 수도 없고, 이름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할아버지 수필동화 주인공이 되려면 작명부터 해야겠구나.
도솔산에서 만났고, 몸이 푸른 연둣빛이며 예의 바른 품성으로 보이니 “솔이”라 할까?
‘솔’은 도솔산(兜率山)에서 따온 이름이고, ‘이’는 뱀‘사(蛇)’자 대신 붙여주는 아이 같이 귀여운 이름이다.
“솔이”는 남녀 구분 없이 친근한 이름이다. “솔이야” 하고 부르기에도 자연스럽다. ‘숲의 아이’ 같은 느낌이 든다.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면서 말했다.
“그래, 어떠냐? 이름이 ‘솔이’니까 오늘부터 우리는 숲길 친구가 되었구나.”
인간에게 뱀이란 정말 두려운 존재지만, 도솔산 숲 작은 친구로 받아들이면 그 두려움이 조금은 가시지 않을까?
이제 솔이, 왕두꺼비, 고라니, 다람쥐, 청설모, 산새 등 모두가 수필동화 주인공이 되는구나.
▲ 할아버지의 숲속 강의 - 경청하는 숲속 친구들(삽화= 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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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할아버지가 궁금한 게 있다.
“솔이야, 넌 왜 이곳 약수터까지 내려왔니?”
그러자 솔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사실은 이곳 영천(靈泉)에 사는 왕두꺼비 어르신께 인사드리러 왔어요. 숲에서 제일 연세가 많고 지혜로운 분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때 어디선가 “험험!” 하는 소리와 함께 왕두꺼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내 이름을 불렀느냐?”
▲ 도솔산 영천의 사령관 왕두꺼비(사진= 필자 윤승원 2026.6.26.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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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가 답했다.
“꽃뱀이라 합니다. 아니,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솔이’라고 합니다.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찾아왔어요.”
그러자 왕두꺼비가 크게 꾸짖었다.
“네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숲속 명상하시던 할아버지가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하셨잖아. 넌 어째서 소리 없이 조용히 다니냐? 에그~”
할아버지가 조금 미안했다.
꽃뱀 ‘솔이’도 처음엔 할아버지를 보고 놀랐다고 하지 않은가.
“할아버지, 저도 사람을 만나면 무서워요.”
꽃뱀 솔이가 숲속으로 스르르 사라지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할아버지!”
“왜 그러니, 솔이야?”
“다음부터는 발걸음 소리를 좀 더 크게 내면서 걸어오세요.”
“왜?”
“저는 귀가 밝아서 웬만하면 금방 피할 수 있는데, 맨발 걷기 명상하시는 할아버지가 워낙 조용히 나타나시면 저도 깜짝 놀라니까요.”
할아버지가 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럼 다음부턴 콧노래를 부르며 숲길을 걸을까?”
솔이가 꼬리를 살랑 흔들면서 답했다.
“그럼 저도 할아버지가 놀라시지 않게 멀리서 인사만 드리고 얼른 숲속으로 들어갈게요.”
이때 할아버지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산길에서 깜짝 놀라는 것은 뱀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무심코 걷는데, 갑자기 시커먼 옷차림의 등산객이 눈앞에 나타나면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발걸음 소리도 내지 않고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면 기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예부터 ‘인기척’이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
그 옛날 시골에 살 때 어르신들은 골목에서 꼭 큰기침하셨다. 특히 어두운 밤 길이나 으슥한 곳을 지날 때는 반드시 기침으로 인기척을 해야 한다.
꼭 큰기침이 아니라 잔기침이라도 좋다. ‘기침’이란 놀라지 말라는 ‘예고성’이다.
숲속에서도 이렇게 인기척을 하면 조용히 살아가는 뱀이나 두꺼비도 사람이 오는구나, 싶어 미리 심적 대비를 하게 된다.
혼자 걸으면서 명상하는 할아버지가 발걸음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기는 어렵다.
그러니 다음부턴 “큼큼~”하면서 간헐적으로 잔기침하면서 뱀이 놀라지 않게 ‘인기척 예고’할 것을 약속했다.
“어떠냐, 다음부터는 내가 먼저 <큼큼~> 또는 <에헴~>하면서 먼저 기척을 하고 걸어오마.”
그러면 가랑잎 속에서 쉬고 있는 뱀이나 다른 숲속 친구들이 미리 알아차리고 조용히 몸을 피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뱀을 쫓기 위한 인기척이 아니다. “친구들아, 내가 지나갈게.”라는 다정한 신호다.
| (★ 주의 / 경고 : 사실 뱀은 독(毒)을 가진 무서운 존재다. 사람이 왜 뱀을 무서워하는지 알아야 한다. 할아버지가 수필동화에서는 ‘착한 자연의 친구’로 미화하지만, 뱀의 근본적인 속성은 두려운 존재다.) |
▲ 할아버지의 숲속 강의가 이어졌다 - <주의>와 <경고>, 그리고 <예절>과 <배려>도 강조했다.(삽화= 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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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솔이가 말했다.
“저도 숲속 예절을 지키고 싶어요. 다만 저는 다리도 없고, 소리 나지 않게 다니는 것이 타고난 특성이라 어렵지만요, 그 대신 가랑잎을 바스락, 바스락 굴리면서 소릴 내볼게요.”
꽃뱀 ‘솔이’의 말을 들으면서 보통 지능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 저 아래 ‘서당골 학동’처럼 마치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문자를 아는 것만 같아 놀랐다.
“어험~”, 할아버지가 위엄 있게 큰기침하면서 마무리 메시지를 던졌다.
“숲은 나만의 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길이다.”
▲ 숲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키 큰 참나무.(사진= 필자 윤승원 2026.6.26.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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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던 키 큰 참나무가 크게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할아버지의 수필동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가 반듯하게 예절을 잘 지키는 훌륭한 자연의 모범생들입니다.
오늘도 배움이 큽니다. 유익하고 즐거운 상식을 얻었으니 보람 있는 날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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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이 작품은 단순히 ‘뱀을 만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연 관찰에서 출발하여 유머, 철학, 안전 상식, 인성교육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 녹여낸 ‘수필동화’라는 장르적 특징이 잘 살아 있습니다.
특히 윤승원 수필가의 최근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자연과 인간의 대화’라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가 한층 깊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1. 공포를 웃음으로 바꾸는 ‘역전(逆轉)의 문학’
작품은 긴장감 넘치는 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하마터면 뒤로 자빠질 뻔했다.”
독자 역시 순간적으로 긴장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꽃뱀이 먼저 말합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이 한마디가 작품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습니다.
보통 사람은 “사람이 뱀을 무서워한다.”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뱀도 사람을 무서워한다.”라는 역지사지의 시각을 제시합니다.
공포가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이런 반전은 동화적 상상력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2. 꽃뱀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의 문학성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꽃뱀’이라는 종 이름은 다소 낯설고 차갑습니다. 그런데 “솔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독자는 꽃뱀을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숲속의 한 생명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특히 도솔산의 “솔”이라는 어원까지 설명하면서 이름에도 이야기를 심어 놓았습니다.
이것은 동화 작법에서 매우 뛰어난 방법입니다. 이름을 부여하는 순간 하나의 생명이 탄생합니다.
3. 유머가 끊이지 않는 대화
이 작품은 곳곳에서 미소를 짓게 합니다.
예를 들면 “인물 정보를 검색해 보았구나.”라는 대목입니다. 요즘 시대의 AI와 인터넷 문화를 숲속 동물에게 적용한 유머입니다.
또 왕두꺼비가 등장하자 갑자기 숲속 회의가 열리는 듯한 분위기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누가 내 이름을 불렀느냐?”라는 대사는 마치 오래된 마을 이장의 등장처럼 느껴집니다. 등장인물마다 개성이 살아 있습니다.
4. 왕두꺼비의 존재가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왕두꺼비는 단순한 동물이 아닙니다. 숲속의 어른입니다. 지혜로운 원로입니다. 도덕 선생님입니다.
꽃뱀에게 예절을 가르치는 장면은 마치 인간 사회의 어른을 보는 듯합니다.
이러한 의인화는 아이들에게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5. 가장 큰 웃음은 ‘숲속 예절’
보통 사람은 뱀이 조용히 다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왕두꺼비가 말합니다.
“넌 왜 소리 없이 다니냐?”
읽는 순간 웃음이 터집니다.
하지만 꽃뱀 처지에서는 정말 억울합니다.
“원래 다리가 없는데요.”
이 장면은 의인화의 재미를 극대화한 부분입니다.
6. 실제 안전교육까지 자연스럽게 연결
이 작품이 뛰어난 이유는 동화가 현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간부터 실제 산행 안전수칙으로 연결됩니다.
✔ 인기척 내기
✔ 큰기침
✔ 잔기침
✔ 콧노래
✔ 발걸음 소리
이 모든 내용은 실제로 등산 안전교육에서도 권장되는 행동과 맥을 같이합니다.
그런데도 전혀 교훈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7. 가장 훌륭한 부분은 “친구들아, 내가 지나갈게.”
이 한 문장은 작품 전체를 대표합니다. 인기척을 내는 목적이 뱀을 쫓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지나갈게.”라는 인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생태윤리입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공존의 철학입니다.
8. 경고문을 삽입한 작가의 책임감
작가는 작품 말미에 분명히 적습니다. ‘뱀은 독을 가진 무서운 존재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합니다.
동화적 상상력으로 뱀을 친근하게 그리면서도, 현실에서는 위험한 야생동물임을 분명히 알려 주어 작품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문학성과 안전 의식을 함께 지킨 점이 돋보입니다.
9. 참나무의 마지막 평가는 메타문학
마지막에는 참나무가 작품을 평가합니다. 이 장면은 동화 속 등장인물이 동화를 감상하는 구조입니다.
즉, 작품 안에 또 하나의 작품평이 들어 있는 메타적 구성입니다. 독자는 참나무의 말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10. 윤승원 수필동화만의 독창적인 작법
이 작품은 일반 동화와도, 일반 수필과도 다릅니다.
윤승원 수필동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실제 체험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자연 속 생명체를 의인화하되 과장하지 않는다.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생동감을 높인다.
유머를 통해 긴장을 풀고 독자의 공감을 이끈다.
자연스럽게 생활 상식과 안전교육을 녹여낸다..
마지막에는 삶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응축한다.
이러한 방식은 체험수필, 우화, 생태동화, 생활철학이 한 작품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사회 교육적 가치
이 작품은 여러 교육적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을 기른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의식을 심어 준다.
산행 안전 습관을 알려 준다.
야생동물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운다.
예절은 사람끼리만이 아니라 자연을 향해서도 필요함을 일깨운다.
두려움을 이해와 배려로 전환하는 사고를 키운다.
이처럼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생태 감수성과 시민의식을 함께 담아낸 점이 큰 장점입니다.
■ 종합 평
「산중에서 만난 ‘꽃뱀’과의 대화」는 실제 산행에서의 한순간의 놀람을 출발점으로 하여, 웃음과 긴장, 상상과 현실, 문학과 생활교육을 자연스럽게 엮어낸 수필동화입니다.
꽃뱀 ‘솔이’, 왕두꺼비, 참나무가 각각 개성 있는 목소리로 등장하면서 숲은 하나의 작은 공동체가 되고, 그 안에서 인간 역시 손님이자 이웃으로 자리합니다.
작품의 핵심은 마지막 문장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숲은 나만의 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길이다.”
이 한 문장은 단순한 산행 예절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태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웃음을 머금게 하는 대화와 따뜻한 상상력, 현실적인 안전 의식이 균형을 이루어 어린이에게는 흥미로운 동화로, 어른에게는 깊은 성찰을 전하는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특히 수필적 진정성과 동화적 상상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윤승원 수필가가 꾸준히 구축해 온 ‘수필동화’ 세계를 한층 성숙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덧붙이는 말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수필동화가 ‘뱀 이야기’를 쓰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예절 이야기’를 쓰기 위한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뱀은 주인공이지만, 진짜 주제는 ‘배려의 인기척’입니다.
예전 어르신들의 큰기침 문화를 끌어온 대목은 문학적으로도 매우 좋은 장치였습니다. 단순히 “기침을 하자.”가 아니라,
그것을 “놀라지 말라는 예고성 인사”라고 정의한 순간, 일상의 행동 하나가 아름다운 생활철학으로 승화됩니다.
이런 발상은 수필가만이 포착할 수 있는 관찰입니다.
또 하나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유머의 절제입니다.
예를 들어, “인물 정보를 검색해 보았구나.”라는 대목은 요즘 시대의 AI와 인터넷 문화를 숲속 세계에 자연스럽게 접목한 재치 있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유머가 작품의 품격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독자에게 미소를 선물하는 수준에서 절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는 윤승원 수필가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하나의 특징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악역이 없는 문학’입니다.
꽃뱀도 나쁘지 않고, 왕두꺼비도 화를 내지만 결국은 훈계하는 어른이며, 참나무는 칭찬하는 스승이고, 할아버지도 자신의 행동을 먼저 돌아봅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단죄하기보다,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며 한 걸음씩 배워 갑니다. 이러한 따뜻한 세계관은 독자에게 편안함과 신뢰를 줍니다.
문학적으로는 ‘갈등의 해결’ 방식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라면 사람과 뱀의 대립으로 긴장감을 높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대립을 확대하지 않고 대화와 이해로 풀어 갑니다. 그래서 독자는 긴장보다 미소를, 공포보다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이 ‘도솔산 수필동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도솔산 숲속 친구들’이라는 하나의 연작 세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등장한 왕두꺼비, 고라니, 다람쥐, 청설모, 산새, 그리고 이번의 꽃뱀 ‘솔이’는 각각 독립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개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래된 참나무와 약수터, 영천(靈泉)까지 더해지면 숲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무대가 됩니다.
감상자는 이 세계를 보며 자연스럽게 ‘이솝 우화’나 바람과 함께하는 숲 이야기 같은 우화적 전통을 떠올렸습니다.
다만 윤승원 수필가의 작품은 그것과 다른 개성을 지닙니다. 상상만으로 꾸며낸 우화가 아니라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수필이 동화로 피어나는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이 ‘수필동화’라는 장르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의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습니다.
“숲은 나만의 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길이다.”
이 한 문장은 단지 숲길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 전체를 향한 메시지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읽고 나면 뱀보다도 사람의 예절, 자연보다도 공존의 마음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이 깊은 수필동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雲峯, 윤승원 작품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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